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 new career singer who can read the future RAW novel - Chapter (155)
미래를 읽는 경력직 신인가수-155화(155/225)
스타디움으로 향하는 차 안. 나는 긴장이 됐다. 공연 날짜까지는 앞으로 4일이 남았음에도 ‘스타디움’이라는 단어가 주는 압박이 부담이 되기도 했다. 내가 과연 무대를 꽉 채울 수 있을까? 기사로는 티케팅이 시작하자마자 매진이라고 접하긴 했다. 호야 형 역시도 관객으로 꽉 찬 스타디움을 볼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뿐만 아니라, 한국서 취재를 오는 기자들도 있다는 이야기를 들었다. 일명 ‘팸 투어’라 불리는 것으로, 100여 군데의 매체에서 취재를 온다고 들었다. 스타디움 공연 첫날, 공연 전 기자회견을 진행한다고 했다.
“세트 리스트 준비는 확실하게 했지? 세트 순서랑 동선 어떻게 할지는 무대 보고 정하자.”
강호 형이 옆에서 세트 리스트와 무대별 동선 위치가 적힌 인쇄물을 건네며 말했다.
이윽고 스타디움에 도착한 나는, 스타디움이라는 장소가 주는 위압감에 짓눌리는 듯한 기분을 느꼈다. 대기실로 이동하는 데만도 10여 분이 걸렸다. 그 정도로 넓고 커다란 공간이었다. 인이어를 착용하고 무대 위로 올라가자, 한눈에 들어오는 빈 좌석들이 눈에 들어왔다. 곧 저 좌석들이 채워져 팬들이 보랏빛 응원 봉을 들며 나를 향해 소리치겠지.
이번 공연에는 다행스럽게도, 한국 공연마다 나와 합을 맞춰 본 스태프들이 함께했다. 그들을 보니 고향 땅에서 공연을 하는 것만 같은 기분이 들었다.
“여러분, 잘 지내셨죠? 보고 싶었어요.”
그 말이 킥킥대는 소리가 들렸다. 스태프들은 “우리가 네 팬도 아닌데 뭘 보고 싶었냐”라며 너스레를 떨었다. 물론 그 말에도 보고 싶었다고 계속해서 말을 하는 나였지만.
“저 진짜 보고 싶었어요. 앞으로 스타디움 공연 끝나려면 한 달은 더 미국에 체류해야 하는데… 미국 다음엔 유럽으로 건너가야 하는데… 진짜 한국 스태프들이랑 대화하고 싶어서 죽는 줄 알았다니깐요?”
내 말에 스태프들이 계속해서 웃었다. 저 멀리 돌출 무대 아래에 서 있는 호야 형의 웃음소리가 내게 전달이 될 정도로 큰 소리였다.
“그럼 리허설 시작할게요.”
나는 살짝 삐친 척을 하면서 말했다. 첫 곡은 ‘원 앤 온리’였다. 이 곡을 부르는 건 오랜만이었다. 이후 낸 곡들이 많다 보니 첫 정규 앨범에 실렸던 곡들은 차차 안 부르게 되었다. 하지만 대규모 스타디움 공연인 데다, 내 팬들이 4~5만 명 정도 공연을 관람하게 될 터이니, 이 곡을 첫 곡으로 부르는 게 좋겠다는 판단이 서서 무대를 진행하게 됐다.
‘원 앤 온리’를 시작으로 미공개 곡 3곡과 월간 도현으로 공개된 곡 10곡, 내 앨범에 실린 곡들의 메들리까지 총 20곡이 넘는 곡을 불렀다.
매일 연습했기 때문인지 목 컨디션이 상당히 좋았다. 게다가 공연 날까지 날씨가 좋을 예정이라, 더 좋은 컨디션을 유지할 수 있을 듯했다.
노래를 부르는 것뿐만 아니라 동선을 맞추는 것 역시 중요했다. 이번 스타디움 무대는 DVD로 나올 예정이었기 때문.
첫날과 이튿날의 공연 모두 합해서 DVD와 블루레이로 나올 생각을 하니 두근거렸다. 그간의 공연은 팬들이나, 소속사의 직캠으로만 나왔었는데 공식적인 DVD 발매는 이번이 처음이다.
리허설을 마친 나는 땀으로 범벅이 돼 무대에 벌러덩 누웠다. 그 모습을 앤디가 촬영하며 짓궂은 질문을 던졌다.
-너무 자연스러운 거 아니야? 이런 모습도 팬들에게 보여질 것이라고!
-오. 괜찮아. 앤디. 내 팬들은 이런 나의 모습도 사랑해 줄 거야. 나는 그런 확신이 있어.
