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 new career singer who can read the future RAW novel - Chapter (184)
미래를 읽는 경력직 신인가수-184화(184/225)
처음엔 단순히 장사가 잘 안된다며 올라왔던 식당 주인은 도현의 카리스마에 움츠러들었다. 소위 말하는 ‘딴따라’가 이런 분위기를 가졌을 것이라곤 생각지 못했던 터.
“아니, 얼른 이걸 끝내고 가라 이거지. 내 말은.”
무대에 막 난입했을 때보다 작은 목소리로 주인은 말했다. 한순간에 바뀐 사람의 태도. 강한 자 앞에서는 약해지고야 마는 그 모습에 도현은 조소를 지을 뻔했다.
“공연, 얼마 남지 않았습니다. 무사히 마치겠습니다.”
“어… 그래요. 공연 잘하고.”
식당 주인은 공연을 망쳤음에도 사과 인사 한마디 없이 무대에서 내려갔다.
도현은 그가 물러난 이후에야 주변을 돌아봤다. 석원과 현호의 표정에는 적잖이 당황한 기색이 역력했다. 객석에서도 이 상황을 생중계하느라 휴대폰을 높이 들어 무대 쪽을 촬영하고 있었고. 그리고 맨 앞에 있던 기자 둘은… 기사를 쓰고 있는 게 틀림없었다.
‘휴… 이런 변수가 생길 줄은 생각도 못 했는데. 허가받은 공연에 난데없는 관객 난입이라….’
도현은 석원과 현호에게 다가서며 어깨를 다독였다. 그리고 마이크를 잡았다.
“잠시 소란했었네요. 저희 셋의 팀 이름은 ‘소란’으로 할까 봐요. 아무튼… 오늘 공연을 보러 와 주신 분들께 사과의 말씀을 전하며 다시 무대 시작하겠습니다.”
* * *
그렇게 재개된 무대는 30여 분가량 더 이어지고 나서야 마무리 지어졌다. 무대가 끝난 뒤에는 특별 하이터치회가 준비되어 있었다.
이 아이디어는 세 사람이 적극적으로 구상해 낸 것이기도 했다.
공연을 보러 와 준 사람들에 대한 예의라고 생각하기도 했다. 그렇게 약 1시간에 걸친 하이터치회까지 마무리되고 나서야 세 사람은 숙소로 이동할 수 있었다.
숙소로 가는 길, 제작진의 배려로 캠은 꺼져 있었다.
“와… 오늘 무대 정말 인상적이었어.”
석원의 목소리는 밝지 않았다. 오히려 무대를 망치지 않아서 다행이라는 뉘앙스가 담겨 있었다.
“나도… 변수가 있겠거니 하고 생각은 했지만, 그 변수가 그렇게 튀어나올 것이라곤 생각하지 못했거든. 분명히 허가받은 공연인데 왜 장사가 안된다고 우리 탓을 했을까?”
“원래… 남 핑계 대기 좋아하는 사람들은 어떻게 해서든 이유를 만들어 내잖아. 사실… 그 식당 주인이 가만히 기다리고 있었더라면, 공연이 끝나고 허기진 사람들이 그 식당에 방문할 수도 있었을 텐데… 오히려 오늘 장사를 망친 건 그 사람이라고 봐야겠지?”
도현의 논리 정연한 말에 다들 고개를 끄덕였다. 사람들이 저 가게만은 가지 말아야겠다고 하는 소리를 들었으니까.
“…아무튼 평소에는 경험해 볼 수 없는 특이한 경험을 이렇게 해 보게 됐네. 다들 수고 많았어. 당황했을 텐데 무대 잘해 줘서 고맙고.”
도현은 동생들을 다독였다. 지금과 같은 상황에서 할 수 있는 최선의 방법이었다.
* * *
“어휴… 오늘 진짜 무슨 날이래요? 진짜… 제주도에 휴가 와서 기사를 쓰게 될 줄은 꿈에도 몰랐어요. 선배. 레전드 직캠 남기겠다고 각오하고 왔는데 이 영상 편집할 생각하니까 골이 아파요.”
