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 new career singer who can read the future RAW novel - Chapter (174)
미래를 읽는 경력직 신인가수-174화(174/225)
인터뷰를 마치고 작업실로 돌아온 나는, 내 손에 있는 명함을 뚫어져라 쳐다봤다.
잠시 고민했다.
오늘 인터뷰 정말 감사했다고 인사라도 전할까 하고.
그러나 유하나 기자님은 이를 원하지 않을 것을 잘 알고 있지 않은가.
그렇기에 명함은 명함 케이스에 넣었다. 언젠가 연예인 대 기자로서 필요할 일이 생기면 가장 먼저 연락을 하기로 결정하고.
그분의 의견을 존중해 주는 것 역시 중요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팬으로서의 자신과 기자로서의 모습을 철저히 구분하고 있는 유하나 기자님.
나 역시도 앞으로는 가수로서 팬을 대할 때와 기자를 대해야 할 때 선을 그어야 함을 깨달았다.
생각을 정리하고 나자 마음이 조금은 후련해진 기분이다.
* * *
“선배, 인터뷰는 어땠어요?”
윤민혜 기자와 유하나 기자는 퇴근 후에 만나서 술 한잔 기울이는 중이었다.
윤민혜 기자는 유하나 기자가 도통 말을 하지 않기에 자기가 술을 살 테니, 도현과의 인터뷰 후일담을 들려 달라고 졸랐다.
유하나 기자의 눈빛은 진지했다.
“좋았지, 완전히.”
“…설마 그게 끝은 아니죠?”
“당연히 아니지. 도현이, 정말 매너 좋고 좋은 사람이더라.”
“왜요? 왜요? 무슨 일 있었어요? 가령 선배가 팬이라는 걸 알아본다든가….”
“어.”
“…네? 그럼 완전히 계 탄 거 아니에요? 대박!”
“아니. 가수와 팬 사이에는 거리가 필요하잖아. 우리 같은 직업군에 있는 사람들은 좋아하는 대상에게 더 가까이 다가갈 수 있다는 장점도 있지만, 반대로 그 사람들의 반대편 모습을 봐야 할 때도 있어.”
“…아. 선배. 무슨 뜻인지 이해했어요. 그럼 인간 나도현에 대한 평가는 어때요?”
“좋은 사람이야, 도현이. 사실 내가 그동안 말 안 했는데… 도현이는 내가 오래전부터 자기 팬이라는 거 알고 있었어. 그래미 때도 딱 알아보고 찾아왔던 적도 있고.”
“설마… 팬 알아보고 객석 사이로 걸어갔던 그 사건의 주인공이 선배였어요? 영상에는 상대가 누군지 안 보여서 몰랐는데?”
“응. 나 맞아.”
유하나 기자는 순순히 인정했다. 그 말에 윤민혜 기자의 눈이 휘둥그레졌다.
“대박… 선배. 와… 계 제대로 타셨네요. 그런데 말도 안 하셔서 지금까지 몰랐어요.”
“굳이 말할 필요가 없다고 생각했거든. 물론, 내가 관심 종자라면 떠벌리고 다녔겠지. 그런데 난 내 관심보다 더 도현이가 중요해서 말 안 하고 다녔어.”
“그걸 알면서도 비밀을 지켜 준 게 도현이라는 소리네요…?”
“응.”
윤민혜 기자의 두 눈에는 부러움과 여러모로 복잡한 감정이 뒤섞여 있었다.
“대박… 그저 대박이라고밖에 할 수 없네요.”
“대박은, 무슨. 아무튼 너도 비밀 지켜 줘. 도현이가 지키려 한 비밀. 나도 무덤까지 안고 갈 테니까. 팬으로서의 나, 기자로서의 나는 철저히 분리해야 돼. 그게 이 업계에서 가장 오래 살아남는 법이야.”
어딘지 모르게 쓸쓸하게 들리는 유하나 기자의 목소리에, 윤민혜 기자는 말없이 눈앞에 있던 술잔을 들어 술을 마셨다.
* * *
도현은 에세이 최종 교정고를 받았다. 이 에세이는 이미 미국, 캐나다, 영국 등 영어권 나라뿐만 아니라, 프랑스나 독일 같은 비영어권 나라와도 출간 계약이 돼 있었다.
에세이가 나오기도 전에 계약에 성사한 것. 도서 출판 템포로서는 그야말로 대박이었다. 도현과의 에세이를 성사시킨 것으로도 모자라, 해외 60여 국가에 도현의 에세이를 전 세계 동시 출간한다는 계획은 대단했다.
