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 new career singer who can read the future RAW novel - Chapter (105)
미래를 읽는 경력직 신인가수-105화(105/225)
대표는 이 바닥에서 몇 년을 구른 사람이었다.
그런 만큼 머리가 빠르게 돌아갔다.
연예인에게 스폰서를 붙이는 건 어렵지 않은 일.
그러나 이렇게 완곡하게도 나온다면 어쩔 수 없었다.
그것도 한 번이 아니라 두 차례나 반발한다면 안 하는 게 맞았다.
자칫해서 소송까지 갈 경우 대외적인 휴엔터의 이미지가 나락으로 갈 수 있었기 때문.
도현이 자신보다 더 꼰대 같단 생각을 하며 대표는 한숨을 쉬었다.
“그래. 도현 씨. 내가 졌어. 도현 씨 원하는 대로 해 줄게. 대신 그 파일이 완전히 삭제되는 건 봐야겠어.”
“재벌가 손녀라는 분도 제 현장에 나타나지 않게 해 주세요. 얽히기 싫습니다. 옥녀 때와는 뭐가 다른지 전혀 모르겠습니다.”
“……그래. 그건 내가 노력해 볼게.”
“아뇨. 확답해 주셔야만 합니다.”
“하아…… 진짜 빡빡한 사람이구나, 도현 씨?”
조금 전까지 막말을 들었던 것을 생각하면 이쯤이야…… 하는 생각이 들었지만, 도현은 묵묵히 있었다.
“그래. 그분께 잘 말해 볼게. 그러니까 그건 지워 줘. 우리 회사 이미지상으로도 안 좋으니까. 혹여라도 우리 회사와 재계약하지 않더라도 풀 생각 말고.”
“지금 지우겠습니다.”
도현은 앱을 실행시켜 녹음 정지 후 지우는 모습을 보여 줬다.
그제야 안심한 건지 대표는 가서 부모님이랑 즐거운 시간 보내라 말하고는 밖으로 나갔다.
안에 들어가니 부모님에게 “어머니 아버지” 하면서 살갑게 구는 재벌가 손녀의 모습이 보였다.
이거 잘못하다간 오해가 쌓이겠는걸?
도현은 부모님께로 갔다.
“엄마, 아빠. 저분 저 모르는 분이니까 그렇게 친절하게 대하지 않으셔도 돼요.”
“네 팬이라는데 어떻게 안 친절하게 대하니. 아무튼, 수진 씨! 우리 아들 팬 해 줘서 고마워요.”
“엄마, 아빠. 아무튼…… 알겠어요. 서수진 씨. 잠시 자리를 비켜 주시겠습니까?”
도현의 말에 이미지 관리 중이었던 서수진은 뒤로 물러났다.
물론 미간은 잔뜩 찌푸려진 채로.
“오늘 공연 어땠어?”
“우리 아들 공연이야 늘 최고지! 오늘처럼 가까이서 보는 것도 좋던걸?”
“그렇게 말해 줘서 고마워요. 내가 본가에 가야 하는데 스케줄 때문에 이럴 때라도 엄마 아빠 봐야지.”
“건강은 잘 챙기는 거지? 가끔 쓰러지는 거 보면 보약이라도 한 재 지어 먹여야 하나 싶기도 하고…….”
“뭘 또 그렇게 해요, 엄마.”
“그래도 너 핼쑥해진 걸 보니까 걱정이 돼서 안 되겠어.”
“나 식단 조절하고 그러느라 그런 거니까 너무 걱정 마. 나 진짜 잘 챙겨 먹고 있어.”
도현은 부모님을 안심시켰다.
뒤로 밀려난 서수진은 끼어들 타이밍을 찾다가 담배 냄새를 폴폴 풍기며 들어온 대표와 함께 사라졌다.
그 모습을 힐끗 본 도현은 그제야 마음을 놓고 부모님과 대화를 나눴다.
‘잘 해결되겠지. 이 정도까지 했는데…… 이게 해결이 안 되면 그게 또 우스운 것이고.’
* * *
첫날이 빨간 종이비행기였다면 서울 공연 마지막 날은 무지개의 마지막 색이자, 도현의 팬클럽 색인 보라색이었다.
보랏빛 종이비행기들이 무대를 장식했다.
거기에 객석을 채운 보랏빛 응원 봉에 도현은 결국 감동하다 못해 눈물을 보였다.
이상하게 팬들 앞에만 서면 울보가 된단 말이지.
무대서 내려와서도 눈물을 훔치고 있던 도현.
그런 도현에게 강호가 다가와 수건을 건넸다.
“넌 팬들 앞에만 서면 우냐.”
“형도 무대에 서면 같은 느낌 들걸요. 진짜 이벤트 준비하는 것이며, 뭐며 신경도 많이 쓴 것 같은데…… 그런 게 늘 감동이에요. 지겹지 않아. 나라가 허락한 유일한 마약은 역시 음악이죠.”
