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 Musical Genius Who Lives Twice RAW novel - Chapter 83
83화
메가 무비.
초 단편 영상을 만들어서 인터넷에 올리는 미튜버 팀.
그런데 내가 직접 본 이들의 작업물은, 내 상상을 한참 뛰어넘는 것이었다.
‘때깔이 장난 아니네.’
B급은 표방한다는 게 그저 겸손으로 보일 따름이다.
10분.
10분이라는 제한 시간 안에서라면 당장 극장에 걸어 놔도 크게 손색이 없을 것 같은 작업물이 가득했다.
영상의 색감.
카메라의 구도.
음향부터 소품까지.
무엇 하나 아마추어의 퀄리티라고는 도저히 믿을 수가 없는 수준.
‘SNL이 목표라고 했었지. 이런 사람들이 우리에게 콜라보를 제안했다라.’
좋다.
거절할 이유가 없지.
하지만 한쪽이 일방적으로 퍼 주는 콜라보라는 건 존재하지 않는 법.
우리 방송의 특기인 [음악]에 뭔가 기대하는 게 있지 않을까.
꽤 번거로운 요구가 될 것도 같았다.
하지만 괜찮다.
기왕 하는 일이니까 싹싹 긁어모아서 과제로 제출해 주지.
제목은 이 정도가 어떨까.
[쓸고퀄) 대학교 조별과제 레전드]좋다.
어디 한번 조회 수 낭낭하게 빨아 보자.
그런 생각을 하고 있을 무렵 고희범이 입을 열었다.
“역시 몸값이 뛰니까 같이 일하는 사람들의 레벨도 확 올라가네.”
한껏 들뜬 목소리였다.
100만 미튜버와 작업한다는 게 마치 꿈속을 걷는 것만 같다는 눈치.
[메가 무비] [장르: 영상 편집] [구독자 수: 109만]100만이라.
우리도 언젠가는 저 대열에 끼고, 그 이상으로 더 올라가야겠지.
“그러고 보니까 우리 아직 테슬라 소속인 거 발표 안 했잖아.”
“그랬지.”
“이번 프로젝트 발표할 때쯤 밝히면 되지 않을까?”
그것도 나쁘지 않을 것 같다.
타이밍을 재 보니 거리낄 게 하나도 없다고나 할까.
‘강도수 사장님한테 슬슬 이야기나 꺼내 봐야겠네.’
그런 생각을 하는 사이 어느새 건물에 도착했다.
작은 건물 2층을 통째로 쓰는 스튜디오.
메가 무비 스튜디오였다.
* * *
“지난번 우가수 프로젝트, 너무 재밌게 봤습니다!”
메가 무비의 얼굴, 준셰프가 한껏 들뜬 목소리로 외쳤다.
“청춘이 느껴지는 기획부터 연출까지. 그리고 매 편이 올라올 때마다 확확 오르는 퀄리티까지! 천재세요? 천재 맞죠?”
그들을 만난 첫인상은 이러했다.
살짝 부담스러울 정도의 호감이 느껴졌다.
“희범 편집자님 맞죠? 영상 편집 시작하신 지 얼마나 됐죠?”
“고등학생 때부터 짬짬이, 시간 날 때마다…….”
“우와, 엄청 빠르게 시작하셨구나. 그래서 그렇게 발전이 빠르셨나? 요령 피우는 연출보다는 깔끔하게 정공법으로 가는 모습이 너무 멋졌던 거 있죠?”
고희범의 눈이 핑핑 돌아갔다.
100만 미튜버라고 해서 내심 긴장을 많이 했을 텐데, 저쪽에서 오히려 이쪽 팬같이 다가오니 놀란 눈치.
‘재밌네.’
준셰프라는 이름의 어원은 이러하다.
원래 이 사람은 처음 방송을 시작했을 때만 해도 요리 방송을 지향했다고 했다.
하지만 원래 영상 편집에 정성을 기울이다 보니 요리 방송을 보면서도 영상미에 사람들이 관심을 많이 기울였지.
그러던 중 점차 중점이 바뀌더니, 어느 순간 영상 편집이 주업이 된 것.
오죽하면 방송 인트로가 이러했다.
[고란노 방구미와- 영상을 요리하는 요리사, 준솊이 제공합니다.]하기야, 오지도 음악 방송으로 하려다가 격투 게임 방송이 메인이 됐다고 했지.
이 바닥에 시작과 끝이 다른 방송이 한둘이 아니다.
“후, 아무튼, 이렇게 뵙게 되어서 너무 영광입니다.”
“아뇨, 저야말로.”
한참을 쏟아진 수다는 그렇게 끝났다.
“저, 그래서 이번에 말씀드린 작품이 어떤 거냐면요.”
준셰프가 노트북을 꺼내더니 말했다.
“이게 저희가 처음에 만들었던 건데요. 한번 봐 주시겠어요?”
곧 노트북 화면으로 영상 하나가 돌아갔다.
그런데 그 내용이.
‘뭐지?’
