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 new career singer who can read the future RAW novel - Chapter (168)
미래를 읽는 경력직 신인가수-168화(168/225)
석원과 현호의 말에 도현은 깜짝 놀랐다. 먼 곳에 와서 공연을 관람해 준 것만으로도 고마운 일인데, 자신의 무대에 이벤트로 출연해 주겠다는 제안은 너무나도 감사한 일이었다.
“둘 다 오기 전부터 무대 염두에 두고 왔던 거야?”
도현의 질문에 석원과 현호는 이미 연습을 많이 하고 왔다며 자랑했다.
특히 석원은 한껏 들떠 보였다.
“오늘 형 무대 보는데 짜릿하더라고요. 형 혼자서도 웸블리 스타디움을 가득 채울 수 있는 여력이 있지만, 저희가 깜짝 등장하는 건 어떨까 해서요! 게스트로 등장해서 무대를 장식하는 것도 형 팬들에겐 또 하나의 선물이 될 수 있지 않을까요?”
석원의 말에 도현은 고민에 잠겼다. 자신의 팬들이 좋아할지 아닐지 판단이 서지 않았다. 다만, 본 무대 말고 오프닝 무대에 두 사람이 선다면 팬들은 선후배 간의 우애에 감탄하리라는 생각이 들었다.
“흐음… 생각해 보니까 본 무대 말고 오프닝 무대에 게스트로 서는 건 어때?”
도현의 제안에 석원과 현호가 고개를 주억거렸다.
“선배님 무대에 오프닝 게스트로 설 수 있다면 영광이죠!”
현호의 말에 도현은 빙긋 웃으며 답했다.
“그래, 그럼 내일 리허설해 보자. 둘이 연습 많이 해 왔다니까 기대하고 있을게.”
“웸블리에서 가장 뜨거운 무대를 만들고 말 겁니다!”
석원이 희망에 찬 목소리로 말했다. 도현은 어깨를 두어 번 토닥이고는 영국까지 오느라 피곤했을 텐데, 좀 쉬라며 침대를 양보했다.
“아니에요, 형. 저희 방 따로 잡았어요! 형이야말로 푹 쉬셔야죠. 내일 무대 때 아프시거나 하면 어떡해요.”
어차피 강호가 다른 스태프 방에 가서 잠자기에 침대 하나가 비어서 제안한 것이었는데, 둘 다 손사래를 치며 그럴 필요는 없다고 말했다.
도현은 침대 하나가 남으니 같은 방에서 자도 된다고 다시 한번 말했지만, 두 사람은 자리에서 일어나며 자신들의 방으로 가겠다고 밝혔다.
“…조금 아쉽네. 어찌 되었든 푹 자고. 시차 적응하는 데에 시간 걸릴 테니까 몸 건강히 내일 아침에 만나자.”
“예, 형.”
“네! 선배님.”
두 사람이 가고 난 후 도현은 세트 리스트를 일부 추가해야겠다며 스태프와 함께 있는 단체 채팅방에 추가된 두 곡을 알렸다. 그리고 석원과 현호가 내일 있을 공연에서 오프닝 무대를 각각 장식할 것이라는 소식도 전했다.
도현은 석원과 현호에게 와 줘서 다시 한번 고맙다는 이야기를 전하곤 잠들었다.
* * *
“으… 오늘 컨디션 왜 이래.”
도현은 어제와 다르게 몸 상태가 좋지 않은 것을 깨어나자마자 알았다. 심지어 다 나아졌다고 생각했던 담 결린 부위가 다시 아팠다.
긴장을 너무 했기 때문일까. 아니면 무대에서 에너지를 과다 방출했기 때문일까.
띵동.
“형이다, 도현아.”
강호의 목소리에 도현은 잘 돌아가지 않는 어깨를 스트레칭하며 문을 열었다.
“어, 도현아… 그런데 너 컨디션 안 좋아 보인다? 얼굴이 좀 붓고… 초췌해졌는데. 괜찮아?”
“아뇨. 저 담 결렸어요. 트레이너분께 보여 드려야 할 것 같아요. 일찍 일어나서 몸 상태를 알았기에 다행이지, 좀 더 잤다간 큰일 날 뻔했어요. 약간 몸살 기운이 도는 것 같기도 하고….”
“일단 트레이너 선생님한테 가 보자. 약도 구비되어 있으니까 약 먹을 수 있으면 약도 먹고 감기 기운도 퇴치하고.”
“그래야겠어요.”
도현은 트레이너가 있는 방으로 이동했다. 트레이너는 룸으로 배달이 온 룸 서비스를 먹는 중이었다.
“쌤, 드시는데 죄송해요. 그런데 담이 너무 심하게 결려서… 어제 칼군무를 오랜만에 너무 열심히 춰서 그런 건지 어깨 돌리기가 너무 힘들어요.”
도현은 자신의 상태를 솔직하게 털어놓았다.