윤민혜 기자가 투덜거렸다. 사진을 찍었던 유하나 기자는 그나마 다행이었다. 사태가 마무리될 때까지 도현을 찍지 않을 수 있었으니까. 그러나 윤민혜 기자의 경우에는 처음부터 풀타임 직캠을 올릴 생각으로 촬영했었는데 영상의 일부를 도려내야 했다.
“…그러니까. 제주도 휴가 온다고 설레서 왔는데, 이게 무슨 상황인지, 원. 기껏 쓴 연차가 아까워서 어쩔 수가 없어. 그 와중에 우리 국장은 뭐라는 줄 아니? 휴가지에서 단독 기사 써 줘서 고맙다고 연락 왔어. 아니, 휴가지에서 단독 기사 쓰면 인센 줄 것도 아니면서! 말은 번지르르하게 하지!”
유하나 기자 역시도 짜증이 난 상태였다. 말 같지도 않은 상황을 모면했으니 더욱 그러할 수밖에 없었다.
지금까지 도현을 보러 다니면서 이와 같은 일을 겪은 적이 거의 없었다. 팬들 때문에 난감했던 적은 있었어도, 인근 식당 주인의 난입이라니. 유 기자는 최대한 도현과 ‘동백꽃 필 무렵’ 제작진의 입장에서 기사를 썼지만, 온라인 커뮤니티에는 “허가받지 않고 공연을 한 게 잘못”이라는 낭설이 떠돌고 있었다. 이래서 자기 손으로 기사를 쓰기로 한 것이었는데….
“지금 SNS나 이런 데서도 도현이랑 석원이, 현호 욕하는 글뿐이에요. 그러게 왜 거기서 공연을 했냐는 것부터, 사람이 그렇게 모였으면 근처 맛집도 알려 주고 그랬어야지, 이런 황당한 댓글도 달리고 있다니깐요? 아니, 무슨 애들이 자선사업가예요? 그런 거 하려고 무대에 섰게? 깜짝 이벤트였다고 하더라도, 당연히 제작진에서는 허가를 다 받고 했을 게 뻔한데. 사람들은 연예인만 보면 욕하고 싶어서 안달이 난 것 같아요. 저도 연예부 기자이지만, 진짜 이럴 때는 너무한 것 같다니깐요? 사실 정정 기사를 내보냈는데도 이런 게 어디 있어요. 아우. 속상해. 선배. 저 맥주 좀 마실게요.”
윤민혜 기자는 영상 편집 프로그램을 켜놓고는 맥주 한 캔을 땄다. 시원한 캔 따개 소리와 함께 목 넘김 소리가 들렸다.
“나는 막걸리나 한잔해야겠다. 병째로 마실란다.”
유하나 기자는 냉장고에 넣어 둔 막걸리 한 병을 꺼냈다. 마음 같아서는 오늘 일에 대해서 SNS에 사진을 올리며 구구절절 적어 내려가고 싶었지만, 그랬다간 팬덤 내 분위기 형성이 어떻게 될지 알고 있었기에 그것만은 참았다.
병 막걸리를 나발로 불면서 유 기자는 도현의 컷 중에서 제일 잘 나왔고, 프리뷰로도 찍었던 것을 골랐다.
“아우… 이렇게 예뻤는데! 오늘 위치도 좋았는데! 다시는 이런 자리에서 도현이 찍을 수 없을지도 모르는데! 진짜, 너무 아쉬워요.”
영상을 편집하면서 윤 기자는 아쉬움을 계속해서 드러냈다. 유 기자 역시 아저씨가 난입하기 전까지 적당히 불던 바람에 도현의 머릿결이 날리던 모습이 너무나도 예뻤는데 그 컷을 더 담아낼 수 없었음에 가슴 아팠다.
“우리 도현이, 연초부터 진짜 액땜한다. 그래도… 올해 월드컵 있으니까. 그거 하나 기대하고 가야지, 뭐. 월드컵 주제곡 부르는 건 대박이 나길 바라면서.”