그 와중에 너스레를 떠는 도현을 보며 강호도 큰소리로 웃었다.
“아차, 도현아.”
강호는 깜박한 게 있다는 듯 도현을 불렀다.
“네?”
“……그 전에…… 네가 타로 카드 봐 줬잖냐.”
“그렇죠.”
[Six of Swords]와 [The Death] 카드가 나왔던 강호의 이별 수.요새 기운 없어 보이던 게 카드가 들어맞았단 생각이 들었다.
“뭐…… 네 말대로 그렇게 됐다. 이야기해서 견해를 좁혀 가 보려고는 했는데 견해가 좁혀지진 않더라고. 자기랑 계속 만날 거면 연예계에서 일하지 말라고 하고…… 나야 여태 이 일 해 왔는데 어떻게 그냥 관두냐. 아무튼 뭐…… 헤어지게 됐다.”
도현은 따로 할 말이 없었다.
자신의 타로가 한 번도 틀린 답을 내놓은 적이 없었기에.
“힘내요, 형. 좋은 인연은 곧 찾아오겠죠…….”
이 정도 위로의 말밖에는 할 게 없었다.
“고맙다. 뭐, 제 짝을 찾기 마련이겠지.”
도현은 강호의 어깨를 두어 번 두들기며 위로의 뜻을 전하곤, 대기실로 이동했다.
메이크업을 지울 차례였다.
“도현 오빠! 옷 갈아입고 저 타로 봐 주면 안 돼요? 저 서울 공연까지만 하고 다른 팀으로 갈 것 같아서!”
막내 스타일리스트가 도현에게 말을 걸어왔다.
“어어…… 잠시만.”
도현은 아이 메이크업까지 꼼꼼하게 지운 뒤, 사복으로 갈아입었다.
그다음에야 가방에서 타로 카드를 꺼냈다.
스타일리스트들이 도현을 둘러쌌다.
“우리 막내가 요즘 연애가 하고 싶다는데! 마음에 가는 사람이 생겼대요! 우리 막내가 연애에 성공할 수 있을지 한번 봐 주시겠어요?”
“아잇…… 언니들이 대신 이야기하면 어떡해요!”
막내 스타일리스트의 얼굴이 붉어졌다.
도현은 미소 짓고는 여유로운 자세로 타로 카드를 섞었다.
카드를 다 섞은 다음, 도현은 스프레드를 했다.
타로 카드를 뽑기 전, 도현은 다시 한번 질문했다.
“그러니까…… 좋아하는 사람과 잘될 가능성을 봐 달라 이거지?”
“네! 오빠. 저 그게 진짜 궁금하거든요!”
“흐음…….”
침음을 흘리며 도현은 눈에 들어오는 타로 카드 한 장을 뽑았다.
[The Lovers]“꺄악! 보기만 해도 뭔지 알겠어요!”
“좋아하는 그분과 연애할 수 있겠다. 어떻게 첫 카드에서 이렇게 바로 연인 카드가 나오지?”
도현은 자신이 뽑고도 신기했다.
“추가로 한 장만 더 뽑아 볼게.”
“네!”
도현은 카드 위로 손을 옮기다 느낌이 오는 카드를 뒤집었다.
[Two of Cups]남녀가 컵을 들고 마주한 모습이다.
일적인 면에서 해석할 때는 계약이 성사된다거나 하는 식으로 해석할 수 있지만, 연애운에 있어서는 마음에 둔 이와 잘될 수 있을 것이라는 뜻을 담고 있다.
“이야. 딱 봐도 카드 그림 분위기 보이지? 진짜 잘될 것 같다. 축하해!”
도현의 말에 막내 스타일리스트는 웃었다.
“오빠 덕분에 그분께 용기를 내 보겠어요! 얼마 전 여자 친구와 헤어지셨다고 들었는데…….”
순간 누군가의 상황과 겹쳐진다는 생각이 들었지만, 도현은 내색하지 않았다.
‘저 친구, 강호 형 좋아하나 보네.’
스태프들끼리 고충을 털어놓고 일하다 보면 정분도 나기 마련.
도현은 모르는 척하기로 했다.
“아무튼 잘되면 한턱 쏴! 맛있는 아이스 아메리카노로!”
“아이스 아메리카노가 아니라 케이크 한 판 쏠게요!”
“뭘, 그것까지…… 커피 한잔이면 족해.”
도현은 미소 지으며 말했다.
“아무튼 난 이만 퇴근. 우리 스태프 여러분! 다들 6회 차 동안 고생 많으셨습니다!”
원래는 뒤풀이 자리에 참석해야 하지만, 도현은 6회라는 공연 횟수 때문에 조금은 지친 상태였다.
