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 new career singer who can read the future RAW novel - Chapter (139)
미래를 읽는 경력직 신인가수-139화(139/225)
“선배, 얼굴이 왜 이렇게 빨개요?”
후배 사진 기자의 물음에 유하나 기자는 그저 날이 더울 뿐이라고 답했다.
“나도현 보고 얼굴 빨개진 게 아니고요?”
‘솔직히 말하자면, 성공한 덕후로서… 얼굴이 빨개질 만도 하지. 단독으로 받는 손 하트라니! 연락처를 받은 것도 럭키였는데!’
유 기자는 구구절절 늘어놓고 싶었지만, 그것만은 참았다.
남자인데다 누군가의 덕질을 해 본 적이 없는 사진 기자 후배는 유 기자의 덕심을 이해하지 못할 터.
“들, 들어가자.”
“네, 선배.”
* * *
도현은 유하나 기자와 이미 구면임에도 티를 내지 않았다.
이 바닥이 얼마나 좁은지 잘 알고 있었기 때문.
자신은 가수라서 손해 볼 게 없다지만, 유 기자의 경우는 생업과 연결돼 있었기에 그녀가 팬이라는 비밀은 더욱 지켜줘야 한다는 사실만은 잘 알고 있었다.
“안녕하세요, 기자님들. 단출하게 세 분이서 라운드 인터뷰를 진행하게 되었네요. 아, 저까지 포함하면 넷이네요. 잘 부탁드립니다. 음료는 카페에서 드시고 싶은 거 주문해 주시면 돼요.”
홍보팀보다 더 친절한 도현의 말에 유 기자를 포함한 기자들은 고개를 끄덕이며 메뉴 고민에 빠졌다.
“전 라테요.”
“전 아메리카노. 차갑게.”
“저도 아이스 아메리카노요.”
도현은 아이스 아메리카노를 한 잔 더 주문했다.
“도현 씨, 준비됐으면 포토 타임 가져야죠?”
홍보팀장이 도현을 불렀다.
“기자님들, 그러면 잠시 목 축이고 계세요. 저는 사진 촬영하러 다녀올게요.”
그렇게 도현이 자리를 비운 동안 기자 셋은 대화를 나눴다.
이런 자리를 통해 보니 사람이 좋은 것 같다는 것부터 친절하다는 이야기까지.
이에 홍보 팀장은 맞장구를 쳤다.
“저희끼리 있으니까 하는 말이지만요, 솔직히 사람이 어느 정도 뜨고 나면 거만해져야 정상인데… 기자님들도 이 바닥에서 오래 있어 봐서 아시잖아요. 그런데 도현 씨는 그게 없어요. 신기한 사람이에요. 성장할수록 점점 더 겸손해지는 사람은 처음 봤잖아, 나 진짜.”
“이 말을 도현 씨가 들으면 좋아하겠는데요?”
“진짜 일벌레예요. 휴엔터의 꺼지지 않는 등불이 두 곳인데, 하나는 우리 회사 A&R 팀장님 작업실이랑 또 하나는 도현 씨 작업실이에요. 여담인데… 이카루스 아시죠? 도현 씨 네 번째 데뷔 이후에 휴엔터에서 내놓은 그룹이요.”
기자들은 뭔가 도현과 관련해서 주워들을 거리라도 있나 싶어서 홍보 팀장의 말에 귀를 기울였다.
“알죠, 알다마다. 요즘 라이징 보이 그룹 아닙니까?”
남자 기자의 말에 홍보팀장이 박수를 치며 말했다.
“그렇죠. 라이징 보이 그룹이죠. 아무튼 거기 리더 현호가 도현 씨랑 엄청 친해요. 그 덕분인지 현호가 도현 씨랑 작업을 많이 하거든요. 곧 이카루스 컴백인데… 거기에 현호랑 도현 씨랑 작업한 곡이 실릴 예정이에요. 어머, 나 너무 중요한 사실 말한 거 아닌가 몰라. 다른 타임 때는 하지 않았던 말인데….”
하지 않았던 말이라고는 하나, 기자들은 홍보 팀장이 일부러 이런 말을 흘린다는 것을 잘 알고 있었다.
“저희 이거 단독으론 내보내지 말죠. 그냥 지금 동시에 기사 내보내죠.”
셋 중 가장 연차가 높았던 유 기자의 말에 다들 고개를 끄덕였다.
그렇게 도현이 이카루스의 현호와 협업한 곡이 이카루스의 다음 앨범에 실릴 예정이라는 기사가 포털 사이트에 송고됐다.
“기자님들, 후배 그룹인 이카루스도 많이 예뻐해 주세요. 아시겠죠? 물론 오늘은 도현 씨를 위한 자리이긴 하지만요.”
“당연하죠. 도현 씨가 아끼는 후배가 속한 그룹인데 잘해 줘야죠.”
