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 new career singer who can read the future RAW novel - Chapter (129)
미래를 읽는 경력직 신인가수-129화(129/225)
그래미의 경우 각 음악 레이블에서 소속 아티스트가 후보에 오를 수 있도록 레코딩을 제출한다. 약 150여 명의 전문가가 제출된 레코딩의 장르를 구분한다.
이후 장르별 전문가들이 1차 투표를 거쳐 후보를 선출한다. 계속된 선별 과정을 거쳐 12월 초가 돼야 최종 후보가 발표되는 것.
이런 방법 때문에 주관적인 시상식이다, 로컬 시상식이다 하는 일부의 비판이 있기도 하지만 미국의 유서 깊은 시상식으로 꼽힌다.
정보를 찾아본 도현은 경악할 수밖에 없었다.
자신의 음원 스트리밍이 의외로 미국에서 반응이 터진 것은 맞으나 그래미에 레코딩을 제출할 정도라니…….
“형, 저한테 거짓말하는 거 아니죠? 아니, 그보다 저 받을 수도 없을 텐데…….”
“일단 최종 후보에 노미 되기만 해도 대단한 시상식이잖아. 우리나라에서 그래미에 노미 되는 게 얼마나 큰 의미를 가지고 있는지 잘 알고 있잖아. 영화나 드라마 쪽에선 성과가 있었어도 가요계 쪽에선 큰 반응을 얻은 경우가 드문데 그중 하나가 네가 된다는 뜻이야, 도현아. 와…….”
“형. 무슨 뜻인지 알긴 하는데…… 제가 감히 후보에 오를 깜냥이라도 되는 것일까요? 회사에서 저를 푸시해 주는 건 알겠지만…… 솔직히 자신감은 없네요.”
“그럴 땐 타로 카드를 뽑아 보는 거지! 네 타로점, 척척 들어맞잖냐.”
“……아!”
‘그래미’라는 단어에 당혹스러워했던 것도 잠시.
도현은 타로점을 보면 된다는 강호의 말에 타로 카드를 가지고 왔다.
도현의 부모는 도현이 타로점을 보는 걸 처음 봤다.
“아들, 지금 뭘 한다고?”
“타로 카드로 가까운 미래를 점칠 거야. 내 타로는 어긋난 적이 없어.”
“……쯧. 할아버지께서 너 신누름굿을 해 주셨는데…… 그게 무색하게도 타로점으로 앞날을 점친다고?”
도현의 아빠는 부정적인 반응을 보였다.
도현의 엄마 역시 우려가 된다는 목소리로 말했다.
“도현아, 웬만하면 그런 건 하지 않는 게 좋지 않을까? 응? 괜히 할아버지께서 신누름굿을 해 놓은 걸 엉망으로 만들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어, 엄마는.”
순간 김춘례 할아버지의 말이 머릿속을 스쳐 갔다.
소소한 것이라고 보기엔 그래미는 어마어마한 것이었지만, 점을 쳐 볼 생각이었다.
“이 점을 큰일에 사용하진 않아요. 저도 할아버지께서 신누름굿을 해 주신 걸 잘 알고 있고…… 기껏 누른 걸 되살리고 싶은 생각은 없어요.”
도현은 단호하게 답했다.
도현의 부모는 뭐라고 더 말하려고 했지만, 도현이 카드를 섞고 진지한 태도로 임했기에 입만 옴짝달싹할 뿐이었다.
‘어디 보자. 어느 카드가 눈에 들어오나…….’
도현은 눈을 감고 느낌이 오는 카드 한 장을 골랐다.
[Ace of Wands]“오! 도현아! 나도 그동안 대강 봐 와서 알지만 이거 굉장히 좋아 보이는걸?”
“맞아요. 천운이 따른다는 카드니까. 특히 지팡이가 일을 뜻하는 만큼 일에 있어서 천운이 따른다는 것이니…… 최종 노미네이트에 이름을 올릴 순 있을 것 같아요. 제 입으로 이런 말을 하는 게 조금 그렇지만.”
그 말에 도현의 엄마가 입을 열었다.
“그럼 우리 아들, 최종 노미네이트 되면 미국 가는 건가?”
“아마도?”
“이야…… 우리 아들, 장하다. 일단 후보에 오를 수 있다는 것만으로도 대단한 일 아니니? 국내 시상식에서 대상 받았던 것도 대단하지만 말이야.”
“엄마. 아직 최종 후보 나오려면 약 3개월은 남았어. 김칫국 마셨다가 엎질러지기라도 한다면…….”
그 말에 도현의 엄마가 화사한 미소를 지으며 답했다.
