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 Musical Genius Who Lives Twice RAW novel - Chapter 67
67화
장서균 음악경연대회 시상식에는 한 가지 특징이 있었다.
바로.
순위에 상관없이 누구든 상 하나씩은 준다는 것이었다.
‘이야, 장려상만 해도 엄청나게 많네.’
벌써 4명이 장려상을 받았다.
“하여, 장려상을 수여합니다. 축하드립니다.”
“감사합니다!”
참가자가 허리를 꾸벅 숙이자 박수가 쏟아졌다.
하지만 모두가 알았다.
사실상 수상권 밖이라는 사실을.
그럼에도 불구하고 모두가 알았다.
장려상이라도 충분히 축하받아 마땅하다는 사실을.
‘음악에 정확한 우열이 어디에 있겠어.’
수상한 사람이 더 많은 사람의 입맛에 맞췄을 뿐, 그게 꼭 정답이라는 건 아니다.
미국의 더 섀그스(Shaggs)만 봐도 그러하다.
당시 엉망진창이라며 음악 취급도 못 받았지만, 결국 당대 최고의 뮤지션들에게 영향을 주며 한 시대를 열어 재낀 전설이 되지 않았나.
그렇기에.
“한국예술원 문화상을 수여하겠습니다. 홍윤서 참가자님, 축하드립니다.”
“감사합니다!”
그 어떤 상이든 축복받을 이유는 충분했다.
‘어쩌면 이게 장서균의 의도일지도 모르겠네.’
본인이 수십 년간 인정 못 받아서 억하심정을 품었던 사람인데, 설마 남에게 같은 기분을 심어 주고 싶을까.
내가 아는 장서균은 그럴 사람이 못 되었다.
그 어떤 음악이든 존중받아 마땅하다는 게 그의 의지였으리라.
“김치호, 이 참가자는 훌륭한 노래 실력과 더불어 재기 넘치는 재즈 스타일 멜로디를 구상해 심사 위원들을 감탄하게 만들었습니다. 하여, 은상을 수여합니다. 축하드립니다.”
“네! 감사…… 감사합니다!”
반쯤 울려는 사람도 있었다.
하지만 이제부터가 진짜다.
금상과 대상.
본격적으로 이번 대회의 주인공을 가릴 차례가 왔다.
‘총 세 명을 뽑는다고 했지.’
금상과 대상 그리고 특별상이었다.
남은 후보는 셋.
나와 김예담 그리고 성민아였다.
솔직히 말하자면, 여기까지 온 것만 해도 이미 성공이었다.
사실상 이번 대회의 수상권을 팅이 독식한 셈이니, 콘텐츠 성공도 따 놓은 셈이겠지.
하지만 내 목표는 조금 더 높았다.
‘대상을 타야 한다.’
당연하지 않나.
그런 생각을 하는 사이 진행자가 첫 금상 후보의 이름을 입에 올렸다.
“성민아 참가자는 앞으로 나와 주시길 바랍니다.”
성민아였다.
“후아아…….”
그녀는 반은 안도한 목소리로, 하지만 반은 아쉬움이 남은 표정으로 무대 위에 올라갔다.
“본 참가자는 탁월한 기본기와 더불어 전통적인 포크송의 멋을 세련되게 다듬었습니다. 이에 금상을 수여합니다. 축하드립니다.”
“감사합니다.”
그녀는 로봇처럼 딱딱하게 관절을 움직이며 상을 받았다.
그대로 내려와서는, 쓰러지듯 의자에 앉았다.
이어, 한숨을 깊게 내쉬고는 말했다.
“졌네.”
“이긴 거지.”
“진 거지. 대상 못 탔잖아.”
나는 어딘가 아쉬움이 남은 듯한 그녀의 모습에 피식 웃고는 말했다.
“그거 알아? 영어로 상을 타다가 윈 어 프라이즈(win a prize)래.”
“그게 왜?”
“상을 탔다는 거 자체가 대회에서 이긴 거라는 말이야. 윈이 한국어로 승리잖아.”
