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 new career singer who can read the future RAW novel - Chapter (123)
미래를 읽는 경력직 신인가수-123화(123/225)
제작진이 우려했던 것과는 다르게 녹화는 정상적으로 마무리됐다.
다만, 녹화가 끝난 뒤 김춘례 할아버지는 나에게 “네 타로 능력을 더 이상 키울 생각을 하지 마라”라는 말만 남기고 재빨리 퇴근했을 뿐이었다.
“흐음…… 도현아, 왜 타로 능력을 그 이상 키우면 안 된대?”
호야 형이 궁금하다는 듯 물었다.
나 역시도 이유가 알고 싶었다.
하지만 김춘례 할아버지는 그 어떤 것도 가르쳐 주지 않았다.
그저 할아버지한테 혼났으니 안 된다고 할 뿐.
“글쎄요. 그 이유가 저도 알고 싶은데…… 우리 할아버지나, 김춘례 할아버지나 비밀이 많기로는 정말…….”
“아무튼…… 아, 그리고 너 스케줄 하나 더 잡혔다?”
“뭔데요?”
“그게 말이지…….”
* * *
도현이 잡힌 스케줄은 바로 필리핀 K팝 페스티벌이었다.
대다수가 팀으로 이뤄졌던 데 반해 도현만이 솔로 가수로 참석하게 되었다.
그 배경에는 도현의 필리핀 인기가 한몫했다.
도현은 김춘례 할아버지와의 만남이 끝나고 강호에게 콘서트 섭외 소식을 들었던 때를 떠올렸다.
“너 필리핀 공연 섭외 들어왔다.”
“응? 필리핀 공연요? 필리핀서 뭐 해요?”
“외교 차원에서 K팝 콘서트 개최하게 되었는데 네가 유일하게 솔로 가수로 초대받았어. 실장님한테 나도 조금 전 전달받았어.”
‘……그랬었지. 그 덕분에 지금…….’
“이야. 내가 소속 연예인 덕분에 전세기도 타 보네.”
강호는 전세기 안이 신기한 듯 열심히 사진을 찍는 중이었다.
“오빠! 저랑도 같이 찍어요!”
막내 스타일리스트는 강호의 옆에 앉았다.
둘이 같이 사진 찍는 걸 보니 사이가 더 가까워진 듯했다.
‘……대놓고 사귀는 티를 내는 중이란 말이지.’
도현은 그런 둘에게 연애 중이냐 물을까 잠시 고민했지만, 사람 일이라는 게 언제 어떻게 될지 모르는 일.
그냥 눈감고 모른 척하기로 했다.
“저도 전세기로 출연 가수들 이동하는 건 처음이네요.”
“외교 차원에서 열리는 공연이다 보니 그런 것 같아. 한마디로 국빈까진 아니어도 국빈급 대우를 받고 있단 소리지.”
강호의 말에 도현은 고개를 끄덕였다. 맞는 말이었다. 이 정도 예우를 받고 있다는 것은, 그만한 책임감도 뒤따른다는 것.
‘막중한 책임감이 있어야겠지.’
“이번에 필리핀 대통령 부부도 VIP로 오신다는 말이 있더라고. 도현아. 이럴 때 네 매력을 실컷 뽐내 보는 거다.”
강호의 말에 도현은 어깨가 으쓱했다.
“좋은 기회네요.”
“단순히 좋은 기회가 아니야. 네 이름과 얼굴을 전 세계적으로 더 알릴 수 있는 기회지. 솔직히 회사에서도 너한테 말 안 한 게 있는데, 네가 동남아시아 쪽에서도 생각 이상으로 인기가 많거든.”
“으음? 그래요? 전 제가 미주 투어랑 일본 투어만 진행해서 그쪽에서나 인기가 좀 있는 줄 알았거든요.”
SNS에 올라오는 팬들의 댓글 영상이야 확인은 하지만, 동남아시아 쪽에서도 인기가 많을 것이라고는 상상하지 못했다.
“어. 장난 아니던데. 그쪽 유명 가수들이 네 노래 커버한 영상도 너튜브에 자주 떠. 그건 못 봤어?”
너튜브의 알고리즘은 아쉽게도 도현을 그런 영상으로 인도하지 않았다.
도현이 자신의 영상을 모니터링하기도 했지만, 타로 연습을 꾸준히 하기 위해 타로 너튜버들의 영상을 더 많이 챙겨보는 까닭에 도현의 곡 커버 영상은 알고리즘에 거의 뜨지 않았다.
“……네, 형. 그건 몰랐어요.”
“이제부터라도 알면 되지. 이번 공연서 네가 5곡이나 부르게 된 것도 다 동남아의 인기 때문에 성사됐다고 보면 돼. 사실 3곡 정도면 스케줄 문제로 거절하려 했는데 5곡이나 불러 달라고 해서…….”
“형. 솔직히 말해 봐요. 페이도 꽤 센 편이었죠? 그러니까 회사 차원에서 거절을 안 했지.”
