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 new career singer who can read the future RAW novel - Chapter (156)
미래를 읽는 경력직 신인가수-156화(156/225)
첫 번째 날 공연은 무사히 치러졌다. 도현은 아쉬운 점이 몇몇 있긴 했으나, 다음날 리허설 때 다시 한번 맞춰 보면 될 일이었다.
문제는 이튿날 공연이었다. 도현은 자신이 실수했던 것을 만회하기 위해 공연의 퀄리티를 높이기 위해 집중했다. 그러나 너무 집중한 탓일까.
“호야 형… 물….”
VCR이 틀어지는 동안 도현은 의상을 갈아입으러 나왔고, 강호에게 물을 달라고 요청했다. 하지만 그때였다. 도현의 몸이 고꾸라진 것은.
급하게 강호가 도현의 몸을 받쳤다.
“야, 도현아. 정신 차려 봐.”
“애 맥박은 있어요?”
“911 불러야죠!”
도현이 갑작스럽게 기절을 하는 바람에 스테이지 뒤편에서는 난리가 났다. 도현을 안고 있는 강호부터 911을 부르는 스태프까지. 그야말로 정신이 없었다. 밖에서는 관객들이 앙코르를 외치고 있었지만, 도현은 나갈 수 없었다.
최근 스케줄은 많이 무리였다. 한국에서 떠나온 지 어언 두 달이 다 돼 갔고, 그동안 브로드웨이 뮤지컬부터 <싱어: 비하인드 더 씬>의 촬영 때문에 카메라는 24시간 켰다. 도현은 자신의 일상 모두를 공개하며, 사실상 자신만의 휴식을 가질 시간이 없었다.
미국에 오면 슈퍼스타들이 한다는 명품 쇼핑은 물론, 맛집 탐방도 하지 않은 채 일에만 몰두했다. 강호가 다른 가수들처럼 뭐라도 하라고 했지만, 도현은 그 말을 듣지 않았다. 그에게 있어 일과 팬은 항상 최우선이였다.
911이 출동하고 도현은 구급차에 실려 병원으로 이송됐다. 맥박과 숨결은 살아 있었으나, 의식이 돌아오지 않고 있었다.
스태프들은 급하게 무대에 올라 도현이 컨디션 때문에 오늘 공연은 앙코르가 어렵다고 알렸다. 이에 실망한 팬들의 목소리, 어디선가 들려 오는 욕설에도 스태프들은 죄송하다고 사과하기에 바빴다.
* * *
-흔한 과로로군요.
-괜찮은 건가요?
-이왕이면 좀 더 쉬어 주는 게 좋습니다. 일정이 있다면 취소를 하고 요양에만 신경을 쓰는 것이 좋겠습니다.
통역사는 의사와 휴엔터 스태프의 사이에서 통역을 해 주며, 도현이 현재 일정을 취소하고 쉬었으면 한다는 의사의 바람을 전했다. 그러는 동안, 도현이 깨어났다.
“아… 여기가 어디예요?”
도현이 몽롱한 목소리로 말을 했다. 쩍쩍 갈라진 목소리를 들으니 기운이 다 빠졌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
“여기 병원. 너 인마, 갑자기 쓰러져서 내가 얼마나 당황한 줄 알아? 괜찮아?”
강호가 다급하게 물었다. 그럼에도 도현은 공연은 어떻게 됐냐고 질문을 던졌다.
“호야 형. 공연은요? 아직 앙코르 남았잖아요.”
“너 몇 시간 전에 기절했어. 이제야 정신을 차린 거고. 회사 측에서 곧 공지 올라갈 거야. 내일 공연은 지연된다고….”
“안 돼요. 지연은 안 돼요. 어떻게 대관을 했는데 지연을 해요.”
“스타디움 측에서도 하루 정도 더 대관을 해 줄 수 있다고 말했어. 그러니까 하루라도 푹 쉬었다가 올라가자.”
“팬들은요? 팬들은 시간 맞춰서 왔을 텐데 그럴 순 없어요.”
무대에 오르고자 하는 도현의 의지는 확고했다.
강호를 비롯한 다른 스태프들은 하루만 미루자고 했지만, 도현은 끝까지 무대에 오르겠다고 주장했다. 이에 홍보팀에서는 도현의 의사를 반영해 공식 입장을 작성했다.
* * *
안녕하세요, 휴엔터테인먼트입니다.
금일 공연 도중 아티스트 나도현 씨의 건강 악화로 인하여 병원으로 이송 조치하였습니다. 검사 결과 큰 문제는 없는 것으로 나타났지만 휴식이 필요하다는 의사의 소견에 따라 나도현 씨의 마지막 공연은 이틀 뒤로 미뤄질 예정이었으나, 무대에 서서 팬들을 만나고 싶다는 나도현 씨의 강렬한 바람으로 인하여 예정대로 공연은 진행될 계획입니다.
