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 new career singer who can read the future RAW novel - Chapter (151)
미래를 읽는 경력직 신인가수-151화(151/225)
-정말인가요? 제가 합격이라는 게?
도현은 믿기지 않아 되물었다. 심사위원들의 얼굴에는 은은한 미소가 지어져 있었다.
-맞아요. 당신은 통과예요. 이 험난한 브로드웨이에서, 한 역할을 얻어 내게 되었다는 소리예요. 당신의 따뜻한 목소리를 듣는 순간 우리는 직감했죠. 우리가 찾던 사람이 바로 눈앞에 있다는 것을요.
-그렇다면 저 외에도 오디션을 기다리는 사람들은 그냥 돌아가게 되는 건가요?
-한 명만 캐스팅하진 않아요. 당신 외에도 한 명 더 캐스팅할 예정이에요. 그렇기에 모두가 되돌아가진 않을 거예요. 누군가는 당신과 함께 더블로 이름을 올릴 수도 있겠죠.
-감사합니다! 정말 감사합니다! 이 감사의 인사를 어떻게 전해야 할지 모르겠어요.
-그 말로도 충분해요. 우리가 바라는 건 무대 위에서도 지금과 같은 모습을 보여 주길 바라는 것이에요.
도현은 무대 위에서는 더 좋은 모습을 보여 주리라 약속을 하고는 대기실로 돌아왔다. 사람들과 강호가 모두 도현을 집중해서 바라보고 있었다. 구석에서는 도현이 오디션에 붙은 것 같다고 속닥거리는 소리가 들리기도 했다.
“어떻게 됐어?”
“형… 저 진짜 운이 좋은 것 같아요! 됐어요! 오디션에 붙었어요!”
“뭐라고? 진짜야?”
“단번에 합격이라고 해서 안 믿겨서 되물어 보고 왔어요. 정말 안 믿기네요….”
강호는 덥석 도현을 안고는 등을 토닥였다.
“먼 땅에 와서 진짜 고생이 많다. 인마, 고생이 많아… 수고했다. 내가 네 부모님이었으면 기특해서 얼마든지 안아 줬을 거다.”
“형, 고마워요. 사실 될지 안 될지 모르면서 준비를 해 왔는데. 이렇게 단번에 통과라고 하니까 기분이 너무 좋네요.”
“타로 점부터가 좋았잖아! 그러니 된 거지. 네 타로 점은 단 한 번도 어긋난 적이 없으니까.”
다른 스태프들도 도현을 토닥이며 수고했다는 말을 한마디씩 했다. 도현은 기분이 날아갈 것만 같았다. 자신의 노력이 헛되지 않았다는 걸, 브로드웨이에서 증명해 보였다.
어느 순간부터는 증명을 해 내는 것이 자신의 삶의 목표인 것인가 회의감이 들 때도 있었다. 그러나 이렇게 증명을 해 보임으로써 자신의 실력을 입증한다는 건 짜릿함이 배가되기도 했다.
“이제 숙소로 돌아가죠. 더 이상 절차는 없을 테니. 오늘의 일정은 이것으로 끝이네요.”
“숙소에 돌아가서 와인 한잔 어때?”
“그럴까요? 오늘은 룸 서비스 시켜도 될 것 같아요. 회사에서도 그거 가지고 뭐라고 하진 않겠죠.”
* * *
도현은 다음 날부터 고된 일정을 해야 했다. 의 공연 일자가 얼마 남지 않았기 때문. 강호가 지루해하며 기다리고 있을 때, 도현은 연습실에서 땀에 흠뻑 젖어 연습에 몰두했다.
도현의 캐스팅 확정 소식이 전해지고, 한국 언론은 상대적으로 조용했지만 외신은 떠들썩 난리가 났다. 그래미 어워드를 수상한 한국 스타가 브로드웨이에서 큰 활약을 펼칠 것으로 기대된다는 내용이었다.
휴엔터 홍보 팀에서는 보도 자료를 통해서만 간단하게 입장을 공개했다. 안 그래도 뮤지컬 캐스팅에 대해서는 제작사의 주관인지라 말이 많이 오갈 수 있는데, 너무 들떠서 보도 자료를 보내면 나중에 실망스러운 반응도 잇따를까 봐. 조심스러운 입장을 취했다.
한국 기자들은 도현을 소위 말하는 ‘두유노?’ 클럽에 가입시켜야 하는 것 아니냐며, 도현이 언제 한국으로 오는지 일정을 캐물었다. 도현을 가십거리로만 소비하는 게 여실히 느껴졌다. 그랬기에 휴엔터 홍보팀에서는 도현의 공식 SNS에 외신의 기사만 링크를 따서 올렸다. 한국 기사 중에서는 심도 있게 이번 도현의 진출이 ‘왜’ ‘어떤 이유로’ 좋은 것인지에 대해서 다룬 게 없었으니까.
