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 new career singer who can read the future RAW novel - Chapter (179)
미래를 읽는 경력직 신인가수-179화(179/225)
도현은 난데없는 벨소리에 눈을 비비며 문 앞으로 갔다. 갑작스러운 방문은 매니저밖에 없다고 생각한 그는 문을 열었다.
“생일 축하합니다! 생일 축하합니다! 사랑하는 도현이 형! 생일 축하합니다!”
도현은 그제야 자신의 생일을 잊고 있었다는 것을 깨달았다. 현호와 석원은 어서 초를 불라고 했다.
후욱.
초가 꺼지는 순간, 도현은 소원을 빌었다.
‘나와 나를 사랑해 주는 모든 이에게 행복이 깃들기를.’
“형, 무슨 소원 빌었어요?”
석원의 물음에 도현은 비밀이라며 답하지 않았다. 사실 말해도 상관없긴 했지만. 그보다 더 궁금한 건 연말 스케줄로 바쁠 두 사람이 이 시각에 자신을 찾았다는 점이었다.
“둘 다 바쁘지 않아?”
“원래는 연락하고 오려다가… 왠지 그럼 서프라이즈의 의미가 사라지잖아요. 그래서 이렇게 몰래 왔죠. 나름대로 저희 둘이 시간을 맞춰서 온다는 게 그만… 형 잠들었던 거 아니에요? 형 자는데 저희가 눈치 없이 깨운 건 아니죠?”
걱정이 가득 담긴 현호의 말에 도현은 푸스스 하고 웃었다.
“음. 솔직히 말하면 어느 정도 잠든 상태이긴 했는데… 그래도 바쁜 시간 쪼개서 와 줘서 고맙다. 그보다 너희 내일 스케줄은 없고?”
“다행히 사전 녹화를 미리 떠놔서 오전에는 시간이 비어요. 저랑 현호 모두 다요.”
석원의 대답에 도현은 다행이라고 답했다.
“그래도 혹시 모르니까 술은 자제해야 하는 거 알지?”
“그럼요, 형. 그래야죠. 내일 오후엔 팬들과 만나는데 부은 얼굴로 만날 순 없잖아요.”
“마음 같아서는 한잔하고 싶지만 참아야죠. 히야… 생일엔 술 한잔해야 하는데… 안 그래요?”
석원이 너스레를 떨었다.
“좋은 생각이야. 어찌 되었든 이 늦은 시각에 와 줘서 고맙다. 둘 다 연습하고 오는 길일 텐데… 피곤하진 않아?”
“피곤하긴 하지만, 그래도 괜찮아요. 형 생일 이렇게 축하해 주고 나니까 기분이 좋아지는걸요.”
“그럼 다행이고. 가볍게 맥주나 한잔할래? 맥주 정도면 괜찮을 것 같은데. 새벽에 온 손님들을 그냥 내치는 것도 예의는 아닌 것 같아서 말이야.”
“맥주 좋죠!”
힘찬 대답에 도현은 냉장고로 가서는 캔맥주 몇 개를 꺼내 왔다.
“그래, 연말 무대 준비하는 건 잘돼 가고? 안 힘들어? 아무래도 준비를 많이 해야 하잖아. 나는 어쩌다 보니 올해 연말 무대에 안 나가게 되었는데… 너희들은 한창일 때라 바쁠 것 같아서.”
“정신없어요. 방송사별로 다른 무대를 선보여야 하다 보니까 안무 외우고, 편곡 버전 다르고. 어우… 한 달 전부터 시작했는데도 아직 아찔하다니깐요?”
“힘내. 그러고 보니 우리 여행지 정해졌던데, 다들 전달받았어?”
도현과 석원, 현호가 함께하는 여행 힐링 프로그램. 그 여행지가 정해졌다. 다름 아닌 제주도였다. 제주도에서 세 사람이 번갈아 운전을 하며 3박 4일 동안 게스트 하우스에 머무르는 방식으로 프로그램 구성안이 나왔다.
“네! 전달받았죠! 안 그래도 제주도 너무 가고 싶었는데, 한창 예쁠 계절에 가게 되어서 너무 좋아요!”
“제주도는 사실 어느 계절에 가게 되더라도 좋지. 너네랑 같이 버스킹도 했으면 좋겠다. 그것도 구성안에 있던가?”
“아마 있었을걸요? 버스킹할 생각하면 설레요. 저희의 실력을 드러내 보일 수 있는 자리이기도 하고, 무엇보다 형이랑 같이한다는 게 너무나도 좋은 거 있죠!”
석원이 한껏 신난 모습을 보였다. 그 모습을 보니, 왜 석원의 팬들이 그를 ‘개냥이’라고 부르는지 알 듯했다. 겉모습은 고양이처럼 날카롭게 생겨선, 하는 짓은 강아지 같았다. 애교 많은 강아지. 괜히 개냥이라고 불리는 게 아니었던 것이다.
