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 new career singer who can read the future RAW novel - Chapter (148)
미래를 읽는 경력직 신인가수-148화(148/225)
뮤지컬 <서시>의 제작진은 심도 있는 회의를 진행 중이었다.
내로라하는 티켓 파워를 가진 배우들의 윤동주 역 캐스팅을 마쳤다.
그러나, 도현을 보고 난 후 스케줄과 티켓이 얼마나 팔릴지에 대해 고민을 하는 중이었다.
톱스타답게 준비를 많이 해 오지 않을 것이라는 예상과 달리, 준비를 꽤 열심히 해 왔다. 살짝 흔들리긴 했지만 뮤지컬이라는 장르에 걸맞은 창법으로 노래를 불렀다. ‘잎새’의 촬영 영상을 몇 번이나 돌려 보며 이들은 윤동주 역으로 도현을 출연시킬지 말지 회의를 나누고 있었다.
“…그러니까 생각 이상으로 준비를 많이 해 와서 그것이 고민이네요.”
“사실 일주일 공연에 3회 출연이면, 그것도 낮 공연으로 세 번이라서… 준비를 많이 안 해 올 것 같았는데 말이죠. 그냥 자기 티켓 파워를 믿고서 말이죠.”
낮 공연은 티켓 파워가 강한 사람에게 주어지는 편이었다. 밤 공연보다 더 코어 팬덤층이 단단해야만 얻을 수 있는 기회이기도 했다. 월요일을 제외한 화요일부터 일요일까지 6일간의 공연. 그 공연 중 낮 공연 3회를 도현이 가져갈 수 있다는 판단이 제작진에겐 들었다. 그랬기에 회의가 길어지고 있었다.
“솔직히 준비를 안 해 와도 합격시키려고 했는데… 그 나름대로 티켓을 잘 팔 테니까 말이죠. 솔직히 남자 솔로 가수 중에 요즘 나도현보다 잘나가는 가수가 누가 있어요. 안 그래요?”
“그러니깐 말이죠. 나도현을 따라잡을 만한 가수가 없어서 대충대충 해 와도 통과시키려고 했는데… 나도현이 의외의 모습을 보여 줘서… 이거, 캐스팅 합격 소식 안 전했다간 오히려 휴엔터에서 뭐라고 할 판이에요. 휴엔터 소속 가수들이 우리가 제작한 뮤지컬에 자주 출연하기도 했잖아요.”
<서시> 제작사는 <서시>뿐만 아니라, 다양한 뮤지컬을 제작하고 극을 올리기도 했다. 휴엔터 소속 많은 가수가 <서시> 제작사인 DW컴퍼니의 뮤지컬에 오른 바 있다. 그랬기에 휴엔터와의 관계도 고려할 수밖에 없었다.
“그냥 출연시키죠, 나도현 씨. 뭐 어렵게 생각합니까? <서시>를 보러 오는 사람들이 나도현 씨 무대를 보고 나서 우리가 만드는 창작 뮤지컬에 더 많은 관심을 기울이고 소위 말해 ‘회전문’을 돌 수도 있잖아요. 연극이나 뮤지컬이나 보는 사람들이 더 많이 보는데요.”
“흐음… 그것도 맞는 말이죠. 보는 사람들이 많이 보죠. 그럼 확정 짓도록 하죠. 6일 공연 중 3일 공연, 나도현 씨에게 주는 것으로.”
* * *
그렇게 도현의 <서시> 출연은 확정됐다.
도현은 해외 투어를 떠나기 전 팬들에게 떡밥을 하나 더 줄 수 있음에 감사했다.
“도현아. 뮤지컬 같은 경우는 무조건 오피셜로 나지 않는 이상 캐스팅에 대해 일언반구의 말도 하지 않아야 되는 거 알지?”
강호가 몇 번이나 같은 말을 반복하며 강조했다. 연극 뮤지컬은 캐스팅이 중요한 일이라, 출연하게 되는 배우가 스포일러를 하면 비판을 받는다. 엠바고의 기준이 다른 장르보다 높은 편이었다.
