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 new career singer who can read the future RAW novel - Chapter (157)
미래를 읽는 경력직 신인가수-157화(157/225)
도현의 소파이 스타디움에서의 마지막 공연은 성황리에 끝이 났다. 이 무대를 본 관객들은 마지막 도현의 말에 오열하고 말았다. 도현은 다시 이 무대에 설 수 있을지 모르겠다면서, 지금 이렇게 소중한 추억을 만들어 줘서 고맙다는 말을 전했다.
“도현아! 우리 또 만날 수 있어!”
“내년에도, 내후년에도 계속 같이 가자! 허니랑 함께하자, 나도현!”
“도현아, 내 첫째도 마지막도 너야! 사랑해!”
팬들의 외침에 도현은 울컥하는 감정을 느꼈다. 이윽고 그 감정은 덩어리처럼 모여서 도현을 오열하게 했다. 도현이 주저앉아 울기 시작하자 팬들 역시도 눈물을 참지 못했다.
“…여러분. 제가 여기까지 오는데 여러분이 없었더라면 힘들었을 거예요. 이렇게 큰 경기장서 여러분과 공감하고 호흡하며 공연한다는 거, 쉽지 않은 일이라고 생각했거든요… 진짜 감사합니다! 사랑해요. 허니. 허니 여러분을 향한 제 마음은 항상 같은 자리에 머물고 있단 걸 알아주셨으면 해요. 예전에도 말했지만 여러분은 저를 품고 있는 바다 같아요. 그런 여러분에게 항상 고맙다고, 사랑한다고 말해 드리고 싶어요.”
도현의 말에 감명을 받은 것은 소파이 스타디움에 있는 한국 팬들만이 아니었다. 도현은 영어로도 감사 인사를 똑같이 전했는데, 이를 알아들은 외국 팬들 역시 깊은 감동을 받아 눈물을 흘렸다.
모두가 우는 가운데 도현은 감정을 가까스로 추스르고는 앙코르 무대를 진행했다. 너무 울어서 목소리가 잠겨 제대로 나오지 않았지만, 팬들과 함께하는 지금 이 순간만큼은 너무나도 소중한 시간이었다.
* * *
“팀장님, 저 좋은 아이디어 생각났지 말입니다.”
도서 출판 템포에서는 한창 새로운 작가를 발굴하자는 회의가 진행 중이었다.
그 회의에 참석한 사람 중에는 도현을 좋아하는 사람도 있었다.
입덕한 지 얼마 안 된 남자 팬으로, 도현의 소파이 스타디움 공연의 멘트를 보고 깊은 감명을 받아 하루에도 수십 번씩 되돌려보는 사람이었다.
“뭔데? 누구 새로운 작가 생각이라도 났어?”
“네. 새로운 작가가 생각났어요. 이건 그쪽에서 수락하고 작업만 들어가면 기가 막힌… 그 정도의 인재거든요?”
팀장은 그게 누구인지 궁금했다. 최근 출판계에 이슈를 몰고 올 만한 신인은 없었다.
그렇기에 에세이를 주로 출간하는 템포에서는 신인 작가를 영입해야 한다는 무게를 짊어지고 있었다.
“누구기에 그렇게 꽁꽁 감춰?”
“그게요… 나도현 씨 어떻습니까?”
“어?”
팀장은 무슨 말인지 이해를 못 했다는 듯 되물었다.
“나도현이라고? 내가 아는 나도현인가?”
“네. 팀장님이 아는 그 나도현 맞지 말입니다. 가수 나도현이요.”
“가수 나도현을 에세이 저자로 삼자고? 미쳤어? 나도현이 할 거 같아? 엄청 바쁜데?”
팀장의 말에 도현의 남자 팬, 형준은 굳건한 자신의 생각을 밝혔다.
“할 거라고 생각합니다. 나도현 글 쓰는 거 보셨어요? 가사는요? 이번에 스타디움 무대 멘트도 기가 막히던데. 나도현 같은 사람이 에세이를 담백하게 써내면 나도현도 좋고, 저희도 좋고 둘 다 이득이라고 생각하거든요.”
“형준아. 내가 너 근무 중에 나도현 영상 보는 거 가지고 뭐라 하진 않았는데 말이야. 나도현이 안 할 것 같다니까?”
“팀장님. 제가 휴엔터를 찾아가서 어떻게든 설득해 보고 오겠습니다. 도현 씨의 글을 에세이로 저희 쪽에서 출간할 수 있도록 말이에요.”
형준의 말에 팀장을 포함한 다른 팀원들은 탄식을 내뱉었다. 너무나도 무리수였다.
“아니, 진짜. 형준아… 네 생각은 알겠는데 나도현 씨가 이 프로젝트를 하고 싶어 할까?”
