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 Musical Genius Who Lives Twice RAW novel - Chapter 76
76화
[손님?] [그게 누구임?]아, 슬슬 발동이 걸렸다.
나는 잠시 뒤 볼 수 있을 시청자들의 놀란 모습을 떠올리며 입을 열었다.
“제가 방송에서 노래를 불렀던 사람이고, 또 엄청난 실력을 자랑하는 분이에요. 또 최근에 화제가 됐던 분이고.”
[그런 사람이 한둘인가?]커버송을 잡히는 대로 부르다 보니까 조금 범위가 넓어졌구나.
나는 힌트를 하나 더 주기로 했다.
“왜, 있잖아요. 여러분의 추억을 자극해 주신 한 분.”
그 순간이었다.
[아.] [강유미?]정답이 나왔다.
하지만 나는 그 채팅을 못 본 듯 일부러 확답을 주지 않고 말했다.
“시청자분들의 성원에 대답해 주실 한 분입니다. 자, 박수로 맞이해 주세요.”
[우리가 어떻게 박수를 하냐.] [ㄹㅇ 지만 손바닥 있다고 자랑하는 거 아님?]그렇게 말한 찰나였다.
{안녕하세요.}
어느 여성의 목소리가 방송에서 들려왔다.
쟁반을 구르는 옥구슬이라는 말을 그대로 옮겨 둔 것처럼 맑은 목소리.
한 분야에서 가히 일가를 이뤘다고 봐도 될 목소리였다.
[누구지?] [목소리 되게 좋다.] [어디서 들어본 것 같은데 기억이 안 나네.]시청자들은 긴가민가한 눈치.
그러는 사이 떨림 가득한 목소리가 이어졌다.
{십삼 년 만에 인사드리겠습니다. 강유미입니다.}
목소리만 들릴 뿐이었다.
모습 없이 목소리만.
하지만.
[와.] [진짜로 강유미였어?]그 정도로도 채팅창을 폭파시키기에 모자람이 없었다.
[????????????] [???????] [엌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뭐야 진짜로 그 사람임?] [강유미가 누군데 부스러기들아] [별빛아이 부른 사람 있잖아] [그건 애니 제목이고, 노래 제목은 별바라기지]화끈하게 타오른다.
하지만 아직 한참 모자라다.
내가 기대했던 그 반응이 오기까지는 모자라고 또 모자랐다.
‘힘들게 모신 게스트다.’
오랫동안 고민했던 우리 방송의 정체성이 지금 드러나려고 순간이었다.
게스트를 초청해 어떤 노래든 부르는 방송.
그 대상이 누가 되었든, 편안하게 모셔서 부르는 방송.
뜸을 들일 만큼의 가치는 있었다.
‘시청자들이 아직 덜 모였어.’
현재 시청자 수는 462명.
목표치로 구상해 둔 1,000명에는 아직 못 다다랐다.
하지만 그것도 시간문제일 터.
그전까지는 조금만, 아주 조금만 더 시간을 끌어 볼 생각이었다.
“먼저 저희 방송에 출연해 주셔서 감사하다는 말씀을 드리고 싶습니다.”
토크였다.
조금만 시간을 끌어 보자.
{저야말로 좋은 자리에 초청해 주셔서 감사합니다.}
“그동안 팬 여러분께 드리고 싶은 말씀이 많으셨을 것 같은데요. 한 마디 부탁드리겠습니다.”
내 말이 있기를 4초.
강유미는 짧게 호흡을 가다듬더니 말했다.
{보고 싶었습니다.}
짧은 말이었다.
하지만.
그 안에 담긴 울림이 작지 않았다.
[나도 보고 싶었어요!] [나도!] [사랑해!] [ㅠㅠㅠㅠㅠㅠ 이게 꿈이야 생시야.]시청자들이 다소 과장된 반응을 쏟아 내기 시작했다.
반응 자체는 좋다.
이 흐름을 이어서 더 뭐라고 말하면 될지 모르겠다.
대본상 상의한 부분이 나오기를 기다리는데.
‘……어?’
말이 없었다.
대신, 작게 울먹이는 소리가 들려왔다.
‘울어?’
이건 대본에 없었는데.
방송사고라도 일어나나 싶은 순간이었다.
