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 Musical Genius Who Lives Twice RAW novel - Chapter 60
60화
“본선 일정이 벌써?”
순간적으로 눈을 크게 떴다.
천천히 나올 줄 알았는데, 너무 앞당겨진 거 아닌가.
미세하게 놀라려니 고희범이 말했다.
“심사위원 스케줄 문제로 예상보다 조금 일찍 나오게 됐다더라.”
“심사위원?”
“좀 유명한 사람이 심사위원으로 참가한대. 그쪽 스케줄에 맞추느라 어쩔 수 없었다더라.”
일정 자체를 바꿀 정도의 심사위원이라.
그런 사람이 대체 누가 있을까.
‘임대경?’
우선 떠오르는 건 임대경 정도다.
아니면 임대경에 필적할 수준의 몸값을 가진 사람이겠지.
아니지.
굳이 고민할 필요가 없잖아.
나는 정공법으로 나가기로 했다.
“그러니까 그게 누군데.”
“맞춰 봐.”
“네 명치를?”
“크흠.”
고희범은 헛기침을 뱉더니 말했다.
“장서균이래. 장서균이 직접 심사위원으로 나온다고 하더라.”
“……!”
그 말에 나도 모르게 눈을 크게 떴다.
‘장서균이 직접 행차한다고?’
이게 생각보다 큰일이었다.
왜냐.
‘걔, 몸 아픈 거 아니었나?’
내가 알기로 장서균은 현재 몸이 안 좋아 투병 생활을 하고 있기 때문이었다.
한윤태에게 들은 말이었다.
[겉으로는 창작의 시간을 보내고 있다 하는데, 실제로는 어디 병원에 갇혀 지낸다나. 아, 내가 말해 줬다는 거 비밀이다.]자세한 병명은 공개하지 않았지만, 증세가 상당히 심하다나.
그 탓에 사석에 몸을 드러내는 일이 거의 없었다.
그런 그가 이번에 직접 참가한 것이었다.
‘일이 커졌는데.’
몸이 나아진 건가.
은근히 놀라려니 조은솔이 중얼거렸다.
“어쩐지, 장서균 때문에 이번 대회는 가을에서 여름으로 일정을 변경한 거였구나.”
“하긴, 장서균이라면 그럴 수 있지.”
홍윤서가 맞장구를 친 그 순간 고희범이 입을 열었다.
“그런데 진짜 문제는 그게 아니에요.”
“또 뭐가 있어?”
“여기 기사 한번 읽어 보세요.”
그의 말에 따라 나도 모니터로 시선을 옮긴 순간이었다.
그곳에는 다소 급한 일정이 적혀 있었다.
‘2주일 뒤라고?’
딱 보름 뒤.
보름이 지난 뒤에 본선이 개최될 예정이라고 적혀 있었다.
* * *
당초 예상했던 것과는 완전히 바뀐 일정.
“끄응.”
조은솔은 두통이 일어난 듯 머리를 붙잡았다.
“8월 중에 본선을 치른다고 해서 마음을 느긋하게 먹었는데. 그래, 8월 중이 맞긴 하지. 8월 초도 8월은 8월이니까.”
“어쩌지?”
“몰라, 인생 망했어.”
그녀가 답지 않게 갑작스럽게 비관스러운 말을 꺼냈다.
그녀뿐만이 아니었다.
이 자리에 함께 있는 또 다른 본선 합격자, 홍윤서도 얌전히 헛웃음을 터뜨렸다.
“우와 돌겠네. 빙글빙글 돈다.”
뭐가 돌겠다는 걸까.
2주일이면 그래도 무대 하나 준비하기에 그렇게까지 부족한 시간은 아닐 텐데, 뭐가 그리도 무서운 걸까.
그 이유를 말하자면, 본선은 예선과 완전히 다르기 때문이었다.
“예선이 차라리 편했는데.”
조은솔이 앓는 소리를 냈다.
‘예선전은 이미 발표된 대중가요 중 하나를 고르는 거였지.’
좋아하는 곡 중에서 아무거나 하나를 고르고, 연습해서 촬영해다가 보내면 그만이었다.
연주자로서의 기량을 확인하기 위함이었기 때문.
하지만 본선은 달랐다.