“……응. 그것도 맞는 말이고.”
“그럴 줄 알았어요. 아무튼 무대 잘 해 볼게요. 잘해야 되니까. 그만한 사명감으로 도전해 볼게요.”
* * *
비행기에서 내리고 다음 날이 돼서야 리허설이 시작됐다.
도현은 맨 마지막 순서를 장식하게 되었다.
따지고 보면 헤드라이너급인 셈.
‘이러니 회사가 거절을 안 했지.’
여타 신인 그룹들과 기성의 그룹들을 젖히고서라도 도현이 이 공연을 참석하게 된 것은 마지막 순서를 줬기 때문이라고 판단을 내렸다.
‘이렇게 마지막으로 하게 되었지. 그만큼 부담감이 크다만…….’
“마지막으로 나도현 씨! 리허설 하도록 하겠습니다!”
도현은 인이어에 문제가 없는지 확인하고는 마이크를 쥐고 무대 위에 올라갔다.
오버핏의 후디와 조거팬츠, 워커, 비니…….
정말 편안한 복장으로 무대 위에 선 도현이었다.
도현은 MR이 나오자마자 눈을 감고 발로 리듬을 타며 노래를 불렀다.
공연장의 음향 상태는 일회성이라고 판단하기에 아까울 정도로 균형이 잘 잡혀 있었다.
외교 차원에서 열리는 K팝 콘서트라 하더니 한국 측에서 신경을 쓴 티가 났다.
리허설은 수차례 진행됐다. 도현은 마음에 들 만큼 리허설이 진행되고 나서야 무대 아래로 내려왔다.
그리고 대기실로 안내를 받으며 향한 도현.
문을 열자 보이는 것은…….
“……둘이 뭐 해요?”
다정하게 어깨동무를 하고 강호의 품에 안긴 막내 스타일리스트의 모습을 목격했다.
“아, 그, 그게 아니라!”
“오빠. 이제 말해도 되잖아요.”
강호는 상황을 수습하려는 듯했지만, 막내 스타일리스트는 강경한 모습을 보였다.
“맞아…… 그래, 이왕 이렇게 된 거 말하자. 나 얘랑 만나는 중이야. 도현이 네 덕분에 어찌어찌 잘 연결됐어. 네가 드라이브 코스를 양보할 때부터가…….”
강호의 솔직한 말에 도현은 고개를 까딱이며 말했다.
“둘이 사귄 지 좀 됐는데 이제야 말해 주는 거 섭섭한데요? 드라이브 이후부터 사귄 거잖아요. 내가 눈치 못 챘을 거라고 생각한 거 아니죠?”
이에 강호와 막내 스타일리스트의 표정이 뜨끔했다.
“아니, 사내 연애라 밝히면 아무래도 좀 그렇고 하니까…….”
“솔직히 담당 연예인한테는 털어놔도 됐잖아요. 그렇죠, 호야 형? 그리고 막내 너도…… 나 조금 섭섭하다?”
도현이 서운한 척을 하자 강호와 막내 스타일리스트 둘 다 당황한 기색으로 도현에게 사과를 했다.
“일부러 그러려고 그런 게 아니라요, 오빠…….”
“됐어. 호야 형도 그렇고, 둘 다 됐어요. 외로운 솔로 앞에서 대놓고 염장질이라니.”
“아니, 그게 아니고…….”
강호가 손을 휘휘 저으며 말을 이으려 했지만, 도현은 웃으며 너스레를 떨었다.
“내 짝은 어디에 있으려나…… 아이고야, 부럽다.”
“뭐야. 진짜 화난 게 아니었어?”
“제가 이런 것으로 화낼 사람으로 보인 거 아니죠, 형?”
“나는 진짜 화내는 줄 알고 지금 놀랐는데…….”
“농담이에요. 아무튼 둘이 사귀게 된 거 잘 만나 봐요. 혹시 알아요? 주변에 있던 인연이 진짜 내 운명의 상대일지.”
이미 막내 스타일리스트의 타로점을 봐 줘서 어느 정도 점괘를 예상하고는 있었지만, 둘은 생각 이상으로 잘 맞는 커플일 것이다.
그리고 연애에서 결혼으로 이어지는 과정을 밟아갈 수 있을 것이라는 생각도 스쳐 갔다.
“아무튼 나 리허설 다 끝났으니까 호텔 가요. 오늘은 좀 더 빨리 쉬고 싶네요. 호야 형이랑 막내는 필리핀 온 김에 데이트도 좀 하고.”
“고마워요, 오빠! 배려해 줘서…….”
“배려는 무슨. 커플들 보기 싫으니까 썩 물러가라는 소리인데?”
그 말에 막내 스타일리스트가 푸스스 웃었다.
“오빠도 참. 안 그런 척하면서 은근히 많이 챙겨 준단 말이죠?”