나도현 씨는 사흘 차 소파이 스타디움 공연이 끝난 후 다음 투어까지 잠시간의 휴식 시간을 가지며 체력을 보충할 예정입니다. 팬 여러분의 많은 양해 부탁드립니다.
감사합니다.
* * *
[도현이 공식입장 뜬 거 봤어?ㅠㅠ]아픈데도 팬들 앞에 서고 싶다고 공연 그대로 진행한다는 거 진짜 맴찢…
도현아 이럴 땐 쉬어도 돼…
┗그러니까 ㅠㅠ 아무리 팬 사랑이라고 해도 무리해서 무대에 오르지 않았으면 좋겠는데
┗소파이 간 팬들이야 마지막 날 공연이 미뤄지면 자기 일정에도 차질이 생겨서 난감해지겠지만 진짜 너무 걱정되는데 ㅠㅠ 도현아 소처럼 열일 해도 좋지만 조금은 쉬어도 돼 ㅠㅠ
┗그래도 도현이가 잘하겠지 체력 안배 잘해서 소파이 막콘 잘 끝냈으면 좋겠다
┗팬 마음이라는 게 이런 거구나 싶다 도현이가 공연을 무사히 끝내길 바라면서도 한편으로는 푹 쉬었으면 하네
┗검사 결과 아무런 문제가 없다는 게 다행이야 ㅠ 사실 공연 갔었는데 앙코르 때 스태프가 급히 올라와서 알려서 당황했거든 그런데 진짜 쓰러지고 컨디션 안 좋았을 것이라곤 상상도 못 했어
┗허니들도 고생 많았어 도현이도 완벽주의적인 성향 있어서 무대 완벽히 완성하지 못해서 아쉬워할 텐데… 제발 막콘에서는 도현이가 마음에 들어 하는 무대를 완성할 수 있길 바라
* * *
아들이 쓰러졌다는 것을 안 도현의 부모는 미국 한식당에서 삼계탕을 공수해 와 도현에게 먹였다. 도현은 보양식을 안 먹어도 링거를 맞았으니 됐다고 사양했지만, 아들 쓰러진 소식을 들은 부모 마음이 오죽할까.
“너 오늘 무대 오르기 전에 든든히 먹고 올라가. 이거 다 먹는 거 봐야 안심하고 객석으로 갈 수 있어.”
도현 아버지가 단단히 일렀다. 도현은 입맛이 돌지 않았고, 무대 전엔 배부르게 먹지 않는 게 원칙이었지만, 부모님이 앞에 계시니 어쩔 수 없었다.
겨우 반 그릇을 비워 낸 도현이 더는 못 먹겠다고 말했다. 반이라도 먹은 데 대해 부모는 이해해 주고 넘어갔다.
“나 원래 무대 전에 많이 안 먹어. 오늘은 엄마 아빠가 챙겨 온 거니까 이렇게 먹는 거고.”
“무대에서 노래 한두 곡 부르는 것도 아니고 2시간을 연달아 하는데 체력을 생각해서라도 뭘 먹어야지!”
“이상하게 배가 부르면 노래가 잘 안 나오더라고. 그동안 관리를 그렇게 해서 그런지 몰라도.”
도현의 말에 그의 부모는 앞으로는 무대 전에 뭐라도 조금 먹고 무대에 오를 것을 신신당부했다.
“앞으로는 그러지 마. 그러니까 무대 하다가 쓰러지잖니. 건강이 제일 소중한 거야. 건강을 잃으면 답도 없어. 우리 소중한 아들을 건강 이상으로 떠나보내고 싶은 생각은 결단코 없으니까… 항상 건강하자. 우리 아들 전 세계적으로 잘나가는 것도 좋지만, 부모 마음이란 게, 자식 아픈 거만큼 마음 찢어지는 게 없어.”
어머니는 당부하고 또 부탁했다. 도현은 마지못해 고개를 끄덕였다.
“도현 씨! 사운드체크 준비해 주세요!”
한국 공연에선 보기 드물긴 하나, 외국 공연의 경우 사운드체크와 밋 앤 그릿 타임까지 포함한 티켓이 팔리기도 했다. 팬들이 아티스트를 직접 만날 수 있는 기회였다.
도현은 인이어를 착용하고는 편한 의상을 그대로 입은 채 사운드체크를 하기 위해 무대로 올랐다. 사운드체크는 통상 2곡에서 3곡 정도를 가볍게 부르며 말 그대로 ‘사운드를 체크’ 하는 순서였다. 사운드체크 티켓은 소량만 풀리며, 티켓 가격도 비쌌다.
