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 new career singer who can read the future RAW novel - Chapter (104)
미래를 읽는 경력직 신인가수-104화(104/225)
드디어 서울 콘 첫날이 됐다.
전날까지 리허설을 몇 번이고 반복했던 도현.
전국 투어의 대장정을 여는 날인 만큼 긴장이 됐다.
체조경기장에서 공연했을 때와는 다른 느낌이었다.
공연 전.
도현은 타로로 이번 전국 투어의 흥패를 점쳤다.
‘어디 보자…… 어떤 카드를 고를까.’
그때 그의 시선을 사로잡은 카드 하나.
그는 신중히 뒤집었다.
[The Devil]‘오…… 뭔가 관객들에게 굉장한 에너지, 강렬한 에너지를 선보일 수 있는 무대를 완성할 것 같은데?’
카드를 보곤 느낌이 왔다.
이번 세트 리스트에서도 많은 준비를 했다.
지난 콘서트가 팬들과의 첫 번째 추억을 쌓는 데에 목표를 뒀다면 이번 공연은 자신이 가진 매력을 샅샅이 보여 줄 계획이었다.
“뭘 웃고 있냐.”
강호가 카드를 보며 웃는 도현을 향해 물었다.
“감이 좋아서요.”
“아, 그러고 보니 말이다, 도현아. 나 여자 친구랑 헤어질 것 같은데, 혹시 타로로 봐 줄 수 있냐?”
강호가 요 며칠 시무룩해 있더니, 꽤 오래 만났다는 여자 친구와 헤어지기 전인 듯 보였다.
“네, 봐 드릴게요.”
도현은 카드를 섞은 후 신중하게 카드를 뽑았다.
그리고 나온 카드는…….
[Six of Swords]한 여자가 배를 타고 다른 방향으로 나아가고 있는 그림이 그려진 카드다.
미련 없이 다른 곳을 향해 가는 것을 보아하니…… 강호가 이별을 앞둔 듯했다.
도현이 차마 말을 꺼내지 못하고 있자, 강호가 먼저 말했다.
“이거 딱 봐도 헤어지는 카드 같은데. 맞지?”
“……음. 그렇다고 볼 수 있어요. 딱 한 장만 더 뽑아 볼게요.”
[The Death]완벽한 이별 수였다. 모든 것이 끝맺음을 내고 새로 시작한다는 의미의 죽음 카드.
어떤 관계가 끝이 난다는 걸 첫 번째로 내포하고 있다.
“……야, 이건 안 봐도 알겠다. 죽음이라고 대놓고 적혀 있네.”
“……형. 드릴 말씀이 없네요. 힘내세요. 좋은 사람 만날 수 있겠죠. 서로 앞날에 대해 입장이 차이가 나는 걸 어떻게 하겠어요.”
“어? 너 어떻게 알았냐? 이야기 안 했는데? 결혼에 대해서 입장 차가 생겨서 대판 싸웠거든.”
“아, 카드가 말하는 대로 이야기했거든요. 어찌 되었든…… 형님. 인연은 찾아올 거예요. 힘내세요.”
“쩝…… 고맙다, 도현아. 좀 쉬다가 무대 올라가자.”
강호는 시무룩한 표정으로 담배나 피워야겠다며 밖으로 나갔다.
다른 스태프들도 도현이 정확하게 타로로 상황을 맞힌 걸 보자 신기한 모양이었다.
“도현 오빠, 저도 나중에 봐 주면 안 돼요?”
막내 스타일리스트가 부탁했다.
도현은 나중에 봐 주겠다고 했다.
어차피 지금 볼 수도 없었다. 이미 세 장의 카드를 봐 버렸기에.
“나중에 꼭 봐 주시는 거 알죠? 알았죠? 맨날 강호 오빠만 봐 주고 말이야!”
“미안. 너도 꼭 봐 줄게. 내가 봐 준다면서 자꾸 깜박하게 되네.”
“아니에요, 오빠. 그럴 수도 있죠. 그러고 보니 공연까지 이제 한 시간 남았네요.”
도현은 시계를 봤다.
공연까지 남은 시간은 한 시간.
잠깐 쉬어야 할 시간이었다.
“나 눈 좀 붙일게. 20분만 있다가 깨워 줘. 목은 그 전에 풀어야 하니까.”
* * *
예정된 공연 시작 시간이 되고.
VCR이 재생됐다.
팬들의 함성이 들렸다. 기대에 찬 목소리를 들을 때마다 도현은 가슴이 벅차올랐다.
본 무대에서 등장한 도현은 시작부터 돌출 무대로 나갔다.
돌출 무대에를 누비기 시작했다.
오늘 콘셉트는 ‘자유로운 영혼’. 흡사 0번 타로 카드인 자유로운 ‘광대’의 모습을 떠올리게도 했다.
