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 new career singer who can read the future RAW novel - Chapter (135)
미래를 읽는 경력직 신인가수-135화(135/225)
“영감, 내가 영감 전담반이오? 하여간…… 내가 영감 때문에 머리털 빠지겠어.”
등장한 건 다름 아닌 저승차사였다. 대화를 들어 보니 할아버지 때문에 고생을 하는 듯했다.
하지만 할아버지는 신경도 쓰지 않고 나를 향해 말했다.
“떼잉! 이 자리까지 내가 찾아와야 하느냐! 내 묘지엔 찾아오지도 않고 말이야!”
할아버지는 단단히 화가 나 보이셨다.
나는 그런 할아버지께 죄송하다고 거듭 사과의 말씀을 전했다. 더불어 조만간 찾아뵈러 가겠다는 말까지 덧붙이며.
“……거, 영감. 손주 녀석 너무 쪼지 말아요. 맨날 이렇게 저승 밖에 나와서 돌아다니는 거 알면 저 진짜 목 잘립니다.”
“쯧…… 이미 해고당할 위기에 놓인 건 아니고? 내 핑계는…….”
“영감 이렇게 꿈에 나오는 거, 대가를 치르고 나오는 거 손주가 알랑가?”
할아버지께서 대가를 치르고 내 꿈에 찾아오시는 것이라고?
그 말에 나는 깜짝 놀랐다.
“할아버지, 저승에서 빚지시고 그런 건 아니죠?”
“아니다. 꿈에 나오는 건 저승서 가끔 점 봐 주고…… 그래서 나올 수 있는 것이니라. 저승에서도 죽은 이들이 살아남은 자식들 복권이라도 맞게 해 달라고 점 봐 달라고 하거든. 그래서 그 노잣돈 모아서 꿈에 나올 기회를 얻는 것이다. 너는 신경 쓸 필요가 없느니…….”
“아무튼 할아버지, 찾아뵙지 못해서 죄송해요. 조만간 찾아뵈러 갈게요.”
“이 할애비가 피자가 먹고 싶구나. 올 때 치즈 듬뿍 넣은 피자를 사 가지고 오려무나. 아, 그리고 전할 말이 있단다.”
할아버지께서 꿈에 찾아오신 건 이유가 있어서일 것이라고 생각하긴 했다.
그 이유는 무엇일까?
김춘례 할아버지께 들었던 것처럼 능력을 함부로 사용하지 말라고? 이런 연유에서일까?
“네 능력, 신누름굿을 받았으니…… 아마도 더욱 커지진 않을 게다. 내가 그리 합의를 봤거든. 너를 탐내는 잡귀들이 좀 많아서 고생을 하긴 했다만…… 그 타로 점 보는 것은 그대로 봐도 좋다. 이 말을 해 주려고 이리 꿈에 찾아왔느니라.”
“……할아버지.”
왠지 모르게 감동적이었다. 저승에서 나의 행보를 하나하나 다 지켜보고 있으셨던 말씀 같아서. 내가 허투루 살고 있다는 게 아니라는 것을 증명해 주시는 것 같아서 말이다.
“그럼 이만 깨어나거라! 이 할애비는 오늘로 마지막 방문이니라! 종종 피자 싸 들고 오고! 이 녀석아!”
“알겠어요, 할아버지…… 조심히 들어가세요!”
* * *
“허억…… 지금까지 꿈이었나.”
너무나도 생생하게 남았다. 할아버지께서 타로를 보는 건 그대로 봐도 괜찮다고 하셨으니, 괜찮겠지.
할아버지와 관련해 다시 한번 타로를 볼까 생각했다. 할아버지가 꿈에 등장하신 것에 대해 안위가 궁금했기 때문이었다.
하지만 카드를 섞을까 했던 나는 이내 멈췄다. 할아버지께서 할 말을 다 하고 가셨는데, 굳이 타로 점으로 확인해야 할 이유를 찾지 못해서였다.
조만간 할아버지께 방문해야지.
할아버지께서 말씀하신 대로 치즈가 듬뿍 얹어진 피자를 들고.
* * *
기자회견 날. 한강 인근의 한 호텔 라운지에서 기자회견이 잡혔다. 도현은 아침부터 숍에 들러 메이크업과 스타일링을 받았다.
그래미에서 상을 받고 돌아온 만큼 국내 언론뿐만 아니라 외신에서도 취재 요청이 쇄도했다.
이 사실을 전해 들은 도현은 어떤 대답을 해야 할지 예상 질문지를 보며 살폈다. 긴장이 되는 자리였다.
동아시아의 작은 나라에서 ‘로컬 시상식’이라며 조롱도 당하는 그래미 어워드에서 1관왕을 차지했다. 뉴 아티스트 부문에서.