손가락을 빙글빙글 돌리자, 성민아는 피식 웃더니 말했다.
“넌 이상한 상황에서만 혀가 잘 굴러가더라. 평소에도 이렇게 해 보면 안 돼?”
“쉽지 않음.”
“풋.”
성민아가 웃음을 터뜨렸다.
예전 그 일 이후로 갑자기 사람이 해맑아졌군.
이런 건 됐다.
정말로 중요한 건 다음 상.
대상이니까.
‘자, 와라. 대상아.’
나도 모르게 가슴이 콩닥콩닥 뛰는 찰나였다.
“대상입니다.”
진행자가 입을 열었다.
“김예담 참가자는 무대 위로 올라와 주시길 바랍니다.”
“…….”
내가 아니었다.
‘뭐지.’
순간적으로 머리를 망치로 맞은 것만 같은 기분이 들었다.
왜 못 받았지.
뭐야, 내 무대 수준이 떨어졌나.
물론, 김예담의 무대가 객관적으로 뛰어나기는 했다.
심사 위원들이 좋아할 모든 요소를 만족시켰지.
독창성과 실력 양쪽을 만족했으니까.
특히 참가자 중에서도 독창성 측면에서 워낙 압도적이었다.
‘저기에 비하면 내 음악이 다소 진부하기는 했지.’
세련되게 다듬은 80년대 음악에 가까우니까 이해는 할 수 있다.
하지만 그렇다고는 해도, 설마 내가 대상을 못 받았다니.
어쩐지 가슴이 아렸다.
그런 사이에도 진행자는 굵직한 목소리로 계속해서 외쳤다.
“김예담 수상자는 한국 음악 특유의 정서를 현대 음악과 멋들어지게 섞어 새로운 가능성을 선보였습니다. 이에 대상을 수여합니다. 축하드립니다.”
“감사합니다! 열심히 하겠습니다!”
“수상 소감 한마디도 부탁드리겠습니다.”
그래도 대상이라고 수상 소감도 챙겨 주네.
김예담은 이 세상에서 가장 환한 웃음을 지으며 입을 열었다.
“세종대왕님이 한글을 널리 알렸듯, 저 또한 국악기의 멋진 소리를 세상에 알릴 수 있게끔 노력하겠습니다. 감사합니다!”
그 누구도 토를 못 달 것 같은 우승 소감이다.
뒤이어 우레와도 같은 박수가 쏟아졌다.
한편, 그런 모습을 한 발치 떨어져서 구경해야 하는 내 기분은 허탈하기 짝이 없었다.
‘인생.’
묘한 기분을 느끼고 있으려니 김예담이 날 발견하고는 크게 팔을 휘둘렀다.
‘그래, 축하해야 할 일이지.’
받은 게 있으니 나도 널찍하게 팔을 휘둘렀다.
김예담은 그 모습에 더욱 환하게 웃었다.
은근 부럽다.
대상만 바라보고 있었던 탓일까. 대상을 놓치자 기분이 썩 그러했다.
이제 남은 건 특별상뿐.
특별상이라.
그게 어떤 상이었더라.
대상만 바라봤던 탓일까, 특별상이 뭐였는지 딱히 의식도 안 했다.
‘뭐가 있었던 것 같은데.’
그런 생각을 한 찰나였다.
진행자가 입을 열었다.
“다음으로, 장서균 상입니다.”
장서균 상.
생소한 이름에 이질감을 느낀 순간, 진행자가 입을 열었다.
“김한영 수상자는 위로 올라와 주시길 바랍니다.”
그가 여기에 한 마디를 덧붙였다.
“더불어 이번 상은 장서균 심사 위원님이, 직접 수여하겠습니다.”
* * *
‘아, 그렇지.’
특별상의 이름이 상 이름을 들은 뒤에야 기억났다.
장서균 상.
이 대회의 창립자인 장서균의 의지에 따라, 그가 직접 상을 수여하고 싶은 사람이 있을 때만 수여한다고 알려진 상이었다.