“아니, 네 타로점은 어긋난 적이 없다며. 할아버지께서 신누름굿을 했음에도 타로점이 어긋난 적이 없다는 것은…… 네가 그만큼 용하다는 소리겠지? 그럼 네 타로도 맞는다는 말 아니야.”
“맞아, 그렇지. 도현아.”
강호가 맞장구를 쳤다.
도현은 정신이 없었다. 정신이 아찔해져 오기도 했다.
“그래서 어느 부분에 후보로 넣었다는데요?”
“일단 뮤직비디오부터 해서 다양하게 넣은 것 같은데…… 자세한 건 분류되는 걸 봐야겠지? 내가 전문가도 아니고 말이야.”
“그렇긴 하죠. 아휴…… 저 진짜 놀라서 밥이 더 안 들어가요. 형.”
“그래도 많이 먹자. 너 룰라팔루자까지 다녀오고 공연 일정 매달 잡혀 있어서 빡세게 관리하는 건 아는데. 살이 너무 빠졌다.”
“이거 다 근육이에요, 형.”
“우리 아들. 그리고 강호 씨. 많이 먹어요. 한우는 잔뜩 있으니까. 사실 우리가 한우랑 홍삼 먹어야 할 게 아니라, 우리 아들이 잘 챙겨 먹어야 할 것 같은데…….”
엄마의 걱정 어린 눈빛에 도현은 손사래를 쳤다.
“나 진짜 괜찮아. 최근 건강검진도 결과 좋게 나왔어. 오히려 나이보다 더 어리게 나왔어요. 다들 걱정하지 마세요. 내 건강은 내가 알아서 잘 챙기고 있으니까!”
도현은 자신을 염려하는 시선에 부담을 느껴 다시 한번 강조했다.
“아무튼, 난 오늘 식사는 여기까지 할래. 더 먹다간 체할 것 같아.”
“고기 몇 점만 더 먹어, 아들.”
엄마는 도현의 앞접시에 고기를 얹었다. 도현은 여기까지만 먹겠다며 선을 그었다.
‘지팡이의 에이스라. 과연 내가 최종 후보에 오를 수 있을지가 관건이군. 그래도 노미네이트 되는 게 일단 어마어마한 성과를 이루는 일이겠다만…… 우리나라 그룹 중에서도 한두 그룹이나 노미네이트 돼 봤지, 솔로 가수로서는 최초의 기록 아닌가!’
거기까지 생각하던 도현은 긴장감 때문에 체기가 올라오는 듯해 젓가락을 내려놨다.
“여기까지만 먹을게요.”
부모는 더 먹으라고 재촉하진 않았다. 다만, 앞으로 건강을 생각해서라도 골고루 잘 챙겨 먹고 다니라는 말을 덧붙일 뿐.
“우리 사랑하는 아들, 해외도 오가려거든 체력이 좋아야 하니까 잘 챙겨 먹고. 알았지? 엄마 아빠네 집에는 가끔 와도 좋은데…… 영상 통화 좀 자주 하고!”
엄마가 그동안 무뚝뚝한 아들 때문에 서운했던 건지 영상 통화를 강조하며 말했다.
도현은 그 뉘앙스에서 느껴지는 마음을 읽고는 자신이 더 잘해야겠다고 다짐했다.
“잘할게요. 앞으로는. 그러니까 너무 걱정하지 말고. 알았지?”
“우리 아들, 항상 믿는다!”
* * *
시간은 흘러 어느덧 겨울이 되었다.
도현은 그간 매달 공연을 빠지지 않고 진행했다.
어떤 달에는 2주에 한 번 공연할 때도 있었다.
그의 목표는 100회 공연을 성사시키는 것이었다.
지금까지 20회의 공연을 한 도현은 새삼 뿌듯했다.
그동안 공연에 보러 오고 싶다는 수요층이 늘어 공연장도 라이브 홀에서 올림픽공원 올림픽 홀로 변경됐다.
그뿐만 아니라, 도현에게 다양한 광고 요청이 들어왔다.
‘의리’를 강조하며 장기 고객 관리에 힘쓰겠다는 금융권 광고를 찍은 후에도 행보가 좋았기 때문.
특히 단독 기사로 도현이 그래미에 비공개 후보 제출을 한 소식이 지난 11월 전해지자, 도현의 팬덤 허니뿐만 아니라 전 세계적으로 도현이 크나큰 이슈를 모았다.
샘 말라크의 과거 발언인 “어설픈 오아시스 같다”는 조롱의 말도 재조명되기도.
샘 말라크는 이 때문에 자신의 SNS에 “나는 인종차별자가 아니며, 그를 리스펙트한다”는 메시지를 남겼지만, 오히려 도현의 팬덤에게 먹잇감을 남겨 주기만 할 뿐이었다.