공동 수상이긴 했으나, 향후 가능성이 보이는 바였다.
“도현아. 긴장 푸는 약이라도 줄까? 너 손에 땀이 차는 것 같은데.”
이제는 도현이 조금이라도 긴장을 하면 척척 알아차리는 강호였다.
강호는 미리 준비한 약을 도현에게 건넸다.
도현은 약을 꼭꼭 씹어 물과 함께 삼켰다.
“어우…… 호야 형. 긴장 안 하려고 해도 긴장이 되네요.”
“나까지도 긴장이 된다. 오늘 취재진만 200여 명 몰릴 예정이라잖냐. 혼자서 200여 명을 상대해야 한다는 건데…… 그나마 주어진 시간이 1시간 30분이라서 다행이지. 정신 놓지 말고 말 잘해야 한다? 분명히 흠잡으려고 하는 기자가 있기 마련이니까.”
“그래서 걱정이에요. 분명 악의를 품고 접근하는 기자도 있기 마련이니까요.”
도현의 머릿속에는 오늘도 유하나 기자가 오겠구나 싶었다. 그녀가 던질 질문이 궁금했다.
‘유 기자님은 무슨 질문을 던지실까? 연락처를 드리긴 했는데 별다른 연락도 오지 않으시고 말이야. 흐음…… 팬으로서 일정 거리를 두려는 생각이신가?’
“혹시 오늘 오기로 한 기자 리스트 좀 볼 수 있어요?”
“당연하지. 홍보 팀장님께 부탁해 볼게.”
강호는 쪼르르 달려가 리스트를 여러 장 얻어 왔다. 도현은 하나하나 이름을 살폈다. 그리고 그의 손가락이 멈춘 것은 유하나 기자의 이름에서였다.
‘유 기자님, 오시는구나! 그럼 좋은 질문을 해 주시겠네!’
자신의 편이 하나쯤 있다는 것. 그게 이렇게 안심이 되는 줄은 몰랐다.
“기자회견까지 이제 30여 분 남았죠? 저 잠깐 이어폰 꽂고 노래 들으며 집중 좀 할게요.”
도현은 마지막까지 음악을 들으며 집중했다.
그리고 입장 시각이 돼서야 이어폰을 빼고는 다시 한번 스타일링을 점검했다.
“문제없죠? 사진 기자님들이랑 영상 기자님들도 오셨는데…… 괜찮죠?”
“어, 괜찮다. 어휴. 내 배로 낳은 새끼도 아닌데 왜 이렇게 잘생겼냐, 도현아.”
강호의 주접에 모두가 빵 터졌다. 도현 역시도 웃음이 터져서 참을 수 없었다.
“형! 그런 주접은 어디서 배워 온 거예요.”
“아니, 찾다 보니까 있더라고. 내 배로 낳을 걸 그랬다고 하는 댓글도 있고. 너 보면 내가 요새 배가 불러. 내 배로 낳은 자식도 아닌데, 잘생기기까지 해 가지곤 말이야.”
“고마워요, 형. 덕분에 웃으면서 시작할 수 있겠네요.”
도현은 기자회견장에 입장했다.
파파파파팟─
스트로보 터지는 소리가 화려했다. 도현은 눈이 아파 왔지만, 단 한 차례도 눈을 끔뻑이지 않았다. 과연 프로다운 태도였다. 왼쪽부터 오른쪽까지 방향을 틀어가면서 사진 촬영을 마친 이후, 도현은 MC 없이 오로지 혼자서 질의응답 시간을 가졌다.
홍보 팀장은 MC를 두는 게 낫다고 판단을 했었지만, 도현의 생각은 달랐다. MC를 통해 한 번 여과되는 말들을 듣는 것보다, 자신이 직접 듣고 말하고 싶었다. 그래서 선택한 게 홀로 질의응답을 하는 것.
“안녕하세요, 기자님들. 그래미 어워드에서 뉴 아티스트 부문을 수상하고 돌아온 나도현이라고 합니다! 이런 인사 기대하셨죠?”
도현의 너스레에 장내가 웃음으로 가득 찼다.
“지금부터 1시간 30분 동안 저희 재미있게 잘 해 봐요. 기자님들의 재미있는 질문 기대할게요! 그럼 시작하겠습니다. 질문할 게 있으신 기자님께서는 손을 들어 주시면 스태프가 마이크를 가져다 줄 겁니다!”
그렇게 도현의 기자회견이 시작됐다.
도현의 예상과는 다르게 재미있는 질문은 나오지 않았다.
기자들의 머릿속에서 생각하는 게 다 거기서 거기인 모양이었다.
그래서 아쉬웠다.
자못 아쉽다고 한창 생각하고 있을 때였다.