‘본격적인 아티스트로서의 실력을 볼 차례다.’
그렇다.
창작이 필요했다.
본선에서 연주할 수 있는 곡은 둘 중 하나.
아예 새롭게 창작한 곡이거나, 아니면 기존에 존재하는 곡을 아예 다듬은 번안곡이거나.
후자의 경우 심사위원들에게 사전에 허가를 받아야 하니 시간이 다소 모자랐다.
그렇다면 선택지는 단 하나.
창작곡뿐인데, 이게 식구들에게는 어려운 부분이었다.
“흐아으어으으으.”
홍윤서는 허공을 보며 길게 한숨을 내뿜기를 한참.
“하으어으으으으은솔아, 너 준비한다는 건 얼마나 했어?”
“전혀 안 됐지. 그냥 백지.”
“라임 좋네. 랩으로 전향해도 되겠다.”
“홍윤서, 죽는다.”
“오우, 갱스터 랩인가?”
“제발 좀.”
저 두 사람의 모습을 보아라.
하나도 준비가 안 된 모습 아닌가.
하지만.
‘이렇게 될 줄 알았지.’
정확히 처음부터 예상한 바였다.
‘애초에 큰 기대를 안 했다.’
기대를 안 했으니 충격도 없다.
이들이 작곡에서 제 발목에 걸려 넘어지리라는 건 처음부터 상정 범위 안이었다.
어떻게 보면 이들은 내 기대를 정확하게 채워준 셈.
작곡이라는 게 평생 한 번 안 해 본 사람이 갑자기 한다고 해서 되는 일이던가.
아니다.
평생 업으로 삼던 사람조차 한 번 감을 잃으면 그대로 퇴물이 될 때도 잦았다.
물론.
나는 예외다.
‘어떤 곡을 써먹어 볼까 고민하던 참인데, 잘됐네.’
생각해 둔 곡이 충분하다 못해 흘러넘쳤다.
하다못해 저들에게 내 곡을 하나둘쯤 내어줄 용의마저 가득했다.
그렇다.
[장서균 음악경연대회] 본선의 한 가지 헛점.그건 바로, 기존에 발표된 곡만 아니면 뭐든 장땡이라는 것이었다.
‘유명 작곡가에게 곡을 받아서 출전하는 사람도 가끔 있다고 했나?’
여기에 있다.
유명 작곡가.
그것이 바로 나다.
나는 그러한 마음을 담아서 홍윤서와 조은솔에게 말했다.
“너무 걱정하지 마세요.”
“한영아.”
조은솔은 입술을 삐쭉 내밀더니 말했다.
“침착한 건 좋은데, 너는 이 상황에 걱정이 하나도 안 돼?”
이 질문에 대한 대답은 정해져 있다.
“네.”
“……진짜 침착하다. 아무튼, 시간이 2주일밖에 안 남았는데, 그 안에 곡을 하나 만들어야 한다는 거잖아. 그것도 본선에서 먹힐 수준으로 잘 만든 곡으로.”
“그러니까 걱정하지 말라는 거예요.”
나는 피식 웃으며 말했다.
“제가 만든 곡을 연주하면 그만이잖아요.”
그 순간이었다.
“…….”
“…….”
식구들이 나를 바라보는 시선이 차게 식었다.
뭐라고 해야 할까.
말 그대로 어색해졌다.
“왜요?”
어딘가 이상하다 싶은데 홍윤서가 헛기침을 뱉더니 말했다.
“한영아, 네가 만든 곡을 연주하라고?”
“네.”
“음, 한영아.”
그가 내 어깨를 짚더니 조곤조곤한 목소리로 말했다.
“자신감이 강한 건 좋은 일이야. 그래, 좋은 일이지. 현대인은 너무 소극적이라 그게 사회 문제가 될 때도 많거든. 그러니까 가끔은 이런 너의 광기 어린…… 이 아니라, 긍정적인 태도가 세상을 살아가는 정답일 수도 있겠지.”
너무 빙빙 돌아가는 것 같은데.
무슨 말을 하고 싶은 건가.
“그냥 할 말만 해 주세요.”
“진짜로?”
“네.”
“상처 입을지도 모르는데?”
“상처 입는 게 미튜버 일인데요.”
