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 Musical Genius Who Lives Twice RAW novel - Chapter 80
80화
최근 들어 업계에 불어온 바람이 하나 있다.
싱어송라이터 김한영.
불과 얼마 전까지만 해도 모두가 존재하는 줄도 몰랐을 이름이다.
무명이어서 그랬던 것도 아니다.
말 그대로, 방송계에 등장한 적도 없는 이름이었다.
하지만 불과 반년.
반년 사이에 그 이름은 지금 시장에서 나름의 인지도를 만들어 냈다.
“와, 이때부터 시작한 거구나.”
중경대 앞 대학로 버스킹 영상.
“진짜 대단하다. 실력이 있으니까 이렇게 빨리 뜨는구나.”
“동네 작은 스튜디오에서 시작했대.”
“이때는 노래도 그냥 그랬네.”
“그래도 기타는 잘 쳤다.”
“이 시절부터는 실력이 그냥 로켓처럼 쭈욱 수직 상승하더라.”
동네 스튜디오에서 갓 방송을 시작했던 시절.
“모노 방송 때부터 포텐 터지기 시작했다니까.”
“김한영은 모노한테 차라도 한 대 사 줘야 되는 거 아니야?”
“오히려 모노가 김한영한테 고마워해야지.”
“그때 방송이 레전드라고 조회 수 달달하게 빨았잖아.”
“하긴.”
여기에 우가수를 위시해서 본격적으로 명성을 떨치기 시작한 시기까지.
“별명이 기만영이더라. 맨날 기만한다고.”
“컨셉 진짜 이상하게 잡았네.”
“그런데 또 듣다 보면 노래가 좋아서.”
“조연들이랑 케미도 좋음.”
그렇게 반년이라는 짧은 시간에 쌓은 것이라고는 믿기 어려울 정도로 정력적인 활동의 결과.
김한영의 현재 포지션은 이러했다.
[구독자 17만] [초신성] [가장 핫한 신인 미튜버] [천재]어느새 하꼬를 넘어, 중견에 접어든 그 이름.
다른 의미에서 김한영의 존재를 인식한 사람들 또한 존재했다.
“오, 이런 사람이 있네.”
“우리 회사 소속이라던데?”
“진짜? 대박이네.”
“테슬라가 영업 하나는 작살 나.”
100만 미튜버.
“나도 옛날에 저런 시절이 있었는데.”
“웃겨, 지금은 안 그런가.”
200만 미튜버.
그리고 그 이상.
실질적으로 한국 미튜버 업계를 선도한다고 봐도 될 거물들이, 김한영을 본격적으로 주목하기 시작했다.
* * *
개강을 불과 이틀 앞둔 날.
그리고 음원 발표를 불과 하루 앞둔 날.
“자! 위하여!”
“위는 조금 그러니까 촉하여!”
“에라이, 내가 지금까지 촉빠랑 겸상을 했다고?”
우리 팅 식구들은 작업실에 다 같이 모여 축배를 들었다.
작업실에 콕 박혀서 안 나오는 디마를 제외하고는 주요 멤버가 전부 한 자리에 뭉쳤다.
“크흐으, 여름 방학 내내 쉬지도 못하고 죽는 줄 알았다.”
어느새 맥주 한 잔을 다 비운 홍윤서가 바닥을 손바닥으로 탁탁 치며 말했다.
“뭐야, 한영이는 술 안 마시는 거 아니었어? 요고요고, 평소에 그렇게 자기관리 잘하는 척하더니.”
“형, 저거 논알콜이에요.”
“……이야, 독하다 독해. 그래, 언제까지 참을 수 있나 보자.”
적당히 고기를 굽고 치킨을 뜯고 벌컥벌컥 마시기를 반복한다.
모처럼 생산성이라고는 한 톨도 없이 느긋하게 보내는 시간.
“예담이 누나, 그 악기 누가 만든 거예요?”
“내가 희범이한테 말한 적 없나? 우리 아빠가 이쪽으로 유명한 장인이신데. 가문 대대로 조선 시대 때부터 조정에 진상하셨대.”
“우와, 역사가 장난 아니네요.”
“사실, 거짓말이야.”
“엑.”
왁자지껄 잡담을 나누고 있는 이들을 보고 있으려니 이런 생각이 들었다.