그렇기에 집으로 곧장 향했다.
오랜만에 본가로 갔다.
도현을 본가에 내려 준 강호는 언제 집에 올 것이냐고 물었다.
“어, 음…… 한 사흘 정도는 푹 쉬게요. 그다음에는 대전 공연 준비해야죠.”
“오케이. 그럼 그때 데리러 올까?”
“아뇨. 데리러 오지 않으셔도 돼요. 택시 타고 이동하면 되니까.”
“그래. 이번 공연, 수고했다. 잘 쉬고. 연락해. 나도 스케줄 잡히면 말해 줄게.”
* * *
서울 공연이 끝나자마자 ‘너첫가’ 시즌1 우승자 도현, 시즌2 우승자 효섭의 컬래버레이션 음원이 오후 6시 음원 사이트를 통해 공개됐다.
반응은 뜨거웠다.
웬만한 아이돌의 음원 인기는 저리 가라였다.
실시간 차트 진입 순위 1위.
팬덤이 강한 둘이 뭉쳐 만들어 낸 성적이었다.
도현은 그때 작업실에서 효섭과 함께 있었다.
“와…… 성적이 잘 나왔는데요?”
효섭이 감탄했다.
“나도 놀랐어. 잘될 것이라곤 예상했지만…… 와.”
도현은 좋은 성적이 나오자 감탄의 연속이었다.
자신이 만든 곡이 실시간 차트 1위 진입이라니.
물론 자신의 타이틀곡도 1위로 진입하긴 했었다.
하지만 여자 아이돌의 곡이 강세인 음원 차트에서 이렇게 1위로 진입한다는 것 자체가 경이로웠다.
“그러고 보니 형님, 회사에서 이렇게 된 김에 팬 사인회를 둘이서 해 보는 건 어떠냐고 제안을 하는데 어떻게 생각하세요?”
“팬 사인회까지? 보통 실물 앨범 있어야 팬 사인회를 하지 않나…….”
그렇다.
팬 사인회는 실물 앨범의 판매고를 올리기 위해서 진행하는 프로모션이다.
그런데 디지털 싱글 음원으로 팬 사인회를 진행한다라…… 팬들을 가까이서 만날 수 있는 건 좋다지만…….
한편으로는 지난 시즌1 때 효섭의 팬들이 자신을 별로 안 좋아했던 걸 생각하면 역효과가 날 수도 있다는 판단이 섰다.
“음. 난 생각 좀 더 해 보고.”
“저는 찬성이에요, 형. 긍정적으로 검토해 주세요. 저도 형님처럼 팬들과 자주 만나고 싶어요!”
“우리 서로 팬덤이 사이가 안 좋으니까 그걸 고려하게 되네.”
“아……!”
그제야 효섭은 깨달은 듯했다.
“제가 그걸 깜박하고 있었네요. 시즌1 때부터 서로 사이가 좋지 않았죠…….”
“그렇지. 시즌2에서 네가 우승하며 사이가 좀 달라졌을지는 몰라도.”
“제 생각이 짧았네요. 둘 중 하나만 좋아하는 사람은 한 명만 보고 싶어서 올 텐데…… 그걸 생각하지 못했어요.”
“아니야. 그럴 수도 있지, 뭐.”
도현의 말에 효섭은 묘하게 시무룩해하는 표정을 지었다.
“……그럼 형님이랑 유닛 활동도 하면 안 될까요? 팬들이 싫어하려나…….”
“협업 음원도 냈는데 못 할 건 없지. 다만, 팬들을 생각한다면…… 조금 신중을 기해야 할 문제인 것 같아.”
도현의 팬 사랑을 하는 효섭은 머뭇거렸다.
자신이 나서서 진행하고 싶다고 해서 도현의 마음을 확고하게 굳힐 수 없겠다는 판단이 들어서였다.
“형님 말 따르는 게 낫겠죠?”
“내가 정답은 아니니까 굳이 내 말 따를 필욘 없지. 그래도 협업 곡 음원 순위 잘 나온 걸 보면 팬덤 사이가 좋아진 것도 같은데…… 일단 기획팀에 건의해서 팬 사인회 일정이라든가, 팬덤 사이가 어떤지 분위기 파악 등이라든가…… 이런 걸 해 보고 난 후에 유닛 활동을 고려해도 될 것 같아. 자기 가수가 활동한다는 데에 불만이 있는 팬들은 없으니까. 왜, 팬들끼리 그런 말 있잖아. 떡밥 중 최고 떡밥은 역시 음악 떡밥이다, 이것.”
“……아! 그렇죠! 제 팬들이 말하는 것도 들어봤어요!”
“그러니까 너무 조급해하지 말고. 떡밥 중에서 가장 좋아하는 떡밥을 들고 나타나자고. 오케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