트레이너는 금방 식사를 마치고 도현의 상태를 점검했다.
도현은 구비되어 있던 약과 함께 감기 몸살 약을 먹었다. 바로 나아지진 않았지만, 일단 응급 처치는 한 셈이었다.
“도현아, 오늘 무대에서 춤추기 어려우면 말하고. 회사에서 몸 상태 체크해서 공지를 내보내면 되니까.”
하지만 도현은 그 말에 거절 의사를 명백히 밝혔다.
“형, 다른 곳도 아니고 웸블리 스타디움이에요. 수많은 레전드 가수가 한 번쯤은 거쳐 간 곳이에요. 이런 곳에 설 기회가 인생에 몇 번이나 있겠어요. 이런 곳일수록 더 철저하게 무대를 준비해야죠. 제가 아픈 거야 금방 나을 테니까 회사에다가 공식적으로 알리진 말아 주세요.”
“…그래도 괜찮겠어? 무대 마치고 나서 더 심해지면 어떡하려고 그래. 유럽 투어 기간에는 한국에 갈 시간도, 여유도 안 되는데.”
“금방 나을 거예요. 약 먹으니까 조금 괜찮아졌어요. 일단 한두 시간만 더 잘게요. 리허설 시간이 급박하다는 건 알지만… 현호랑 석원이 잘 부탁드려요, 형. 걔네 무대 리허설 먼저 진행해 주세요. 둘 다 웸블리 무대에 오르는 건 처음이니까 긴장 많이 했을 거예요.”
“일단 로드 통해서 현호랑 석원인 웸블리로 보낼게. 넌 언제 출발하려고? 조금 자다가?”
“네, 형. 그러는 게 나을 것 같아요. 좀 쉬는 시간이 필요한 것 같거든요.”
“그래, 그럼 쉬다가 나한테 연락해. 아니면 내가 한 시간 반쯤 뒤에 너 깨워 줄까?”
“깨워 주세요. 감기 몸살 약 먹으면 잠자느라고 상황 파악 잘 못 할 것 같거든요. 몽롱한 상태로 리허설 현장에 갈 순 없는 일이니깐요.”
“그래, 알겠어.”
* * *
호야 형은 정확히 한 시간 반 뒤 나를 깨웠다.
나는 어깨의 상태부터 점검했다. 확실히 담 결렸을 때 먹는 약의 효과가 좋았다. 어깨를 어느 정도 수월하게 돌릴 수 있었다.
그뿐만 아니라 오한기 돌던 게 많이 사라졌다. 다행이었다.
“도현아, 몸 상태는 어때?”
“100%를 기준으로 70% 정도는 돼요.”
“그 정도면 무대를 좀 여유 있게 해야 하지 않을까?”
“형. 저 프로예요. 70%까지의 체력만 있어도 무대 성공적으로 할 수 있어요. 괜히 연예계에서 10년 넘는 경력 있는 거 아니에요. 아파도 칼군무 보여 줄 거고, 여기 온 관객들 대만족 시킬 거예요.”
“허허… 의지 하나는 남다르다니까.”
“팬들 사랑으로 이 자리까지 오게 되었는데, 당연히 그래야죠. 어디 골절되지 않는 이상 전 무대에서 춤을 출 거고, 팬들이 원하는 무대를 보여 주고 싶어요.”
내 말에 호야 형은 허허하고 웃기만 했다. 안다. 나도 내가 지독한 일 중독자인 것을.
“석원이랑 현호는요?”
“어… 안 그래도 로드한테 조금 전 연락 왔는데 공연장 도착해서 둘 리허설 중이래. 너한테 서프라이즈로 오면서 인이어랑 마이크랑 다 자기 거로 준비 다 해 왔더라. 철저하기도 하지. 현호네 팀 매니저도 좀 그래. 미리 알려 주면 좀 좋아?”
호야 형은 이카루스의 매니저가 마음에 안 든다는 듯 투덜거렸다. 스케줄 조율 소식을 사전에 들었더라면, 자신도 당황하지 않았을 것이라며 구시렁거렸다.
“나름대로 서프라이즈 이벤트잖아요. 어쩔 수 없죠, 뭐. 이렇게 무대를 완성하는 것도 색다를 거 같아요. 북미 투어에선 에이디온과 함께했었으니, 영국 투어에선 석원이랑 현호랑 함께하는 것도 좋은 것 같고요. 나머지 유럽 투어에서는 어떻게 해야 할지 조금 고민이긴 하지만요.”
게스트들이 있으니 반드시 무대 전에 게스트의 무대가 있어야 한다는 압박이 들었다. 실제로 팝 가수들이 그런 식으로 무대를 많이 꾸미고 있기도 했고. 그렇다고 해서 석원이와 현호에게 남은 유럽 투어 일정에도 함께해 달라고 할 수는 없는 일이었다.