“고맙다, 다들. 그렇게 말해 줘서.”
도현의 말에 현호는 손을 내저었다.
“아니에요, 저희야말로 감사하죠! 이런 기회를 주셨는데요! 그보다 형….”
“응?”
“최근에 너튜브에 이상한 게시글 잔뜩 올라왔던데 괜찮으세요? 회사 공지는 봤어요.”
현호가 허심탄회하게 물었다. 그 말에 도현은 고개를 끄덕였다.
“안 괜찮을 일은 없지. 그냥… 살면서 그런 일 한 번쯤은 겪는구나 싶고 그래. 그런데 말이야. 나는 그 사람들 인생이 참 불쌍하다?”
“왜요? 불쌍할 이유가 있어요?”
석원이 물었다.
도현은 나름의 생각을 펼쳤다.
“남을 미워하고 헐뜯는 데에 모든 시간을 허비하는 거잖아. 사랑하기에도 바쁜데 말이지. 그러니까 불쌍해. 어디 사는 누구인진 몰라도. 마음에 깊은 병이 있는 거잖아. 안 그래?”
“아… 그렇네요. 거기까진 생각해 보지 못했어요. 전 될 수 있으면 안 보려고 하는 편이라….”
“사실 나도 안 보려고 하는데 너튜브 숏츠에 떠 버린 거 있지? 알고리즘이 나란 걸 알았나 봐.”
도현의 너스레에 석원과 현호는 웃었다.
“형이 괜찮아 보여서 다행이에요. 사실 오면서도 걱정을 많이 했거든요. 안 괜찮으실까 봐. 그거 때문에 걱정을 많이 하고 있진 않으실까 걱정했는데… 잠도 잘 주무시는 것 같고 정말 다행입니다!”
“고마워. 그래도 너희들밖에 없네. 내 생일 기억하고 챙겨 주는 건. 물론 내 팬들도 한창 축하하고 있겠지만 말이야.”
“그렇긴 하죠. 팬들도 축하하고는 있겠지만, 아무래도 지인 중에선 저희가 최고죠?”
현호가 으쓱해하며 말하자 도현은 기특하다는 눈빛으로 그를 바라봤다.
“그래, 너네가 최고다, 정말. 고맙다.”
* * *
어느덧 새해를 맞이했다.
도현은 새해의 목표를 뭐로 삼을까 고민했다.
더 많은 음원을 발표하는 것, 더 많이 팬들을 만나는 것, 여러 가지 중 고민하다 한 가지를 정했다.
바로 팬들에게 커다란 상을 안겨 주는 것.
이제 그래미 어워드가 얼마 남지 않았다. 이번 그래미 어워드에서는 뉴 아티스트 부문이 아니라, 더 좋은 상을 받아 팬들에게 돌려주고 싶었다.
도현이 노리는 분야는 베스트 팝 솔로 퍼포먼스 분야였다. 이뿐만 아니라, 베스트 팝 보컬 앨범도 받았으면 싶었다.
물론, 지난 12월에 공개된 그래미 어워드 후보에서 두 분야에 이름을 나란히 올렸다. 두 번째 노미네이트이기에 사람들은 이변이 없는 이상 도현이 받을 것이라 믿어 의심치 않았다.
“흐음… 간만에 타로를 좀 볼까.”
신년 운세가 궁금했던 도현은 타로 카드를 꺼냈다. 가장 궁금한 건 그래미 어워드에서 상 두 개를 받을 수 있냐 하는 것.
딱 카드 두 장을 뽑은 결과….
[Justice] [Judgement]“호오… 메이저 아르카나 두 개가 나왔네? 정의, 심판 카드라… 정의 카드라 하면, 앞으로 펼쳐질 일에 내 과거가 영향을 미친다는 뜻이 되기도 할 것이고, 결과는 공정하고 공평하다는 뜻이기도 하지. 그리고….”
도현은 심판 카드를 들고는 살폈다.
“대천사 가브리엘이 나팔을 불자 죽은 자들이 깨어났다. 이 뜻은… 나 좋자고 해석을 한다면, 나에게 유리한 쪽으로 일이 해결된다는 뜻이 된다. 그러니까 삶의 터닝 포인트가 눈앞에 있기도 하다는 뜻이지.”
나쁘지 않았다. 오히려 좋게 해석될 수밖에 없는 카드들이었다. 더불어 심판 카드에서는 ‘다시 태어남’이라는 의미를 가지고 있었기에, 도현은 더더욱 카드가 지닌 의미가 마음에 들었다.
“이번에야말로 2관왕에 제대로 오르고 싶은데… 올해 나름대로 활약을 했던 것도 사실이고, 좋은 성적을 거뒀던 것도 사실이고… 누군가는 로컬 시상식이라고 하지만, 내가 그 부분에 있어서 좋은 성적을 얻어낼 수만 있다면야….”