‘이것도 나쁘지는 않은 것 같아.’
내 인생이 올바른 방향으로 나아가고 있다는 감각.
더없이 충만한 충실감.
그 모든 게 주위에서 느껴졌다.
방송은 우가수 3편을 계기로 확실하게 궤도에 올랐다.
가수로서도 마찬가지.
어찌 되었든 이번에 음원을 세 개나 만들었지.
나는 비로소 세 곡의 저작권자가 되는 셈.
하지만 가진 팬층은 시작부터 그 이상이 되었다.
“이야, 희범아, 어떻게 구독자 20만도 안 되는 게 동영상은 200만을 넘기냐. 비슷한 거 찾아보기도 어렵더라. 저거 웹소설 캐릭터 아니냐?”
“본 사람이 보고 또 보고 계속 본다잖아요. 집밥 찾듯.”
“강물을 거슬러 오른 힘찬 연어들처럼?”
“갑자기 연어 땡기네요.”
“시킬까?”
저 말이 옳다.
내 방송은 충성 구독자가 유독 단단하다지.
이렇게 방송과 음악 활동을 엮는다는 게 올바른 방향일까.
방송으로 인지도를 올려 내 음악을 들려 준다는 게 말이 되는 걸까.
그 결과 또한 내일이면 나오리라.
‘방향이라.’
문득 그런 생각이 들었다.
나라는 사람이 딱히 삶의 목적지를 생각하고 살아간 적은 없었다.
좋은 하루하루를 쌓아서 좋은 삶을 만들 수 있으면 그걸로 충분하다.
최선을 다한 삶이면 된다.
그런 마음가짐으로 살아왔을 뿐.
‘지금의 내가 할 수 있는 최선이란 뭘까.’
생각이 거듭 깊어졌다.
늘 최선을 생각하면서 살아왔는데, 지금 또한 새로운 최선을 선택하기가 쉽지가 않았다.
“김한영! 기만 멈춰! 야메로오오오오! 야메로오오오오오오오!”
“푸흐흐흐흡.”
“야, 야, 윤서야, 한영이 정색한다.”
“쟤는 디폴트가 저 표정이야.”
그렇게 식구들이 떠드는 모습을 바라보기를 한참.
어느 순간.
딸그락.
때가 무르익었다는 생각에 젓가락을 내려놓은 순간이었다.
“야, 야! 한영이 화낸다니까! 그러게 그만 놀리라니까!”
“야, 내가 미안하다. 한영아, 다시는 그러지 않을 게 용서해 줘라.”
“…….”
이 양반들 뭐지.
사람이 생각 좀 하는 사이에 대체 무슨 말을 하고 있었던 건가.
됐다.
나는 한숨을 내쉬고는 말했다.
“지금, 우리 방송, 어떻게 생각해요?”
* * *
“…….”
“…….”
갑작스러운 정적이 찾아왔다.
“어떻게 생각하냐니. 뭐가.”
가장 먼저 입을 연 건 홍윤서였다.
“잘나가고 있지 않나?”
“그렇죠?”
“누가 그걸 부인하겠냐.”
그가 고개를 끄덕이더니 말했다.
“벌써 17만이야. 이제는 학교 친구들도 다 우리 알더라. 인터넷 커뮤니티 눈팅하다 보면 우리 방송 이야기하는 것도 종종 보여.”
“많이 떴네요.”
“앞으로 더 뜨겠지.”
“흠, 그럼 은솔이 누나가 보기에는 어때요?”
이번에는 조은솔에게 과녁을 돌려 보았다.
그녀는 눈을 몇 차례 깜빡이더니 말했다.
“솔직히 말하자면 나는 꿈을 꾸는 것 같아.”
“꿈이요?”
“응, 나는 지금까지 살아온 와중에 요즘이 제일 즐겁거든.”
그렇게까지 즐거운가.
조은솔 특유의 배려인가 싶은데, 그녀가 흐뭇한 표정으로 작업실을 둘러보며 말했다.
“다 같이 매일 만나서 음악 연습하고. 용돈도 벌고. 회식도 하고. 또 그러다가 같이 밤샘도 하고.”
숨길 것 없는 애정이 돋보이는 말이었다.
