A Musical Genius Who Lives Twice RAW novel - Chapter 58
58화
[내기?] [무슨 내기?]아까 그 시청자가 물었다.
나한테 3명 합격은 어려울 것 같다고 호언장담한 그 시청자.
나는 거기에 웃으며 말했다.
“아까 말했잖아요. 3명은 어려울 거 같다고.”
[어렵지.] [까놓고 두 명만 붙어도 기적임.]기적이라.
어느 정도는 공감한다.
하지만 이미 방송이 이렇게 흘러간 마당에 합리성 따위는 그리 중요하지 않았다.
이 떡밥에서 어떻게 하면 더 재미를 끌어낼 수 있는가.
오직 이것뿐.
“그럼 이렇게 하죠.”
나는 모르는 척 말했다.
“정말로 3명 붙는다면요. 후원금 어때요?”
[얼마나?]물었다.
솔깃한 눈치.
“주시고 싶으신 만큼 주세요. 얼마든 괜찮아요.”
[흠.]갑자기 그의 말이 줄어들었다.
고민되는 모양.
하지만 나는 그가 이 거래를 받아들이리라는 데 나름의 확신이 있었다.
왜냐.
저 사람은 큰 손이기 때문이었다.
‘심심하면 후원을 하면서 시청자들 사이에서 네임드가 된 사람이다.’
왜 다른 시청자들이 그에게 시선을 주었겠는가.
이유는 간단하다.
원래 후원을 자주 하는 사람이기 때문이었다.
‘어차피 자주 후원하는데, 여기에 콘텐츠로 직접 참여까지 할 수 있으면 더할 나위 없겠지.’
물론, 내가 저 사람에게 돈을 내놓으라 압박하는 모양새처럼 보일 수도 있다.
하지만 나는 알았다.
이 순간이 저 사람에게는 큰 재미가 되리라는 사실을.
또한, 다른 시청자들도 이 상황을 진지하게 보기보다는 재미로 보고 있다는 사실을.
이 바둑판에는 암묵적인 합의가 깔려 있었다.
‘자, 어떻게 나올 테냐.’
그렇게 마음속으로 초시계를 재는 순간이었다.
[콜.]답이 나왔다.
[붙으면 30만 원 쏜다.]“30만 원이요?”
작게 놀라서 물으려니, 저 시청자가 다시 말했다.
[적어? 그럼 50만 원.]오.
적어서 놀란 거 아닌데.
절대 아닌데.
하지만 주는 돈 안 피한다.
오십이면 식구들 다 같이 비싼 밥 먹일 수 있겠네.
“형님, 역시 화끈하십니다.”
그 말에 따봉 한 번 날린 뒤 바로 합격자 조회에 들어가려는 순간이었다.
[동작 그만, 밑장빼기냐?]“네?”
[확실하지 않으면 승부를 걸지 말라는 말 안 배웠어?]시청자가 일갈했다.
[내기를 나 혼자 해?]오호.
나한테도 뭔가를 걸라는 말이었다.
좋지.
오는 내기 안 피한다.
“그럼 저도 뭔가 할까요?”
[세 곡 미만으로 붙으면 그쪽은 내 신청곡 다섯 개를 뭐든 연주해 주는 거 어떰?]다섯 곡이라.
겉보기에는 무난하지만, 그 내실은 다분히 노동력이 필요한 요구였다.
곡 하나 연습하는 게 금방이던가.
어지간한 사람이라면 시간을 며칠은 잡아먹힐 일이었다.
물론.
나한테는 금방이었다.
“좋죠.”
져도 콘텐츠고, 이겨도 콘텐츠다.
나는 흔쾌히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
“세 명 붙으면 후원금이 50, 세 명 미만이면 제가 다섯 곡. 맞죠?”
[콜.]시원해서 좋다.
그런데 이 짧은 대화에 시청자들의 기대감이 미친 듯이 불타오르기 시작했다.