혼잣말을 중얼거리던 도현은, 그래미 어워드에서 좋은 성적을 받길 바라며, 카드를 갈무리해 케이스에 넣었다. 어느덧 타로 카드의 케이스가 너덜너덜거리고 있었다. 산 지 몇 년이나 됐더니, 새로운 케이스를 장만해 주고 싶었다.
“흐음… 새로운 타로 카드를 사고 싶기도 하고… 기본 덱에서 그림만 바뀐 덱을 사고 싶기도 하고… 조언을 해 주는 오라클 카드를 사 볼까 싶기도 하고….”
흥얼거리며 장바구니에 타로 카드를 담던 도현이었지만, 막상 고른 것은 유니버셜 웨이트 계열 타로 덱이었다. 그게 제일 보기 편했기에, 그것으로 재구매를 택했다.
* * *
새해가 바뀌자마자 강추위가 몰아닥쳤다. 이 추위 속에서도 해야 할 일이 있었다.
오늘부터 3박 4일 동안 제주도에서 힐링 여행 웹 예능 프로그램 촬영이 시작된다. 촬영진은 휴엔터와 밀접한 관계에 있는 인물로, 휴엔터 소속 가수들의 자체 제작 콘텐츠를 도맡아 온 인물이었다. 도현의 것도 그중에 하나였고.
도현이 공항에 도착하자마자 수많은 취재진이 나와 있었다. 도현은 그들에게 공손하게 인사를 하고는 간단한 인사 정도만 하고, 석원과 현호가 있는 곳으로 갔다.
“형!”
“오셨어요?”
석원과 현호가 각각 말했다.
“다들 컨디션은 어때? 좋아? 나쁘진 않고?”
“가끔 엄마 같을 때가 있다니까… 당연히 좋죠! 나쁘지도 않고요. 오늘부터, 아니, 지금도 카메라 돌아가는 중인데… 형, 너무 저희만 챙기시는 거 아니죠? 오히려 저희가 형을 챙겨드려야 하는데.”
현호가 미간을 찌푸리면서까지 고민하며 하는 말에 도현은 풉 하고 웃었다.
“그럴 리가. 서로 맞게 챙기는 게 맞는 거지. 너희들이 다 챙겨 준다고 하니까 이야기만 들어도 좋네.”
“그런 김에 형 캐리어는 제가 담당하겠습니다!”
석원이 도현의 기내용 캐리어를 빼앗아 가더니 누구도 가져가지 못하도록 그 위에 앉았다.
현호는 뭔가 다른 전략을 쓸 법도 한데, 그 상황을 보고는 허허 웃었다.
“그냥 공평하게 캐리어 하나씩 챙기고 앉자.”
그 말을 한 도현은 석원의 캐리어 위에 앉았다. 그 모습이 사뭇 웃겼는지 현호가 조용히 웃음을 터뜨렸다.
“가끔 보면, 석원이랑 형이랑은… 덤 앤 더머 같아요.”
“그…런가?”
전혀 생각지 못한 말이었다.
“네. 진짜 덤 앤 더머 같아요.”
놀리는 게 명백한 말에도 도현은 심도 있는 고민을 했다. 이 정도로 친하게 지내는 건, 연예계 친구뿐만 아니라, 다른 친구들을 통틀어서도 처음이었기 때문이었다.
“생각지도 못했네. 그렇게 보일 것이라고는.”
꺄아아아아아아!
비행기가 출발하기 전까지 탑승장에서 한창 평화로운 시간을 보내고 있는데 사람들이 우르르 달려오는 소리가 들렸다. 더불어 공연장에서나 들을 법한 환호까지 들을 수 있었다.
‘무슨 일이지?’
도현이 의아해하는 가운데, 카메라를 든 스태프가 그쪽을 향해 카메라를 돌렸다.
도현, 석원, 현호의 팬들이 섞여서 뭉쳐 있었다. 소위 말해 ‘공내’(공항 내부 사진) 촬영을 위해 온 팬들이었다. 도현과 석원, 현호와 함께 제주도행 비행기 티켓을 끊은 팬들이었다. 사생활 정보를 알아내 같은 비행기를 탄다는 점에서 이들을 팬이라고 부르는 자체가 어불성설이었지만….
이들은 소속사의 블랙리스트에 올라가면서까지도, 공내 사진을 포기하지 못하는 이들이었다. 이들이 나타나면 아예 무시하라는 회사의 지침도 있었다.
“도현아, 여기 좀!”
“석원아, 여기도!”
“현호야!”
공항이 순식간에 소란스러워졌다. 도현은 미간을 찌푸릴 뻔했다.
하지만 그는 프로였다. 이 순간에도 표정 관리를 해야 했다.
“여러분, 드릴 말씀이 있습니다.”
보다 못한 도현은 일어서서 말을 이어 나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