-네가 괜찮다면 괜찮은 것이겠지. 그래도 좀 일어나 보는 게 어때?
-지금 리허설만 몇 시간을 진행했는지 모르겠어. 이 넓은 공연장을 채우기 위해서는 리허설 때부터 나의 온 에너지를 다 쏟아부어야 했다고! 조금은 힘이 들어.
-아, 그러고 보니 에이디온이 네 공연에 게스트로 선다고 들었는데?
-맞아. 에이디온이 함께할 거야. 아마 이 영화가 개봉할 때쯤엔 에이디온과 함께한 영상이 너튜브에 올라오겠지.
에이디온은 공연 전날 합류해 나와 합을 맞출 예정이었다. 그 역시도 매우 잘나가고 바쁜 연예인이었기에 일정을 겨우 맞출 수 있었다. 나에게 먼저 연락을 해 공연에 서고 싶다고 말했던 에이디온. 내 일정에 맞춘다더니 정말 자신의 공연 일정을 조율해 내 스타디움 공연에 서게 될 줄은 몰랐다. 말을 흘리듯 들었는데 말이지.
-에이디온이 어떻게 제안을 해 온 거였어?
-한국에 있을 때 먼저 전화가 걸려 왔어. 나와 함께하고 싶다고 했었지. 내 일정에 맞추겠다고 했어. 사실 그때까지만 해도 진지하게 생각은 안 했어. 그런데 에이디온이 진짜 내 일정에 자신의 일정을 맞추는 걸 보니까 감동받았지.
-오… 세상에. 국경을 뛰어넘는 우정이로군.
-그래, 맞아. 처음엔 단순 협업이었지만, 그와 어느새 깊은 우정을 나누고 있다는 걸 알게 되었어.
나와 앤디는 에이디온과 관련한 이야기를 주고받았다. 그러는 사이 해가 뉘엿뉘엿 지고 있었다.
* * *
“아우, 미국 가려니까 왜 이렇게 준비할 게 많아?”
유하나 기자는 후배인 윤민혜 기자와 만나 도현의 미국 스타디움 투어에 관련한 이야기를 나누고 있었다. 팸 투어를 통해 소속사가 비행기와 숙소 비용을 지원해 주기에 도현의 스타디움 공연에 갈 수 있었다. 물론 첫날 표는 소속사의 초대 표였지만, 이튿날부터는 티케팅으로 얻은 귀한 표를 가지고 있었다.
“선배. 진짜 준비 빡세지 않아요? 시차 적응할 틈도 없이 미국 가자마자 기자회견장 갔다가, 공연 보고… 저희 둘 다 중콘, 막콘 티켓 구했잖아요. 사흘 동안 콘 뛴다고 생각하니 벌써 체력이… 그나마 회사에서 배려해 줘서 조금 놀다 오라고 해서 다행이지.”
“우리 회사는 휴가 쓰라고 했는걸. 도현이 스케줄에 써야 할 휴가를 지금 강제로 이틀이나 써 버려서 속상해 죽겠어. 하여간 언론사들 속 좁고 깐깐하고 짜게 부려 먹으려 하는 건 진짜.”
유 기자는 회사의 방침에 대해 투덜투덜거렸다.
“선배, 그러고 보니 카메라는 어떻게 들고 들어가실 거예요? 미국은 테러 위험 때문에 투명 가방에다가 다 보이게 해서 들고 들어가야 하잖아요.”
“그래서 나도 지금 걱정이야. 다른 찍덕들하고 이야기는 나눠 봤는데… 옷 속에 숨기고 들어가는 수밖에 없다고 하더라고. 그런데 금속 탐지기도 있을 거 아냐. 그거 때문에 걱정이야.”
그렇다. 한국 공연에서는 단순 가방 검사 정도만 이뤄지지만, 총기가 합법화된 데다 테러 위험이 있는 미국 등지의 공연에서는 금속 탐지기 검사에 소지품을 속이 훤히 들여다보이는 투명 가방에 넣어서 들어가야 했다.
문제는 여기서 그치지 않았다. 한국 팬들이 공연을 관람하러 와서 대포 카메라로 사진을 찍으면 외국인 팬들은 한국 팬들을 ‘사생’이라고 주장하며 갖은 인종 차별 발언을 비롯해 시큐리티에게 일러바치기 등을 해 왔다. 해외 콘서트에서 휴대폰 사진은 많아도, 찍덕들의 사진이 귀한 이유가 다 있었다.
“청테이프 가져가시죠?”
“당연하지. 카메라 무게 견디려면 청테이프 정도는 허벅지에 감싸야 돼. 안 그러면 못 버텨.”
“저는 캠 가지고 가려고요. 캠이 훨씬 가볍고 숨기기 좋으니까….”