그러면서도 한편으로는 퇴폐적인 매력을 뽐내는 도현이었다.
자유롭고 퇴폐미가 섞인 도현의 모습에 팬들은 그의 이름을 연호했다.
나도현! 나도현! 나도현!
도현은 피가 뜨겁게 달아오르는 것을 느꼈다.
역시.
무대 위에서 느끼는 쾌감은 그 어떤 것보다도 짜릿했다.
[The Devil] 카드가 나오더라니. 이 정도 에너지를 쏟아부을 줄 알고 나온 것인가?하여간 신기한 타로 카드다.
“여러분, 이 노래 다 아시죠? 다 같이 따라 불러요!”
‘원 앤 온리’가 나오자 팬들은 플래시로 무대를 비추며 다 같이 불렀다.
작은 공연장에서 촘촘하고 빼곡하게 선 팬들을 바라보자 도현은 뭉클한 마음이 올라오기도 했다.
지난 미주 투어 때 마음고생을 한 게 쑥 내려가는 기분이 들기도 했다.
타로로 공연장을 점치며 팬들이 떠나가지 않길, 기다리고 있던 팬들에게 선물이 될 수 있길 얼마나 바랐던가?
비록 다른 공연장에서 하지만 서울 6회라는 것만으로도 도현은 꽤 감격에 찬 상태였다.
그걸 전회 매진시킨 게 자신이라는 것도 한몫했다.
한 곡, 두 곡…… 무대가 흐르고.
어느덧 엔딩에 가까워져 올 때였다.
도현은 무대 아래서 옷을 갈아입고 재등장했다.
최근 앨범 수록곡 ‘종이비행기’를 부르기 시작한 도현.
그 순간…….
무대 위로 종이비행기가 날아들기 시작했다!
도현은 노래를 부르다가 살짝 당황했다.
하나가 아니었다.
수십 개, 수백 개, 수천 개의 종이비행기가 도현의 무대를 향해 날아왔다.
오다가 떨어진 것은 다른 팬들이 주워 다시 날려 보냈다.
도현은 노래를 부르다 말고 종이비행기를 하나 펼쳐 보았다.
그 안에는 도현을 향한 사랑한다는 메시지가 적혀 있었다.
[도현아, 언제나 사랑하는 거 알지? 너의 인생을 응원해. 내 가수, 사랑한다.]왈칵, 하고 감정이 차올랐다.
공연 전 팬들이 준비한 이벤트를 일부러 찾아보지 않았다.
이번 공연은 스포일러 없이 즐기고 싶었다.
스포일러를 안 본 데다가, 다른 내한한 가수들이 받아봤을 법한 종이비행기 이벤트가 ‘종이비행기’라는 곡에 맞춰 날아들자 감동이 배가됐다.
“여러분, 나 오늘 첫날인데. 울리려고 그런 거죠?”
어느새 물기에 젖은 목소리로 도현이 말했다.
도현의 말에 객석에서는 울지 말란 소리가 들렸다.
“저 진짜…… 오늘은 안 울려고 했단 말이에요. 이상하게 여러분만 만나면 맨날 울 것 같아. 나 우는 거 좋아서 그러죠? 그렇죠?”
도현의 말에 웃는 팬들과 눈물을 글썽이는 팬들이 있었다.
“우리가 앞으로 만날 날에 비하면 오늘은 아무것도 아니지만…… 이런 이벤트로 나를 감동하게 해 줘서 정말 고마워요. 사랑해요, 허니들. 내 전부야.”
도현은 감동한 것을 증명이라도 하듯 예정돼 있던 앙코르 무대에서 추가로 두 곡을 더 불렀다.
밴드 세션은 준비도 하지 않았는데 도현의 목소리가 이어져서 당황하며 연주를 이어갔다는 후문.
그렇게 도현은 팬들이 모두 나가는 공연장을 뒤에서 바라봤다.
팬들이 모두 나가고 난 텅 빈 공연장에서도 돌출 무대에 나가 종이비행기를 하나하나 꺼내 들고 펼쳐 보며 챙겼다.
스태프들에게는 부탁해서 종이비행기를 최대한 모아 달라고 했다.
팬들의 마음이 담겨 있는데 쓰레기로 처리되게 할 순 없었다.
* * *
“……저 여자분이 여기 왜 계신 거죠?”
첫날 공연을 무사히 마친 도현.
대기실로 찾아오자마자 눈살을 찌푸렸다.
지난 ‘옥녀’의 기억이 선명하게 떠올랐다.
도현이 정색을 하며 한 여자를 가리켰다.
자신의 콘셉트 포토 촬영장에 찾아왔던, 한성그룹 손녀였다.