[울지 마!]시청자들의 반응이 더 좋아졌다.
이상하다.
준비해 왔던 말이라고는 단 하나도 제대로 꺼내지 못했는데, 시청자들은 그것만으로도 만족한 듯했다.
여기서 더 뭐라고 토크를 해야 할까 고민하던 찰나.
나는 문득 깨달았다.
‘말이 필요 없었구나.’
가끔은 이런 때도 있는 법이지.
하지만 이건 방송이니 마냥 기다릴 수만은 없다.
그렇게 타이밍을 재는 참이었다.
‘이야.’
시청자 수를 본 순간 이변이 눈에 들어왔다.
[1,113명]1,100명이 넘는 시청자였다.
불과 인사 한두 마디 하는 시간에 시청자 수가 3배 가까이 불었다.
강유미라는 이름이 이렇게까지 컸나.
‘아직 안 죽었네.’
나도 모르게 입가에 웃음을 머금은 찰나였다.
{드리고 싶은 말은 백 마디도 넘지만, 우선은 생략하겠습니다. 먼저 노래부터 들려드리겠습니다.}
강유미가 입을 열었다.
여전히 물기에 젖었지만, 어느 사이 심지가 단단하게 잡힌 목소리.
나는 그 목소리를 듣고.
팅.
기타의 현을 가볍게 튕겨 보았다.
이번 곡에 앞서, 그녀와 합의를 거친 게 하나 있었다.
-“노래는 제가 부르되, 반주는 한영 님이 연주해 주셨으면 좋겠어요.”
-반주 연주는 내가 하는 것.
특별한 이유는 없었다.
그녀 나름대로 내게 하나라도 더 양보하고 싶은 눈치였다.
‘뭐, 나야 좋지.’
옛날에 불렀던 MR을 그대로 써도 무방하겠지만, 그녀 나름대로 새로운 마음가짐을 드러내려는 것이리라.
좋다.
시간도 꽤 지났겠다. 새로운 마음가짐으로 도전해서 나쁠 거 없지.
기꺼이 앞길을 만들어 주마.
그렇게 짧은 반주를 시작한 순간이었다.
{어느 날 내게 찾아온 검푸른 고래}
더없이 청아한 목소리가 들려왔다.
티 없이 맑다.
마치 잔잔한 호숫가를 연상시킬 정도로 맑은 게, 그간 가수 생활을 쉬었다고는 전혀 믿기지 않는 목소리였다.
‘역시.’
김이철이 말했던 그대로다.
실력이 그간 전혀 줄지 않았다고 했던가.
반쯤 은퇴한 뒤로도 번거로운 스케일 발성 연습을 단 하루도 쉬지 않았다고 했지.
그 말에서 나는 알았다.
‘노래가 싫었던 게 아니었어.’
그녀는 줄곧 노래를 부르고 싶어 했다.
그녀에게 없었던 건 자신감이 아니었다.
그녀에게 정말로 필요했던 건.
‘노래를 부를 자리였겠지.’
계기였다.
노래를 부르기에 좋은 자리.
다시금 대중 앞에 당당하게 나설 수 있는 자리.
그게 강유미에게 필요한 것이었다.
그래서 마련해 주었다.
{하늘의 별자리를 세며 즐겁게 노는 우리는 별빛의 아이들.}
마음껏 노래를 부를 수 있는 자리를.
이미 방송에 앞서 몇 번이고 손발을 맞춰 봤지만, 강유미의 목소리는 여태껏 들려주었던 그 어떤 것과도 달랐다.
진심.
압도적이다 못해 휩쓸릴 것만 같은 진심이 그녀의 목소리에 담겨 있었다.
{한 줄기 분필 선이 되어 하늘을 가로질러요.}
쏟아 낸다.
감정을 한없이 쏟아 낸다.
{별이 되길 바라며 눈부시게 빛나는 별의 아이.}
십삼 년 만에 부른 노래란 그러했다.
십삼 년 분의 감정이 3분이라는 짧은 시간에 농축되었다.
이 순간.
노래를 듣는 나조차도 작게 실소를 토할 수밖에 없었다.
‘그래, 노래에는 응당 이만한 감정이 담겨야지.’
가수라는 건 목소리로 하나의 세상을 표현하는 일이다.
