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 Musical Genius Who Lives Twice RAW novel - Chapter 79
79화
“퍼센티지로 받고 싶어요. 저작권 수익을요.”
디마의 폭탄 선언을 들을 무렵, 나는 실소를 금할 수 없었다.
‘과연.’
김예담에게 들었던 말 그대로였다.
‘이러니까 쓰겠다는 사람이 없지.’
디마가 실력에도 불구하고 기피를 당하는 이유.
그것이 바로 이것이었다.
‘보통 믹싱 엔지니어는 퍼센티지가 아니라 건당 페이로 받지.’
수입을 퍼센티지로 달라는 것이었다.
업계 관례에서 벗어나도 한참 벗어난 요구 아닌가.
예를 들자면 이런 것이다.
일류 엔지니어가 곡 하나당 100만 원을 받고 믹싱을 했다고 치자.
그렇다면 업계 관례로는 여기서 끝이다.
해당 곡의 매출이 10억이 발생했든, 100억이 발생했든 엔지니어의 몫은 전혀 변하지 않는다.
이게 업계의 기준이었다.
엔지니어는 어디까지나 보조로 보기 때문.
“제 말이 우습게 들릴 수도 있어요.”
“아뇨, 딱히.”
디마는 내가 뭐라 의견을 말할 틈도 주지 않고 말을 이었다.
“세상 사람들은 엔지니어의 중요성을 몰라요. 엔지니어 하나로 곡의 매출이 하늘에서 땅까지 오르락내리락할 수 있는데. 이게 말이나 돼요? 건당 페이나 먹고 꺼지라는 게. 다 양심이 터진 거죠.”
“전 그렇게까진 말한 적 없는데요.”
“보통 그렇다는 거예요. 어디서 좀 그럴듯한 컨텍이 들어와서 만나 보면 아주 하청업자 바라보듯 하는 시선이 가득했거든요.”
나름대로 울분에 찬 눈치.
단순히 편견이 아닌 경험에서 비롯된 억하심정이리라.
“제 생각은 달라요.”
디마가 확신에 찬 목소리로 말했다.
“엔지니어가 곡에 기여를 많이 하는 만큼, 곡의 권리도 나눠 가질 권리가 있어요.”
“하지만 요한아. 보통은 안 그렇잖아.”
이 사람 본명이 요한이구나.
김예담의 말을 듣고 새삼 깨달았는데 디마가 말을 이었다.
“제 작업물은 보통이 아니에요. 그러니까 수입도 특별하게 받고 싶어요.”
어떻게 보면 우습고 또 당돌한 말이었다.
아무리 실력이 있다고는 하나 이제 막 성인이 된 아마추어 아닌가.
업계에서 가장 잘나가는 사람조차도 관례를 건드릴 때는 조심스럽기 마련이다.
하지만 디마는 신인 주제에 관례를 무시하고 있었다.
‘아니다. 오히려 신인이라서 이럴 수 있는 건가.’
이 얼마나 과감한 일인가.
잃을 게 없기에 이럴 수 있는 건가.
문득, 그의 각오에 찬 표정을 보자 떠오르는 사람이 있었다.
‘내가 딱 이랬지.’
옛날의 나 자신이었다.
업계의 관습 중 맘에 안 드는 게 많아서 엎어 보겠다고 발악하고는 했지.
창작자의 권리.
이 권리에 대한 투쟁을 이어 나갔다.
그러자 문득, 이 사람이 어떤 삶을 살아왔을지 감이 왔다.
‘나이도 어리고 신인인데 눈은 높고 자부심도 크다라.’
자기 성에 차는 뮤지션들은 그의 제안을 당연히 거절했을 것이다.
그래서 더더욱 내몰렸겠지.
남이 뭐라고 하든, 자기 말만 쏟아 내는 저 화법은 여기서 비롯하지 않았을까.
“제가 바라는 건 여기까지예요. 싫으시면 그냥 거절하세요.”
디마가 말을 마쳤다.
당당하다 못해 뻔뻔한 자세.
이러한 완고함에 대한 내 감상을 짧게 말하자면.
호감이었다.
‘뭐, 포부라면 이 정도는 해야지.’
이 좁은 단칸 작업실을 자기 숙소로 사용하는 것치고는 썩 간이 두툼하지 않나.
실력이 따라 주는 자신감은 아름답다.
나는 사람을 보러 온 것이기에 피식 웃고는 말했다.
“그래서, 한 몇 퍼센트 정도 생각하세요.”
“매출의 5퍼센트요.”