[가슴이 웅장해진다.] [자존심 강한 두 천재의 대결이다.] [그런데 이거 지나 이기나 김한영이 이득 아님?] [↑ 분, 형위기 못 읽어?] [ㄹㅇㅋㅋ만 쳐! 어서!] [ㄹㅇㅋㅋ] [ㄹㅇㅋㅋ]딱 알맞은 판이 깔렸다.
이제는 행동만이 남았을 뿐.
나는 비로소 적당한 타이밍이 왔다는 걸 직감하며 입을 열었다.
“좋습니다. 자, 자, 한번 까 보겠습니다.”
[가즈아아아!] [50만 원 가즈아아아아아아] [김한영 코인 가즈아아아아아아아.] [한영아, 나는 한영이가 크게 될 줄 알았어.]과열된 분위기에 뒤를 돌아보니 식구들의 표정에는 그저 헛웃음이 감돌았다.
고희범이 중얼거렸다.
“돈미새…….”
응.
딱 네가 이럴 것 같아서 이렇게 한 거야.
나는 고개를 돌리고 외쳤다.
“자 그럼 지금부터 확인 들어갑니다. 쿵짜작, 쿵짜작.”
그렇게.
다음 합격자 통보 메일을 연 순간이었다.
-성민아(님)
2021년도 장서균 음악경연대회 본선 진출을 축하드립니다.
-성민아 합격.
깊게 볼 것도 없이 합격이었다.
* * *
성민아가 합격했다.
그래서 내가 놀랐는가 하면, 특별히 그렇지는 않았다.
‘예상했던 대로다.’
여기까지는 예상했다.
왜냐.
성민아는 원래 프로 지망생이 아닌 게 이상한 수준이니까.
준프로가 즐비했던 국단대 공연에서도 존재감을 드러냈던 게 그녀다.
애초에 떨어지리라고는 생각조차 하지 않았다.
“하아아.”
하지만 성민아의 반응이 볼만했다.
“붙었다아…….”
그녀는 그대로 얼굴을 두 손에 파묻더니, 그 자세 그대로 무릎까지 몸을 수그렸다.
방송만 아니었으면 울었을지도 모르겠다 싶을 정도.
그녀가 힘이 쭉 빠진 목소리로 말했다.
“나 어떻게 붙었냐…….”
겉으로는 당당한 척했으면서, 속으로는 엄청나게 긴장했던 모양이다.
[믿고 있었다고 젠장!] [聖민아 聖민아 聖민아 聖민아 聖민아 聖민아 聖민아.] [2스택 가즈아아아아!] [울 지 마 울 지 마.]시청자들의 반응 또한 볼만하다.
나는 웃으며 말했다.
“자, 한 명 붙었습니다.”
승리에 한 걸음 다가섰다.
하지만 여기에서 마냥 기뻐만 할 수는 없는 노릇.
그건 너무 상업적이기 때문이었다.
“형님, 어때요? 지금이라도 조건 조절하는 게. 아직 늦지 않았어요.”
도망갈 여지를 줬다.
만약에라도 시청자들이 느낄 거부감을 막기 위해, 최소한의 심리적 보험을 깔기 위함이었다.
하지만.
[만 원 후원!] [남자는 한 번 정한 길을 바꾸지 않는다]생각보다 멋진 반응이 나왔다.
[멋지다!] [키보드가 가오에 침식된 모습.] [박수 한 번씩 쳐 주자.] [ㅉㅉㅉㅉㅉㅉㅉㅉ]이런 캐릭터구나.
나중에 기회 되면 밥이라도 한 끼 사고 싶다.
“좋습니다. 그런 마음가짐 좋습니다.”
나는 기대감에 찬 손가락으로 마우스를 다시 한번 클릭했다.
이번에는 조은솔.
성민아와 비슷하거나, 어떤 면에서는 더 나은 연주를 보여 주는 그녀였다.
딸깍.
그리고 그녀는.
-조은솔(님)
2021년도 장서균 음악경연대회 본선 진출을 축하드립니다.
-합격이었다.
‘역시.’
내심 짐작한 참이었다.
성민아가 붙었으니 조은솔도 붙을 가능성이 크다고 생각했지.
