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 new career singer who can read the future RAW novel - Chapter (161)
미래를 읽는 경력직 신인가수-161화(161/225)
도현의 타로 점이 좋게 나오자, 릴리 멤버들은 큰 기대에 가득 찬 눈빛으로 도현을 쳐다봤다.
“도현이 말만 믿고 가야겠네?”
“그러니깐요! 도현 오빠 말만 믿고 가는 것으로….”
“허허….”
도현은 자신의 타로가 이루어질 것이라는 걸 알고 있었지만, 중간에 어떤 변수가 생길지도 모른다는 생각에 무작정 그렇다고만 대답하기 어려웠다.
도현이 생각한 경우의 수는 다음과 같았다.
진입에서 1위를 하는 게 아니라 천천히 한 단계씩 밟아서 1위 자리를 차지하는 것.
또 다른 하나는 싱글곡 데뷔부터 1위를 하는 것.
이렇게 두 가지 경우의 수를 생각한 도현은 입 밖으로 꺼내진 않았다.
이왕이면 후자로 이루어지는 게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으니까.
“자, 결과도 좋게 나왔으니까 선배님들. 녹음 들어갈까요?”
“좋아요!”
어느새 다 모인 릴리 멤버들과 함께 도현은 녹음을 시작했다.
* * *
릴리의 최종 음원이 완성된 것은 도현이 유럽 투어를 일주일 정도 앞두고 있을 때였다.
완성도는 이준혁 피디에게 인정받았고, A&R 팀장인 이준혁 팀장의 허락이 아니더라도 릴리 멤버들 역시도 만족스러워하는 결과물이 나왔다.
도현은 나머진 회사에 맡기기로 하고 자신은 뒤로 물러났다. 작사, 작곡부터 프로듀싱까지. 자신이 참여할 수 있는 건 다 한 셈. 여기서 더 참여할 것은 없다고 판단을 내렸다.
그사이 출판사 측의 연락도 받았다. 도서 출판 템포는 도현의 초고를 잘 읽어 봤으며, 교정 교열 작업을 비롯하여 원고 피드백 역시도 준비하겠다는 의지를 불태웠다.
열정이 넘치는 담당자의 말에 도현은 기분이 좋아졌다. 자신의 창작물이 좋은 평가를 받으면 창작자로서 기분이 좋을 수밖에 없었다.
도현은 도서 출판 템포의 회사에서 미팅을 가지기로 약속했다. 원고의 초고는 완성되었으니 1차 미팅을 진행하고 싶다는 출판사의 말에 일정을 잡았다. 도서 출판 템포는 파주 출판 단지에 회사가 있었다.
“도현아… 출판사 가는 길인데 어때? 설레지 않아?”
운전대를 잡은 강호가 말했다.
그 말에 도현은 너스레를 떨었다.
“형, 전 그보다 형과 막내가 그날 결국 끝까지 안 나타난 게 궁금한데요? 무슨 일 있었죠?”
도현이 릴리 멤버들과 단체 녹음을 하던 그날.
도현을 깨우러 오겠다던 강호는 결국 등장하지 않았다. 그리고 집으로 돌아가서 보니 강호는 혼자서 위스키를 따서 마시고 있었다. 뭔가 안 좋은 일이 있었구나 싶었다.
그뿐만 아니라 막내 역시도 회사 측에 그만두겠다는 의사를 전달한 것으로 알려지며, 도현은 두 사람 사이가 금이 갔다는 것을 느꼈다.
“…그 이야기는 나중에 하자, 도현아.”
“결혼 이야기 나오고 있던 거 아니었어요?”
“…나오고 있었지. 양가 상견례도 마쳤고.”
“그런데 무슨 일이 있던 건데요?”
“좀 있다가 타로 점 좀 봐 줄 수 있냐? 사실… 막내랑 지금 헤어진 상태야. 막내가 결혼을 앞두고 싱숭생숭한지 헤어지자고 한 상태고. 나는 붙잡고 싶은 마음뿐이고.”
“…아. 그런 것이라면… 봐 드려야죠.”
일명 ‘재회 운’. 그걸 도현은 봐 주기로 약속했다.
“나 진짜 막내 붙잡고 싶거든. 전 여친 때문에 헤어지고 힘들었을 때 막내가 아니었더라면 더 힘들었을 것 같았는데… 막내가 헤어지자고 하니까 속이 다 뒤집히는 기분이 들어서. 밥도 제대로 안 넘어가.”
도현은 그 말에 말을 보태진 않았다. 강호가 겪고 있을 마음의 아픔을 온전히 이해를 하진 못하더라도, 이별의 감정이 어떤 것이라는 걸 알고는 있었으니까.
그랬기에 힘내란 말도 하지 않았다. 힘내란 말이 도리어 독으로 작용할 수도 있다는 것을 알고 있었기 때문이다.
