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 new career singer who can read the future RAW novel - Chapter (17)
미래를 읽는 경력직 신인가수-17화(17/225)
파트 분배를 시작하려는데, 스태프 하나가 다가오더니 도현에게 인터뷰를 제안했다.
도현은 이 인터뷰가 중요함을 인지했다. 만약 자신이 잘못 답한다면, 인성 파탄으로 퇴거 조치된 30번 참가자와 동일한 취급을 받을 것이라고 생각했다.
“네. 인터뷰에 응하겠습니다.”
이미 오디션 프로그램에서 한 차례 데뷔한 바 있는 도현은 노련했고, 능숙했다.
30번 참가자의 행동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느냐는 질문에 술술 막힘없이 답했다. 그를 몹시 안타깝게 생각하고, 보이스 컬러가 좋았는데 아쉽다는 말도 덧붙였다. 물론 일정 부분은 거짓이었지만, 스태프는 도현의 표정을 보면서 자신도 공감한다고 말했다.
“그래도 그분이 어디 가셔서라도 재능을 뽐낼 수 있는 기회가 마련됐으면 좋겠습니다.”
“도현 씨는, 얼굴도 마음도 예쁜 것 같네요. 대단하신 것 같아요.”
“아닙니다. 오디션 프로그램에 먼저 출연한 경험이 있잖아요. 그때마다 좋은 친구들이 탈락하면 이렇게 아쉽곤 했거든요.”
“아, 그렇긴 하겠네요. 일단 인터뷰 감사드리고요! 파이팅입니다!”
스태프가 멀어지자, 도현은 다시 팀원들을 돌아보며 입을 열었다.
“본격적으로 파트 분배를 시작해 볼까요?”
* * *
30번이 빠지고 나자 연습은 수월했다.
다들 파트 욕심은 있었지만, 도현이 보이스 톤에 걸맞은 파트를 분배해서 주자 만족해했다.
일명 ‘성녀 파트’라고 불리는, 가장 아름답고 성스러운 파트는 49번 참가자에게 넘겼다.
도현은 자신이 저음역대부터 고음역대까지 다 부를 수 있음을 알기에, 도입부 다음 파트를 가져가는 식으로 했다. 이 부분은 악기 연주 소리가 덜 들려 목소리가 주목을 받게 된다. 팬을 끌어모을 수 있는 파트들이었다.
다른 참가자들은 도현이 희생해 주는 줄 알고 그의 인성에 감탄했다.
도현의 머릿속에 어떤 계산이 들어갔는지도 모르고.
오늘은 심사위원이자 트레이너인 코스트 앞에서 리허설을 하는 날.
도현은 지난 예선전을 떠올리자 살짝 긴장이 됐다.
“다들 준비되셨죠? 코스트 그분이 얼마나 꼼꼼한지도 생각하셔야 합니다.”
“준비는 됐는데, 잘할 수 있을지 모르겠어요. 저도 예선전에서 코스트 님이 심사를 해 줬었는데 여간 깐깐하신 게 아니더라고요.”
“저는 친구가 코스트 님께 심사를 받았는데 조금 어려웠다고 하더라고요.”
저마다의 경험과 기억을 공유하며 긴장한 채로 코스트가 있는 연습실로 이동했다.
다른 참가자들도 조금 전까지 연습을 했었지만, 목을 가다듬으며 코스트 앞에서의 무대를 준비했다.
“여러분, 이 곡 포인트가 어디고, 어느 부분을 살려야 하는지 이젠 다 아시죠?”
연습 기간에는 도현이 디렉팅을 맡았었다.
휴엔터 이준혁 PD의 깐깐한 디렉팅을 겪었던 덕분인지, 같은 조원들의 목소리를 한층 더 좋게 발산하는 데에 도움을 줄 수 있었다.
“그럼요!”
“다행입니다.”
때마침 코스트가 입장했다. 그의 손에는 태블릿 PC가 들려 있었다.
코스트는 태블릿을 만지다가 고개를 갸우뚱하고는 리더인 도현을 향해 질문했다.
“이 조는 인원이 4명이네요?”
“네, 30번 참가자가 퇴거 조치를 당해 4명이 되었습니다.”
“어떤 이유 때문에 30번 참가자가 퇴거당하게 된 것이죠?”
“파트 분배 과정에서 일이 좀 있었습니다.”
“4명이서 괜찮았습니까?”
“예. 어렵지 않았습니다. 괜찮았어요.”
“그렇군요. 은근히 자신감 넘치는 걸 보니 노래를 들어 보고 싶네요. 목 다 풀었으면 가죠.”
코스트의 고갯짓에 스태프가 MR을 틀었다.