할리우드에서도 샘 말라크의 과거 발언에 대해 “어리석은 발언”, “동양인을 차별하는 발언”, “음악성에 뒤처지기 시작한 샘 말라크의 오만한 말이었다” 등의 반응을 보였다.
그 덕분에 샘 말라크는 라디오 DJ로 출연 중이던 프로그램서 교체당하는 수모를 겪었다.
“아. 그래미 발표 진짜 늦게 하네.”
강호가 꾸벅꾸벅 흔들리는 고개를 겨우 고정한 채로 너튜브를 켜 놓은 TV를 보면서 말했다.
“형. 시차 때문에 어쩔 수 없는 거 알잖아요.”
“그래도 그렇지…… 미국에는 초대받았는데, 정작 후보에 올랐다는 걸 방송으로 확인하라는 건 너무 그렇지 않냐?”
도현은 그래미 주최 측으로부터 공연해 달라는 요청을 정식으로 받았다.
당연히 도현 측은 퍼포먼스를 펼쳐 보이겠다고 답했다.
“레드 카펫 서는 거랑 퍼포먼스를 펼친다는 것만으로도 좋은 거잖아요. 이번엔 에이디온이랑 함께하게 되었지만, 내년엔 솔로로 초대받을 수도 있고…….”
그랬다.
에이디온과의 컬래버레이션 무대를 해 달라고 한 것.
도현만의 온전한 무대를 완성시켜 달라는 요청은 아니었다.
다소 아쉬운 부분이긴 했지만, 앞으로 기회는 더 많았다. 본격적인 미국 진출의 물꼬를 트게 된 셈이니까. 여기서 잘하면 된다.
“어어! 이제 나오기 시작한다!”
지루한 광고 시간이 끝나고 그래미 후보군이 하나둘씩 공개되기 시작했다.
도현은 손에서 식은땀이 나는 걸 느꼈다.
그건 강호도 마찬가지였다.
강호는 도현의 손을 잡고 호들갑을 떨었다.
“이거 술이라도 마시면서 봐야 하는 거 아냐? 너무 긴장돼서 그냥은 못 보겠는데?”
“형, 막내가 술 끊으라고 했다면서요.”
“아…… 그거야 그렇긴 한데. 그래도 도현아. 맥주 얼른 사 올까?”
강호의 말에 도현은 단호하게 고개를 저었다.
“아뇨. 안 마실 거예요. 막내한테 나중에 구박받기 싫어요.”
막내 스타일리스트와 한창 연애 중인 강호는 술을 끊겠다고 약속했다.
그런 이야기를 주고받는 걸 직접 목격했던 도현인 만큼 굳이 술을 마시게 하고 싶지는 않았다.
마시더라도 혼자라면 모를까.
분위기에 휩쓸려 같이 마시게 되는 건 사양이었다.
“어어! 도현아! 나왔어, 너 지금!”
도현도 TV 화면을 보고 있었지만, 강호가 호들갑을 떨었다.
도현이 노미네이트된 분야는 베스트 뉴 아티스트와 베스트 팝 솔로 퍼포먼스였다.
“와악! 두 분야나 노미네이트됐어! 봐 봐! 내가 타로점 봐서 좋은 거 나온다고 했지! 그대로 된 거 아냐! 그 지팡이인지 뭔지, 천운이 따라 준다는 거! 그거 그대로 됐네!”
도현은 소름이 오소소 돋아서 아무런 말도 못 하고 있었다.
‘내가 노미네이트 됐다고? 그래미 어워드에서 두 분야나? 이게 가능하다고? 우리나라 솔로 아티스트가?’
도현은 어안이 벙벙한 상태로 TV 화면을 계속해서 쳐다보고 있었다.
“이렇게 된 거, 공연하러 가는 김에 상까지 받자! 도현아!”
강호가 신이 난 듯 도현에게 어깨동무를 하고 흔들었다.
도현은 흔들리는 상태로 생각에 잠겼다.
지이잉─
지이잉─
도현의 휴대폰이 연달아 울렸다.
이카루스의 현호부터 석원, 그 외에도 같이 협업을 하던 동료들의 축하 인사가 쏟아지고 있었다.
[형 축하해요!] [형 대박! 노미라니 ㅊㅋㅊㅋ] [형님! 꼭 상 받고 오십쇼! 귀감이 돼 주세요!] [우리 아들! 축하한다!] [대한민국 최고의 솔로 아티스트! 나도현 파이팅!]도현은 쏟아지는 메시지에 대답할 수 없을 정도였다.
정신이 돌아오지 않고 있었다.
넋이 나간 상태로 도현은 강호를 바라보며 물었다.
“형…… 이거 실화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