“됐고. 얼른 이동이나 하자고. 호텔 라운지 아직 열었을 시각이면 둘이서 한잔하고 들어오고. 수영장 몇 시까지 하는지 몰라도 수영도 좀 즐기고. 아무튼 가요.”
* * *
다음 날.
K팝 콘서트 공연장 앞에는 사람이 차고 넘쳤다.
비공식 굿즈를 파는 사람들도 있었고, 커버 댄스팀도 있었다. 한국-필리핀 외교 차원인 만큼 각국을 알리기 위한 부스도 존재했다.
그 시각.
도현은 최종 리허설 무대에 올라 음향을 체크하는 중이었다.
음향 체크를 마친 다음 도현은 무대 아래로 내려와 메이크업과 스타일링을 시작했다.
마지막 순서인 만큼 강렬한 퍼포먼스를 선보여야 한다는 압박감도 있었다.
무대 동선이야 다 짜여져 있고, 어떤 곡을 부를지도 정해 놓았다지만, 자신을 기다린 동남아 팬들을 향한 확실한 무대를 선보이고 싶었다.
“형, 오늘 세트리스트 어떻게 생각해요?”
“좋지. 완전 록 페스티벌 같은 분위기잖냐. 이왕이면 최근에 랩퍼랑 협업한 곡을 부르면 좋았겠는데…… 또 그걸 같이 출연하는 이카루스의 랩퍼에게 맡기자니 좀 아쉬운 감이 없지 않아 있고.”
도현은 최근 발표한 월간도현에서 랩퍼 밀리언사이드와 컬래버레이션을 했다.
곡명은 ‘일식’. 도현이 최근에 우주에 관심을 가지게 되며 우주 연작으로 발표하게 될 작품 중 하나였다.
밀리언사이드와 필리핀서 무대를 함께하고 싶었지만, 힙합 페스티벌 일정이 겹치는 바람에 그와 함께 오지 못했다.
회사 측에서는 이카루스의 랩 담당 멤버인 이준과 무대에 서는 건 어떻겠냐고 제안을 해 왔다.
하지만 도현은 이 제안을 거절했다. 밀리언사이드의 목소리는 탁하고 딕션이 뚜렷했고 도현의 소울풀한 목소리와 잘 어울렸지만, 이준의 랩톤은 도현과 잘 어울리지 않았다. 이준과 다른 곡을 함께한다면 모를까. 필리핀 팬들이 오래 기다린 무대에서 실망감을 안겨 주고 싶지 않다는 판단 아래 도현은 밀리언사이드와의 협업곡 ‘일식’ 무대는 다음으로 미룬 상태였다.
“……뭐 어찌 되었든 간에 이준 후배님이랑 하는 무대는 엎어졌잖아요. 그거 제외하더라도 좀 하드한 편인가요? 그랬으면 좋겠는데. 나도 땀이 나고, 보는 관객도 신이 나서 점프하는 모습을 보고 싶거든요.”
“응. 그럴 생각이라면 충분히 만족스러운 무대를 만들 수 있다고 보는데……?”
“기대되네요. 필리핀 팬들이 어떤 이벤트를 준비했을지, 어떤 호응을 보여 줄지 너무나도 기대가 돼요. 이쪽 공연은 처음이라 더 그러네요.”
도현이 기대 속에 차 있을 때.
공연 스태프가 와서 무대 아래서 대기해 달란 말을 전했다.
도현은 무대에 올라가기 전 다시 한번 인이어 등을 점검했다.
빠진 게 없는지 확인한 뒤 마지막 순서인 도현의 무대가 시작됐다.
열대 기후의 필리핀. 그중에서도 공연장은 K팝 공연의 열기로 한층 더 뜨거웠다.
도현이 무대에 오르자 그의 이름이 박힌 슬로건을 든 팬들이 사방에 즐비했다.
‘와…… 이제야 동남아 팬들이 많다는 게 실감이 난다.’
가슴이 벅차오른 도현은 시작부터 무대 곳곳을 누볐다. 최종 리허설 때와는 다른 모습이었다.
이에 카메라 스태프들의 움직임도 분주해졌다.
─여러분, 만나서 반가워요. 이렇게 여러분을 만날 수 있다는 게 영광인 것 같아요. 나를 만나기까지 기다려 줘서 고마워요. 오늘 신나게 뛰어 보자고요!
첫 곡이 끝난 후 인사를 한 도현은 마지막 곡까지 쉼 없이 달렸다.
결국 땀에 범벅이 돼 무대에서 내려왔다.
“오빠, 수건요.”
막내 스타일리스트가 건넨 수건을 받고 땀을 닦으며 물을 마시던 도현.
“도현아, 저기…… 손님이 찾아오셨는데.”
“……음?”
보통 이런 일은 매니저 선에서 쳐내질 일이었다.
그런데 누구이기에 강호의 표정이 어두운 것일까.
강호의 표정이 예사롭지 않았다.
“누군데요?”
“저, 그게 말이지…….”
강호는 도현의 귀에 상대가 누구인지 속삭였다.
“……뭐라고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