도입부는 도현이 아니었다. 다른 팀원이었다. 두 번째 절이 도현이 맡은 파트였다.
시작은 관현악이 환상처럼 퍼지는 간주였다. 벚꽃이 흩날리는 계절을 연상케 하는 멜로디였다.
도입부가 시작되고, 팀원이 노래를 부르기 시작했다.
팀원은 코스트 앞이라서 그런지, 목소리에서 떨림이 느껴졌다.
그 떨림을 들으며 코스트의 인상이 구겨지는 것도 볼 수 있었다.
다음 차례인 도현은, 늘 그래 왔던 것처럼 노래했다.
잠시 미간이 찌푸려졌던 코스트의 인상이 펴지는 걸 도현은 봤다.
‘성공인가?’
도현의 목소리에는 자신감이 차올라 있었다.
도현의 파트가 끝나고 세 번째 절이 나온 다음 사비가 시작됐다.
49번 참가자의 청아한 목소리가 멜로디에 얹어져 봄날의 한가운데에 있는 듯한 느낌을 안겨 줬다.
코스트의 표정은 이때부터 변함이 없었다.
‘무슨 생각을 하고 있는 것일까.’
표정을 읽어 보려고 했지만, 읽히지 않았다.
그렇게 성녀 파트까지 다 지나고, 조원이 전부 화음을 쌓으며 마지막 절을 끝냈다.
코스트는 태블릿 PC를 보다가 질문했다.
“49번 님, 목소리가 꽤 좋습니다. 딕션도 좋았고, 클라이맥스에서 청아함이 더욱 빛나는 느낌을 받았습니다. 스스로 고르신 건가요?”
그러자 49번 참가자가 답했다.
“아닙니다. 23번 리더가 권해 준 파트입니다.”
“으흠, 리더가 목소리의 장점을 확실히 꿰뚫었군요. 이 팀은 전반적으로 목소리가 조화롭습니다. 도입부에서 약간 흔들리는 모습을 보여 주긴 했다지만, 전체를 놓고 볼 때 그 일부를 제외하고는 아주 마음에 듭니다.”
“감사합니다!”
도현의 고개가 절로 숙여졌다.
코스트는 손을 저으며 그런 인사치레는 필요 없다고 했다.
“전 심사위원이기도 하지만, 여러분의 부족한 점을 짚어 주기 위해 온 것입니다. 제가 할 일을 하는 것이니, 특별히 고마워하지 않아도 됩니다.”
생각보다 더욱 겸손한 느낌이었다.
보컬로서 대한민국에서 내로라하는 가수 중 하나인 코스트가, 이렇게 겸손하고 차분한 사람일 것이라고는 생각하지 못했다.
‘저런 자세여야 연예계에서도 더 오래 살아남을 수 있겠지.’
“감사합니다.”
“감사는 그만 표해도 됩니다. 이제부턴 평가를 해 보도록 하겠습니다. 도입부를 부른 게 28번 님이셨죠?”
28번 참가자가 그렇다고 답했다.
코스트는 진지한 눈빛으로 28번 참가자를 바라봤다.
“지금 긴장 많이 한 상태죠?”
“예. 아무래도. 긴장이 많이 되네요.”
“지금은 그저 연습일 뿐이에요. 이런 오디션 한 번도 본 적 없나요?”
“한 번도 없습니다! 그냥 동네 노래자랑 같은 데만 나가 봤어요.”
“흐음, 그렇다면 오디션이라는 시스템에 적응할 필요가 있겠습니다. 부르는 이가 떨면 노래를 듣는 사람도 불안한 느낌 때문에 제대로 집중할 수가 없게 되는 것이죠. 아시겠습니까?”
“죄송합니다!”
“아뇨. 앞서 말했듯 전 여러분의 잘못된 점이라거나 어긋난 포인트를 고쳐 주기 위해 온 것이고 저에게 죄송할 필욘 없습니다. 노래를 듣는 이가 불편하게 듣지 않도록 불러 주라고 조언을 하는 것이죠. 이 노래는 벚꽃이 필 적의 아름다운 풍경을 그리고 있어요. 떠나간 사랑을 함께 노래하며 말이죠. 여기서 불안하게 부른다? 그럼 대중이 어떤 반응을 보일 것 같나요?”
도현은 코스트의 말에 하나도 틀림이 없다 생각하며, 다음 차례로 자신은 어떤 냉정한 평가를 받게 될지 고민했다.
“두 번째는 23번 리더였죠. 23번 님, 자신이 파트를 성공적으로 골랐다고 생각합니까?”
“네. 저는 제가 디렉팅하고 뽑은 파트가 저에게 가장 잘 어울린다고 생각합니다.”
“어째서죠?”
코스트는 냉정하게 물었다.
