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 new career singer who can read the future RAW novel - Chapter (183)
미래를 읽는 경력직 신인가수-183화(183/225)
함덕 해수욕장에 사람들이 모이기 시작했다는 말은 세 사람을 설레게 했다. 특히, 석원과 현호는 버스킹 경험이 거의 없었기에, 두근거리는 마음을 감추지 못했다.
“와. 사람들이 얼마나 모일까요?”
석원이 스태프에게 질문했다. 목소리만 들어도 한껏 들떴다는 게 느껴질 정도였다.
“아무래도 천 명은 모이겠죠?”
스태프의 대답에 석원은 주먹을 꽉 쥐며 말했다.
“진짜 오늘은 겨울 바다라는 것도 잊을 만큼 화끈한 무대를 만들고야 말 거예요.”
각오를 다지는 석원의 모습에 도현은 웃음을 지었다.
“너무 긴장하지 마. 원래의 실력만 보여 줘도 충분해.”
“형, 그래도 우리 ‘동백꽃 필 무렵’의 메인인데, 실력만 보여 주는 것 이상으로 해야지!”
‘동백꽃 필 무렵’은 이 프로그램의 가제였다. 지금은 시즌1으로, 앞으로 계절마다 정기적으로 촬영할 계획도 잡혀 있었다.
“우리 프로가 장기적으로 자리 잡으려면 당연히 이번 공연히 성공해야 하는 것도 맞지만… 그래도 너무 부담 가지지 말고 천천히 잘 해 내 보자!”
도현은 부드러운 목소리로 다독였다. 그런다고 하더라도 쉽게 긴장이 풀릴 후배들이 아니었지만.
“다들 오늘 공연에서 원하고 바라는 게 뭐야?”
도현의 질문에 현호가 먼저 답했다.
“형이랑 추억 쌓기? 솔직히 많은 분이 와 주시면 좋겠지만… 그보다 더 기대되는 건, 아무래도 제주에서 추억을 쌓고 가는 것이겠지?”
석원도 공감한다는 듯 고개를 끄덕였다.
“맞아. 다른 것도 중요하지만 형이랑 추억을 쌓는 게 가장 먼저라고 생각해.”
후배들의 순수한 말에 도현은 미소 지었다.
“다들 그렇게 말해 주니까 고마워. 너희 덕분에 나도 추억을 하나씩 쌓아가는 느낌이야.”
훈훈한 분위기 속에서 세 사람은 함덕 해수욕장으로 이동했다.
* * *
“와. 이게 얼마 만이야? 도현이 너무 오랜만에 보러 왔어.”
감격에 젖은 목소리의 주인공은 다름 아닌 유하나 기자였다. 기자라는 타이틀을 떼고 팬으로서 보는 건 오랜만이었다. 그녀의 옆에는 윤민혜 기자도 함께였다.
유하나 기자는 망원렌즈와 DSLR을, 윤민혜 기자는 캠코더를 들고 있었다. 윤 기자는 얼마 전 캠코더를 장만했다. 도현을 찍기 위함이었다.
“선배, 도현이 인터뷰 때는 그래도 보셨잖아요.”
“그때는 공적인 자리였잖아. 팬으로서 마음껏 무언가를 표출할 수 있는 자리가 아니었고. 그런데 이렇게 행사 오니까 간만에 팬 노릇하는 것 같아서 기분이 좋은걸. 지금처럼 자유롭게 보는 게 더 좋아. 자리도 마침 좋고.”
이 얼마만의 행사이던가. 유 기자와 윤 기자는 운 좋게도 맨 앞자리에 앉을 수 있었다. 윤 기자는 거금을 들여 장비를 마련한 만큼 유 기자와 함께 찍덕 계정을 굴리기로 결정했다.
“오늘 도현이 잘 찍고 싶어요. 캠 사고 도현이 찍어 보는 게 처음이라서… 손 덜덜 떨까 봐 걱정돼요.”
유 기자는 윤 기자의 캠코더를 삼각대에 고정시키며 리모컨만 제대로 누르면 된다고 설명을 해 줬다.
“이렇게 좋은 자리에 앉은 만큼 레전드 직캠 남기고 싶어요. 장비 사고 나니까 찍덕들 욕심 이해되는 거 있죠. 좋은 자리가 왜 중요한지, 왜 며칠씩 밤을 새워서 좋은 자리를 얻는지 이제야 알겠어요. 거기다가 옆에는 선배가 있으니까 정말 좋아요.”
“나도. 나야 덕메도 있었지만, 혼자 다닐 땐 조금 외로웠는데… 업계 사람이랑 덕질하니까 얼마나 좋은지 몰라. 또, 동종 업계만이 이해할 수 있는 무언가가 있잖아.”
