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 new career singer who can read the future RAW novel - Chapter (171)
미래를 읽는 경력직 신인가수-171화(171/225)
유하나 기자의 요청으로 인터뷰는 도현이 유럽 투어를 마치고 돌아온 이후로 잡혔다.
유럽 투어 일정이 얼마 남지 않은 데다, 빽빽한 스케줄이 있던 만큼 휴엔터에서는 아티스트의 스케줄을 이유로 귀국 이후로 일정을 잡았다.
도현과 화상 일대일 인터뷰를 생각했던 유 기자는 자못 아쉬운 마음을 감출 수 없었다. 도현의 건강과 컨디션이 최우선이라는 걸 알고 있음에도 그러했다.
그나마 다행인 건, 타 매체에서도 인터뷰 요청이 쇄도했지만, 유 기자만이 도현의 인터뷰를 따냈다는 점이다. 승진과 함께 소소한 경사라고 봐도 무방했다.
유하나 기자는 이미 연차와 월차를 소진한 터라, 도현의 나머지 유럽 투어 일정에는 참여하지 못했지만, 인터뷰 일정을 따낸 것만으로도 만족했다. 팀장이 된 이후의 첫 성과라고도 볼 만했다. 국장이 듣는다면 엄청 좋아하겠지 싶었다.
“와, 선배. 진짜 부러워요.”
기사 마감을 치며 윤민혜 기자가 진심 어린 마음으로 말했다. 윤 기자의 목소리에는 시기, 질투, 시샘 같은 감정이 섞여 있지 않았다. 정말 순수한 목소리로 감탄사를 연발하고 있었다.
* * *
파리 다음으로는 이탈리아 공연이 있었다. 이탈리아 공연을 마친 도현은 예정대로 부모님과 관광지 투어에 나섰다.
휴엔터에서는 도현이 그동안 얼마나 벅찬 일정을 감내했는지 알았기에, 도현의 수고를 덜어 주고자, 이탈리아 여행지 가이드를 만들어서 전달했다. 부탁하지 않았음에도 해 주는 센스가 넘쳤다. 끈끈한 의리이기도 했다.
그 덕분에 도현은 완벽한 일정으로 부모님과 함께 여행을 무사히 마칠 수 있었다. 며칠 간의 단잠 같았던 휴식이 끝나고, 도현은 부모님을 마중하러 공항에 나왔다. 한국행 비행기를 태워 보내 드린 다음엔 다음 공연지인 베를린으로 이동해야 했다.
도현은 아쉬운 마음을 드러내며 부모님과 포옹했다.
“엄마, 아빠. 한국 가서 봐요.”
“우리 아들 덕분에 이렇게 이탈리아 여행도 하고. 너무 대견하고 고맙다.”
도현의 엄마는 영원한 이별이 아님에도 눈물을 글썽이고 있었다.
“엄마. 곧 있으면 유럽 투어 끝나고 한국 갈 텐데 왜 이렇게 울상이야!”
도현이 장난기 섞인 목소리로 말했다.
“우리 아들 대견해서 그러지. 사랑하는 우리 아들, 남은 공연도 다치지 말고 무사히 하고 오도록 해. 알았지?”
“고마워요. 엄마, 아빠. 두 분이 있었기에 제가 있는 것이라는 걸 잊지 않으셨음 좋겠어요.”
그렇게 인사를 나누고, 도현은 부모님을 비행기에 먼저 태워 보냈다. 이후 자신도 독일 베를린으로 가는 비행기에 탑승했다.
짧은 비행 후 베를린에 도착하자, 강호와 막내가 나란히 마중 나와 있었다.
“형, 오랜만이에요. 일주일만이니까….”
“오빠 오랜만!”
막내가 발랄한 목소리로 인사했다.
이어 강호가 말했다.
“여행은 잘 다녀왔고? 너 곳곳에서 해외 팬들에게 사진 많이 찍혔더라. 팬들 때문에 불편한 건 없었고?”
“네, 형. 팬들이야 곳곳에서 만나긴 했는데, 다들 제 사생활 존중해 주는 분위기더라고요. 졸졸 쫓아다니는 일도 없었고… 덕분에 편하게 여행할 수 있었어요.”
“그렇구나. 아무튼 잘 다녀와서 고맙다.”