썩 독특하기 짝이 없었다.
[우리 학교에서의 인권은 음악 실력으로 정해진다.] [실력으로 말해.] [승부다!] [이 연주는! 기원후 6세기 신라 화랑의 별동대장 김철진이 즐겨 불렀다는 찬기파랑가!]메가 무비가 늘 그러했듯 B급 코드를 한껏 살린 초 단편 영화.
음악 실력이 곧 계급이 되는 학교.
무림고등학교.
그곳으로 온 전학생이 음악으로 승부를 겨룬다는 내용이 담겨 있었다.
[40비피엠! 80비피엠! 120비피엠! 200비피엠! 300비피엠! 큭! 더 이상 따라잡을 수가 없어!] [네 음악에는 마음이 없어.] [스스로를 울리지 못하는 음악이 남을 울릴 수 있으리라고 판단한 건가? 어리석군. 지금의 너로서는 나를 쓰러뜨릴 수 없다.] [전학생, 네 실력이 상당하다고 들었다.]흡사 학교 폭력물을 연상시키는 플롯.
여기에 일본의 모 카드 게임을 닮은 과장된 연기.
[한계를 뛰어넘어 나를 쓰러뜨려 보아라!]불이 튀고 번개가 피어오르는 B급 연출이지만 또 CG만 보면 썩 그럴듯하다.
이 모든 게 악기 연주 이야기라는 게 놀라울 뿐.
‘이게 왜 재밌지?’
어쨌든 재미가 있다는 게 핵심이었다.
10분이 2분으로 느껴질 만큼 시간이 빠르게 흘렀을 무렵.
정셰프는 부끄러운 눈치로 물었다.
“어때요?”
“엄청 재밌는데요?”
고희범이 화들짝 놀란 표정으로 외쳤다.
“와, 와, 이런 것도 만들었어요? 저 메가 무비 영상은 다 봤는데, 목록에서 본 기억이 없는데요. 우와.”
“프로토타입으로 만들기만 하고 업로드는 안 했거든요.”
“안 했다고요? 왜요? 이렇게나 재밌는데.”
“후후, 말씀은 고맙네요. 하지만 중간에 사정이 있었어요.”
정셰프는 쓰게 웃더니, 이내 작은 아쉬움이 남은 목소리로 말했다.
“만들다가 느낀 건데, 작곡에서 도저히 퀄리티를 못 맞추겠더라고요.”
“퀄리티요?”
“아이디어가 마음에 드니까 진짜 끝내주는 결과물로 만들고 싶었어요. 그런데 작곡이 쉽지가 않더라고요. 그냥 곡을 연주하는 것 자체는 어떻게 해결한다 쳐도, 좋은 멜로디를 만드는 게 어려웠죠.”
작곡에서 난항을 겪었다는 말이었다.
그러고 보면 영상 속에서 연주는 기억이 나도, 멜로디만큼은 전혀 기억이 안 났던 것 같기도 하고.
나는 좀처럼 떠오르지 않는 멜로디를 몇 번 되새겨 보다가, 그냥 포기하고는 말했다.
“다른 프로분한테는 연락 안 해 보셨나요? 이런 거 도와달라고 외주 맡기면 하려는 사람이 엄청 많을 것 같은데.”
“시도해 봤어요.”
정셰프는 짧게 한숨을 내쉬더니 말했다.
“그런데 이것도 커뮤니케이션 문제로 깨졌죠.”
“커뮤니케이션이요?”
“구체적인 사정은 말씀드리기 어렵지만, 저희 방송은 겉보기와는 달리 상당히 고퀄리티를 지향하고 있거든요.”
“흠.”
“아무리 들어 봐도 조금 아닌 것 같아서 수정을 요청했는데, 저쪽에서는 그게 받아들이기 어려웠나 봐요.”
흔하디흔한 일이었다.
외주를 맡겨서 결과물까지 만들고 봤더니 서로 의견 차이로 깨지는 일.
그런데 한참이나 말을 늘어놓던 정셰프가 화들짝 놀라더니 말했다.
“아, 그렇다고 딱히 그쪽을 탓하려는 건 아니에요. 오해하지 마세요. 그냥 비즈니스 관계잖아요. 일하다 보면 의견이 서로 안 맞을 수도 있는 거죠.”
“이해해요.”
“그쪽 분 실력은 훌륭했어요. 다만, 저희랑 방향성의 차이가 있었다는 것 정도였죠.”
대처가 괜찮다.
뒷담으로 흘러가기 쉬웠을 대화를 중간에 끊어 버린 것.
‘하긴, 인간관계로 먹고사는 사람일수록 말 한마디 한마디를 조심해야 하지.’
작은 말이 와전돼서 사람 하나 죽일 놈 만들기가 쉽기 때문.
더욱이 그렇게 던져두었던 말 하나가 몇 년 뒤에 되돌아와서는 자기 목젖을 찌르는 비수가 될 때가 또 얼마나 많았던가.