“남은 유럽 투어에서는 게스트가 차지했던 무대를 어떻게 채워야 할지 고민 좀 해 봐야겠어요. 아니면 유럽 쪽이니까 디제잉이 유명하잖아요. 디제이와 함께 EDM 무대를 장식해도 좋을 것 같은데… 기존 곡 중에서 댄스곡을 디제잉으로 해서 퍼포먼스를 펼치는 것도 좋을 것 같지 않아요? 너무 촉박하려나?”
“흐음… 점찍어 둔 사람은 있고?”
“디제이 아슈마요.”
디제이 아슈마는 전 세계적인 인기를 구사하고 있는 아티스트로 각종 디제잉 페스티벌의 헤드라이너로 장식했다. 언젠가 한 번은 아슈마와 나의 곡 ‘Black walker’를 같이 해 보고 싶다는 생각을 한 적이 있었다. 아슈마 측에 연락을 해 볼까 싶기도 했지만, 그저 나의 생각만으로 남았었다.
“내가 아는 그 디제이 아슈마 맞아…?”
호야 형의 표정이 사색이 되어선 물었다.
“형이 아는 그 아슈마 맞아요. 우리나라에서 열리는 디제잉 페스티벌에서도 무조건 헤드라이너로만 서는 그 사람이요. 스웨덴 출신의 디제이.”
“…세상에. 당장 다음 무대가 얼마 남지 않았는데 섭외가 가능할까? 아슈마 같은 경우 1년 치 스케줄이 다 짜여져 있다고 얼핏 들었던 것 같은데. 그래서 한국 EDM 페스티벌서 섭외하려고 해도 1년 전엔 연락을 넣어야 겨우 스케줄에 맞춰서 공연할 수 있다고 들었거든.”
“흐음. 일단 찔러나 볼까요? 못 먹는 감 찔러 보기라도 하는 게 어때요.”
나의 제안에 호야 형은 당황한 기색을 감추지 못했다. 한번 한다고 말하면 일단 해내는 게 내 성격이기도 했으니까.
“…네 성격은 알지만 진짜… 섭외 안 되더라도 실망하기 없기다?”
“네, 형. 제가 일단 SNS로 DM 한번 보내 볼게요. 시간 되는지. 제가 섭외해 볼게요. 출연료는 제가 직접 주든가 하죠.”
“아니, 굳이 네가 나서서 직접 하려고?”
“형, 당장 유럽 투어 일정이 빡빡하게 잡혀 있는데 회사 통해서 하고 이럴 시간 없다고 생각해요. 디제잉을 위한 무대 설비 준비하는 것도 필요할 테고요. 그러니 제가 서둘러서 행하는 게 낫죠.”
“그, 그래… 네 고집은 황소고집이라 꺾을 순 없겠다. 그건 잘 알겠고… 아무튼 간에… 일단 다이렉트 메시지 보내 보고 알려 주라. 회사 측에서도 너와 이색적인 무대를 꾸밀 수 있는 아티스트를 알아보도록 할게.”
“1순위는 아슈마라는 거, 잊지 않으셨음 좋겠어요. 제가 섭외해 내고 말 겁니다.”
“흐음… 그럼 이때 아슈마를 섭외할 수 있는지 타로 카드로 운을 점쳐보는 게 어때?”
왜 이 이야기가 안 나오나 했다.
형 말에 나는 테이블에 있던 타로 카드를 가지고 왔다. 카드를 섞은 뒤 단 한 장으로만 평가하기로 했다.
[Three of Pentacles]“오… 이건 무슨 뜻을 가진 카드야?”
“일단 이 사람은 설계자고요, 이 사람은 주교, 이 사람은 뭐였더라… 정치인이었던가. 아무튼 셋이서 대성당을 지으며 이야기를 나누고 있는 모습이에요.”
“그런 거 같아 보이긴 한다. 그래서 무슨 의미인데?”
“중세 시대엔 대성당이나 대교회가 오늘날의 공기업과도 같은 역할을 했어요. 셋이 이렇게 나와 있는 건 협업의 중요성을 강조하는 것이거든요. 그러니까 그 말인즉슨….”
“아슈마 측에서 협업 제안을 수락할 것이다?”
“네. 형. 전 그렇게 읽혀요. 이번 기회로 아슈마와 협업을 하고 나중에 더 좋은 곡을 함께 작업할 수도 있잖아요. 그간 록이나 포크, 댄스 위주로만 작업이 이루어졌는데 아슈마와 함께한다면 EDM 장르에도 도전할 수도 있고, 나도현만의 색다른 매력을 선보일 수도 있을 것이라고 생각해요.”
“철두철미하고만. 아무튼 다이렉트 메시지 보내 봐.”
“네, 형.”
나는 바로 아슈마에게 다이렉트 메시지를 보냈다. 그리고 얼마 지나지 않아 알람이 울렸다.
아슈마에게서 온 답장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