화가가 물감으로 그림을 그리듯.
가수는 목소리로 세상을 들려주었다.
강유미는 지금 그녀가 그려 왔던 세상을 목소리에 의존해 그려냈다.
그리고.
나 또한 그래 볼 생각이었다.
‘기타로도 못할 거 없지.’
그녀가 십삼 년을 건너뛰었다면, 나는 삼십 년 전의 시간을 넘어 이 자리에 왔다.
표현 방식이 다를 뿐, 그려내고자 하는 마음은 같았다.
당, 다당.
하지만 이번만큼은 그녀에게 주역을 넘길 생각.
그게 내가 이 자리에서 할 수 있는 최선이니까.
거미줄 위에 새벽이슬이 걸린 듯 아슬아슬한 연주가 이어지길 한참.
{감사합니다.}
강유미가 살짝 물기를 머금은 목소리로 감사 인사를 전했을 때.
나는 눈을 감고도 확신했다.
시청자들의 반응을 확인할 필요도 없으리라는 것을.
* * *
[레전드) 김한영x강유미 ‘별바라기’ 콜라보]인터넷 방송계에 작은 폭풍이 불었다.
한 시대의 전설로 풍자되었던 가수가, 일개 신인의 방송에 출연했다는 것.
또 거기에서 보여 준 무대가 실로 훌륭하기 짝이 없었다는 것.
이것만으로도 이미 화제가 되기에는 모자람이 없었다.
[김한영 기타 진짜 잘 치더라] [ㄹㅇㅋㅋ 원래 잘 치는 건 알았지만 이 수준인 줄은 몰랐음] [강유미 목소리랑 잘 어울리더라] [노래 실력 미쳤] [목 관리 얼마나 잘했길래 10년 만에 처음 들었는데도 목소리가 똑같냐 ㅋㅋㅋㅋㅋㅋㅋㅋㅋ] [아무리 요즘 커버가 많이 올라왔어도 역시 원조가 최고다]하지만.
그 뒤에 또 하나의 떡밥이 남았다.
[좋은 노래 잘 들으셨죠? 형님들.]김한영의 메시지였다.
[이 좋은 곡, 저는 전부 다 라이브로 들었지 말입니다.]얼핏 자랑으로 들릴 말.
거기에 시청자들이 분노했다.
[또 기만하네.] [그래, 라이브로 들어서 좋겠다.]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김한영이 다급히 해명했다.
[아니, 기만하려는 게 아니라, 이 좋은 걸 저만 들어서야 쓰겠냐. 이 말씀입니다. 좋은 건 같이 들어야죠. 뭐든 형님들에게 드리고 싶은 제 마음, 이제 아실 때도 되지 않았습니까?] [들려준다고?] [예! 들려드립니다! 어떻게? 라이브로! 가장 좋은 자리에서! 한국 음악의 중심지에서!]그렇게 해서 나온 결론이 실로 어마어마했다.
[홍대 어쿠스틱 카페 플러그인으로 여러분을 모십니다. 강유미 가수님을 포함해, 저와 몇몇 훌륭한 뮤지션들의 라이브를 현장에서 들을 기회! 그걸 여러분께 드리고자 합니다.]싱어송라이터 김한영 첫 라이브 선언이었다.
[일단 전 당연히 참여합니다. 제 방송이니까요. 또 제 방송 주연 멤버들도 당연히 나옵니다.]김한영과 홍윤서, 조은솔, 성민아 등의 방송 식구들이 참여했다.
[격투 방송의 신! 오지 형님도 참전을 결정하셨습니다! 히얼 컴즈 어 챌린저!]최근 사발식으로 400만 조회 수를 넘기며 한창 뜨거워진 오지가 참전했다.
[그리고 마지막으로 스페셜 게스트가 있습니다! 이건 직접 오셔서 확인하세요!]말이 첫 라이브지, 사실상 돈 내고 봐야 할 콘서트 수준.
하지만.
티켓값도 무료였다.
[평소 제 방송을 봐 주시는 것만 해도 감사해 죽겠는데 제가 어떻게 시청자님들한테 돈을 받겠습니까. 첫 라이브 기념으로, 추첨으로 입장 가능합니다!]모든 게 완벽하게 준비되었다.