“형, 알겠어요. 어째, 형이 저보다 더 흥분하신 것 같….”
“당연하지! 그냥 뮤지컬 작품도 아니고 DW컴퍼니의 <서시>라 하면 고정 팬층이 얼마나 되는데! 거기다가 네 팬들이 보러 올 것까지 고려를 한다면… 다른 장소도 아니고 국립극장서 펼쳐지는 공연이 얼마나 퀄리티가 높은지 너는 알아야….”
“알죠. 왜 모르겠어요. 이런 기회가 주어진 것에 감사하며 열심히 할게요. 그나저나, 좋은 소식도 소식이지만, 카메라 돌아가고 있는 거 맞죠?”
도현은 지금 상황을 브이로그로 남기기 위해 촬영 중이었다. 캠코더를 든 강호는 녹화 버튼을 깜박하고 누르지 않았다며 처음부터 다시 찍자고 제안했다. 쓸데없는 말이 들어가 편집을 하느니, 처음부터 다시 찍는 게 좋겠다는 판단이 든 도현은 고개를 끄덕였다.
“제가 작업하면서 혼잣말을 하는 식으로 브이로그를 찍을게요. 형은 나가 보셔도 돼요. 어차피 작업실인데요, 뭘. 집에 갈 때 연락드릴게요.”
“그래, 알겠어. 혹시나! 카메라 앞에서 욕은 하지 말고!”
“형, 제가 언제 욕하는 거 봤어요? 저 프로입니다. 데뷔한 지 어언….”
도현의 말이 길어진다 싶자, 강호가 서둘러 작업실에서 나갔다.
* * *
[연뮤 팬들 사이에 요즘 알음알음 ㄴㄷㅎ 이야기 나오는데 사실임?]ㄴㄷㅎ이 ㅅㅅ에 출연한다는 말 돌던데
┗ㄴㄷㅎ이 누구야
┗너첫가 시즌1 우승자
┗아 걔? 걔가 ㅅㅅ에 출연한다고?
┗낮공 3타임 가져간다는데
┗┗헐? 이건 처음 듣는데
┗┗┗DW컴퍼니에서 ㄴㄷㅎ 보자마자 마음에 들어 했다고 하더라
연극 뮤지컬 갤러리에서 처음 올라온 글은 나도현 팬덤에 빠른 속도로 알려졌다. 글 삭제가 금방 되긴 했지만, 캡처본이 나돌았다. 나도현 팬덤은 나도현이 <서시>에 출연하는 것이 거짓이 아니길 바라며, 본격적인 티케팅 준비에 나섰다.
그렇게 기다리길 2주. DW컴퍼니 오피셜로 <서시>의 주연 배우 라인업이 공개됐다. 도현의 이름을 어렵지 않게 찾아볼 수 있었다. 그야 주연 윤동주 역할이었으니까.
[도현이 ㅠㅠ 서시 주인공 윤동주 역할인 거 찰떡 아니냐 ㅠㅠ]이제 와서야 썰 푸는데 도현이 넘버 ‘잎새’로 오디션 봤다는데 심사위원들이 대거 만족해했대 도현이가 진짜 준비 많이 하고 와서 너무 좋았다고 하더라 ㅠㅠ
┗와 도현이가 부르는 ‘잎새’ 듣고 싶다 근데 <서시> 엄청 피케팅 아니냐 ㅠㅠ 내 자리 하나만 있어 줬음 좋겠는데….
┗나도 내 자리 하나만 있으면 좋겠어 ㅋㅋㅋㅋ 우리 혀니 드디어 뮤지컬도 출연하고 잘한다 잘한다 내 새꾸 ㅠㅠ 우리 혀니 내가 낳을 걸 그랬나 봐
┗도현이 진짜 열일 한다 ㅠ ㅠ 투어 앞두고 떡밥이 너무 쏟아져서 정신을 못 차리겠어 나도현 덕질 원래 이렇게 정신 없이 하는 거야?