“형, 좋은 거 먹고, 좋은 데 가서 시간 보내는 게 어때요? 막내를 붙잡는 것도 좋겠지만, 그보다 마음의 안정을 되찾고 막내와 다시 한번 이야기를 나눠 보는 게 좋을 것 같아요. 형이 도와 달라고 하면 제가 둘을 만나게 도와줄 수도 있으니깐요.”
그 말에 강호가 씁쓸한 미소를 지으며 답했다.
“말이라도 고맙다. 그런데 한번 떠나겠다고 했는데 돌아와 줄 것이라고 생각하진 않아.”
“형, 사람 일은 모르는 거예요. 저를 보면 알잖아요. 나무명이 나도현이 되기까지 있었던 일들, 형은 옆에서 지켜봤잖아요. 한국의 그저 그랬던 가수가 그래미 어워드에 나가서 뉴 아티스트 부문 상을 받고, 빌보드 차트에 진입하고… 슈퍼볼부터 월드컵까지 서게 되리라는 생각을 누가 해 봤겠어요?”
도현의 말을 차분하게 듣고 있던 강호는 “네 말이 맞다”라며 낮은 웃음소리를 냈다.
“네가 한 말이 맞긴 하네. 그게 사실이지. 사람 일 어떻게 될지 모른다는 거. 난 이제 결혼할 사람 찾았다고 생각했는데… 막내가 갑자기 헤어지자고 해서 속마음을 알기가 어려워.”
“형, 잘 풀릴 거예요. 매리지 블루라는 단어도 있잖아요. 그런 것이라고 생각을 해 보죠.”
도현은 힘내라는 말 대신 자신이 할 수 있는 말을 들려줬다. 강호의 넋두리를 듣다 보니 어느새 파주 출판 단지에 도착했다.
도현은 후드를 뒤집어쓰고 마스크까지 착용했다. 굳이 여기 와서 소문을 내고 싶지는 않았던 터. 휴엔터 측에서도 도서 출판 템포를 방문할 때엔 주의를 기울여 달라고 도현에게 전달했다.
이제는 슈퍼스타인 만큼 도현의 행보 하나하나가 알려지면 기자들의 질문 전화가 쇄도하고, 엠바고 기간이고 뭐고 지켜지지 않은 채 보도된다는 것 때문이었다.
“형, 가죠.”
* * *
도서 출판 템포 측에선 한바탕 난리가 났다.
나도현이 직접 방문해서 미팅을 한다고 하니 그럴 수밖에.
직원들 모두가 한껏 꾸며 입고 회사에 출근했다. 평소의 후줄근한 차림새가 아니었다.
“팀장님, 저 오늘 조금 멋지죠?”
도현의 팬이자, 이 에세이를 기획한 형준이 팀장에게 물었다.
“오… 형준아. 너 제법 차려입고 왔다?”
“제가 좋아하는 사람이 온다는데, 당연히 이 정돈 차려입고 와야죠. 그게 예의에 어긋나지 않는 게 아닐까 하거든요.”
“맞는 말이긴 하다. 그나저나 나도현 씨, 출판 단지 다 도착해서 걸어오고 있는 중이래.”
그 말을 들은 형준의 눈빛은 반짝였다.
“진짜요? 아, 너무 설렌다. 원고도 받자마자 설레었는데… 실물 본다고 생각하니까 더 설레네요.”
그때였다.
사무실 벨이 울렸다.
도현과 매니저인 강호가 도착한 것.
형준은 “나 어떡해, 어디에다가 사인받지?”라며 한껏 고민하는 모습을 보였다. 이를 보던 팀장은 피식 웃고는 평소처럼 잘하라고 말했다.
도현과 강호가 들어와 입구에 서 있었다.
“안녕하십니까!”
형준이 우렁찬 목소리로 도현과 강호에게 인사했다.
“안녕하세요. 혹시 제 담당 편집자님이신가요?”
“네, 제가 담당 편집자입니다. 여기 옆에 서 계신 분은 우리 팀장님이시고요.”
형준은 떨린다며 긴장했던 모습과 달리 여유로운 모습으로 자신과 팀장을 소개했다. 그런 둘의 뒤로 직원들이 도현을 힐끔거리며 쳐다보고 있었다.
‘나갈 때 다 같이 사진이라도 한 번씩 찍어 드려야겠군.’
도현은 그런 생각을 했다.
“회의실이 이쪽이거든요. 이쪽으로 모시겠습니다.”
형준이 붙임성 좋게 말을 걸었다. 형준의 안내대로 도현과 강호는 움직였다.
회의실에 들어서자 커다란 풍선과 가랜드 등으로 도현을 반기는 표시를 해 놓은 게 도현의 눈에 가장 먼저 들어왔다.
“와… 엄청 반겨 주시는 거 아니에요?”
도현은 감동받아서 말했다.
그 말에 형준은 모든 것이 자신의 아이디어이며, 자신이 직접 꾸미기까지 했다고 자랑했다.
“감사합니다. 이렇게 돼 있는 걸 보니까 기분이 좋아지네요. 오늘 회의도 성공적으로 잘 치를 수 있을 것이란 생각이 들어요.”