“학교 들어와서 동아리 하나만 보고 지냈는데, 이제야 좀 내가 생각했던 그런 동아리 활동이 되고 있잖아. 누가 또 이런 경험을 해 보겠어? 남들은 꿈도 못 꿀걸.”
“저도요.”
“저도.”
정의선과 고희범이 그녀의 의견에 동의하듯 고개를 끄덕였다.
“그럼 나도.”
김예담도 겸사겸사 끼어들었다.
“나도.”
선우야, 너는 왜 그러니.
너네 학교에도 기타 동아리 있잖아.
하기야, 생각해 보면 우리 동아리와 비슷한 게 존재한다고는 듣도 보도 못했다.
이런 하루하루가 누군가에게는 특별한 경험이겠지.
물론, 나 자신에게 있어서도 그러했다.
‘앞으로도 이 방향으로 나아가도 될까.’
살면서 한 번쯤은 결정을 내려야 할 순간이 온다.
나는 지금을 그 계기로 삼을 생각이었다.
“한영이가 처음에 방송하자기에 놀랐었는데. 잠깐 하다가 말 줄 알았어.”
“잠시만요. 누나, 제가 먼저 하자고 했어요.”
“그랬나?”
“당연하죠!”
어느새 식구들은 옛날이야기에 푹 빠져 있었다.
식구들의 의견을 확인하기를 한참.
“저는요.”
나는 비로소 입을 열었다.
“앞으로도 지금 식구들이랑 계속해 보고 싶어요.”
그 순간이었다.
“뭘?”
홍윤서가 그답지 않게 진지한 목소리로 물었다.
나는 한숨을 내쉬고는 말했다.
“방송이요.”
“하고 있잖아.”
“지금은 다들 동아리 활동의 연장선 차원에서 접근하고 있잖아요. 완전히 이쪽에 투자하기보다는.”
“음, 그건 아무래도 그렇지.”
“앞으로는 조금 더 충실하게 해 보고 싶어요. 조만간 은솔이 누나는 학부 졸업하면 바빠지실 것 같기도 하고.”
“아.”
조은솔이 뭔가 깨달은 듯 입을 연 사이 나는 말을 이었다.
“그 막, 외국에 보면 학교 동아리가 회사로 발전하고 그러는 경우 있다잖아요. 실리콘 밸리에도 그렇고. 대만에 그 회사 이름 뭐지? 희범이가 붙잡고 사는 모바일 게임 만든 회사도 그렇고.”
동아리라는 틀을 넘어서 더 큰 목적을 바라본다.
내가 장기적으로 하고 싶은 일이기도 했다.
“그냥 지금처럼 겸사겸사하면 안 되나?”
홍윤서의 말에 나는 고개를 젓고는 말했다.
“팅 선배님들 보면 다 동아리 좋아하면서도 막상 졸업하면 회사가 바쁘다고 한 발 멀어지고 그러셨잖아요.”
“음, 그건 그렇지. 아무래도 사회인이 되면 바쁘니까.”
“사실은요.”
나는 마음을 굳히고는 입을 열었다.
“조만간 개인 사업자를 낼 생각이에요.”
“……!”
몇몇 식구들이 놀란 듯 움찔했다.
오직 고희범만이 앞서 상의했기 때문에 별 반응이 없었다.
“벌써 사업자를 내게?”
“테슬라랑 상의해 봤는데, 연간 수입 7천을 넘길 무렵이 되면 사업자를 내는 게 무난하다더라고요.”
수입이 근래 갑작스럽게 뛰었다.
보통 10만 미튜버가 왕성하게 활동할 경우 월수입이 300에서 500 정도 나온다는데, 우리는 이게 또 예외였다.
후원금이 많고 워낙 활동이 활발하다.
또 근래 조회 수가 잘 나온 것도 있어서 벌써 월 천을 바라볼 지경.
성장세가 너무 가파른 탓에 평균치를 잡기도 힘들었다.
“요즘은 또 미튜버들이 이런 문제에서 깐깐해서 일찍 대비하는 게 맞는다고도 하고.”
“음, 그래서?”
“앞으로는 본격적으로 방송을 시작하고, 팅 회원분들도 정식으로 계약을 맺고 진행하는 게 어떨까 싶어요.”
그동안은 얼버무리듯 진행된 부분이 있었다. 말 그대로 동아리 차원에서의 협조였기 때문.