해외 출간 일정이 잡힌 만큼 도현은 자신의 원고를 다시 한번 들여다봤다. 혹여나 차별적인 표현이 들어가 있진 않은지, 이런 것들을 살피는 데만도 시간이 소요됐다.
몇 시간 동안 들여다본 도현은 문제 될 게 아무것도 없다는 것을 알고는 안심하며 출판사에 최종 교정고를 전달했다. 이대로 출간만 되면 좋을 듯했다.
확인 메일을 보낸 뒤, 도현은 잠시 생각에 잠겼다.
자신이 이런 책을 내게 될 것이라고, 그런 기회가 찾아올 것이라고 누가 상상을 했겠는가. 그러다 생각의 흐름은 다음 앨범으로 옮겨갔다. 그때 불현듯 드는 생각 하나.
‘앨범이 책처럼 읽는 재미가 있으면 어떨까? 곡도 가사도 유기성 있게 짜여진 만큼, 앨범이 책처럼 돼 있으면 팬들이 좋아할 것 같은데….’
자신의 생각을 정리한 도현은 해당 아이디어를 기획 팀으로 공유했다. 메일을 발송하고 얼마 지나지 않아 작업실 벨이 울렸다.
강호였다.
“어, 형. 무슨 일 있어요?”
“이야기할 게 있어서 왔지. 작업 중이었어? 작업 방해하는 건 아니지?”
“네, 형. 그런 건 아니에요. 작업할 거는 대충 마무리 지었어요.”
“그… 다름 아니라.”
“네, 형. 편하게 말씀하세요.”
“나, 승진했다!”
“와! 형! 팀장? 아니면 실장?”
“그야 물론 실장이지! 실장으로 단번에 승진했지 뭐냐! 그래서 말인데… 이제 내가 현장을 뛰진 않을 것 같다. 실장으로 승진하면서 담당 연예인이 추가되기도 했거든. 도현이 네 일도 어느 정도는 맡아서 하겠지만… 아무래도 바빠질 것 같아.”
“아, 그래요? 그럼 이제 형이랑 같이 못 사는 거예요?”
도현의 말에 강호는 피식 웃었다.
“인마, 안 그래도 막내랑 결혼하는데… 결혼하고 나서도 같이 살 생각은 아니었지?”
“그거야 물론… 아니죠! 저는 꿀 떨어지는 신혼집에 얹혀살 생각은 전혀 없거든요! 그런데… 형 그동안 고생 너무 많으셨어요. 이런 일, 저런 일 처리하느라 수고 많으셨어요. 이제 형 얼굴 자주 못 볼 것 같은데… 제가 오늘 저녁은 살게요. 뭐 드시고 싶은 거 없어요?”
“됐어. 뭘 또 굳이 챙겨 주려고 그러냐. 안 그래도 돼.”
“그래도 축하 파티는 해야죠! 가죠, 형!”
도현은 강호를 이끌고는 소속사 인근 고깃집으로 이동했다.
고깃집 안에는 도현을 알아보는 팬들이 몇몇 있었다. 도현을 향해 카메라가 들어 올려지기도 했지만, 강호가 나서서 정중하게 부탁했다. 그제야 도현과 강호는 편하게 식사를 할 수 있었다.
“형, 그럼 누구 담당으로 가는 거예요?”
“이카루스로 확정됐어. 그래서 네 스케줄 잡고 매니지하는 거랑 이카루스는 현장 다니면서 좀 더 힘 쏟아붓는 것으로 하고.”
“아, 그래요? 이카루스 잘 부탁해요. 제가 친한 건 현호지만… 형이라면 부탁 안 해도 잘해 줄 것 같긴 하지만.”
“당연한 거 아니냐. 이제 나도현이 캐리했으니, 이카루스가 치고 올라와야지. 안 그래도 이번에 이카루스 성적 많이 뛴 거 알아? 앨범 선주문량이 100만 장 넘었단다.”
“와! 정말요?”
“뭘 부러워해. 넌 이미 넘어선 목표치잖아.”
강호가 고기를 구우며 무심하게 툭 말했다. 도현은 다음 앨범에 대해 이야기할까 하다가, 보는 눈이 많다는 걸 자각했다.
“형. 저 다음 앨범 콘셉트 생각했어요. 이전 앨범과 통일성은 있되, 조금 다른 콘셉트요.”
“뭔데?”
“그건 집 가서 말씀드릴게요. 그런데… 기대하셔도 좋을 거예요.”
* * *
도현의 북클릿 앨범 내기 아이디어는 단번에 통과됐다. 앨범이 나오는 시기가 책이 출간되는 시기랑 맞물리는 만큼, 좋은 아이디어라고 판단을 한 것.