“도현 씨가 직접 오시는데, 이 정돈 해야죠!”
“감사합니다. 그나저나 본론으로 들어가서 제 에세이 어떻게 보셨을까요?”
도현이 정중한 목소리로 팀장과 담당 편집자인 형준에게 물었다.
형준은 원고를 인쇄한 걸 가지고 있었다. 특히 맨 앞장은 도현의 원고가 아니라, 팀 회의 결과에서 나온 이야기를 종합한 것을 피드백으로 적어 놓았다.
“우선 저희가 생각했던 것보다 매우 빠르게 원고 작업을 해 주셔서 감사하단 말씀을 전해 드리고 싶습니다.”
“감사합니다.”
“아닙니다. 덕분에 출간 일정을 앞당길 수 있을 듯한데요. 어떻게 생각하실까요? 아니면 예정대로 출간이 늦게 이뤄지는 편이 좋을까요?”
이 말에 강호가 중간에 끼어들었다.
“일단 앞으로 두 달은 도현 씨가 유럽 투어를 진행할 예정입니다. 그러고 나서 아시아 투어를 진행할 계획이고요. 중간중간 쉴 틈은 있겠지만… 그래도 반년 정도는 시간이 소요된다고 볼 수 있겠습니다. 원고 작업이야 맡은 지 3개월 만에 진행되긴 했지만, 반년 정도 후에 저자 강연이나 사인회 등 이벤트와 맞물리면 좋겠다고 회사에선 이야기가 나왔습니다.”
“예, 제 생각도 비슷합니다. 아무래도 투어 중에 책이 나오면 책에 집중할 수 없을 듯해서요. 저도 아시아 투어까지 마치고 난 뒤에 책 관련 일정을 소화하고 싶습니다.”
도현은 이미 머릿속으로 자신의 에세이가 출간된 후 어떤 일정을 소화하고 싶은지 구상해 놨다.
이에 놀란 건 도서 출판 템포의 형준과 팀장이었다. 사실 책을 구매하면 진행되는 저자 사인회의 경우, 했으면 좋겠다고 생각은 했고 넌지시 의중을 떠보기도 했으나, 이 정도로 확고하게 말을 할 줄은 몰랐던 것.
도현이 슈퍼스타인 만큼 일정을 잡는 게 어려울 것이라 생각했다. 하지만 도현은 매우 적극적이었다. 이런 의사를 밝힌 만큼 도서 출판 템포에서는 더 획기적인 이벤트가 없을까 이야기를 꺼냈다.
“그럼 말씀하신 대로 일정을 맞추는 쪽으로 하고요. 저자 사인회뿐만 아니라… 저자와의 북토크 같은 걸 개최하는 건 어떻게 생각하실까요?”
형준이 매우 공손한 태도로 물었다. 이 말을 들은 도현은 그것도 좋겠다며 고개를 끄덕였다.
“좋습니다! 아시아 투어까지 마치고 난 다음이면 아무래도 여유가 넘칠 듯해서요. 저야말로 제 첫 책이 주목을 받으면 정말 좋을 듯합니다.”
“그렇겠죠? 저희도 나도현 씨의 첫 책을 출간하는 일인 만큼 최선을 다해서 일에 집중하고 있거든요!”
“감사합니다! 그렇게 생각해 주셔서요. 사실 글을 잘 적었는진 모르겠어요. 떠오르는 생각들을 글로 풀어내는 작업이 익숙하지 않은 건 아닌데, 막상 다시 읽어 보니 너무 감정이 과잉된 듯해서 고치기도 많이 고쳤거든요.”
도현의 말에 형준과 팀장이 손사래를 치며 답했다.
“아닙니다. 원래 가사도 잘 쓰시는 분이, 직접 에세이까지 쓰시니 글이란 때로는 타고나는 재능 같다는 생각까지 들었어요.”
팀장의 말에 형준이 말을 보탰다.
“맞아요. 일을 하다 보면 이런저런 원고들을 많이 보게 되는데… 정말 타고났다 싶은 감각의 글들이 존재하거든요. 그런데 도현 씨는 그 감각이 타고났다는 확신이 들었습니다!”
“좋은 말씀 감사합니다.”
그렇게 회의는 훈훈한 분위기로 이어졌다.
회의가 끝나 갈 무렵, 형준은 총대를 메고 한 가지를 부탁했다.
바로 사인을 남겨 주는 것뿐만 아니라, 직원들과 사진이라도 찍어 줄 수 있는지 조심스럽게 물었던 것.
이미 예상했던 터라 수긍했다.
“저… 그럼 한 가지만 더 부탁드려도 될까요?”
형준이 눈치를 살피며 입을 열었다.
“어떤 것일까요?”
“저… 이번 책, 잘될지 타로로 점을 운세를 점쳐 보고 싶습니다. 도현 씨가 타로 하난 기가 막히게 잘 보시잖아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