꺄아아아아아-
도현이 등장하자 스탠딩 객석에 있던 관객들이 소리를 질렀다.
공연 관객 중 1천여 명 정도만 사운드체크에 들어올 수 있었다.
도현은 찬찬히 객석 아래를 내려다봤다. 자신을 향한 걱정의 눈빛이 담긴 팬도 있었고, 도현을 봐서 마구 신난 듯한 팬도 보였다. 그러다 도현은 문득 구석에서 익숙한 인영을 발견했다.
‘…유하나 기자님? 그 옆에도 얼굴을 한번 뵌 적 있던 기자님이신 것 같은데….’
도현의 기억력은 정확했다. 유 기자와 윤 기자는 마지막 날 도현의 사운드체크까지 포함된 티켓을 구매하는 데 성공해 입장한 것.
도현은 그 둘을 봤지만, 알은체하지 않았다. 팬으로서 선을 긋고 싶다고 말을 했으니 그냥 다른 팬들과 똑같은 대우를 해 주는 게 맞을 듯했다.
-여러분, 안녕하세요. 나도현입니다. 어제 제 소식을 듣고 많이들 놀랐을 텐데요. 저 정말 괜찮습니다. 괜찮아서 무대에 오를 수 있어요. 오늘 공연도 정상적으로 진행될 것이고요. 앙코르 무대에 서지 못하는 일은 없을 겁니다. 방금 전에 든든하게 먹고 올라왔거든요! 에너지가 샘솟는 기분이에요.
도현의 말에 팬들은 “그래도 말랐어, 도현아” “도현아 더 많이 먹어” “도현 건강해” 등을 외쳤다. 도현은 그 소리를 들으며 여유로운 미소를 지어 보였다.
이어서 사운드체크가 시작됐다. 도현은 원래 3곡 정도만 하려고 했지만, 어제 일이 있었던 만큼 팬들과 보내는 시간을 늘리고자 사전에 스태프와의 합의 끝에 5곡 사운드체크를 하기로 결정했다.
-어제 저와 많은 시간을 보내지 못한 분들이 여기에 있을 듯해서, 오늘은 5곡으로 사운드체크를 하기로 결정했어요. 아직 메이크업도 못 한 모습이지만, 예쁘게 봐 주세요. 감사합니다!
도현은 기타를 치며 노래를 불렀다. 팬들은 휴대폰도 촬영 금지였지만 몰래몰래 휴대폰을 들어 도현의 사운드체크 중 모습을 촬영했다. 이런 도현의 모습은 SNS에 실시간으로 공유가 됐다.
도현이 예고한 5곡 무대가 끝나고, 그는 본 무대에서 더 멋진 모습을 보여 주겠다고 인사를 하고 들어갔다.
“도현아, 사운드체크 결과는 어때? 만족스러워?”
“오늘 음향이 제일 좋은 것 같아요. 다른 날보다. 다른 날에는 조금 아쉬운 점이 있었는데, 오늘 음감이 제일 정확하게 맞아떨어지고, 여러모로 마음에 들어요.”
“오케이. 음향 팀에 그렇게 전달할게.”
“네. 별문제 없으면 이렇게 가도 좋을 듯해요.”
도현은 자리에 앉아 메이크업을 받기 시작했다. 첫 번째 의상으로 갈아입은 도현은 메이크업 아티스트가 해 주는 대로 얌전히 메이크업을 받았다.
‘오늘은 엄마 아빠가 나의 스타디움 공연을 보는 마지막 날. 소파이 스타디움서 공연하는 마지막 날이기도 하니까… 잘해 보자, 나도현! 이번엔 쓰러지지도 말고, 끝까지 무사히 해내자!’
도현은 각오를 다졌다.
“도현 씨, 준비 다 되셨으면 무대 대기해 주세요!”
“네, 알겠습니다!”
도현은 무대 설비 아래로 지나가며 자신이 처음으로 등장하게 될 돌출 무대 리프트에 올라탔다.
스탠딩 마이크의 상태를 점검한 도현은 이대로 무대 위에 올라가도 좋겠다는 의견을 피력했다.
이윽고 스태프들이 카운트다운을 했다. 도현은 눈을 감았다. 긴장이 되면서도, 설레는 순간이었다.
“자, 올라갑니다! 레디, 고!”
도현은 스탠딩 마이크를 꽉 쥔 채 무대 위에 올랐다. 그리고 눈을 떴다.
보랏빛 물결이 소파이 스타디움을 꽉 채우고 있었다.
일렁이는 보랏빛 물결 사이로 도현은 걸어 나갔다.
MR이 나오고 도현은 팬들을 향해 꿀이 떨어지는 눈빛으로 ‘원 앤 온리’를 부르기 시작했다.
보랏빛 파도가 도현을 감싸 안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