그 덕분에 도현은 이미 작업이 끝난 곡을 순서대로 들으며 떠오르는 글을 쓰고 있었다. 북클릿에 실릴 글들인 만큼, 팬들뿐만 아니라 다른 이들도 볼 수 있는 글인 만큼 더 정성스럽게 쓰고 있었다.
이미 에세이를 써 보며 문장형 글쓰기에 익숙해졌던 터. 이 정도 글은 아무것도 아니었다.
1차 글을 마무리 지은 도현은 기획 팀에 자신의 글을 공유했다. 몇 페이지, 어디에 실릴 글인지 명확하게 명시해서 말이다.
한 차례 일을 끝낸 도현은 간만에 온라인 반응을 살펴볼 수 있는 기회가 생겼다. 지난 며칠 동안은 바빠서 온라인 커뮤니티를 할 생각조차 못 했다. 매일 찾아오겠다던 SNS 라이브 방송도 하지 못했다.
‘우선… 온라인 반응 좀 보고 라이브 방송도 켜야겠다. 팬들이 그동안 내가 안 왔다고 서운해할 수도 있으니까….’
그렇게 생각한 도현이 마우스를 막 움직였을 때, 눈에 들어오는 게 하나 있었다.
‘으응? 기자들의 가요대전? 이건 뭐지?’
제목부터가 흥미로웠다.
[기자들의 가요대전] 나도현이 1위를 차지한 이것은?제목부터가 호기심을 불러일으켰다.
도현은 바로 해당 글을 클릭해서 확인했다.
[기자들이 꼽은 매너 좋은 가수 1위는 나도현이 기록했다.60여 매체 가요 출입 기자를 상대로 조사한 결과, 가장 매너가 좋았던 가수로 나도현이 꼽혔다. 그다음으로는….]
“뭐야… 내가 매너 좋은 가수 1위라고?”
도현은 살짝 당황했다. 기자들과 마주할 일이 많긴 했었으나-특히, 입출국 때-그건 엄연히 사진 기자나 영상 기자에 한해서였지, 가요 출입 기자와는 마주할 일이 전무했다.
올해 스케줄도 해외 스케줄이 많았던 터라, 한국의 가요 출입 기자들과는 얼굴을 자주 보지 못했던 도현이었다.
그럼에도 매너 좋은 가수 1위로 자신이 꼽히다니….
[매너 1위 나도현 달릴 사람 급구]┗ㅂ역시 우리 도현이 아니냐고 ㅠㅠ 눈물 광광
┗도현이는 기자들이 보기에도 매너 좋고 멋있는 사람이구나 하는 걸 다시 느낀다
┗솔직히 기자들의 영화제 편에서는 배우들 까이는 거 여럿 봤는데 ㄷㄷ 도현이 안 까이길 바랐는데 진짜 안 까였네 ㄷㄷ
┗나도현 최고된다!
┗도현이만큼 매너 좋은 사람 없지 암 그렇고말고
┗도현이 진짜 최고 아니냐고 ㅠㅠ 팬들한테도 잘하는데 기자들한테도 잘한다니까 더 좋다
┗나 솔직히 기사 제목 보고서는 덜덜 떨며 클릭했는데 도현이가 좋은 일로 1위 차지한 거라서 너무 좋음
팬들의 반응을 보며 흐뭇한 기분이 든 도현은, 앞으로도 사석이나 공석이나 한결같은 태도로 잘해야겠다고 다짐했다.
“흐음… 기분 좋은 기사를 보고 나니 곡 작업이 절로 되겠는걸?”
도현은 빙긋 웃으며 마무리 중이던 작업 곡을 재생했다.
멜로디가 듣기 좋았다. 흥얼거리며 노래를 따라 부르던 도현은, 문득 한 가지 생각이 떠올랐다.
팬들에게 애정 표현을 할 수 있는 또 다른 방법이 말이다.
‘흐음… 이걸 하면 팬들이 좋아할까? 좋아해 주겠지? 좋아해 줬으면 좋겠는데.’
그렇게 생각한 도현은 어딘가로 전화를 걸었다.
“네, 저 도현인데요. 부탁드릴 게 하나 있어서 이렇게 전화를 드렸어요. 다름 아니라… 옷 좀 구하고 싶은 게 있어서요.”
[옷이요? 어떤 옷이요?]“아직 기간이 조금 남긴 했는데… 산타 옷을 구해 주시겠어요? 변장을 하고 나가 볼까 생각 중입니다.”
서울 앙코르 콘서트까지는 몇 달 남지 않았지만, 크리스마스는 코앞이었다.
도현은 산타클로스로 변신할 계획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