-도현, 날이 갈수록 너의 창법이 발전하는 것 같아. 오디션 보던 때보다 훨씬 좋아진 것을 느껴.
심사위원이자 제작진인 메리제인이 도현에게 말했다. 도현은 씨익 웃으며 답했다.
-고마워요, 엠제이. 덕분이에요.
-내 덕분은 무슨. 네가 노력을 하기 때문이지. 이제 일주일 뒤면 네가 무대에 오를 텐데… 언론에서도 모두 주목을 하고 있다고! 브로드웨이란 벽을 뚫은 한국인이 어떤 모습을 보일지에 대해서 기대를 하고 있어.
-저도 기대가 되는걸요! 그렇기에 더 열심히 하고 있어요.
-투어 연습에, 뮤지컬 연습에 정신이 없지? 네 투어도 얼마 남지 않았다고 들었어.
-맞아요. 이번 투어에 꼭 제작진과 배우들을 초대하고 싶어요. 다들 오실 거죠?
도현의 이번 해외 투어는 미주의 경우 4~5만 관객 정도로 대규모로 진행이 된다. 한국에서 다른 보이 그룹이 그 정도로 스타디움 투어를 진행한 적이 있긴 하나, 솔로 아티스트가 이 정도 규모로 진행한 적은 없었다. 그만큼 무대 장치도 어마어마했고, 도현은 시간을 쪼개서 투어 동선을 맞추고 연습하느라 정신이 없었다.
-매우 기대 중이야. 너의 무대. 그러니까 내 말은… 뮤지컬도, 투어도.
-감사해요. 좋은 무대 선보일게요!
도현은 다시 연습에 매진했다. 이번 뮤지컬부터 투어까지, 느낌이 좋았다. 모든 걸 잘 해낼 수 있다는 자신감이 생겼다.
* * *
어두운 밤, 연습이 끝나고 숙소인 호텔로 돌아온 도현은 왠지 모를 낯선 느낌이 자신을 엄습하는 것을 느꼈다.
외로움이었다.
연습에 집중을 할 땐 느끼지 못하던 감정이 밤이 되면 피어났다. 저 발끝부터 서서히 자신을 잠식해 가는 것이 느껴졌다.
“형, 형은 여기 와서 안 외로워요?”
도현은 한방을 쓰는 강호에게 질문을 던졌다. 스태프들과 함께 있으면 덜 외로우려나 싶어서 방을 투 베드로 바꾸고 강호와 생활하고 있었음에도, 도현은 고독을 느꼈다. 이 땅에서 자신은 철저한 이방인이었다.
“글쎄. 난 아직 외로운 걸 잘 모르겠는데… 막내도 같이 와서 그런가?”
강호의 입장은 자신과는 달랐다. 사랑하는 연인이 업무 파트너로서 함께 있었기에 외로움을 느낄 시간도 적을 것이라고 도현은 생각했다.
“그런가 보다.”
“왜. 외롭고 집으로 돌아가고 싶고 그래?”
“예상했던 일정보다 해외에서 체류하는 기간이 길어지니까… 조금 외롭다고 해야 할까요. 그러네요. 이런 게 향수병인가.”
“난 네가 아무 말 없이 연습에만 몰두하기에 괜찮은 줄 알았지. 아니면 잠시 한국에 다녀올… 여유는 되지 않네. 다음 주에 바로 뮤지컬 공연이 있고, 조금 더 있으면 미국 투어 일정이 있고.”
“그렇죠. 오히려 다녀오는 게 시차 적응이 다 된 몸에 무리가 갈 수도 있고, 안 좋죠. 가족들이랑 실컷 시간 보내다 왔는데 왜 이렇게 외로운지 모르겠어요. 팬들 얼굴이라도 얼른 봐야 하나?”
도현은 혼잣말처럼 중얼중얼거렸다. 그런 도현의 이야기를 들어 주던 강호는 아니면 수면제 같은 약 처방을 받아서 푹 자 보는 게 어떻겠냐는 제안도 했다.
“선잠을 자긴 하는데… 굳이 약 처방을 받고 싶진 않아요. 약의 도움 없이도 잘 이겨 냈으면 하고요. 이럴 땐 뭘 하면 풀릴까요, 형?”
그 말에 강호는 고민에 잠겼다.
“아니면 가사나 일기 쓰기, SNS 라이브로 팬들과 소통하기 같은 것들 어때?”
“그것도 나쁘진 않을 것 같네요. 으음… 그럼 오늘 밤은 팬들과 소통을 해야겠어요! 너무 오랜 시간 팬들을 외롭게 둔 것 같아요. 외국으로 나온 이후 바빠서 소통을 못 한 것이지만!”