“전 확신합니다. 할 거예요. 제가 나도현 섭외해서 오겠습니다. 만약 섭외에 실패한다면 해고하셔도 좋아요.”
“야, 인마… 그건 무리수고. 해고는 무슨 해고야. 그래, 네 말대로 휴엔터에 연락이나 넣어 봐. 거기까진 내가 허락한다.”
“조건은요?”
“업계 최고로 대우를 해야지. 우리가 할 수 있는 한에서 최고로 불러.”
“넵!”
그렇게 형준은 휴엔터 측으로 연락을 취했다.
휴엔터 기획 팀에서는 출판사의 연락을 받고 깜짝 놀랐다.
그 어느 출판사도 도현에게 에세이를 내자고 제안한 적이 없기 때문.
휴엔터의 기획 팀과 콘텐트 제작 팀도 기획 회의에 들어갔다.
“나도현 씨, 에세이 내는 거 어떻게 생각해요?”
기획 팀장의 말에 팀원 하나가 이거는 나도현을 진정한 아티스트로 만들 수 있는 기회라고 설명했다.
“밥 딜런도 자신의 노랫말로 노벨 문학상을 수상했잖아요. 나도현 씨가 훗날 그런 자리까지 올라갈 수 있다고 생각하면 되지 않을까요? 그 기반을 저희가 닦아 주는 거죠.”
“밥 딜런이야 평화와 자유, 사랑을 노래하는 인물이라지만… 도현 씨의 가사가 그렇게까지 심오하긴 한가… 흐음… 노벨 문학상은 너무 간 것 같아요.”
“에이, 팀장님. 사람 앞날은 모르는 거죠. 예시를 든 거잖아요. 그리고 연예인들 에세이 많이 내잖아요. 도현 씨 가사 쓰는 것만 봐도 낭만적이고 아름다운데 그런 문장이 모여서 에세이로 나오면 얼마나 좋겠어요? 회사 측에서도, 도현 씨 입장에서도 모두 좋은 거죠.”
팀원은 기획 팀장을 설득했다. 기획 팀장과 콘텐츠 제작 팀장은 깊은 고민에 빠졌다. 조건도 나쁘지 않았기에 더더욱 그러했다.
“조건도 업계 최고 수준이고, 나도현 씨만 오케이 한다면 산문으로 묶어서 낼 글도 많을 것 같아요. 좋은 기회라고 전 강조하고 싶습니다!”
콘텐츠 제작 팀장이 입을 열었다.
“그래요. 좋은 기회이긴 하죠. 게다가 도현 씨가 미리 찍어 둔 영상들도 슬슬 떨어져 가고 있고… 도현 씨가 SNS로 팬들과 소통하고 있다지만, 뭔가 특별한 이벤트 같은 선물이 있어야 하지 않겠어요? 전 이 에세이 내는 거 찬성합니다.”
콘텐츠 제작 팀장의 찬성 소리에 기획팀장도 결국 두 손을 들고 말았다.
“그럼 도현 씨에게… 일단 전달만 해 보죠. 저희가 찬성하더라도 도현 씨의 의사는 다를 수 있으니까요.”
* * *
소파이 스타디움 공연이 끝나고 어머니 아버지와 관광까지 한 도현은 다음 공연 전까지 휴식과 연습을 번갈아 가며 하는 중이었다.
소파이 스타디움에서 둘째 날 공연하다가 앙코르 공연 직전 기절한 게 떠오른 도현은 휴식 시간에 최대한 골고루 먹고 체력을 쌓는 데에 집중했다. 긴 투어 일정에서 가장 중요한 건 체력 싸움이었다.
도현이 호텔 헬스장에서 운동을 마치고 돌아오자, 강호가 도현을 향해 무언가 말할 게 있다는 듯 손가락으로 딱딱 소리를 냈다.
“그, 저, 도현아. 말할 게 있는데….”
“뭔데요?”
“너, 책 내 볼 생각 없냐?”
“…음? 갑자기 책이요?”
“한국 에세이 전문 출판사에서 너에게 에세이 출간 제안이 왔대. 대우는 업계 최고 수준으로 해 주고. 아무래도 너에게 좋은 기회일 거 같아서 나도 전달받아서 말해 보는 거거든. 네 글 좋잖아. 담백하고. 읽기 편하고. 네가 팬들에게 쓰는 글이나, 가사만 봐도 그렇고. 넌 어떻게 생각해?”
도현은 잠시 고민에 빠졌다. 지금 하고 있는 일이 너무나도 많았다.
시간이 날 때마다 연습하고, 운동하고, 팬들을 위한 영상을 찍고, 곡 작업을 하고….