즉답이 튀어나왔다.
작품 매출의 5퍼센트를 통째로 달라는 말.
누군가가 듣는다면 미친놈 소리를 듣더라도 이상하지 않을 말이었다.
아니, 실제로도 많이 들었겠지.
그렇기에 나는 썩 즐거운 마음으로 대답할 수 있었다.
“5퍼센트는 조금 그렇네요.”
“그럼 이 이야기는 없던.”
디마가 뭐라고 말하려는 찰나였다.
“10퍼센트.”
나는 내 의견을 꺼냈다.
“10퍼센트를 드릴게요.”
“…….”
잠시 작업실이 조용해졌다.
디마가 입을 뻐끔거리는 사이, 나는 할 말을 이었다.
“5퍼센트는 너무 작네요. 10퍼센트는 받아야지. 5퍼센트를 누구 코에 붙여요? 생활비는 나오나?”
“그…….”
디마는 사고가 정지된 듯 입을 벌리고는 눈만 깜빡였다.
뭐라 말이라도 하고 싶겠지.
유감이다.
그간 당신이 하는 말은 충분히 들었다.
‘이제 내 차례다.’
이러한 연유로 나는 재빨리 말을 이었다.
“저희 방송이 누구처럼 아직 대기업은 아니니까 5퍼센트를 받아 간다고 해도 뭐 그렇게 변변찮은 수입은 아닐 거예요. 여간한 건당 외주 페이보다 낮겠죠.”
내 생각은 이러했다.
“하지만 디마 씨의 말마따나, 다듬어 주시는 작업물이 특별하다면 제 매출도 10퍼센트 이상 올라가겠죠. 서로 잘하는 만큼 가져가는 거예요. 그러다가 같이 크면 윈윈이고.”
“…….”
“당분간 계약은 매달 갱신할게요. 곡 퀄리티는 따로 제가 건드리지는 않을 테니까 엔지니어님이 알아서 해 주세요. 상의할 게 있으면 말씀 주시고요.”
앞을 보자 디마는 할 말을 잃은 눈치였다.
왜, 허탈한가.
평소 고집부렸던 게 한 방에 해결되니 말이 안 나오는가.
하지만 그래서 뭐 어쩌란 말인가.
‘그깟 돈 따위는 문제도 뭣도 아니야.’
수입이란 결국 먹고 사는 데만 지장이 없으면 되는 것.
반면, 내게 음악이란 먹고 사는 것을 넘어선 문제다.
‘관례 따위야 안 따르면 그만이지.’
관례도 결국에는 따라서 이득이 있는 사람에게나 따를 의미가 있는 법이었다.
이건 내 방송 아닌가.
그렇다면 계약 조건도 내 맘이지.
그런 생각을 하며 옆을 돌아보자, 고희범은 그럴 줄 알았다는 듯 허탈한 눈치였다.
‘인정해 줘서 고맙다.’
그 또한 이번 협상에 앞서서 나와 생각을 굳히고 온 바였다.
“그럼, 일이 바빠서 작업은 오늘부터 바로 시작할 수 있으면 좋겠네요. 앞으로는 잘 부탁드립니다.”
“네? 네.”
그의 눈빛은 언제 뚝심 있었냐는 듯 반쯤 휘청이고 있었다.
하지만 상관없다.
“당분간 바빠질 거예요. 하지만 좋은 일이죠. 그만큼 많이 벌 수 있다는 말이니까요.”
나도 나 혼자서 말하는 거 좋아한다.
* * *
여름 방학의 끝을 얼마 남기지 않은 시점.
본격적인 작업 프로세스가 구축되었다.
콘텐츠 기획은 나와 고희범이 함께 고안한다.
생산은 내가 한다.
게스트로 팅 식구들을 출연시킨다.
이렇게 생산된 콘텐츠를 고희범과 정의선이 다듬고, 마지막으로 디마의 손으로 마감하면 끝.
이따금 공연 장소가 필요하면 한윤태의 도움을 받는다.
‘깔끔하네.’
만족스럽다.
반년도 안 돼서 완성한 구조치고는 썩 괜찮지 않나.
“아, 일 진짜 편하다. 사람을 이 맛에 쓰는구나.”
고희범은 언제 후임 교육에 고생했냐는 듯, 어느새 일에 적응한 정의선에게 극찬을 아끼지 않았다.
“가라 고희범 2호기.”
“2호기는 무슨 2호기야.”
“그럼 정의선 1호기.”
“지금 장난해?”
고희범의 말에 정의선이 불만 가득한 표정으로 답했다.