또 다른 이유도 있었다.
열심히 준비한 것도 있지만, 내가 생각하기에 그녀는 이런 대회에 잘 어울리는 스타일이었다.
압도적인 장점은 모르겠지만, 대신 특별한 약점도 없다고나 할까.
그래.
굳이 말하자면, 기본기에 극히 충실했다.
‘뮤지션으로서는 몰라도, 연주자로서는 어느 경지에 올랐지.’
뒤를 돌아보자 그녀의 눈동자가 휘둥그레져 있었다.
그녀가 도저히 못 믿겠다는 듯 작게 중얼거렸다.
“한영아, 나 지금 붙은 거 맞지?”
“네.”
이 사람 봐라.
자기가 이 대회 지원하자고 했으면서, 정작 자기가 붙을 거라고는 기대조차 안 했던 모양이다.
“조금 기뻐해 봐요.”
“지금은 현실감이 안 들어서 나중에…….”
기뻐할 줄도 몰랐다.
마냥 멍한 표정만 지을 뿐.
나는 그 얼굴이 웃겨서 작게 웃으며 말했다.
“축하드려요.”
그 순간이었다.
후원액이 터졌다.
이번 도박에서 이긴 것.
“형님, 김한영 양갈비 제단에 후원 감사합니다. 고객님의 소중한 후원금은 제 사리사욕과 영리를 위해 이용하겠습니다.”
대충 끝났다.
나 외에도 둘이나 붙었겠다. 앞으로 몇 주는 콘텐츠 걱정이 없겠군.
“나머지도 확인해 보죠.”
이제 마음 편히 결과만 보면 되겠다.
그런 생각이 들었다.
하지만.
“어?”
그다음 결과는.
나조차도 예상하지 못한 것이었다.
-홍윤서(님)
2021년도 장서균 음악경연대회 본선 진출을 축하드립니다.
-홍윤서.
그가 합격했다.
“합격?”
“…….”
어떻게 붙었지.
뭐라고 해야 할까.
여기까지는 예상 못 했는데.
식구들은 물론, 채팅창까지 한순간에 조용해졌다.
이번만큼은 나도 진심으로 놀랐다.
‘아니, 윤서 형이 연주를 못 하는 건 아니지만.’
이 대회, 예비 프로들도 많이 넣는 곳 아니었나.
어떻게 붙었지.
심사위원들이 뭔가를 봤나.
나는 얼떨떨한 표정으로 중얼거렸다.
“총 네 명 붙었네요.”
네 명이 합격했다.
그런데 이 말의 의미가 각별했다.
전체 본선 참가자.
그중 무려 4분의 1을 팅에서 차지한 셈이기 때문이었다.
‘진짜로?’
놀라서 눈만 깜빡거리는 참이었다.
* * *
짧은 소동이 끝났다.
본격적인 본선 일정이 확정될 때까지는 당분간 시간이 남은 상황.
이 시간을 살려, 나는 그간 미루고 미뤄 두었던 일을 처리하기로 마음먹었다.
“오래 기다리셨죠?”
강도수 사장이 사람 좋은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
나는 적당히 미소 비스무리한 걸 지으며 답했다.
“지금 막 왔어요.”
MCN과의 계약이었다.
“귀한 시간 내주셔서 감사합니다.”
강도수 사장이 세상에 더없이 환한 웃음을 지었다.
나와 미팅을 한다는 게 저리도 기쁜 걸까.
단순히 영업용 웃음이라도 저만하면 신기할 따름이다.
하지만 이번에는 나도 꽤 진지한 마음으로 나왔다.
‘미루기 어렵겠어.’
최근 한 달, 나는 MCN이라는 것에 대해 꽤 열심히 알아보았다.
MCN이 어떤 일을 하는지.
또 평균적인 계약 조건은 어떠한지.
마지막으로, 이들이 내가 앞으로 활동하는 데 어떠한 이득을 가져다줄 수 있는지.
내가 할 수 있는 한도 안에서 최대한 깊게 조사했다.
그리고 결론을 내렸다.
‘해볼 만하다.’