“그래, 그럼. 흐흠.”
홍윤서는 헛기침을 뱉더니 내게 말했다.
“까놓고 말해서, 한영아, 너 작곡은 한 번도 안 해 봤잖아.”
“…….”
지금 뭐라고요?
내가 작곡을 안 해 봤다고요?
예상치 못한 발언에 순간적으로 정신이 아득해졌다.
‘그냥 방치할까?’
아니다.
그래도 본선 결과에 이번 콘텐츠의 운명이 걸렸는데.
‘참아, 내 안의 김한석.’
나는 명경지수의 깨달음으로 도로 침착한 마음을 되찾으며 말했다.
“해 봤어요.”
“그래, 해 봤겠지.”
홍윤서는 다 이해한다는 듯 고개를 끄덕이더니 말했다.
“기타 치는 사람이라면 누구나 다 마음속에 비장의 악보 하나쯤은 품고 살아가는 법이니까.”
“아니, 그런 게 아니라 진짜로 작곡을 해 봤다니까요.”
“응, 나도 해 봤어. 요즘도 가끔 타브 악보 켜서 만지작거리고 그래. 하지만 한영아. 작곡이라는 게 그렇게 쉽지 않아.”
그 쉽지 않은 게 내 주업이었는데요.
지금, 설마 나를 말리는 건가.
“맞아.”
심지어 조은솔까지 거들었다.
“생각할 게 얼마나 많은데. 네가 연주를 잘하는 건 알지만, 작곡은 완전히 별개의 영역이야.”
“…….”
아니.
이 사람들 좀 봐라.
‘내 곡을 받는다는 게 얼마나 행운인지도 모르고.’
내가 누구인가.
한국에서 작곡 하나로 정상에 올랐던 사람이다.
흔히 나를 두고 훌륭한 연주자로만 생각하는 사람이 많은데, 내 생각은 다르다.
내가 평가하는 나는 연주자이기 전에 작곡가였다.
다른 사람들에게 곡을 줄 때도 많았지.
그 모든 곡이 성공했다.
일반인들은 잘 모르겠지만, 업계에서 내 작곡은 유명했다.
여느 가수가 한밤중에 찾아와서는 곡 하나만 달라며 바짓가랑이를 잡을 수준은 되었다.
‘그런데 이런 취급이라니.’
하지만 그럴 수 있다.
지금의 나는 겉만 봐서는 김한석이 아니라 김한영이니까 그럴 수 있다.
이해할 수 있다.
하지만 답답한 건 별개의 일이었다.
‘아, 됐어.’
아무리 생각해 봐도 내 적성은 말로 설득하는 게 아니다.
그보다 훨씬 편한 수단이 있지 않나.
나는 한숨을 내쉬고는 말했다.
“그냥 듣고 판단해 주세요.”
더 뭐라고 설명하기도 귀찮다.
나는 말 없이 기타를 들고 와서는 허벅지 위에 얹었다.
‘역시, 말보다는 연주가 편해.’
나는 그런 마음을 담아서 입을 열었다.
“아―.”
띠링.
그렇게 현을 긁으면서 노래를 부르기를 잠시.
불과 3분가량이 흘렀을 때.
“…….”
“…….”
팅 회원들의 분위기가 다시금 딱딱하게 굳었다.
굳은 건 조금 전과 같다.
하지만 그때는 단순히 어이가 없어서 굳었던 거라면, 지금은 뭐라고 해야 할까.
‘이 반응은 마음에 드네.’
묘한 쾌감이 느껴졌다.
순간적으로 홍윤서가 중얼거렸다.
“더러운 재능충 샛기…….”
아.
분명 욕인데 왜 기분이 좋을까.
홍윤서가 말을 이었다.
“이게 말이 되냐? 연주만 잘하면 됐지, 작곡까지 한 번에 된다고?”
“해 보니까 되던데요.”
“야, 너 이제 막 음악을 제대로 시작한 지 한 학기밖에 안 됐어.”
“작곡은 좀 더 오랫동안 했어요.”
“얼마나?”
“대충 20년 넘게?”
“아오. 저놈의 컨셉질.”
컨셉질 아닌데.
나는 뒷목을 잡은 홍윤서를 지그시 바라보다가 물었다.