도현의 표정은 굳어 있었다.
분명히 대표에게 자신의 의사를 밝힌 것으로 기억하는데.
그 여자가 떡하니 대기실에서 자신을 기다리고 있으니 할 말을 잃었다.
강호는 어쩔 줄 몰라 하며 말했다.
“저…… 대표님이 초대하신 모양이야.”
때마침 대표가 팔을 넓게 펼치며 등장했다.
“이야, 이게 누구야! 오늘의 감동적인 무대를 완성한 나도현 씨 아닌가!”
“……대표님.”
“이 좋은 날 왜 이렇게 표정이 굳어 있어? 아, 여기 내가 초대하신 귀빈도 오셨어. 지난번에 얼굴 한번 본 적 있지? 서수진 씨야.”
“예. 그렇군요.”
도현의 냉담한 반응에 대표는 살짝 당황한 듯 보였다.
그렇지만 도현은 그러거나 말거나 땀을 닦고, 대기실로 안내받아서 들어온 부모님과 이야기를 나누려고 했다.
하지만.
“저 혹시 사진 찍어 주면 안 돼요?”
여자는 타인의 시선을 의식이라도 하듯 존대로 도현에게 말을 걸어왔다.
“죄송합니다. 무대 아래 땀에 젖은 모습을 사진으로 남기고 싶진 않아서요.”
도현은 냉정하게 거절했다.
이를 보고 있던 대표는 당장 나섰다.
“이야기 좀 하자, 도현 씨.”
도현은 기다렸다는 듯 답했다.
“네, 그러시죠.”
대표의 말에 도현은 따라 나갔다.
대표는 주변을 두리번거리더니 경호원을 제외하고는 사람이 없는 걸 확인하고 입을 열었다.
“아니, 도현 씨. 왜 이렇게 빡빡하게 굴어? 내가 스폰 받으란 것도 아니고…… VIP로 초대해서 왔는데 말이야. 그냥 편하게 인사 나누고 연락처도 얻고 사진도 같이 찍고 하면 오죽 좋아?”
설득과 협박, 둘 다 모두 담긴 말이었다.
“그게 과연 저를 위한 것일까요, 대표님? 저는 그게 의문이 드는데요. 저 여자분은 자기 부와 인맥을 과시하는 분이신 것 같고요. 저는 그런 것에 관심이 없다고 진작에 말씀드렸지 않습니까.”
대표가 허탈하다는 듯 허, 하고 탄식했다.
“그러니까 10년을 무명으로 굴렀지.”
도현은 속이 부글부글 끓었지만, 딱 한 번만 참기로 했다.
“대표님. 말씀이 과하십니다.”
“그러니까 VIP인 서수진 씨랑 사진도 찍어 주고 친하게 지내란 말이야. 혹시 알아? 서수진 씨가 그룹 힘으로 광고도 따내 주고 우리 휴엔터에 더 투자를…….”
“결국 그거셨군요?”
도현은 대표가 왜 그렇게 구는지를 알게 되었다.
투자.
바로 그것 때문이라는 것을.
“대표님. 지금 하신 말들 책임질 수 있으십니까? 전속 계약 해지로 가도 무방할 텐데요. 사측에서 말도 안 되는 걸 요구한다, 그것도 연예인의 이미지 훼손에 가까운 것을 말이죠.”
도현은 주머니 속에 든 휴대폰을 꺼냈다.
녹음 앱이 틀어진 상태였다.
그걸 본 대표의 표정은 사색이 됐다.
“설마 녹음했어?”
“불법은 아니죠, 대표님. 제가 이 대화에 참여하고 있으니까요. 그러니까 녹음해도 되는 것이고, 이것은 법정에서 명백한 증거로 쓰일 수 있습니다. 이게 증거로 퍼지게 된다면, 휴엔터가 업계에서 지닌 그 탄탄한 입지가 어떻게 될까요?”
도현의 물음에 휴엔터 대표는 아연실색하며 녹음을 중지하라고 말했다.
“당장 지워! 내가 평생을 일군 것을 망가뜨릴 참이야? 그깟 VIP 대접 하나 가지고?”
대표가 날이 선 목소리로 말을 했다.
하지만 도현은 눈 하나 꿈뻑하지 않았다.
귀찮은 건, 정말 딱 질색이다.
자신을 가리켜 꼰대라고 한다면 할 말은 없었다.
그렇지만 어찌 되었든, 아닌 건 아닌 것이다.
“대표님께는 VIP 대접이지만, 저에게는 가수 생활에 있어서 귀찮은 것이라서요. 어떻게 하실까요, 대표님. 이대로 소송까지 갈까요, 아니면 다신 저분을 제 앞에 나타나지 않게 하실래요?”
도현의 묵직한 한 방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