유하나 기자가 손을 들었다.
‘오…… 유 기자님이 손을 드셨잖아? 뭔가 색다른 질문이 나올 것 같아.’
도현의 촉이 말하고 있었다.
“안녕하세요, 유하나 기자입니다. 드릴 질문이 있습니다. 평소 팬 사랑으로 유명하시잖아요. 이번 그래미 소감에서도 팬들에게 수상 공로를 전했고요. 또, 팬들과 후킹을 하냐는 짓궂은 질문에도 능숙하게 잘 답하시기도 했고요. 도현 씨에게 허니는 어떤 의미일까요?”
그 말에 도현은 유 기자를 바라보며 미소를 짓고는 말을 이어갔다.
“허니…… 제겐 진짜 꿀 같은 존재죠. 애칭으로 허니라고 부르기도 하잖아요. 달콤한 그대죠. 도혀니에서 ‘혀니’가 ‘허니’라는 팬덤명으로 정해진 건데, 정말 잘 정해졌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솔직히 제가 그래미 어워드까지 갈 것이라고 믿어 준 건 허니만이 그러지 않았을까요? 허니가 아니었더라면 전 이 자리에 없었을 거예요. 오디션 프로그램으로 반짝 뜬 스타, 거기서 멈췄을 겁니다.”
도현의 말은 계속됐다. 이를 타이핑하는 기자들의 손은 분주했다.
“그래미 어워드에 도전해 볼 수 있다고 믿음을 준 것도 다 허니들 덕분입니다. 제게 있어 믿음과 신앙 같은 존재죠. 그리고 달콤한 존재들이에요. 팬들이 없었더라면 전 진작 무너지지 않았을까…… 그런 생각을 합니다. 제가 무너지지 않게 기둥이 돼 주기도 하는 그런 존재들이에요. 제가 정말 아끼고 많이 사랑하는 존재들이에요. 사랑해요, 허니들.”
그 말을 하며 도현은 수줍은 듯 웃어 보였다. 찰칵대는 소리와 함께 도현의 붉게 달아오른 모습이 실시간으로 업로드됐다.
유 기자의 질문을 마지막으로 기자회견이 끝이 났다. 도현은 안에 잠시 들어가서 메이크업을 고치고, 나와서 다시 기자들에게 인사를 하면서 한 바퀴를 돌았다.
특히 유 기자 근처에 갈 땐 유 기자와 눈 맞춤을 하면서 미소를 지어 보이는 것도 잊지 않았다. 타이핑을 하던 유 기자의 손이 덜덜 떨리는 것도 도현의 눈에 들어왔다. 그 모습에 도현은 자신의 팬임이 여실히 티가 나자, 웃음이 터져 나올 뻔했다. 기분 좋은 웃음이었다.
* * *
시간은 흘러 <나도현의 러브레터> 첫 녹화 날이 되었다.
첫 번째 녹화에는 도현이 잘 아는 게스트들이 출연했다.
같은 소속사이자 라이징 스타 이카루스, <너첫가> 시즌1을 통해 인연을 맺은 선화승과 코스트, 시스터즈까지. 또한 시즌2 우승자인 효섭까지.
여기서 그치지 않았다. MC인 도현이 현호, 석원과 함께하는 무대까지 준비돼 있었다.
그야말로 게스트는 꽉꽉 채웠다고 볼 수 있었다.
도현은 그만큼 신경 써서 준비했다.
녹화 시작 시각은 오후 5시.
그전까지 도현은 게스트들의 대기실에 방문하면서 긴장을 푸는 시간을 가졌다. 특히 현호와 석원과는 친목을 다졌다.
“다들 잘할 수 있지? 오늘 무대로 너희랑 내 합을 보여 주는 거야.”
그 말에 현호가 어깨를 으쓱해하며 말했다.
“저희, 룰라팔루자에서 합 맞춰봤잖아요. 석원이랑도 잘해 내셨고요! 잘할 수 있을 것 같은데요?”
“맞아요. 현호랑 저랑 룰라팔루자에서 호흡 맞췄던 것을 생각해 본다면…… 충분히 형은 잘할 수 있을 거예요! 그래미 1관왕에 빛나는 우리 형! 제가 얼마나 자랑하고 다니는지 모르죠?”
석원이 호들갑을 떨었다. 이에 도현은 손사래를 치며 그만하라고 했다. 괜히 부끄러워져서였다.
“에이, 뭘 그만해요! 그래미 1관왕에 빛나는! MC가 이렇게 자기 이름을 내걸고 뮤직 토크쇼를 하는데! 당연히 칭찬받아 마땅하죠! 안 그래요?”
석원의 말에 현호가 받아쳤다.
“우리 그래미 수상자님! 오늘, 무대 부수자고요? 알았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