MCN의 역할에 효용성이 있는지 없는지는 중요하지 않다.
중요한 건, 그들의 계약 기간이었다.
1년.
통상 5년에서 7년에 달하는 일반 기획사에 비하면 짧디짧은 시간이었다.
‘채널 테슬라가 얼마나 일을 잘할지는 모르겠지만, 어차피 뭘 하든 1년이면 큰 손해는 아니야.’
1년 정도라면 업계를 이해하는 데 투자할 만하다.
자세한 조건 이야기는 들어야 알겠지만, 그건 들어 보면 될 일.
물론, 모르고 오지는 않았다.
컨텍을 준 MCN 몇 곳과 일부러 미팅하며 조건 이야기를 듣기도 하였다.
‘채널 테슬라는 신비주의인지 뭔지 계약 조건을 알기 어려웠지만.’
그런 건 중요하지 않다.
왜냐.
그 사장 되는 사람이 내 눈앞에 앉아 있으니까.
지금부터는 직접 두 귀로 듣고 결정만 하면 그만이다.
“최근 방송도 재밌게 보고 있습니다. 비포 애프터 프로젝트라고 하셨나요? 실력이 그렇게 빠르게 늘 수 있다는 게 신기했습니다. 저도 음악을 배워 보고 싶네요.”
“출연하고 싶으시면 하셔도 괜찮아요.”
“하하, 다음에 2기를 기획하시면 그때는 잘 부탁드리겠습니다.”
그렇게 농담이 끝날 무렵.
이 작업실의 분위기가 바뀌었다.
직감이 왔다.
‘지금부터 본론이다.’
앞으로 어떤 말을 할 것인가.
나는 이 내용에 따라서 채널 테슬라를 신용할지, 신용하지 않을 것인지를 결정하리라.
“그럼 본격적인 저희 계약 조건을 말씀드리겠습니다.”
강도수 사장이 여전히 부드러운 웃음을 머금으며 입을 열었다.
“이게 저희 표준 계약서입니다.”
그가 고급 양면지로 인쇄한 보라색 계약서를 건넸다.
그런데 그것이.
“…….”
계약 조건이 조금 특이했다.
뭐라고 말을 해야 할지 모르겠는 마음에 눈을 깜빡거리고 있는데, 강도수 사장이 입을 열었다.
“첫 계약 기간은 6개월입니다.”
먼저 전속 계약 기간이 타 MCN 대비 절반 수준으로 짧았으며.
수익 분배 비율이 참 뭐라고 해야 할까.
독특했다.
“광고 수익 분배 비율은 전적으로 크리에이터의 수입에 따라 정해지는데, 기본적으로 80:20부터 시작합니다.”
일단 하한선이 좋았다.
일반적인 MCN이 70:30에서 우대하는 곳이 80:20이라는 점을 고려해 보면, 80은 무난하게 괜찮은 비율.
채널 테슬라가 대형 MCN이라는 점을 고려하거든 더더욱 그러했다.
하지만 이건 강도수의 말마따나 시작일 뿐.
진짜는 따로 있었다.
“창작자의 수입이 월간 일정 액수를 달성하면 특약 조항에 따라 분배율이 단계적으로 올라갑니다.”
수입에 따라 90까지도 창작자의 몫이 증가하는 비율.
훌륭하다.
하지만.
지금까지의 이 모든 것들조차 마지막 조항에 비하면, 그저 아무것도 아니라고 말해도 좋았다.
“채널 테슬라는 오로지 창작자와 MCN의 협업으로 발생한 수익에 관해서만 수익을 셰어합니다.”
“협업이요?”
“쉽게 말해서, 한영 님이 스스로 창출한 수익은 전부 한영 님의 것이라는 말입니다.”
더 쉽게 말하자면.
내 개인적인 수입에는 전혀 터치하지 않는다는 말이었다.
그게 행사든 부업이든.
무엇이든.
‘이러니까 채널 테슬라로 몰려가지.’
진실을 깨닫자 자연스럽게 헛웃음이 튀어나왔다.
– 다음 화에 계속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