유럽 투어가 끝나면 바로 새 정규앨범으로 활동을 할 예정이었다. 그렇기에 곡 작업에 몰두하는 요즘, 글을 쓰는 일까지 더해지면 업무 과다로 또 쓰러지게 될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다.
“형, 제가 하고 있는 게 너무 많아서… 솔직히 잘할 자신이 없어요.”
“너 잘할 수 있어. 너무 부담 가지지 말고. 여유롭게 1년 잡는다더라. 출판사에서. 1년이면 틈틈이 조각 글 써서 보낼 수 있는 거 아니야?”
“으음… 그러긴 하겠네요. 1년이면 넉넉한 시간이네요. 저에게 좋은 기회라곤 생각하는데….” “기회는 왔을 때 잡아야지. 나중 가서 잡으려고 하면 못 잡는다?”
강호는 도현을 최대한 설득하려고 들었다. 도현은 약간의 고민 끝에 결정을 내렸다.
“형, 저 에세이 써 볼게요. 해 보죠. 가사도 쓰는데 글이라고 못 쓸 이유는 없잖아요. 바쁘더라도… 1년이라는 시간이 주어지니까 해 볼게요.”
도현이 하겠다는 의사를 밝히자 강호는 타로 점으로 점쳐 보자고 했다.
“흐음… 기간이 너무 많이 남아서… 타로 점이 정확하지 않을 것 같은데요? 타로야 근미래만 읽을 수 있으니깐요. 3개월 내외의 미래만 내다볼 수 있으니까… 타로는 안 봐도 될 것 같아요.”
강호는 고개를 끄덕였다. 알겠다는 뜻이었다.
그렇게 도현의 첫 번째 에세이집 작업이 시작됐다.
* * *
“거 봐요, 팀장님! 제가 나도현 섭외 성공할 거라고 했죠!”
도서 출판 템포의 분위기는 축제에 가까웠다.
대한민국에서 내로라하는 가수인 나도현을 스카우트하다니. 그것도 나도현의 첫 에세이를 내보낼 수 있는 출판사가 되었다니.
이는 회식을 해도 부족할 정도였다.
“100만 부는 족히 찍을 것 같은데요?”
형준은 단언컨대 100만 부를 넘어서 200만 부가 팔리는 게 아니냐고 내다봤다.
그 말에 팀장은 고개를 저었다.
“에이, 아무리 나도현이 인기가 많아도 200만 부라니. 그건 진짜 베스트셀러잖아. 스테디셀러여야 하기도 하고. 그 정도가 될까, 과연?”
“팀장님. 제 말 믿어 보세요. 제가 나도현 씨 섭외에 성공한 것처럼 제 말 이루어지고 말 거라니까요.”
“그럼 내기나 할까? 누가 과연 판매량을 맞히는지?”
팀장과 형준 사이에서 팀원들은 대부분 팀장에게 한 표를 던졌다. 형준 혼자만이 200만 부가 팔릴 것이라고 예측했다.
“이렇게 되면 제가 가장 불리한 입장인데요. 제가 기필코 맞히고 말 겁니다. 제 말이 맞아떨어질 거라니깐요? 나도현 책, 대박 중에서도 왕대박 날 거라고 호언장담합니다. 남아일언 중천금이랬어요!”
“그래, 그래. 네 말이 다 맞다. 허허. 잘됐으면 좋겠네. 이번 기획안.”
“잘될 거예요. 나도현 팬덤도 엄청 크잖아요. 앨범 총판량이 100만 장을 넘어가는 아티스트인데 당연히 잘 팔릴 거예요. 팬들이 한 권씩만 사 줘도 대박 날걸요? 거기에 저자 사인회 같은 이벤트까지 들어간다면 200만 부는 훌쩍….”
“김칫국 그만 마셔, 인마. 아무튼 수고 많았다. 이제 우리가 기획을 잘해 보자고. 우리한테 모든 역할이 달려 있어.”
형준은 두 손을 꽉 쥐며 말했다.
“팀장님. 반드시 에세이계의 전설을 쓰고 말 겁니다. 나도현 씨 보세요. 데뷔에 계속 도전해서 네 번째 데뷔에 성공했고, 기어코 해냈잖아요? 그래미 어워드부터 4~5만 명 규모의 스타디움 투어까지….”
“네가 팬인 건 아주 잘 알겠다. 너 설마… 휴엔터에 투자라도 한 거 아니지?”
“팬이지만 주식은 안 해요. 팀장님! 아무튼 나도현 씨랑 같이 작업하게 돼서 너무 기쁘네요. 이런 게 성공한 덕후구나 싶어요.”
“너 정도면 성공한 덕후지. 아무튼 오늘 끝나고 회식! 소고기로 갑시다!”
도서 출판 템포의 팀장 목소리가 우렁차게 사무실에 울려 퍼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