도현은 솔직하게 답했다.
“저는 저음역대부터 고음역대까지 음역대가 넓습니다. 다른 조원들의 음역대는 저보다는 조금 좁은 편이었습니다. 그래서 조원들의 음역대를 먼저 찾아 줬고, 그다음으로 제 음역대가 어울리는 부분을 골라서 협의했습니다.”
“팀원을 더 생각할 줄 아는 리더로군요.”
“그리 말씀해 주시니 몸 둘 바를 모르겠습니다.”
“23번의 목소리는 그 자리에 제격이었습니다. 마치 49번 참가자의 목소리가 사비부터 클라이맥스까지 잘 배치된 것처럼. 자신보다는 팀원을 배려하고, 그러면서도 좋은 목소리를 긴장 없이 편하게 들려줘서 잘 들을 수 있었습니다.”
코스트는 한 명 한 명 평가를 하고, 발음 등을 어떻게 했으면 좋겠는지 조언을 했다.
약 1시간 동안 집중적으로 조언을 받은 후 다시 연습실로 돌아갔다.
바로 내일. 본선 1차가 열린다. 124명 중 50명이 살아남을 수 있는 무대. 도현은 거기서 살아남아야 했다.
‘카드를 한 장 더 뽑을까?’
코스트 앞에서 노래할 땐 여유로운 모습을 보이긴 했어도, 도현이 긴장하지 않는 건 아니었다.
오히려 타로가 잘 맞아떨어지길 바랐다.
“형!”
멍하니 연습실에 앉아 고민하는데, 다른 팀인 효섭이 문을 벌컥 열고 들어왔다.
“어, 효섭아. 너 연습 안 해?”
“우리 팀은 연습 다 끝났어요. 이제 컨디션 관리만 하면 돼요.”
“그럼 다행이고.”
“형네 팀은 안 끝났어요?”
“우리도 거의 끝났지. 팀원들은 먼저 자러 가겠다고 하고 나갔는데, 난 내 파트 연습 좀 더 하려고 남은 거고.”
“와, 지독한 연습 벌레네, 형.”
“지독하긴. 네 번째 데뷔를 하려거든, 무슨 수를 써도 써야 하잖아. 신문에 네 번째 데뷔 무산이라고 실릴 생각만 해도 끔찍해.”
“설마 그러겠어요?”
“요즘 인터넷 기자들, 매운맛인 거 몰라?”
도현이 웃으며 이야기했다.
효섭은 휴대폰이 없으니 요즘 기사의 흐름을 모르겠다고 투덜거렸다.
“일주일에 한 번은 볼 수 있잖아. 괜히 기사 보고 정신 흔들릴 바엔 지금처럼 하는 게 낫지.”
“그래도. 친구들이 절 찾고 있진 않을까 생각하게 되고요.”
“그럴 일 없을 거야.”
“뭐야, 형. 형은 친구 없어요?”
효섭의 말에 도현이 목을 젖히며 웃었다.
친구 없냐는 순수한 질문은 도현을 웃게 만들었다.
“친구가 없을 리가. 효섭아, 내 노래 좀 들어 줄래? 객관적으로 평가를 해 봐.”
“오. 그런 거 잘해요, 저.”
효섭은 얼른 노래를 들려 달라고 했다.
도현은 음원을 재생했다.
이윽고 도현의 노래가 시작됐다.
미소를 짓고 있던 효섭의 얼굴이 점차 변했다.
어느 순간부터는 순수한 감정만이 담겼다.
곡이 끝나고, 효섭은 기립 박수를 쳤다.
“웬 기립 박수야?”
“형, 이제 형님으로 모실게요.”
“형님은 무슨.”
“와, 목소리가 천상계인데요?”
효섭의 칭찬에 도현은 애써 헛기침을 하며 말을 돌리려고 했다.
하지만 효섭은 온갖 칭찬을 퍼부었다.
“잘생긴 사람이 피지컬도 좋고, 프로포션도 좋고, 목소리도 좋고. 와, 이래야 된다는 걸 깨달았어요, 형님!”
“그래 봤자 난 무명 가수잖아.”
“형, 무명과 유명은 한 끗 차이예요. 이제 유명 가수 되는 날만 남았네요. 부럽다.”
순수한 감탄에 도현은 효섭에게 얼른 자라며 자리에서 벗어났다.
얼마 뒤, 침대에 누운 도현은 머릿속으로 여러 가지 생각을 했다.
‘흠, 어쩌면 스타 카드가 주는 기회는 이번 무대에서 빛을 발하는 게 아닐까 싶은데.’
그런 느낌이 머릿속으로 들어와 박혔다.
도현은 과연 내일이 어떻게 흘러갈지 기대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