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 new career singer who can read the future RAW novel - Chapter (15)
미래를 읽는 경력직 신인가수-15화(15/225)
30번은 나와 한 조가 되고 미션에서 다 이겼다는 듯한 표정을 지었다.
이럴 수가….
나에겐 30번 남성 참가자가 변수로 작용될 예정인데.
“반갑습니다, 23번 님.”
“예. 저도 반갑습니다. 잘 부탁드려요.”
“23번 님만 믿고 갑니다!”
나를 부담스럽게 하는 저 말까지.
이후 번호가 뽑혔다.
효섭이가 우리 조에 들어오길 간절히 바랐지만, 안타깝게도 다른 조로 가 버렸다.
팀워크가 딱딱 맞을 것 같아서 기대했는데.
“지금부터는 한 팀끼리의 대화의 시간입니다. 주어진 시간은 10분. 그 안에 팀을 책임질 리더를 뽑아 주세요! 물론 미션 곡도 리더가 뽑습니다!”
하연호의 말이 들리고 우리 팀은 강당 오른쪽 구석에서 모였다.
카메라는 당연히 각 팀마다 배치됐다. 우리 쪽 카메라는 다른 조원을 찍기보다 나를 집요하게 쫓고 있었다.
이러면 너무 부담인데. 내가 주목받다가 우리 팀이 낮은 점수라도 받으면, 시청자들은 ‘저랬으니 네 번째 데뷔나 하게 되지. 왜 무명이었는 줄 알겠다’는 식의 악플을 달겠지.
그러면 우리 가족은 그 악플을 보고 대신 상처받을 것이고….
아니다. 너무 깊게 생각하지 말자.
타로 카드의 기운이 좋게 작용한다고 생각하자.
역방향으로 나왔으면 기운이 반대로 작용할지 몰라도, 정방향으로 나왔으니까.
“여러분 서로 인사합시다.”
내가 나서서 말했다.
다들 쭈뼛거리며 “안녕하세요” 등의 인사를 했다.
“9분 남았습니다!”
망설이며 인사하는 사이 1분이 흘러갔다.
나는 이런 식의 오디션 프로그램에 적응이 안 된 사람들을 위해 직접 이끄는 게 낫겠다고 판단했다.
“여러분, 리더로 누구를 뽑고 싶으십니까?”
49번 여성 참가자가 나를 가리켰다.
“저는 23번 님요.”
그 말에 30번 참가자를 포함한 남은 팀원들도 모두 나를 가리켰다.
예상한 상황이지만… 한 명도 빠짐없이 나를 가리키니 어쩔 수 없다.
“저를 믿고 따라오시겠습니까?”
“솔직히 저희 중에 제일 경험 많으시잖아요.”
30번 참가자가 말했다.
경험이 많은 건 맞지만, 듣기 좋은 대답은 아니었다.
“그거야 맞긴 맞습니다. 제가 어떤 미션 곡을 뽑아 오는지에 대해서도 수긍하실 생각이 있으십니까? 파트 분배도 조장이 된 제가 나눠서 하게 될 텐데요. 물론, 여러분의 의견을 적극 반영하긴 할 겁니다.”
34번 참가자가 머뭇거리다 입을 열었다.
“당연하죠…. 제가 전에 기사 본 거로는 절대음감이시라던데… 그러면 저희 팀에게 더 유리하지 않을까요? 좋은 곡을 뽑아 오실 거 같은데….”
당연하다는 그녀의 말에 나는 답했다.
“절대음감이라고 해서 좋은 곡을 뽑아 올 수 있는 건 아닙니다. 음감이 상대적으로 잘 발달했다는 소리죠. 혹여라도 여러분께서 실망하실까 봐 미리 말씀드립니다.”
“3분 남았습니다!”
나는 팀원들을 하나하나 쳐다보며 물었다.
“3분 남았습니다. 정말 저를 뽑으실 생각입니까?”
“믿겠습니다.”
30번 참가자! 나 너무 믿지 말라고!
속으로 살짝 욱했지만, 말로 내뱉을 수는 없었다.
“다른 분들 의견도 서둘러 듣고 싶습니다.”
“찬성요.”
“저도 찬성요.”
“저도요!”
30번 참가자를 포함해 모두가 찬성했다.
카메라는 다시 나의 얼굴을 클로즈업했다.
스태프가 나를 향해 질문을 던졌다.
“23번 참가자 님, 리더가 된 데에 대해서 한 말씀 해 주시죠!”
“우선 열심히 하겠습니다. 장점과 강점을 살리는 리더가 되도록 하겠습니다.”
스태프는 원하는 대답이 아니었는지 다시 말해 달라고 했다.
으음… 방송 분량을 뽑기 위해선 역시 조금 더 자극적이어야 하나?