유하나 기자의 너스레에 홍보팀장은 입을 가리며 웃었다.
“이제 사진 촬영 다 끝났나 보네요. 인터뷰 본격적으로 시작하겠습니다! 잘 부탁드립니다, 기자님들!”
도현이 카페 안으로 들어오자, 기자들은 본격적으로 타이핑 할 준비를 했다.
“기자님들, 많이 기다리셨죠? 오후 타임이 널널해서 그런지 포즈를 다양하게 취하느라 인터뷰가 조금 늦게 진행이 됐네요. 다음 타임까지는 시간이 많이 남으니까 저희 천천히 이야기해요.”
도현의 말에 기자들은 손사래를 치며 별로 기다리지 않았다고 답했다.
“그래도 바쁘시잖아요. 바쁘신데 오늘 인터뷰 와 주셔서 너무 감사합니다! 항상 좋은 기사 써 주셔서 감사하고요.”
도현의 앞에는 노트가 하나 놓여 있었다.
도현은 노트를 펼치더니 매체 명과 기자 이름을 대조해서 확인했다.
“유하나 기자님, 김명석 기자님, 윤민혜 기자님. 다들 감사합니다! 최근에 저에 대해서 좋은 기획 기사 써 주신 거 다 읽어 봤어요. 특히 윤민혜 기자님! 기사의 구절이 너무 좋아서 기억하고 있어요. ‘이토록 스윗한 아티스트라니’ 이 구절이었는데… 어떻게 보면 흔하다고 할지 몰라도 저는 저 표현이 되게 와 닿았거든요. 항상 팬들에게, 대중에게 스윗하고 싶은 가수여서 더욱 그런 것 같아요.”
윤민혜 기자는 “이게 다 도현 씨가 좋은 작업을 많이 한 덕분”이라고 일축했다.
“기자님들께서 항상 좋게 봐 주시니까… 좋은 기사가 많이 나오니 제가 지금의 자리까지 올 수 있었던 것 같아요. 항상 감사합니다. 거짓말 아니에요. 제 진심이에요.”
도현은 진심을 담아 이야기할 땐 볼 보조개가 움푹 패는 특징이 있었다. 유하나 기자는 지금 그 현장을 목격하고 있었다.
‘혀니 볼이 움푹 팬 걸 보니 지금 진짜 속마음을 이야기하고 있구나! 나도현 내가 낳을걸… 진짜 나도현 같은 아들을 내가 낳았어야 하는 건데!’
속으로는 온갖 주접이 왔다 갔다 하는 유 기자였다.
* * *
인터뷰가 끝나고….
“기자님들, 이렇게 인터뷰한 것도 추억인데 사진 촬영이라도 하시는 게 어때요?”
홍보 팀장이 싹싹하게 기자들에게 말했다.
그녀의 손에는 폴라로이드 카메라가 있었다.
“좋죠! 그래미 어워드를 수상한 스타와의 사진이라니! 사인까지 해 주시면 제가 주변에 널리 자랑하고 다니겠습니다!”
남자 기자의 말에 유 기자와 윤 기자 모두 자신에게도 사인을 해 달라고 부탁했다.
도현은 인상도 찌푸리지 않고는 그렇게 하겠다고 약속했다.
남자 기자가 먼저 사진을 찍고 난 다음, 유 기자와 윤 기자도 사진을 촬영했다.
도현은 사인 옆에 작은 메시지도 남겼다. 작은 하트 모양도 빼놓지 않고 그렸다.
‘이건 정말 죽을 때까지 가보로 삼아야지!’
유 기자는 그런 생각을 하며 흐뭇하게 사진을 노트북 파우치에 넣었다.
“오늘 인터뷰 수고 많으셨어요, 도현 씨. 그럼 다음에 봐요!”
신이 난 유 기자는 서둘러 짐을 챙겨 자리를 떴다. 주변 지인들에게 도현과 함께한 사진과 사인을 자랑할 생각만 해도 두근두근거렸다.
그렇게 카페에서 벗어난 지 3분 정도 됐을 무렵.
“허억… 허억… 기자님, 진짜 걸음 빠르시네요.”
귀에 익은 목소리가 유하나 기자의 귓가에 닿았다.
유 기자는 뒤를 돌았다. 도현이 손에 노트북 파우치를 들고 있었다.
“세상에! 제가 이거 두고 왔어요?”
“너무 급하게 나가셔서… 급하게 따라잡느라고 좀 늦었네요. 기자님께 소중한 거잖아요. 잃어버리면 안 되죠.”
유 기자는 주변을 둘러봤다.
주변에 있는 사람들이 도현과 유 기자를 주목하고 있었다.
도현은 시선을 의식한 탓인지 유 기자에게 속삭였다.
“기자님, 그런데 왜 연락 안 주세요? 저 나름대로 기다렸는데.”
“…예? 도현 씨가 제 연락을 기다렸다고요?”
