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 new career singer who can read the future RAW novel - Chapter (122)
미래를 읽는 경력직 신인가수-122화(122/225)
도현의 기부 소식에 팬들의 기부 릴레이가 이어졌다.
팬들마다 기부처는 달랐지만, 도현과 뜻을 같이 했다.
이 소식은 언론을 타기도 했다.
스타의 선한 영향력이라는 이름으로.
도현은 자신의 선택이 옳았음을 느끼며 앞으로도 이런 기회를 종종 만들어야겠다고 다짐했다.
팬들의 선행 소식이 전해지고 도현은 간만에 SNS 라이브 방송을 켰다.
“여러분 안녕하세요? 나도현입니다!”
└도현 오빠 오랜만
└도현아 라방 자주 켜 줘
└도현아 지금 뭐 해?
“여러분 제가 지금 뭐 하시는지 궁금하죠? 사실 라이브 홀 공연이 내일이잖아요? 그래서 공연 앞두고 밴드 세션팀이랑 연습하다가 이렇게 라이브를 켜게 되었거든요!”
내일 팬들을 만날 생각에 도현은 잔뜩 들떠 있었다.
무대의 맛이라는 건, 아무리 익숙해지려 해도 익숙해지지 않았다.
무대에 선다는 것. 사람들이 내지르는 환호 속에서 순간이 영원인 것처럼 느낀다는 것.
“여러분, 어서 보고 싶어요. 아, 그리고…… 한 가지 더 말씀드리고 싶은 게 있어요. 우리 허니들, 기부 릴레이 이어가고 있다는 소식을 전해 들었거든요! 정말 감사합니다! 여러분 덕분에 제 어깨가 으쓱해요. 우리 허니들 너무 멋진 거 아니에요?”
└도현아 네가 더 멋있어! 첫 광고 금액을 기부하다니
└항상 너를 닮아가고 싶어, 도현아
└나도현 최고된다 진짜 ㅠㅠ
└우리 도현이는 어쩜 말을 하는 것도 이렇게 예쁘지?
└도현아, 너를 보고 나도 새로운 세상을 알게 됐어
“우와…… 로맨틱한 한 허니의 말씀! ‘너를 보고 나도 새로운 세상을 알게 됐다’는 말. 진짜 낭만적이네요.”
└우와! 내 댓글 읽어 줬다!
└도현아, 언제나 사랑하는 거 알지? 내일 공연도 파이팅이야! 나는 다음 달 공연에 가는데 파이팅!
└항상 보고 배우고 싶은 사람 사랑해
“사랑한단 말이 가장 많이 올라오는 것 같아요. 저도 여러분 정말 많이 사랑해요. 그거 알죠? 알아야 해요. 여러분을 제가 사랑하고 있다는 거. 항상 모든 일을 행할 때 여러분이 제 기준점이 된다는 것을. 잊지 말아 주세요! 오늘은 그럼 남은 연습마저 하러 가 보겠습니다! 사랑해요, 우리 허니들!”
도현은 그 말을 마지막으로 짧은 라이브 방송을 종료했다.
이렇게 팬들의 직접적인 이야기를 보고 싶을 때가 있다.
텍스트로 전해지는 마음이 얼마나 따뜻하고 좋은 것인지 팬들은 아마도 모를 것이다.
“……인간 나도현을 살게 하는 비타민 같아. 자, 나도 힘내서 내일 공연을 위해 준비를 해 볼까?”
* * *
공연을 끝내고 나서 도현은 자신이 무명이던 시절에 무당 김춘례 할아버지와 함께 출연했던 프로그램에 재출연 제안을 받았다.
도현은 당연히 수락했다.
김춘례 할아버지도 같이 출연한다는 소식을 들은 다음이었다.
그뿐만 아니라 감사의 마음이 담겨 있기도 했다.
오늘은 프로그램 녹화가 있는 날.
도현은 이른 시각부터 대기실에 가서 김춘례 할아버지를 기다렸다.
오랜만에 뵙는 양반이니 만큼 그간의 안부도 궁금했던 터.
‘……그간의 내 안부를 궁금해하시려나. 아니면 지켜보고 계셨으려나.’
도현은 호기심이 일었다.
메이크업부터 착장까지 세팅을 마친 도현이 있는 대기실에 누군가 문을 열고 등장했다.
“오. 너로구나. 그래. 나무명.”
“할아버지, 잘 지내셨어요?”
“잘 지내긴 했다만…… 어때. 내가 보기엔 너 아주 잘 지내는 것 같더라. 무당 팔자 연예인 팔자 한 끗 차이라더니…… 내 말대로 타로 보기 시작하니까 기운이 좀 눌러지긴 했지?”