‘이게 갑자기?’
어쩌다 보니까 고려조차 하지 않고 있었다.
왜냐.
현실적으로 봤을 때 대상이 가장 높은 상인 것도 있을뿐더러.
장서균 상.
이게 최근 몇 년간 그 누구도 받은 적이 없는 상이기 때문이었다.
“김한영 수상자 계십니까? 어서 올라와 주시길 바랍니다.”
나는 재차 이어진 호명을 들은 뒤에야 간신히 정신을 차리고는 무대 위로 올라갔다.
그렇게 어딘가 정신이 반쯤 멍해진 채로 서 있는 찰나였다.
드륵.
장서균이 무대 위로 올라오더니, 진행자에게 마이크를 건네받았다.
그리고는 말했다.
“축하드립니다.”
“…….”
“이 상을 수여하는 건 저도 오래간만이라 가슴이 떨립니다. 조금 부끄럽지 않습니까? 자기 이름으로 만든 상을 자기가 직접 준다는 게. 살짝 오만한 것 같기도 하고 말입니다.”
그 말에 관중석에 작게 웃음이 번져나갔다.
장서균은 개의치 않고 말을 이었다.
“제가 이 대회, 그러니까 장서균 음악경연대회를 만들었을 때가 떠오릅니다. 그때만 해도 이 대회라는 게 지금처럼 거창하지는 않았습니다. 사실 주위 후배들을 독려하려고 만든 대회였는데, 점점 도와주는 사람이 생겨나더군요.”
인터넷 사이트에서 봤다.
원래 후배 도울 겸 사적으로 진행하던 게 몸집을 부풀려서 여기까지 커졌다고.
“하지만 제 초심은 언제나 같습니다.”
장서균이 작게 웃으며 말했다.
“미래를 기대하게 만드는 사람의 등을 떠밀어 주고 싶습니다.”
잠깐.
그게 나라는 건가.
누군가에게는 지루할 훈사가 내게는 조금 다르게 들려 눈을 깜빡거리는 사이 장서균이 말을 이었다.
“이번 무대에서 전 한 가지 가능성을 봤습니다. 앞으로 어떤 음악을 들을 수 있을까, 그 기대감을 김한영 참가자의 무대에서 느꼈습니다. 장서균 상은 제 개인적으로 드리고 싶은 상입니다.”
뭐라고 해야 할까.
문득, 이 장서균 상이라는 건 지극히 그다운 상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지금 잘하는 뮤지션에게 주는 상이 아니다.
앞으로 잘할 것 같은 사람에게 주는 상.
그게 장서균 상이었다.
“축하드립니다. 앞으로 김한영 참가자가 어떤 음악 생활을 할지 응원하겠습니다.”
그가 내게 장서균 상이라고 적힌 팻말을 내밀었다.
문구가 잘 보이지 않았다.
그 밑에 적힌 300만 원이라는 글씨가 너무 거대했기 때문이었다.
‘디자인을 개판으로 했네.’
하지만 어쩐지 가슴이 벅차기도 하였다.
나는 장서균에게 그의 음악을 인정한다는 말을 하는 게 그리도 버거웠는데, 그는 너무 쉽게 인정하지 않았나.
어쩔 수 없지.
앞으로 잘하는 수밖에.
“감사합니다.”
당장은 이 정도면 충분하다.
작지만 꽉 찬 박수 소리가 쏟아졌다.
“지금부터 단체 사진 촬영이 있겠습니다. 수상자들은 모두 위로 올라와 주시길 바랍니다.”
* * *
대회가 끝났다.
우선, 수확이 많았다.
장서균 상: 김한영
금상: 성민아
은상: 조은솔
한국예술원 문화상: 홍윤서
상이 하늘부터 땅까지 뛴다.
그게 묘하게 아쉬웠다.
‘아, 팅에서 그냥 대상까지 다 차지했으면 좋았을 텐데.’
아쉽다.