“그런 거 말고 0호기가 더 멋있잖아. 프로토 타입이나.”
“앗, 차!”
아, 그런 이유구나.
둘이 잘 노네.
한편, 디마는 우가수 영상에 들어갈 곡들의 믹싱을 먼저 맡았는데.
그 작업 과정에서.
[내 메시지: 벌써 완성하셨어요?]손이 더럽게 빨랐다.
어떻게 보면 내가 콘텐츠를 만드는 속도보다 훨씬 빠른 수준.
[내 메시지: 잠은 잘 주무시는 거 맞죠?]이에 대해 디마는 짧게 일축했다.
[Dim.A: 삘 받으면 안 자요.] [Dim.A: 밥도 안 먹고.]이거 봐라.
이 사람, 나 같은 부류다.
저렇게 마구잡이로 활동하는데도 작업물의 퀄리티도 전부 평균 이상.
문득 그런 생각이 들었다.
‘이 사람, 돈이 없어서 그렇게 사는 게 아니라 그냥 귀찮아서 그렇게 사는 거 아니야?’
단순히 업무 외적으로는 대충 사는 거 아닐까.
“어디 보자, 홍삼이라도 보내야겠다.”
그의 비쩍 마른 몸이 떠올라서 중얼거린 순간이었다.
“이렇게 열심히 사는 사람을 더 굴리려고?”
고희범이 질색한 목소리로 중얼거렸다.
“이보세요. 사장님, 그러다가 사람 죽어요. 윗사람은 아랫사람의 마음을 모른다더니.”
“아랫사람은 무슨. 동업자지.”
“아, 그래. 너는 모르는 실무자의 고통이 있다고.”
“너 누구를 되게 나쁜 사람으로 만든다.”
“솔직히 악덕 사장 맞잖아.”
“사장은 무슨.”
아니지.
사장이 맞나.
곰곰이 생각해 보니까 맞는 말 같기도 하다.
채널 [싱어송라이터 김한영]을 하나의 중소기업으로 보자면, 내가 차지하는 지분이 제일 크니 대표가 맞을 터.
‘내가 대표라고?’
이상한 기분이 들었다.
나라는 사람은 원래 사람들 끌고 다니는 일에 관심이 없는데, 정신을 차리고 보니까 이렇게 되어 있지 않나.
‘김진산 사장님은 어떻게 했더라.’
그 사람은 잔소리가 특기였다.
그렇다고 기분 나쁜 잔소리는 아니고, 어쩐지 듣고 있으면 기분 좋은 잔소리였다.
[야! 임마! 연습해! 연습! 넌 할 줄 아는 게 음악밖에 없으니까 그거라도 잘해야 영장류 대접이라도 받는 거야 임마!]생각해 보니까 꼭 기분이 좋았던 건 아닌 것 같기도 하고.
그런 생각에 빠져 있으려니 고희범이 말했다.
“야! 끝났다.”
“어떤 거?”
“우가수 3편!”
그 말을 들은 순간이었다.
창밖에서 바람이 불어 왔는데, 어느덧 선선해진 공기가 느껴졌다.
* * *
[우리도 가수다 ep.3]우가수 3편.
오랜 시간 정성을 기울인 3편이 공개되었다.
채널 [싱어송라이터 김한영]의 구독자는 어느덧 11만을 넘긴 상황.
시청자들의 기대감 또한 목울대 끝까지 차올랐다.
[언제 나오나 했네] [ㄹㅇ 만든다고 해 놓고 까먹은 줄 알았다] [ㄹㅇㅋㅋ] [김한영 죽은 거 아니었음?]그렇게 나온 결과물은.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웃음만 나오네 ㅋㅋㅋㅋㅋㅋㅋ] [이 뭐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압도적이었다.
하지만 당연한 일이기도 했다.
‘들인 정성이 있으니까.’
연출이나 편집은 원래 괜찮았던 게 어느새 경지에 이르렀다.
고희범과 채널 테슬라가 본격적으로 손을 잡으며, 퀄리티가 기하급수적으로 상승했기 때문.
[카메라 워크 쓸데없이 역동적이야 ㅋㅋㅋㅋㅋㅋㅋ] [함정 카드 뭔데 ㅋㅋㅋㅋㅋ] [약을 대체 몇 사발을 빨았기에 이런 편집이 나와요?]고희범의 약점이 완벽하게 해결되었다.
그는 방송에 한해서는 타고난 센스가 있었지만, 정작 그걸 살릴 기술이 없다는 게 그간의 문제였다.