“맞아요. 다른 애들은 그저 부럽다고 하는데, 업계 사람만이 알 수 있는 무언가가 있으니까요. 전 이 일 하면서 선배를 만난 게 천운이라고 생각해요.”
그렇게 둘이서 주거니 받거니 하고 있을 때였다.
꺄아아아아아아?!
외침 소리가 뒤에서부터 들려왔다.
“허억… 도현이 왔나 보다.”
윤 기자의 혼잣말에 유하나 기자는 의자에서 일어나 뒤를 살폈다. 저 멀리에 서 있는 도현의 모습이 보였다.
두근, 두근.
가수 나도현과 팬 유하나로서의 만남은 오랜만이었다.
* * *
도현과 석원, 현호는 맨 앞자리로 이동했다. 도현은 그 순간 유하나 기자와 눈이 마주쳤다. 그리고 그 옆에 앉은 사람 역시도 얼굴이 낯익다는 것을 깨달았다.
‘…아. 다른 분도 기자이시구나.’
그걸 깨달았지만, 도현은 늘 하는 팬 서비스인 듯 카메라에 눈을 맞추며 손짓을 해 보였다.
유 기자는 사진만 담당하기에 상관이 없었지만, 윤 기자는 영상에 자신이 내뱉는 잡음이라도 섞여 들어갈까 봐 입술을 꽉 깨물고 참았다. 이렇게 자유롭게 도현을 볼 수 있다는 것 자체가 좋았다.
두 사람은 도현이 석원, 현호와 제주도로 떠났다는 사실을 알게 되고, 소속사 취재 결과 버스킹을 할 예정이라는 것까지 확인하고 나서 제주행 비행기를 끊었다. 그것도 오늘 당일 비행기. 그랬기에 좋은 좌석에 앉지 못할 것이라고 생각했지만, 운 좋게도 비행기에서 내리자마자 스태프의 공지가 떠서 바로 함덕 해수욕장으로 올 수 있었다.
아무튼… 도현은 자신을 촬영하는 유 기자와 윤 기자를 향해 웃어 주고는 카메라 곳곳에 손을 흔들었다.
“안녕하세요, 여러분. 가수 나도현입니다.”
“안녕하세요. 저 정말 떨리네요! 이카루스의 현호입니다!”
“저 역시도 좋은 선배님과 이런 무대를 할 수 있어서 긴장이 됩니다. 석원입니다!”
꺄아아아아아?!
환호가 들리고 현호가 기타를 조율했다. 어느 정도 튜닝이 되자, 본격적인 무대가 시작됐다.
도현의 한국 행사를 오랜만에 보는 데다, 그가 평소 친하다고 언급했던 두 사람과 함께하는 무대를 보게 된 팬들은 지금 기회를 행복하게 생각했다.
팬들이 미소 짓는 모습을 보며 도현의 입가에도 미소가 머물렀다.
‘늘 이렇게만 행복했음 좋겠다… 월드 카드가 나온 것처럼 말이야.’
세 사람의 보컬 합은 좋았다. 관객들은 휴대폰 플래시를 켜서 불빛을 만들어 내 낭만적인 분위기를 연출했다.
착착착착!
카메라 셔터 돌아가는 소리도 분주했다. 유하나 기자뿐만 아니라, 도현의 찍덕들도 많이 왔고, 석원과 현호의 찍덕들도 왔기 때문이었다.
첫 곡을 무사히 마친 세 사람은 손에 핫팩을 쥐고 덜덜 떨면서도 관객들을 바라보며 해사한 미소를 지었다.
“여러분, 추운 데도 와 주셔서 감사합니다!”
도현이 먼저 인사했다. 그다음으로 현호와 석원이 감사 인사를 전했다.
“이 자리가 깜짝 선물로 준비된 것인데 와 주셔서 너무나도 감사할 따름입니다! 저희가 오늘을 위해 준비한 특별한 무대도 있으니깐요! 그 곡도 기대해 주세요!”
“아, 그러고 보니 저희 셋이 출연하는 이 프로그램, 가제가 지어졌거든요. ‘동백꽃 필 무렵’이에요. 지금 제주는 동백이 아주 아름답게 폈잖아요? 그래서 아마… 이 프로그램으로 매년 겨울 여러분을 만날 수 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들어요!”
“우와아아아아아아아! 매년 해 주세요! 내년에는 좀 더 따뜻한 곳으로 가자!”
“하하… 감사합니다. 더 따뜻한 곳으로 가겠습니다. 어디로 가는 게 좋을까요?”
현호는 긴장했던 모습과 달리 너스레를 떨며 객석에서 들리는 소리에 반응을 다 해 줬다.