몹시 아쉽다.
물론, 장서균 상이 대상에 비해서 밀리는 상이라고 할 수는 없었다.
매년 받을 수 있는 상보다는, 몇 년 만에 나온 상이 더 멋있으니까.
하지만 그것과 대상은 별개였다.
갖고 싶었으니까.
그래서.
대상을 팅으로 가져오기로 했다.
“김-하! 오늘 방송에는 특별 게스트 한 분을 모셨습니다! 형님들! 열렬한 성원 부탁드리겠습니다! 박수!”
“안녕하세요.”
한 여성이 내 옆자리에서 웃는 목소리로 입을 열었다.
“한국예술원 국악과 4학년이고 이번 장서균 음악경연대회에서 대상을 수상한, 김예담이라고 합니다. 잘 부탁드릴게요.”
그렇다.
팅에서 대상을 배출 못 했다면, 대상을 수상한 사람을 팅으로 데려오면 그만이다.
‘명예 회원이라는 게 참 허울도 좋구나.’
회원을 깐깐하게 받겠다고 했던 게 언제였는지 기억도 안 난다.
임선우라는 예외가 생기면서 좀 심하게 유해졌다.
애초에 불순분자를 걸러내기 위한 장치였으니, 동아리가 안정된 지금은 유명무실해졌다는 거겠지.
김예담도 방송 출연을 몹시 반겼다.
[홍보하기 좋겠네요?]홍보 때문이었다.
전자 국악기 홍보를 인생의 사명으로 내건 그녀이니만큼, 방송 출연을 거부할 이유가 하나도 없었던 것.
상부상조였다.
나는 콘텐츠를 만들어서 좋고, 김예담은 홍보해서 좋고.
정말이다.
[와!] [국악과!] [국악하시는구나!] [그런데 국악기가 어딨음?] [저게 국악기 맞나?]시청자들은 김예담을 반기면서도 그녀의 품에 안긴 악기가 의아한 눈치.
당연하다.
나도 처음에는 저게 뭔지 못 알아봤으니까.
“한 번 들려주시죠.”
“네에.”
그렇게 김예담이 짧은 곡 하나를 시작했을 때.
[……와]시청자들은 그저 입이 쩍 벌어진 눈치였다.
[진짜 개잘하네] [대상 ㅇㅈ] [엄마 나 국악 학원 보내줘] [거문고에서 이런 소리가 나와?] [ㅋㅋ 거문고 아님, 저거 해금임] [둘 다 아니야 멍청이들아. 저거 아쟁임] [가야금인데요]물론, 그렇다고 해서 무슨 악기인지는 구분 못 했지만.
소리가 들린다.
들려온다.
내 통장이 풍족해지는 소리가 들려온다.
옆을 돌아보자, 고희범의 입꼬리가 귓가에 걸릴 정도로 웃음이 가득했다.
“흐흐, 흐흐흐흐.”
고희범 웃는 소리였나 보다.
좀비처럼 웃는다.
추하다.
한편.
어느 시청자는 슬슬 기다렸다는 듯 묻기도 했다.
[다 좋은데 그래서 우가수 2편은 언제 올라옴?]그렇지.
슬슬 다음 콘텐츠를 준비할 시기가 오기는 했다.
미튜브 시청자들을 만족시켜 줄 다음 콘텐츠를.
우가수도 우가수지만, 우가수는 결국 시간 문제에 불과하지 않겠나.
편집만 끝나면 바로 올릴 수 있을 터.
그 다음 콘텐츠가 필요하다.
……라고 생각한 찰나, 또 다른 아이디어 하나가 내 머릿속으로 차올랐다.
‘그게 있었네.’
이번 대회의 또 다른 상, 음원 제작을 챙길 순간이 왔다.
하지만.
그 전에 제대로 짚고 넘어가야 할 일이 하나 있었다.
“희범아.”
나는 고희범을 슬쩍 부르고는 말했다.
“회의 좀 하자.”
– 다음 화에 계속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