이 부분을 채널 테슬라가 해결해 준 것.
간지러웠던 부분을 효자손처럼 벅벅 긁어 준 셈이었다.
[쓸고퀄 ㅋㅋㅋㅋㅋㅋㅋ] [머리 때릴 때마다 뚝 소리 뭔대 ㅋㅋㅋㅋㅋㅋ] [희범쿤은 가면 갈수록 편집을 잘하네 ㅋㅋㅋㅋㅋㅋㅋㅋㅋ]하지만.
이 모든 게 메인 디시를 앞둔 애피타이저에 불과했다.
[음질 뭐임?]본격적으로 사운드 담당자를 위임한 덕분일까.
그 효과가 제대로 드러났다.
[예전이랑 비교가 안 되는데?] [ㄹㅇ 현장에서 듣는 것 같다] [그러고 보니까 영상 설명에 사운드 엔지니어 이름도 적혀 있네] [오, 디마 이 사람이었음?] [전에 그 올드베릴리움이랑 DJ솔트 매쉬업 한 사람 아님?] [어쩐지 뭔가 때깔이 달라졌다 했다.] [디마는 정말 전설이다…….]소리가 다르다.
예전의 거칠기 짝이 없었던 그것과는 차원이 다른 결과물이 돋보였다.
[뭐야, 김한영 원래 이렇게 잘했음?] [믹싱빨이 크긴 크네 ㅋㅋㅋㅋ] [ㄹㅇ 존나 잘한다]정확히 말하자면, 김한영은 원래 잘했다.
하지만 그 실력이 없느니만 못한 믹싱 속에 묻히는 면이 있었는데, 적임자를 만나며 진짜 실력이 드러나기 시작한 것.
라이브의 10분의 1조차 못 살렸다가 이제 2를 살린 셈이었다.
하물며 충실한 콘텐츠까지.
[이야, 강유미가 여기 나왔구나] [선우도 나왔어??????] [저 악기는 뭐임?? 대체 뭐임???] [엄마 나 무서워ㅓㅓ어어ㅓ어어어어ㅓㅓㅓ어ㅓ엉어어ㅓㅓ어ㅓ어ㅓ]다르다.
예전과는 확연히 다르다.
그렇게 플러그인 공연까지 이어진 우가수 3화는, 신곡 발표일을 알리며 끝을 맞이했다.
[음원 발표는 이번 달 말 30일 화요일입니다. 잘 부탁드릴게요. 꼭 사 달라는 건 아니고, 진짜 아니야. 그런데 열심히 만들었으니까 즐겁게 들어 주셨으면 좋겠어요. 그러다가 좋으면 사 주시면 더 좋고.]훌륭한 재료.
고희범을 한계까지 갈아 넣은 편집.
이 모든 걸 하나로 묶어 주는 사운드 엔지니어링까지.
이번 영상의 성공은 처음부터 정해져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었고.
[안녕하세요! 행님들! 오늘도 대한민국을 대표하는 사이버 렉카 렉카 킴…… 아! 돌 그만 던져!]당연하지만, 채널 테슬라의 홍보도 함께 따라왔다.
[진짜 말이 안 나온다. 어우, 막 귀가 찌르르 울려.] [뭐야, 목소리 뭐야? 요즘 대학생들은 다 이래? 나 은퇴해야겠다.] [이 정도 해야 뜨는구나.]이제 테슬라가 뒷배라는 걸 숨길 생각도 없다는 듯 노골적이다.
하지만 같은 홍보라도 질이 좋으면 효과 또한 좋은 법.
[아 ㅋㅋㅋㅋㅋ 그런 컨셉?] [테슬라 들어간 거 언제 밝히나 보자] [독하다 독해 ㅋㅋㅋㅋㅋ]커버 송 때 쌓은 명성에 더불어 평소 성실하게 쌓아 온 콘텐츠까지.
고희범식 표현으로 원기옥이라 불러 마땅할 것이 차곡차곡 쌓였다.
그렇게 완성된 결과는.
[인기 급상승 영상 #2] [구독자 수: 17만]압도적이라고 볼 수 있었다.
1편이 50만을 뚫었다면 2편은 100만을 뚫었다.
그 뒤를 이은 3편은.
[조회 수: 211만]무려 200만을 뚫었다.
구독자 17만짜리 미튜버의 영상이라고는 믿을 수 없을 정도의 조회 수.
선물.
이건 여름에서 가을로 저무는 계절에 마법처럼 주어진 선물이었다.
– 다음 화에 계속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