‘재원이가 남 평가할 때 말을 좀 직설적으로 해서 적이 많았지.’
자칭 천재 기타리스트라는 설정에 걸맞은 실력을 자랑했으니 망정이었다.
또 거친 이미지와는 달리 평소 생활 자체는 모범적이었고.
조금이라도 흠집이 있었다면 적이 득달같이 달려들었을 것이다.
“아무튼, 그때 일이 깨졌던 탓에 스트레스를 받아서 하드 한구석에 묵혀 놨었죠. 하지만 포맷 자체는 지금 봐도 괜찮은 것 같아서요,”
“제가 봐도 그래요.”
“그렇죠? 그런데도 엄두가 안 나서 아쉬워하던 참에 한영 님 영상을 딱 봐 버린 거죠!”
정셰프는 주먹을 불끈 쥐더니 말했다.
“감이 온 거예요. 아! 이 사람이라면 한 번 맡겨 봐도 되겠다. 해 보고 싶다. 할 수 있겠다!”
그렇게까지?
열정으로 타오르다 못해 불살라 버릴 것 같은데, 그는 아예 자리에서 일어나 말했다.
“마음만 같아서는 이번 하나로 끝내는 게 아니라, 시청자 반응 보고 시즌제로 연작도 만들어 보고 싶어요. 어때요. 저희랑 같이 한번 작업해 주실래요?”
전적으로 인상이 그러했다.
100만 미튜버라는 명함에 걸맞지 않게 상당히 예의가 바른 사람.
작업물만 봐서는 썩 재밌어 보이기도 하였다.
‘음악을 학교 폭력물에 섞는다니. 자극적이지만 또 재밌는 소재야. 왜 이 사람들이 인기 있는지 알겠네.’
요즘 느끼는 게 있다.
미튜버도 다 실력빨이라는 것이었다.
운으로 뜬 미튜버가 없지는 않지. 하지만 그렇게 만든 명성을 유지하는 건 실력이 맞았다.
이들에게서도 배울 수 있는 게 있으리라.
“제가 직접 등장해서 연기하는 건가요?”
“그래도 좋고요. 힘드시다면 대역을 써도 괜찮아요. 하지만 연기에 자신이 없으시더라도 해 보시길 추천할게요. 이런 작품은 아무리 연기를 못 해도 연주만 잘하면 커버가 되는 부분이 있거든요.”
좋다.
인지도도 확실히 띄울 수 있겠다.
초면이라서 확신하기는 이르지만, 사람 성격도 크게 모나지는 않은 것 같고.
‘해 볼 만하다.’
나는 그런 생각으로 고희범을 바라보며 물었다.
“나는 하고 싶은데, 어때?”
“당연히 해야지!”
이쪽도 승낙했다.
그럼 더 거리낄 게 없었다.
“잘 부탁드릴게요.”
“아, 덕분에 살았네요. 감사합니다!”
그런데 나는 여기에 한 마디를 덧붙였다.
“저희 음향은 전담해 주시는 분이 따로 있거든요. 그분이랑 협업을 진행할 수 있으면 좋겠어요. 가능할까요?”
“그 정도야 얼마든지 가능하죠!”
정셰프가 잔뜩 반기는 목소리로 외쳤다.
“그럼 대본은 새로 다듬어서 내일까지 보낼게요!”
첫날 미팅은 이렇게 끝났다.
지나치게 긍정적인 태도가 살짝 걸리기는 하지만, 서로 기분 좋게.
* * *
다행히도 2학기 수업 중 특별히 어렵다고 할 만한 건 없었다.
1학기보다 만만한 것 같기도 하고.
더욱이 방송이 예전보다 많이 안정화가 된 덕일까.
우리는 바로 방송 콘텐츠 준비에 집중할 수 있었다.
향후 활동 회의차 모인 플러그인.
그곳에서 한윤태가 놀란 목소리로 말했다.
“뭐야, 이제 제대로 활동한다고?”
“네.”
나는 고개를 끄덕이고는 답했다.
“그렇다고 예전이랑 뭐가 크게 달라질 것 같지는 않은데, 자세의 차이 정도가 생겼다고나 할까요.”
“그래도 진지하게 하는 거랑 친목으로 하는 건 차이가 크지. 음악도. 그런데 그래서 앞으로 뭘 하려고?”
“그게 저희가 생각해 본 게 있는데요.”
나는 영상 하나를 꺼내며 말했다.
“메가 무비라는 업체예요. 여기랑 같이 협력해서 영상 하나 만들기로 했어요.”
“메가 무비?”
“네, 꽤 괜찮은 건수예요. 수익 배분 문제도 없고, 잘하면 이번에 인지도를 확 끌어올릴 수 있을 것 같아요.”
그렇게 말한 찰나였다.
한윤태는 뭔가 놀란 목소리로 말했다.
“얘네들, 좀 일 처리 이상하게 하는 애들 아니야?”
“네, 이상하…….”
잠깐.
지금 뭐라고 했지.
“이상하게 한다고요?”
– 다음 화에 계속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