“아니에요. 회사에서 여행 가이드 만들어 준 덕분에 부모님과 편하게 여행할 수 있었어요. 이런 것까지 신경 써 주지 않으셔도 되는데… 정말 감사하죠.”
“오히려 다른 연예인들은 그런 거 만들어 달라고 아우성인데 넌 참 다르다니까.”
“회사에 요구할 건 요구하더라도, 여행 가이드 같은 건 회사의 일이 아니잖아요. 제 공식 스케줄도 아니었고… 그래서 잔뜩 사 가지고 왔어요. 회사에 돌릴 선물들. 지역별로 사 가지고 왔네요. 이제 귀국하면 포장해서 하나하나 회사에 돌릴 생각이에요.”
“어쩐지 네 캐리어 무겁더라. 자, 가자.”
유럽 투어의 마지막 행선지인 독일 베를린.
베를린에서의 이틀 공연이 끝나고 나면, 서울로 돌아가게 된다.
도현은 미주 투어 이후 한국에 들를 새도 없이 유럽까지 건너와 향수병을 잘 이겨낸 자신이 대견하기도 했다.
호텔에 도착한 다음 도현은 오랜만에 작업을 하기 위해서 노트북을 펼쳤다. 메일이 여러 통 도착해 있었다.
하나는 에이디온에게 온 것이었고, 또 하나는 도서출판 템포에서 에세이 교정고가 도착해 있었다.
에이디온에게 온 메일부터 확인했다. 에이디온은 자신이 최근에 뽑은 비트라며, 기가 막힐 것이라고 호언장담했다. 도현은 바로 재생했다.
“…와. 에이디온이 괜히 잘나가는 힙합 가수가 아니라니까.”
비트는 새로웠고, 신선했다. 당장 피처링을 입히고 싶을 정도였다.
에이디온이 도현에게 이 곡을 보낸 이유는 바로 그런 이유일 터.
도현은 피처링에 기꺼이 참여하겠노라고 전달했다.
그다음으로 도현은 도서출판 템포에서 도착한 에세이 교정고를 확인했다. 곳곳에 빨간 줄이 쓱쓱 가 있는 것이….
“흐음… 교정을 꼼꼼하게 봐 주셨구나.”
도현은 출판사에게 답장을 먼저 보내기로 했다. 현재 유럽 투어 일정의 마무리 단계에 와 있으며, 한국에 도착하면 그 즉시 교정고 확인 작업에 돌입하겠다는 내용이었다.
지금은 공연에 집중해야 할 시기였기에 더더욱 그런 뜻을 밝혔다.
“흐아아아아! 혀어어엉!”
도현이 강호를 불렀다. 강호는 막내와 영상 통화를 하다가 끊고는 도현의 물음에 답했다.
“왜?”
“저 에이디온이… 다음 자기 노래 같이하자고 하네요!”
“오… 에이디온이? 그렇다면 이번에도 빌보드 핫100 1위는 따놓은 당상이네? 당장 아슈마랑 한 곡도 1위 유지하고 있잖아!”
아슈마랑 컬래버레이션한 곡은 2주째 빌보드 핫100 1위를 차지했다. 도현으로서는 휴엔터의 숙원 사업을 이루어 낸 것이나 마찬가지였다. 선배 걸그룹이 해내지 못한 것을 해냈다.
휴엔터는 늘 빌보드 차트를 노리며 미국 시장 진출을 노렸었는데, 그 모든 것이 10년이라는 무명 생활을 거쳤던 도현으로부터 풀리기 시작했다.
“에이디온이랑 한 곡이 발표되고 나면, 또 제 커리어가 한층 더 좋아지니깐요. 사람들이 믿고 듣는 가수가 되겠네요.”
“이미 믿고 듣는 가수잖아? ‘나도현’ 하면 믿듣 가수지. 나부터도 당장 믿고 듣는 가수인데?”
“형. 그건 형이니까… 제 매니저니까 그렇죠!”
“인마, 나도 냉정할 땐 냉정한 사람이거든? 네 곡이 아무리 잘 뽑혀도 내 기준에 안 차면 그건 아니다 이거야.”
“더욱더 정진하라는 뜻으로 받아들이겠습니다.”
“그래야지. 후후. 아무튼 축하한다, 도현아. 진짜 꽃길 인생만 걷는구나.”