하지만 이제 다음 단계로 나아가 볼 생각이었다.
“그만큼 저희 방송에도 진지하게 임해 주시면 해요. 아니, 임해 주셨으면 좋겠어요.”
사실, 조금 무례한 말일 수도 있었다.
취미 차원에서 가볍게 접근했던 사람들에게 계약서를 들이민 셈이니.
하지만 언젠가는 해야 할 일이기도 했다.
‘할 일이라면 미리 하는 게 맞다.’
설득에 실패하면 잠깐은 서먹해지겠지.
그럼, 나는 꽤 속이 쓰릴 거다.
그런 생각을 머릿속으로 한참이나 하는 와중이었다.
놀랍게도.
“나쁠 거 없지 않나?”
가장 먼저 입을 연 건 조은솔이었다.
“누나?”
“나도 졸업하고 나면 동아리가 서먹해질까 봐 조금 걱정이었거든. 이렇게라도 연결고리가 생기면 나는 좋지.”
그녀가 싱글벙글 웃더니 말했다.
“나는 지금 생활이 너무 재밌는데, 나중에 너희들이랑 멀어지면 이걸 버려야 하잖아.”
재미가 그 이유라니.
하지만 동아리를 그 누구보다도 아끼는 그녀다운 모습이기도 했다.
한편, 그녀에 이어서 홍윤서도 눈치를 슬쩍 보더니 헛기침을 뱉었다.
“크흠, 열심히 하고 나중에 취업할 때 이력서에 한 줄 적을 수 있겠지?”
“영업 팀장으로 임하겠습니다.”
“콜.”
이어서 근래 업무에 대만족 상태였던 정의선도.
“사장님, 시급 올려 주십시오.”
“인센티브를 주도록 하지.”
“인센티브 말고 시급을 올려 달라니까요.”
“좋아, 앞으로는 식대도 줄게.”
“아니, 시급 달라고.”
고희범은 그냥 고개만 살짝 흔들었다.
마지막으로.
“나도 계약서 쓸래.”
“…….”
임선우마저 동참했다.
여보쇼.
‘임대경 아들내미랑 계약서를 쓰는 건 조금 그런데.’
조금이라도 트러블 생기면 그쪽 법무팀이랑 싸우게 될 것 같은데.
나는 불길한 미래를 떠올리며 말했다.
“친구 사이에 계약서는 필요 없어.”
“친구…….”
뭔가 말이 나오려는 찰나 김예담도 동의하듯 말했다.
“난 어차피 학교 졸업하면 백수 신세인데, 뭐라도 하면 좋지.”
근래 전자 국악을 전도할 기회가 늘었다며 얼굴에 웃음을 달고 사는 그녀다운 모습.
결과적으로 말해서.
만장일치라고 봐도 무방한 상태였다.
이 사실을 확인하고 나자, 나도 모르게 입에서 한숨이 나왔다.
‘다행이다.’
혹여 이들을 상업적으로 이용하는 것처럼 보일까 걱정했다.
어쩌면 그렇게 받아들이면서도, 나를 배려해서 좋게 넘어가 준 걸지도 모르고.
‘긴장하고 있었나 보네.’
나도 모르는 사이에 긴장이 컸나 보다.
어느새 식구들에게 정이 붙어서 긴장했던 거겠지.
내가 어쩌다가 이렇게까지 됐나.
모르겠다.
하지만 이 감정이라는 게 꼭 싫지만은 않았다.
이유 모를 기분에 사로잡혀 식구들을 둘러 보는 와중이었다.
“아, 그럼 오늘 건배 축사는 이걸로 해야겠다.”
홍윤서가 맥주캔을 따더니 말했다.
“한영이의 창업 건영? 번영이 잘 되길 바라며, 위하여!”
“위하여!”
그냥 그런 분위기였다.
어쩔 수 없지.
나도 이번에는 맥이 풀려서 건배하고는 입에 댄 순간이었다.
“이야.”
홍윤서가 큭큭 웃더니 말했다.
“한영이가 술 입에 대는 거 처음 봤다.”
* * *
그렇게 다음 날.
[싱어송라이터 김한영]이 아닌, [김한영]의 음원이 발매되었다.– 다음 화에 계속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