┗나도현 하고 운다 ㅠㅠㅠㅠㅠㅠㅠㅠㅠ 도현이 뮤지컬 볼 수 있다는 게 너무 기쁘다 나는 막연하게만 도현이 뮤지컬 무대 서는 거 보고 싶다고 생각했었거든 그런데 그게 실화가 됐다니까 너무 기뻐 그리고 뮤지컬로도 실력을 증명해 보일 것이라고 생각을 하니까 너무 설렌다…
┗도현이 덕질은 진짜 최고야 나도현 본업 잘하는 거 레알 즐겁고 행복함
┗┗본업 잘하는 사람 덕질하는 게 진짜 기분이 좋지 ㅋㅋㅋㅋㅋ 나도현 덕질은 오만 쾌감을 다 느끼게 함 요즘 들어 너무 행복하다 ㅋㅋㅋㅋ 투어 티케팅도 해 놨는데 다 설렌다
* * *
공식 입장이 발표가 되자, 티케팅 일정도 잡혔다. 연습 기간은 매우 짧았다. 한 달 남짓한 시간. 뮤지컬이 끝나고 나면 바로 해외 투어 연습을 시작하고 한 달 있다가 출국을 해야 했다. 스케줄이 빼곡하게 채워져 있었다.
도현은 지금 국립극장 연습실로 내내 출근 도장을 찍으며 맹연습에 돌입했다.
대작인 만큼 뮤지컬계의 내로라하는 선배들이 출연을 했고, 도현은 이들에게 깍듯한 예의와 더불어 무대에 대한 열정을 보여 줬다.
그렇기에 인기 스타가 거만할 것이라는 믿음을 깨고, 선배들과 금세 하나가 돼 완벽한 호흡을 선보일 수 있었다.
“도현 씨, 진짜 노래 잘한다. 어떻게 이런 보물이 있을 수가 있지?”
선배 김다혜가 한마디 던졌다. 그 말에 다른 이들도 공감을 표했다.
“그렇게 말씀해 주시니 감사합니다! 아직 뮤지컬이 서툰 저에게 힘을 내게 해 주세요, 선배님께선.”
“립 서비스도 잘하고? 팬 서비스도 잘할 것 같은데?”
다혜의 말에 도현이 웃었다. 그건 사실이었으니까. 이 업계에서 살아남으려면 융통성 있고 부드러운 성격이 얼마나 중요한지 지난 시간 깨달았다. 중도를 걸으면서도 바람에 휘날리는 갈대 같을 줄도 알아야 했고, 일에 있어선 대쪽 같은 마음으로 지내야 한다는 것도 알고 있었다.
“팬 서비스야 기본이죠! 제 팬들이 너무 달콤해서, 잘해 줄 수밖에 없어요. 팬덤명이 괜히 허니가 아니에요.”
“팬덤은 가수 따라간다던데… 도현 씨가 잘하니까 팬들도 신나서 그런 거지. 내 경험상 그래. 도현 씨가 이렇게 실제로도 스윗한 거 알면 팬들이 기절하겠다, 진짜.”
“제 팬들은 가끔 저보다 더 저를 잘 알 때가 있는걸요. 이미 알고 있을 거예요.”
도현은 너스레를 떨며 팬 자랑을 슬쩍 했다. 선배들은 그런 도현의 말투에 웃었다.
“자, 그럼 다음 연습 들어갈까? 가자고!”
* * *
도현의 팬인 유하나 기자는 지금 피시방에서 윤민혜 기자와 좌석을 3개씩을 선점하고 있었다. 다름 아닌 오늘이 <서시>의 피케팅 날이기 때문.
“민혜야… 나 혹시 몰라서 공기계도 2대 더 챙겨왔는데… 설마 튕기진 않겠지?”
피시 3대, 공기계 2대, 현재 사용 중인 5G 휴대폰 1대. 이렇게 총 6대로 티케팅에 도전하는 유하나 기자였다.