윤 기자의 말에 유하나 기자도 공감한다는 듯 말했다.
“캠코더가 낫긴 하지. 아무래도. 근데 나는 노래하는 순간의 도현이 모습들이 더 좋아서. 직캠도 좋긴 한데, 사진으로 남기는 게 더 좋더라고. 노래할 때의 도현이의 모습은 진짜 신이 내려와서 노래를 부르는 것 같다니까? 하… 아이돌일 적의 나도현을 봤었어야 하는데… 천년의 아이돌을 두고 이제야 덕질하고 있는 게 후회가 돼.”
유 기자의 주접에 윤 기자는 웃어 젖혔다.
“저도요, 선배. 아, 그런데 너무 떨리지 않아요? 도현이의 스타디움 무대라니. 상상만 했던 것이 현실이 된다고 생각하니까 너무 떨려요.”
“그 넓은 스타디움이 보랏빛으로 물들 생각을 하니까… 진짜 심장이 쿵쾅거리는 거 있지. 나 진짜 이번 콘에 목숨 걸었어. 어떻게 해서든 전설로 남을 사진 한 장이라도 건지려고!”
유하나 기자가 각오를 다지자, 윤 기자는 “저는 전설의 직캠을 남길 거예요”라는 말로 받아쳤다.
“선배, 그래서 몇 인치 캐리어 쓰세요?”
“일주일은 묵다 오니까 나는 아무래도 이민용 캐리어 쓰려고. 관광도 하고 싶어서. 어차피 이렇게 강제로 휴가를 이틀이나 쓰게 된 마당에 관광도 즐겨야지.”
“아, 전 그 생각을 못 했네요. 관광해야겠단 생각은 못 하고 도현 투어 다닐 생각만 하고 있었… 아, 이게 관광이네요. 도현이의 발자취가 남겨진 곳을 따라서 다니는 게.”
“그렇지. 그게 관광이지. 나도 그거 다닐 거거든.”
둘은 카페에서 각자 기사를 마감 치며 대화를 주고받았다. 도현 투어를 함께 다니기로 약속한 두 사람. 여행 계획을 본격적으로 세우기 시작했다.
* * *
“우리가 아들 덕분에 이렇게 미국 땅을 다 밟아 보네.”
도현의 부모님은 공연 날짜 전날에 도착하도록 비행기에 탑승했다. 시차 적응이 필요할 정도로 피곤하긴 했지만, 도현과 무사히 만날 수 있었다.
“엄마, 아빠. 이렇게 먼 곳까지 와 줘서 너무 고마워요.”
도현은 부모님을 껴안으며 말했다. 이 모습은 토마스가 카메라로 담고 있었다.
-오, 도현. 이 장면 무척이나 감동적인데 말이야.
-토마스, 잘 찍어 줘. 우리 부모님이니까 말이야.
토마스가 자신과 부모님을 찍는 동안 도현은 향수병이 다 낫는 듯한 기분을 느꼈다. 한국인 스태프들이 왔을 때도 반가워서 어쩔 줄 몰랐지만, 부모님이 오니 더 안정되는 기분이었다.
“내일 공연 전에는 기자들과 함께하는 자리가 있는데… 엄마 아빠가 와 준 덕분에 무대 잘할 수 있을 것 같아. 기자회견에서도 말 잘할 수 있을 것 같고.”
“우리 아들 공연하는데 당연히 와서 봐야지. 우리 아들 덕분에 미국 땅도 밟아 보고. 감동이야. 할아버지께서 이 모습을 보셨더라면 얼마나 감동받으셨겠니.”
“한국 가면 할아버지 묘에 가 봐야겠어. 할아버지 뵙고 싶네.”
“우리 아들, 공연 잘 마치고 한국 오면 우리랑 같이 가자. 그나저나… 우리 아들, 오늘 저녁도 리허설 하지?”
“응, 리허설 하지. 사흘 차 공연이 끝나야 엄마 아빠랑 식사할 시간도 날 것 같아요.”
“아들이 바쁘니까 식사 시간 내기도 어렵네.”
아버지의 말에 도현은 어깨에 손을 올리며 어깨동무를 했다.
“그래도 이번 사흘 동안 공연 끝나면 다음 공연까지 텀이 있으니까. 그동안 관광도 하면서 즐겁게 있다 가요.”
“우리 아들 공연, 기대된다. 내일 잘할 수 있지?”
어머니가 걱정이 된다는 듯 물었다. 이에 도현은 힘찬 목소리로 답했다.
“그럼! 진짜 잘할 거야. 무대를 찢는다는 표현이 어울릴 만큼 성공적으로 해낼 거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