“그래서, 제 곡 쓸 거예요? 아니면 말 거예요.”
잠시 뒤.
홍윤서가 더없이 정중한 목소리로 말했다.
“부탁드립니다. 형님.”
이야.
곡 하나 주기 참 힘들다.
내 곡을 받으면서 저런 반응인 사람은 죽었다가 깨어나도 못 볼 줄 알았는데, 진짜로 죽었다 깨어나니까 보게 됐다.
그런데 이번에는 조은솔이 내게 물었다.
“한영아, 나도 부를 만한 곡 있을까?”
“있죠.”
앞서 말했다시피, 곡을 하나만 만든 게 아니다.
이번 생 들어서만 이미 앨범 한두 장을 내도 될 정도로 만들었다.
내 새로운 몸에 어울리는 곡을 찾기 위해 무수한 시도를 했고, 그중에는 식구들의 스타일을 떠올리면서 만든 것도 여럿이었다.
“어때요?”
그중 하나를 연주했을 무렵이었다.
“이건 인정 안 할 수가 없네.”
조은솔은 고개를 절레절레 젓더니 말했다.
“한영아, 그럼 나도 잘 부탁할게.”
받아들였다.
하지만 나는 그녀의 말에 작은 의문을 느끼면서 말했다.
“이걸로 결정하게요?”
“응? 왜?”
“이제 막 하나 들려드린 건데.”
“뭐?”
조은솔이 무슨 말을 하냐는 듯 고개를 갸우뚱거린 찰나.
나는 한마디를 던졌다.
“한참 남았어요. 나머지도 다 듣고 고르셔야죠.”
“…….”
그녀가 할 말은 잃은 듯 입을 멍하게 떴다.
그러기를 잠시.
조은솔은 눈을 깜빡거리다가 말했다.
“더러운 재능충 자식…….”
반응이 홍윤서랑 닮았네.
나는 그게 어딘가 우스워서 말했다.
“얼른 시작하죠. 시간 없어요.”
* * *
본격적인 연습이 시작되었다.
MT 때와도 같았다.
아, 물론 차이는 있다.
그때는 경기도 외곽의 펜션에 박혀서 연습했다면, 이번에는 장소가 바뀌었다.
“희범아, 에어컨 좀 더 세게 틀자.”
“야, 내가 네 리모콘이냐?”
“응.”
“그 말씀이 옳습니다. 주인님, 신선한 강풍 갑니드아앗!”
새로 구한 작업실이 그 무대가 되었다.
조은솔이 커피를 쪽 빨면서 중얼거렸다.
“하, 24시간 사용 가능하니까 너무 좋다.”
“그렇게 좋아요?”
“응, 우리 집은 저녁 되면 옆방 사람 미튜브 보는 소리까지 들리거든. 기타 연습은 꿈도 못 꿔.”
그러고 보니까 그녀는 거의 동아리방에 상주했지.
거의 NPC처럼.
어쩌면 그게 원룸 탓일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원룸 산다고 했죠?”
“내년에 탈출할 거야.”
각오가 확연하군.
그런데 이러한 식구들의 참여가 꽤 도움이 되는 부분이 있었다.
[오늘도 밤샘함?]바로, 시청자들이 함께한다는 것이었다.
[5천 원 후원!] [진짜 개열심히 하네 ㄹㅇㅋㅋ] [2만 원 후원!] [야식이라도 사먹고 하셈.]보아라.
그냥 우리 할 연습을 할 뿐인데, 돈이 복사가 된다.
이 얼마나 좋은 환경인가.
‘시대가 참 좋아졌어.’
원래 신인 때는 굶으면서 음악 하는 게 정석이었는데, 이제는 방송만 켜 놓으면 돈이 역으로 벌린다.
이게 얼마나 좋은 일인가.
나는 그런 생각을 하던 중이었다.
‘슬슬 공개해도 되겠네.’
드디어 때가 무르익은 것 같아 입을 열었다.
“시청자님들, 저희가 새로 프로젝트를 구상한 게 있는데요. 지금부터 그 1단계를 공개하겠습니다.”
때가 왔다.
배불리 먹인 한우를 회수할 순간이 왔다.
– 다음 화에 계속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