도현은 사실 그 차이를 잘 몰랐다.
“그 차이는 잘 모르겠어요.”
“한 가지 말을 해 주자면…… 너 탐난다, 탐나.”
김춘례 할아버지가 부채를 쫙 펼치며 말했다.
“……예? 무엇이 탐이 나요?”
“너 말이야. 이 기운을 보아하니 무당이 될 기운인데…… 전보다 기운이 더 세졌어. 말도 안 되는 일들이 너에게서 벌어질지도 몰라. 네가 보는 타로점, 여태 한 번도 어긋난 적 없었지?”
도현은 자신의 스태프들에게 잠시만 자리를 비워 달라고 말한 뒤, 대기실에 김춘례 할아버지와 둘이서만 남게 되고 나서 말했다.
“맞습니다. 한 번도 어긋난 적이 없어요. 제가 뽑을 때도. 남이 뽑은 걸 해석해 줬을 때도요. 가까운 시일 내에 일어나는 건 모두 맞혔어요.”
“흐응…… 그래서 탐이 난다는 게지. 무당으로서의 자격이 있으니까. 너 같은 아이가 무당이 되어야 하거든. 지금이 딱 신내림을 받기 좋은 시기야. 더 있으면 타이밍을 놓칠 게다. 너희 할아버지가 너를 그래도 무당이 되지 않도록 보호를 잘 해 놓으셨나 본데…… 아직 기운이 조금 남아 있는 것 같기도 허고…….”
무당 할아버지의 말에 도현은 딱 잘라 답했다.
“저는 무당 될 생각 전혀 없어요. 만약 우리 할아버지께서 연예인을 반대하신 이유로…… 연예인을 하면 무당의 기운이 강해진다는 것을 말씀하셨더라면…….”
“그랬더라면? 연예인을 안 했겠다?”
캐묻는 말에 도현은 고개를 저었다.
“아뇨. 그래도 전 가수 했을 거예요. 가수가 하고 싶었으니까요. 기운이 강해진다 하더라도 어찌 되었든 꿈은 이루어지기 마련이라고 전 생각하거든요.”
“그래, 네 말도 맞지. 그런데 정말 신 아들이 될 생각이 없는가? 난 너란 존재가 탐이 나는데 말이지. 신기가 더 세진 거 같아. 기운이 가득 넘쳐나. 이렇게 느껴질 만큼.”
김춘례 할아버지는 눈을 감고는 무언가를 느끼듯 말했다.
그렇게 기운을 느끼던 김춘례 할아버지는 무언가 강렬한 기운을 느끼고 눈을 떴다.
[떽!]매우 화난 표정의 노인이 도현의 뒤에 서 있었다.
[어디서 내 손주를 그 험난한 무당의 길로 들어서게 하려고 얕은수를 쓰는가! 내 손주의 힘을 감당도 하지 못할 만한 무당 주제에! 감히 만신의 손주를 탐내는 것이더냐?]노인의 정체는 다름 아닌 도현의 할아버지였다.
도현은 뒷골이 오싹하다는 느낌을 받을 뿐, 자신의 친할아버지 목소리를 듣지 못했다.
하지만 박수무당인 김춘례는 달랐다.
이미 죽은 혼임에도 나도현의 할아버지는 엄청난 힘을 가지고 있었다.
“……그래도 이 아이의 재능이 탐나니 어떡합니까? 신 아들로 감당하지 못한다 하더라도 한 번쯤은 괜찮지 않겠습니까…….”
김춘례는 기어들어 가는 목소리로 나도현의 할아버지에게 답했다.
그러나 돌아오는 건 꾸중이었다.
[내가 어떻게 해서 이 아이의 신기를 눌러놨는데! 네가 서양 점괘를 통해 기운을 누르라고 할 때도 가만히 있었다. 눌러지는 것은 사실이었으니까. 하지만 그게 오히려 나중에 가선 독이 되고 있어! 이 아이는 단 한 번도 틀린 점괘를 본 적이 없어! 그렇다는 게 무슨 뜻인 줄 아는 게냐? 어설픈 박수무당 녀석아!]도현은 허공을 보며 말하는 김춘례를 보고 오싹해졌다.
‘뭐지…… 뒷골이 서늘하고, 허공을 보며 이야기하는 할아버지의 모습을 보니 뭔가 신이 온 듯한 이 느낌은…… 예전에 우리 할아버지가 신들렸을 때의 모습을 보는 것 같잖아…… 아니면 허공에 뭐라도 있는 건가?’
도현이 고민에 빠졌을 때.
김춘례는 연이어 혼나는 중이었다.