살짝 매운 양념을 쳐 볼까?
“저희 팀이 이번 미션 우승을 할 겁니다. 모두의 장점을 살려 보겠습니다.”
“오케이! 좋아요. 조금 더 독기 품은 표정으로 다시 한번 그 멘트 해 주세요!”
스태프의 요청에 따라 눈에 힘을 주고 다시 말했다.
그제야 스태프는 만족한 듯 나에게서 멀어졌다.
“리더를 뽑는 시간이 끝났습니다!”
하연호가 큰소리로 외쳤다.
“1분만 더 주세요!”
리더를 못 뽑은 팀이 있나 보다.
10분 만에 리더를 뽑으라니, 결정하는 데에 어려움이 있을 수도 있지.
“죄송합니다. 모든 팀이 공평해야 하기에, 1분을 더 드린다거나 할 수 없을 듯합니다. 각 팀의 리더가 되신 분들은 모두 무대 위로 올라와 주세요!”
나를 포함한 10명이 무대 위로 올라갔다.
하연호의 시선은 내게 닿았다가 살짝 비켜 갔다.
그의 얼굴에 스친 표정은 그럴 줄 알았다는 것 같았다.
다른 팀 리더들은 나를 쳐다보며 견제하는 듯한 표정을 지었다.
걱정하지 말라고 말하고 싶었지만….
이것도 경쟁인데. 내가 살아남는 게 우선이지.
“자, 이제부턴 리더들의 경쟁입니다. 팀원분들은 강당 좌우로 앉아 주십시오!”
하연호의 목소리에 신남이 가득 담겼다.
경쟁을 지켜보는 사람 입장으로서는 매우 신날 순간이다.
그나저나, 리더끼리 어떻게 경쟁을 할까?
가장 무난한 것으로는 퀴즈 풀기 등이 있는데, 그 방향으로 갈 것 같진 않다는 예감이 스쳤다.
내 촉은 좋으니까. 한번 믿어 보기로 했다.
“지금부터 미션 곡들의 간주 부분만 틀 겁니다. 공정하게. 여러분은 1절과 2절 사이로 넘어가는 부분의 간주만 듣고 선택을 하시면 됩니다. 물론 이 자리에 나와 있기에 팀원들과의 상의 시간은 주어지지 않습니다. 여러분의 선택이 팀원을 살리느냐, 마느냐에 달려 있습니다!”
뭐야?
진짜 ‘감’으로 해야 되는 것이잖아?
나는 팀원들이 앉은 쪽을 바라봤다.
팀원 중에서 30번 참가자는 유독 나를 또렷한 눈빛으로 보고 있었다.
이러면 부담이 되는데….
“곡은 총 10곡입니다. 또한 곡 순서는 무대 순서와 상관없으며, 이후 본선 직전에 뽑기로 정해집니다. 리더들은 팀원들의 장점과 강점, 약점까지 고려해서 곡을 뽑아야겠죠?”
‘너의 첫 번째 가수가 되고 싶어’ 제작진이 타 오디션 프로그램과 차별을 두려고 얼마나 노력했는지 돋보이는 부분이었다.
그렇지만 간주만 듣고 곡을 선택하라니….
이것 참….
나는 타로 카드를 다시 한번 떠올렸다.
믿자, 긍정의 힘!
운이 나를 따라올 것이다!
비록 운발이 살짝 삐끗하기도 하는 것 같고, 100% 들어맞지는 않는 것 같지만!
믿어 보자!
“자, 시작됩니다. 모든 곡은 간주 1분만 들려드립니다. 신중하고 좋은 선택을 하시길 바랍니다.”
하연호의 말이 끝나자마자 연주곡이 틀어졌다.
첫 번째 곡은 뭔가 애매했다. 우리 팀원들이 말하는 톤을 고려해 봤을 때 잘 어울릴 것 같지 않았다.
패스.
나의 귀는 MR에 집중돼 있었다.
팀원들을 볼 여유조차도 없었다.
최대한 좋은 곡. 그런 곡으로 곡을 뽑아야 한다!
이왕이면 내 매력을 더 살릴 수 있는 곡이면 좋겠지?
“첫 번째 곡에서는 아무도 없군요. 각 곡마다 30초의 생각할 시간을 준 후 넘어갑니다. 두 번째 곡 듣겠습니다.”
이번엔 트로피컬한 느낌이 물씬 묻어나는 댄스 팝이었다.
내 보컬엔 잘 어울린다. 하지만.
49번 참가자의 가녀린 목소리에는 어울리지 않았다.
파트를 준다 하더라도 도입부에 주게 될 듯하다.
이것도 패스.
“저요!”
“저희 팀요!”
“저도요!”