“제 팬이시잖아요. 그래미에서도 보고, 행사 때마다 항상 뵙는 것 같은데….”
“팬도 맞고 그래미에서 본 것도 맞지만… 그래도 팬과 가수는 거리가 있어야 한다고 저는 생각하거든요. 그래서 연락 안 한 거예요.”
유하나 기자가 똑 부러지게 설명했다.
도현은 ‘팬과 가수는 거리가 있어야 한다’는 유 기자의 말에 공감했다.
“아… 그러시군요. 그래도 한번 연락 주세요. 식사하자고 작업 거는 게 아니라, 정말 감사해서 그래요. 오랜 시간 나도현의 모습을 지켜봐 주시고 계시잖아요. 그리고….”
도현이 머뭇거리다 말을 이었다. 몸은 유 기자의 키에 맞춰 숙인 채로.
“유 기자님이 찍어 주시는 사진 너무 예뻐요. 정말 애정 필터가 듬뿍 담긴 사진이라는 게 무엇인지를 알려 주셔서 감사해요. 유 기자님 덕분에 제 팬도 더 많아지는 듯해서 더 감사해요. 언젠가 따로 연락을 하게 되면 이 말을 해야지 싶었거든요. 오늘 이 자리를 빌려 말할게요. 감사합니다!”
“도현아! 다음 타임 포토 가야지!”
뒤에서 강호가 우렁찬 목소리로 부르는 게 들렸다.
도현은 다시 한번 몸을 숙인 뒤 조심스럽게 속삭였다.
“제 팬이어서 감사합니다. 그럼 다음에 봬요.”
도현은 왔던 길을 뛰어갔다. 유하나 기자는 거의 울기 직전이었다.
자신의 최애가 이런 달콤한 사람이라니….
사방팔방에 자랑해도 부족함이 없을 사람이었다.
‘미쳤어, 나도현. 진짜 미쳤어. 진짜! 저런 애를 두고 내가 다른 애 덕질은 못 하지. 콘크리트로 탈덕 문을 단단히 막아 버렸어.’
유 기자는 눈물이 흘러내리려는 것을 애써 꾹 참으며 카페로 이동했다.
유하나 기자의 발걸음이 향한 곳은 도현이 삼청동에 올 때마다 종종 찾는다는 곳이었다.
누가 팬 아니랄까 봐, 유 기자는 그곳에서 인터뷰 마감을 치기로 결정했다.
“어? 하나 선배!”
조금 전 인터뷰를 같이했던 윤민혜 기자가 그 자리에 있었다.
“민혜야. 너도 이 카페 왔어?”
“네. 여기 카페에 특별한 사연이 있어서요.”
그 순간 유 기자의 촉이 발동했다.
윤 기자와는 그렇게 친분이 있는 건 아니었지만, 이 카페를 왜 찾았는지 알 듯했다.
“너 설마… 허니?”
“선배도 설마… 허니?”
그렇게 서로를 확인한 두 사람은 푸스스 웃어 젖혔다.
“아, 진짜. 어쩐지 선배 질문들이 되게 덕질 오래한 사람이 하는 질문 같아서 설마 설마 했거든요.”
“나도 네 질문 좋다고 생각했어. 내가 짚지 못한 점도 질문해서 도현이가 오늘 제대로 된 질문에 답하는 것 같기도 했고. 솔직히 오전 타임은 그래미와 아카데미에 관련한 질문밖에 없는 듯해서 난 회사에서 기사 준비하며 아쉽다는 생각을 했었거든.”
“저도요! 그래서 일부러 덕후의 질문이란 이런 것이다! 하는 생각으로 열심히 준비했죠. 그런데 선배도 허니라니… 너무 반가워요. 여기가 허니들의 성지잖아요.”
윤 기자의 말에 유 기자는 고개를 끄덕였다.
유 기자는 윤 기자에게 어느 정도 선까지 이야기를 해야 할지 고민했다.
자신이 찍덕이라고 이야기할까? 아니면 그냥 공연 보러 다니는 정도는 된다고 이야기할까?
그렇게 고민하고 있을 때 윤 기자의 입이 열렸다.
“저 진짜… 태어나서 이렇게 코어한 덕질 해 보는 거 처음인데요. 지난번엔 도현이 보러 그래미까지 다녀왔거든요. 표 구하는 게 얼마나 어려웠는지 몰라요, 진짜. 지인 찬스 통해서 영화 VIP 시사회도 다녀왔고요. 전 진짜 도현이 덕후라서 너무 좋아요. 열일해서. 그리고 잡음이 없잖아요.”
“네 번째 데뷔할 땐 좀 고생했지. 그런데 진짜… 도현이가 잡음 없는 편이긴 해.”
“그래서 좋아요, 전.”
윤민혜 기자의 고백을 들은 유 기자는 굳은 마음을 먹고 입을 열었다.
“사실 나도 그래미 다녀왔어.”
“…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