[더는 말하지 않겠다. 딱 여기까지만 능력을 발휘할 수 있게 해 둬라. 그렇지 않으면 내 너의 능력을 모두 앗아가도록 하겠다.]“그 무슨 말이십니까? 저는 장군 신을 모시고 있고…… 제 능력을 어떻게 앗아간다는…… 커헉…….”
김춘례 할아버지가 갑자기 가슴 근처를 부여잡았다.
이윽고 그는 통증을 호소했다.
도현은 재빨리 밖에 있는 스태프들을 호출했다.
“무슨…… 어머! 할아버지! 정신 차려 보세요!”
“누구 이런 쇼크 왔을 때 대처할 줄 아는 사람?”
스태프들이 혼란 속에 빠져 있을 때 도현은 정신을 다잡고는 침착하게 CPR을 시도했다.
불씨가 꺼져가던 심장에 피가 다시 돌기 시작하고, 허옇게 질렸던 김춘례 할아버지의 얼굴에 생기가 피어났다.
“……흐헉…… 흐헉…….”
정신이 돌아온 김춘례 할아버지는 거친 숨을 내쉬었다.
그러곤 자신의 옆에 앉은 도현을 보며 속삭였다.
“……이 기운이로구나. 이 기운이야.”
“네? 무슨 말씀이세요? 정신은 드세요? 괜찮으세요? 병원 가 봐야 하는 건 아니십니까?”
이미 프로그램 스태프들도 호출된 상황.
프로그램 스태프들은 오늘 훈훈한 장면 연출을 하려고 했지만, 갑작스럽게 가슴을 부여잡고 혼절한 김춘례 때문에 프로그램 녹화를 할 수 없었다.
메인 게스트인 김춘례와 나도현. 그중 한 사람에게 응급 상황이 생기게 된 것이니까.
“오늘 녹화는 취소하도록 하겠습니다. 어차피 방송 시일까지 좀 남아 있으니 그때 가서 다시 녹화 일정을 잡도록 하겠습니다. 아무래도 박수무당분께서 고령층이셔서 체력에 문제가 생기신 듯한…….”
그 말에 김춘례가 역정을 냈다.
“아니다, 아니야! 나는 건강하다고! 그냥 녹화를 해야 해! 다음 기회란 없어!”
“저…… 어르신. 지금 CPR로 겨우 깨어나셨는데…… 병원 가서 검진받아 보시고 오는 게 낫지 않을까요. 검진 시간도 꽤 걸릴 테고…… 저희 프로그램 녹화장에서 벌어진 일이니 저희 측에서 다 책임을 지겠습니다.”
“내가 돈이 없어서 그러는 줄 알아? 떼잉! 오늘이 아니면 기회가 없다고!”
김춘례는 한 가지를 느낄 수 있었다.
나도현의 할아버지가 능력을 앗아간다고 한 다음. 그는 기운이 온몸을 빠져나가는 듯한 느낌을 받았다.
그리고 나도현의 CPR로 정신을 차렸을 때는 이미 영험하던 신기가 절반 이상이 빠져나간 뒤였다.
과연 만신이었던 무당의 힘이었다.
앞으로 얼마나 더 능력을 앗아갈지 모르는 일.
오늘이 아니면 녹화를 할 수 없다는 게 김춘례의 생각이었다.
그는 다른 스태프들에게 썩 꺼지라고 호통을 쳤다.
스태프들은 마지못해 자리를 비켰고, 도현과 김춘례 둘만이 대기실에 다시 남았다.
“네 할아버지. 아주 무서운 분이시구나.”
“……갑자기요?”
난데없는 김춘례의 발언에 도현은 한 가지를 상상하게 되었다.
바로 아까 느꼈던 오싹한 기운이 자신의 할아버지가 아닐까 하는 것.
“혹시…… 우리 할아버지께서 다녀가셨나요?”
“……긴말은 하지 않겠어. 너희 할아버지 정말 무서운 분이시구나? 내가 괜한 것을 너에게 가르쳐 줬어. 내 신 아들이 되라는 말은 하지 않겠다. 그냥 넌 네가 가진 타로 점괘를 보는 능력. 그거 하나로만 살아. 능력을 더 키울 생각은 말고.”
“안 그래도 그럴 생각이었는데요? 저도 무당 되고 싶은 생각은 하나도 없어서요.”
도현의 말에 김춘례는 기가 차다는 듯 웃었다.
“내 너희 할아버지께 된통 혼이 났다. 오늘이 아니면 녹화를 할 수 없을 게다. 그래서 병원행을 거절한 것이고…… 병원에 다녀오면 난 아마 아무것도 하지 못하겠지. 그러니…… 오늘 녹화는 이대로 가자고. 네가 타로 점괘를 아주 잘 본다는 것도 적당히 말하거라. 그게 내가 해 줄 수 있는 말의 전부이니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