동시에 3명이 손을 들었다.
“이렇게 동시에 손을 들었을 땐 간단한 방법이 있죠. 가위바위보로 결정을 내리는 겁니다. 아주 공정하지 않습니까?”
“워우! 안 공정해요!”
밑에 앉은 참가자 중 한 명이 소리쳤다.
하연호는 그 말을 듣고는 껄껄 웃었다.
“대한민국에서 가장 공정한 방법일 겁니다. 여러분의 눈이 닿는 곳에서 이렇게 승부를 내니까요. 세 분, 가위바위보 해 주시죠.”
“뭐야, 정말 가위바위보로 가나 봐….”
“무슨 곡 뽑기가 이래, 나름대로 팀 미션인데….”
수군대는 사람들의 목소리에도 아랑곳하지 않고 하연호는 진행을 이어갔다.
셋 중 승자는 만족스러운 표정으로 무대에서 내려가 팀원들 옆에 앉았다.
팀원들은 잘했다며 그의 어깨를 도닥여 주는 게 보였다.
그쪽 팀원들을 보다가 우리 쪽 팀원들을 봤다.
30번 참가자의 표정에 불만 어린 느낌이 묻어났다.
믿는다고 할 땐 언제고….
왠지 불협화음이 날 듯하다. 불길한 예감이 살짝 드는 것이….
“세 번째 곡 갑니다.”
“네 번째 곡 갑니다.”
“다섯 번째 곡 갑니다.”
“여섯 번째 곡 갑니다.”
그때마다 손을 든 사람들이 있었고, 무대 아래로 한 명씩 내려갔다.
우리 팀원들은 내가 어떤 곡에도 손을 들지 않자 의아하다는 듯 나를 쳐다보고 있었다.
하지만 ‘이거다!’ 하고 촉이 오는 곡이 없는 것을.
“일곱 번째 곡 갑니다.”
어느덧 순서는 지나가서 일곱 번째 곡이 흘러나오고 있었다.
이 곡도… 뭔가 애매하다. 느낌이 확 오지 않는다.
우리 팀원들은 이제는 포기한 건지, 지루한 건지 하품이나 쩍 하고 있었다.
무대 위에는 나 포함 4명이 있었다.
“저요!”
내 옆에 앉았던 리더가 손을 들었다.
눈치가 보여서 이제라도 곡을 선택한 듯했다.
나도 눈치가 보이긴 하지만… 내 느낌을 믿는다.
내가 좋은 곡을 선택할 것이라는 믿음이 있다.
“좋습니다. 이제 무대 위에는 단 3명만이 남았습니다. 이 세 분은 그 어떤 곡에도 손을 들지 않으셨는데요, 23번 참가자부터 인터뷰를 진행해 보겠습니다. 23번 님, 왜 손을 들지 않으셨습니까?”
하연호가 정말 궁금하다는 표정을 지으며 내게 질문했다.
내 대답은 뻔했다.
“그 어떤 곡도 마음에 들지 않았기 때문입니다.”
카메라 스태프들이 나를 여러 각도로 촬영하는 게 보였다.
그렇지만 사실인 것을 어떡해.
“23번 참가자님이 선택하지 않은 곡에는 매우 유명한 작곡가분의 곡도 포함돼 있었습니다! 남은 세 곡 중에서 한 곡을 택하셔야 하는데요. 이 중에 팀과 잘 맞을 곡이 있을 거란 보장도 없지 않습니까?”
어그로를 살짝 끄는 질문이었다.
그럼에도 내 대답은 정해져 있었다.
“곡을 몇 번째 순서로 부르느냐는 상관없습니다. 하지만 제 귀를 믿습니다. 잘 만들어진, 부르기 좋은 곡은 느낌부터가 다릅니다. 팍 하고 영감이 오듯 튀어 오르거든요.”
“호오… 절대음감의 소유자! 자신을 믿는 23번 참가자! 과연 그의 팀이 좋은 곡을 선택할 수 있을지 기대가 되는데요. 자, 그다음 리더를 만나 보겠습니다.”
순서대로 3명 모두 인터뷰를 한 뒤, 남은 곡들이 재생됐다.
그리고 아홉 번째 곡.
순간 머릿속에 이전에 뽑았던 [THE STAR]가 팟 떠올랐다.
이거다!
“저요!”
“저희요!”
이런.
나와 나란히 앉은 다른 리더 역시 손을 들었다.
이 곡, 놓치면 후회한다.
나는 반드시 이겨야 했다.
“자, 이제 룰은 설명하지 않아도 되죠? 가위바위보로 하겠습니다. 가위! 바위! 보!”
제발. 이겨라!
나는 눈을 꼭 감고 손을 내밀었다.
그 결과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