이제, 실행의 시간만 남았다.
그리고.
[구독자 수 10.6만]구독자 수 10만을 돌파했다.
* * *
분주한 공연장.
한윤태가 싸구려 레모네이드를 호로록 빨아들이며 말했다.
“미친 새끼, 진짜 행동력 하나는 말이 안 나오네.”
“내가 좀.”
“옛날에 음반사 하나에 들이박았을 때도 그랬지.”
“흠.”
그랬었나.
음반사랑 싸웠던 적이 너무 많아서 잘 기억이 안 난다.
“그 뭐지, 신인 하나 등쳐먹었다고 난리였잖아. 계약서가 악덕이라고. 잘 알지도 못하면서.”
아, 그랬지.
기억났다.
“자기가 당했으면 화날 일이잖아. 모르면 모를까, 알았으면 도와야지.”
“말로는 누가 못 하나. 행동으로 옮기는 게 중요한 거야.”
“했잖아.”
“그래서 더 어이가 없단다.”
한윤태가 가게 안을 돌아보더니 말했다.
“정말로 몇 달 만에 이런 프로젝트를 성공시키다니. 네가 무슨 기획의 신이라도 되냐?”
그의 눈에 비친 가게 안으로 사람들이 가득했다.
분주하다.
카메라와 설비를 든 스태프들, 출연진과 동료들이 쉴 새 없이 가게 안을 돌아다녔다.
한 발자국 떨어져서 전체적인 광경을 보고 있으려니.
‘생각해 보니까 반년 만에 여기까지 왔네.’
한윤태의 말에서 새삼스럽게 떠올랐다.
‘열심히 살기는 했다.’
시대가 좋았다.
옛날이었다면 아무리 실력이 좋은들 반년으로는 어림도 없었겠지.
어디 소속사 하나랑 계약해서 실력 검증이라고 몇 년을 고생만 하며 보냈을 수도 있었다.
그런데 지금은 어떠한가.
하고 싶은 음악을 실컷 했을 뿐인데, 벌써 쌓인 게 이만큼이다.
‘나만의 작업 공간에 내 사람들 그리고 내 전용 방송까지.’
역시, 시대의 발전이 좋다.
암.
좋고말고.
나는 그렇게 생각하며 입을 열었다.
“이 정도로 무슨. 아직 한참 멀었어. 1억은 찍어야지.”
“재수 없게시리.”
그는 혀를 끌끌 차더니 물었다.
“이번에 대회 수상해서 음원 녹음했다며. 그건 언제 공개한다고 했지?”
“며칠 안 남았어. 마지막으로 녹음하는 사람도 곧 끝난다고 하니까, 방학 안에는 정식으로 발표하지 싶은데.”
“그건 좀 어때, 대박 날 것 같아?”
한윤태가 떠보듯 물었다.
이에 대해서라면 할 말이 있었다.
“아니.”
음원 발표에 큰 기대는 안 한다.
이 바닥에서 음악이란 홍보가 차지하는 비중이 얼마나 크던가.
3대 엔터라고 해서 음악을 마구잡이로 띄울 수 있는 게 아니다. 그들조차도 타율로 치면 3할이 안 되었다.
그러니 음원을 내놓을 때는, 최대한 기대를 버리는 게 나았다.
물론, 이게 준비를 게을리한다는 말은 아니었다.
‘마음에 여유를 가지되, 당장 할 수 있는 일에 최선을 다한다.’
김진산 사장이 한 말이었다.
“그보다.”
나 또한 한윤태를 바라보며 물었다.
“너도 무대 준비는 제대로 해 왔지?”
“왜, 실수라도 할까 봐?”
“어.”
“야, 내가 이 바닥에서 먹고 산 짬밥이 거의 40년이다.”
목소리에 자신감이 가득했다.
마지막으로 가게 바깥 유리를 보는데, 그곳으로 몰려온 인파가 대단했다.
순간 모노 감사제 방송에 출연했던 때가 떠올랐다.
‘그때 봤던 인파를 언젠가 내 걸로 만들겠다고 다짐했었지.’
어떻게든 구색까지는 따라온 감이 든다.
나는 자리에서 일어서며 말했다.
“장사 시작하자.”
– 다음 화에 계속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