“선배, 전 폰이랑 피시만 3대거든요. 선배가 좀 더 확률이 높지 않을까요? 주변에 용병이라도 구해 보시지… 전 저 혼자로는 안 될 것 같아서 타 아이돌 팬인 친구한테 도와 달라고 요청했어요. 원래 상관없는 사람이 해야 잘 잡힌다고 하잖아요.”
“그렇긴 한데. 내 주변은 다 도현이 팬이라 부탁을 할 수가 없겠더라고. <서시> 티케팅이 얼마나 소중한 건지 다들 아니까… 안 간다는 사람도 없고. 어찌 되었든 6대로 힘을 내 봐야겠다.”
“이 피시방, 진짜 저만 아는 명소거든요? 다들 도현이 콘서트 못 갈 때 전 여기서 다 뚫었어요! 그러니 저만 믿으세요, 선배.”
자신감 넘치는 윤민혜 기자의 목소리에 유 기자는 고개를 끄덕였다. 그러나 손에서 식은땀이 느껴지는 건 어쩔 수 없었다.
“하… 피시방에서 티케팅은 처음인지라 걱정이 되네. 맨날 집에서만 시도해서 성공하는 편이었는데. 로그인 안 풀리고 한 번에 도현이 낮 공연 하루만 성공했음 좋겠다… 사흘 휴가를 쓰자니, 도현이 해외 투어도 가야 하고 하니까.”
“선배, 아님 선배네 회사 연뮤 담당하시는 분께 티켓 구해 달라고 요청해 보시지 그랬어요? 전 그렇게 해서 프레스 콜은 일단 제가 취재 가기로 했거든요.”
“그게… 내가 팀장급이잖아. 곧 팀장을 달 예정이고. 이런 상황에 도현이 보자고 그러는 건 윗선 눈치 보여서 말을 못 하겠더라고.”
“…아. 선배 정도 위치면 그럴 만도 하네요.”
“응. 그래서 뭐 눈물을 머금고 다른 후배 취재 가라고 했지. 내가 출입하는 분야는 확실하게 정해져 있으니까. 욕심을 내고 싶었지만, 참았지.”
“선배 이제 10초 남았어요.”
10, 9 … 2, 1.
[예매하기]가 빨간 버튼으로 변했다. 휴대폰 3대의 예매 버튼을 누르는 유하나 기자의 손길은 재빨랐다. 유 기자가 그러는 동안 윤민혜 기자는 앞뒤로 돌아가며 피시의 예매하기 버튼을 누르고 다녔다. 정각에 눌렀는지보다 서버가 뚫리느냐가 중요한 관건이었다.그리고… 10분 뒤.
“와이씨! 서버 뚫렸어, 이제야!”
“저도요! 얼른 고고 해요!”
두 사람은 덜덜 떨리는 손을 부여잡고는 티케팅에 나섰다. 서버에 많은 접속자가 몰리며 일시 마비되었기 때문인지 많은 좌석이 남아 있었다. 유 기자는 원하는 날짜의 원하는 좌석을 손에 넣을 수 있었다. 유 기자뿐만 아니라 윤 기자 역시도 마찬가지였다.
그렇게 두 사람은 흡족한 상태로 피시방에서 나올 수 있었다.
“민혜야, 내가 쏠게. 한잔하고 갈래?”
“좋죠, 선배! 오늘 제 말대로 잘 뚫리는 피시방 와서 성공했죠?”
“어… 휴대폰 공기계도 안 뚫렸는데, 피시로만 성공해 본 적은 처음이야. 하루밖에 못 가긴 하지만… 그래도 첫날 가는 게 어디야.”
“축하드려요! 저는 막공 가서….”“중간도 가고 싶은데… 애매해서. 왠지. 아무튼 고마워.”
유 기자와 윤 기자는 사이 좋게 술을 마시러 술집으로 들어갔다. 둘의 발걸음에는 신남과 기쁨이 담겨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