“그래. 팬들과 소통하다 보면 그래도 마음이 좀 풀릴 거야. 그리고 미국 투어를 돌면서 수많은 팬과 호흡하다 보면 외로움도 잊힐 것이라고 난 생각을 해.”
“형 말대로 할게요.”
“그럼 나 오늘은 다른 스태프 방에서 잔다?”
“그렇게 해 주시면 감사하죠.”
강호가 방을 비운 이후, 도현은 SNS 라이브를 켰다.
-우왕! 도현이다ㅏㅏㅏㅏ ㅏ보고 시퍼써ㅓㅓㅓㅓㅓㅓㅓ
-나도현 보고 싶었어 ㅠㅠㅠㅠㅠ 주륵 ㅠㅠㅠㅠㅠㅠㅠ 내 통장으로 낳은 내 새꾸 ㅠㅠ
-도현아 잘 지내고 있어? 볼이 욀케 홀쭉해져쏘 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
-Oppa Hi
-도현아, 잘 지내고 있는 거지? 걱정이 많이 된다 외국에서 향수병 같은 걸 겪진 않는 건지 걱정이 돼 이렇게 오래 체류한 적 처음이잖아
-도현아 ㅠㅠ 너 보려고 우리가 얼마나 기다렸는 줄 아니
“여러분, 늦게 와서 너무 미안해요. 더 일찍 왔어야 했는데. 요즘 이거저거 연습하느라 바빠요. 제 소식은… 들으셨죠? 브로드웨이에서 뮤지컬 에 출연하게 됐어요. 그리고 해외 투어도 얼마 남지 않았네요. 둘 다 연습하느라고 정신이 없어요. 늦게 와서 미안해요.”
-아니야 도현아 ㅠㅠ 미안해하지 마 ㅠㅠ 우쭈쭈 내 새꾸 바빴구나!
-도현아 이렇게라도 와 준 거 정말 고마워 사랑해
-사랑하는 도현아, 항상 힘내 주길 바라
-오빠 웃는 모습 보고 싶어요 🙂
-나도현은 웃을 때 세상이 밝아진다는 거 아는지 모르겠다
“하하… 제가 웃을 때마다 세상이 밝아져요? 저 진짜 사랑하나 보다. 저도 여러분이 저를 보면서 웃으면 세상이 아름다워지는 느낌을 받는데. 우리 진짜 서로 잘 맞나 봐요. 허니들. 왜 이렇게 달콤해요? 괜히 허니가 아니야. 꿀보다 더 달아. 사실 조금 전까지만 해도 조금 심적으로 외롭다고 느꼈거든요. 이런 건 즉각 이야기해야 좋을 것 같아서 말해요. 그런데 여러분이랑 이렇게 소통하고 있으니까 그런 외로움이 잊히는 기분이에요.”
-허억 향수병이야?
-향수병 안 돼 ㅠㅠ
-외로워하지 마 나 곧 미국 땅 밟는다! 거기서 봐요! 도현아!
-도현아, 진짜 사랑하고 늘 웃기만 바라
빠른 속도로 올라오는 팬들의 말에 도현은 자신의 외로움이 사그라드는 것을 느꼈다. 자신의 이야기를 허심탄회하게 들어 줄 사람이 필요했던 것이다. 자신에게 사랑을 보내 줄 수 있는 그런 사람이 있었으면 하고 속으로 바랐던 것이라고 생각했다.
“여러분의 따뜻한 말 한마디 한마디가 저에겐 가사로 나올 것 같아요. 전 제가 여러분에게 어마어마하다고 해야 하나? 아니다, 그런 것보다 뭔가 큰 존재일 것 같은데, 막상 여러분과 대화를 하다 보면 여러분이 제게 있어 더 넓고 푸른 바다 같은 존재처럼 느껴져요. 항상 똑같을 수 없겠지만, 나를 기다려 줘서, 사랑해 줘서, 너무나도 고마워요.”
-도현아 와이엠크라잉 ㅠㅠㅠㅠ 울리지 마 ㅠㅠㅠㅠㅠㅠ
-내 다정한 사람아 사랑해 ㅠㅠㅠㅠㅠㅠㅠㅠㅠ
-도현아 내가 진짜 지팡이 짚고서라도 네 디너쇼에 가고야 만다
-도현아 진짜 진짜 사랑하는 거 알지?
-혀나 ㅠㅠㅠㅠㅠㅠ 사랑해 ㅠㅠㅠㅠㅠㅠㅠㅠㅠ 100세까지 가수 해 줘 아니 지구 멸망할 때까지 가수 해 줘 언제나 사랑하고 이 자리에서 기다리고 있을게
“여러분, 고마워요. 늘 이곳에서 여러분을 기다리고 있을게요. 사랑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