“그런데 형, 막내한테 프러포즈는 했어요?”
도현은 문득 둘의 사이가 궁금해 질문을 던졌다. 웬만해서는 타인의 사생활에 관심을 가지지 않는 도현이었지만, 자신이 이 커플을 재회하게 하는 데에 한몫했던 만큼 이야기를 듣고 싶었다.
“…사실. 이탈리아에서 했어. 대답은 한국 가서 들려주겠다고 막내가 그러더라. 그래서 초조하기도 한데… 막내도 나랑 같은 생각이지 않을까 하는 그런 생각을 하곤 해.”
“정말 잘됐으면 좋겠네요. 축가는 벌써 리스트 쫙 뽑아 놨거든요. 형이 원한다면 메들리로도 부를 수 있어요.”
“그래 준다면야… 아무튼. 고맙다. 네가 막내 비행기표 끊어 줘서 영국서부터 붙어 있을 수 있게 되니까 마음이 좀 진정되는 거 있지.”
“다행이네요, 형. 비록 저야… 일이 중요해서 연애 따윈 하지 않고 있지만. 제 주변인들은 일도 사랑도 다 잡았으면 좋겠어요.”
“너도 언젠가는 연애해야지?”
강호의 말에 도현은 웃으며 고개를 저었다.
“아직요. 아직은 할 때가 아니에요. 이제 막 궤도에 오르기 시작했는걸요. 지금 방심하면 그 순간 나락 가는 거예요.”
“그 말도 맞긴 맞다만… 일 중독자라니까, 너 진짜.”
“형, 그래도 담당 아티스트가 사고 안 치고 성실하게 일만 해 주니까 좋지 않아요? 그렇죠?”
“그렇긴 하지. 얼마나 건전하냐. 후배들이랑 술자리 가져도 음악 이야기밖에 안 하고. 건전 그 자체야. 일 중독이라서 가끔 걱정될 땐 있지만.”
도현은 푸스스 웃었다. 강호의 말이 맞았다. 하지만 지금까지 연예계 생활을 하루 이틀 해 온 그가 아니었다. 그렇기에 그는 지금같이 높은 궤도 위에 올랐을 때 더 조심해야 한다는 걸 인지하고 있었다.
“걱정은 말아요. 제가 다 관리할게요.”
“너무 일만 하지 말고. 후배들이랑 노는 것도 좋은데, 사람 더 넓게 사귀어 보는 것도 나쁘지 않을 것 같아. 알잖아. 연예계도 결국 인맥 싸움이라는 거.”
도현은 자신의 인맥을 천천히 떠올려 봤다. 이카루스의 현호, 혹은 석원 같이 자신을 잘 따르는 후배들도 있었고, 그 외에도 프로그램에 출연하며 종종 연락하고 지내는 사람들도 있었다. ‘너첫가’ 시즌1 심사위원들과는 지금도 종종 만나곤 했다. 물론 친한 정도를 따지라 하면 현호나 석원, 에이디온만이 그 자리에 있겠지만.
“잘 알고 있죠. 그래도 굳이 넓고 얕게 사귀어야 하는 생각도 들어요. 그냥 이 바닥에서는 오래 살아남는 것도 중요하지만, 좁고 깊은 인연이 더 좋다는 걸 잘 알고 있거든요.”
“뭐, 그것도 틀린 말은 아니긴 해. 어설픈 인연 여럿보다야, 제대로 된 인연이 하나나 둘 있는 게 낫긴 하지. 가끔 보면 도 닦은 사람 같다니까, 너.”
“연예계 짬밥을 10년 넘게 먹었는데, 이 정도도 모르면 안 되죠. 사회생활 경험이 10년이 넘는 것이었는데!”
“그렇긴 하다만… 아무튼 속에 가끔 어르신 한 분이 자리 잡은 거 같아서 말할 때마다 묘할 때가 있어.”
“하하… 형, 그래서 저 이번 일정은 어떻게 되나요?”
“우선 모레 1차 리허설, 그다음 날에 2차 리허설 들어갈 거야. 그다음으로는 공연 이틀. 그리고 귀국!”
“크으! 귀국! 듣기만 해도 설레네요. 보고 싶네요. 제가 없던 몇 달 동안 서울은 어떻게 변했는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