그런 모습을 보며 객석에서도 호응이 쏟아져 나왔다.
그렇게 세 번째 곡까지 무사히 진행되고 있는 가운데….
유 기자는 도현의 사진을 찍으며 프리뷰 사진까지 SNS로 업로드했다. 순식간에 사진을 자신의 타임라인으로 퍼가는 사람들이 늘었다.
재미를 느낄 순간도 없었다. 도현을 찍기에 바빴으니까.
윤 기자 역시 옆자리에 있는 유하나 기자를 신경 쓸 틈이 없었다. 4K로 촬영되는 영상이 딜레이 되진 않는지, 흔들리진 않는지 초점이 엇나가진 않는지 실시간으로 신경 써야 했기 때문이었다.
그렇게 무대가 한창 진행되고 있고 분위기가 절정에 다다랐을 무렵.
그때였다.
“저기요! 시끄럽잖아요! 당신네들 때문에 장사가 안돼, 장사가! 사람만 많고 가게에 오는 사람은 없고!”
다음 곡으로 넘어가려는 순간, 인근 식당에서 나온 남성이 사람들을 뚫고 지나가 소리를 질렀다.
무대 난입이었다.
이런 상황은 미처 생각하지 못했던 터라, 도현과 석원, 현호는 살짝 얼어붙은 상태로 식당 주인을 바라봤다.
“…죄송합니다.”
그리고 이 일을 바라보던 유 기자는 망했다고 생각했다.
무대 도중 누군가가 난입하면 기사는 나게 될 것이고… 그게 도현이라면 더욱더 크게 기사가 나게 될 터.
“민혜야… 우리 망했다. 기사 써야 할 운명인가 봐.”
“…선배 생각도 그렇죠? 저도요… 차라리 다른 인간이 어설프게 기사 쓰느니, 그냥 저희가 기사 쓰는 게 빠르겠네요….”
그렇게 두 사람은 가방 안에서 노트북을 꺼냈다.
“하아… 단독 달까 말까….”
유 기자가 한숨을 내쉬며 윤 기자에게 물었다.
“선배가 단독 달면 제가 바로 기사 내보낼게요… 어쩜 이래요, 진짜….”
“너희들 때문에! 장사가 안된다고! 장사가 안돼!”
“저 죄송하지만 저희는 허가를 받고 공연하는 것이라… 여기서 이러시면 안 됩니다….”
황급히 연출이 나섰지만, 이미 늦었다.
“아니, 여기서 노래해도 된다고 누가 그럽디까? 예? 우리도 장사는 해야 하지 않겠습니까? 여기서 이리 모였는데, 우리 집에는 파리만 날리고 있고, 지금 뭐 하자는 겁니까?”
연출이 나서서 말리려고 했지만, 남자는 노래를 부르며 앉아 있던 도현의 멱살을 잡아끌어 올렸다.
“여봐요, 말이라도 좀 해 봐요. 예? 이 중에서 가장 연장자로 보이는데, 여기서 노래 부르면 다입니까?”
난데없이 펼쳐진 상황에 도현은 죄송하다며 멱살을 풀려고 했다. 하지만, 식당 주인은 도현의 멱살을 잡은 손에 힘을 더 줬다.
“죄송하지만, 멱살부터 놓으시면 안 될까요? 제가 여기서 노래 부른다는 이유만으로 이렇게 멱살 잡혀야 할 이유를 모르겠어서요.”
도현은 최대한 객석에 들리지 않게끔 속삭였다. 그러나 객석에 있던 사람들이 현재 상황을 SNS로 생중계하고 있었기에 첩첩산중이었다.
“죄송합니다, 사장님. 이제 몇 곡 안 남았는데… 저희가 회식으로 그 집에 방문하겠….”
“이미 오늘 장사 종 쳤는데! 회식으로 찾아오겠다고 하면 됩니까? 예?”
연출이 나서서 뜯어말렸지만, 식당 주인은 물러날 줄을 몰랐다.
“그럼 어떻게 해 드리면 되겠습니까?”
도현은 힘을 꽉 주고, 식당 주인의 손을 내려놨다. 도현의 악력에 식당 주인은 사뭇 당황한 눈치였다.
“그, 그것이….”
“다시 한번 질문드리겠습니다. 어떻게 해 드리면 될까요?”
도현의 눈빛은 싸늘했으나, 입가엔 미소가 지어져 있었다. 그렇기에 식당 주인은 오싹하다는 느낌을 받았다.
“…아, 아니. 젊은 사람이 왜 화를 내고 그래. 장사가 안되니까 나와서 이럴 수도 있는 거지….”
“죄송하지만, 화를 낸 적은 없습니다. 다시 한번 여쭙겠습니다. 어떻게 해 드릴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