* * *
3박 4일간의 짧았던 여행은 끝이 났다. 비록 여행의 중간에 식당 주인의 난입이라는 오점이 생기고야 말았지만, 하루 정도 지나고 보니 그마저도 추억처럼 남게 되었다.
“형은 이제 올라가면 콘서트 준비랑 월드컵 주제곡 준비 때문에 바쁘겠다? 아쉽다… 조금 더 놀 수 있었으면 좋았을 텐데. 한 일주일 정도?”
현호가 아쉬운 마음을 가득 드러냈다. 석원도 이에 공감한다는 듯 고개를 끄덕였다.
“응. 아무래도… 그렇겠지? 이제 앙코르 콘서트 준비도 해야 하고, 월드컵도 올해에 열리니 콘서트 끝나자마자 출국해야 할 것 같고… 아! 곧 그래미 때문에 출국도 해야 하지. 그래미 출국이 먼저였네. 연초부터 바쁘다, 바빠. 그래미 다녀온 뒤로는 국내 시상식 싹 다 돌아야 하고.”
도현은 이미 정해진 스케줄을 생각하면서 생각에 잠겼다. 국내외 시상식, 앙코르 콘서트 4회, 그리고 월드컵 주제곡 가창자로 선정되어 출국하는 것까지. 올 한 해 계획이 빡빡하게 들어차 있다고 해도 무방했다.
“형 그래도 자주 보러 갈게.”
“맞아. 어차피 우린 같은 회사니까 형 작업실에도 자주 놀러 갈게.”
“다들 고마워. 내가 연예계에서 가장 친하다고 할 수 있는 게 너희 둘인데. 너희가 나를 챙겨 줄 때마다 나는 가슴이 묘하게 찌릿해. 내가 좋은 친구들을 만났구나 싶어서. 예전엔 꿈도 꾸지 못했을 일이거든.”
“형. 형은 좋은 사람이라서 언제가 됐건 좋은 사람들을 만났을 거야. 그러니 그런 생각은 하지 마.”
[비행기 탑승을 안내해 드리겠습니다. 한국항공 AZ203 탑승객분들께서는 지금 바로 5번 게이트로 오시기 바랍니다.]“안내 방송 나왔다. 가자.”
석원과 현호, 도현은 비행기에 탑승하러 갔다.
세 사람을 제주도에서 내내 쫓아다녔던 일행들도 같이 비행기에 탑승했다. 국내선 이용이었기에 이코노미석에 탑승하게 된 석원과 현호, 도현. 사생들은 운이 좋은 것인지 세 사람 근처에 앉게 되었다. 셋은 일부러 스토커들을 무시하며 눈을 감았다.
* * *
“도현 씨, 출국하시는데 한 말씀 해 주세요! 이번 그래미 어워드, 수상하실 것이라고 생각하십니까! 벌써 몇 번째 그래미 도전인데요!”
도현은 올해도 그래미 어워드에 초청을 받아 퍼포먼스를 선보이게 되었다.
그런 도현에게 관심이 쏠리는 건 당연했다. 뉴 아티스트 부문에서 상을 받고, 이후에는 퍼포먼서로만 무대를 장식했기 때문. 노미네이트된 것이 아깝긴 했지만.
“우선… 어떤 결과가 나오든지 행복할 것 같고요. 그래미 어워드에서 무대를 선보일 수 있다는 게 행복인 것 같습니다. 우리나라를 대표해서 좋은 무대를 장식하고 돌아올 수 있도록 하겠습니다. 감사합니다, 기자 여러분.”
도현은 자신이 할 수 있는 최선의 말을 했다.
그리고 지난밤의 기억을 떠올렸다.
노미네이트된 분야에서 상을 받을 수 있을 것이냐는 질문에 타로 카드는 다시 한번 [The World]라는 답변을 들려줬다.
이에 도현의 심장은 쿵쾅거리기 시작했던 터. 어떤 일을 ‘완성’할 수 있게 된다는 뜻을 지닌 카드였기에, 올해 자신의 커리어가 완벽해지는 한 해가 될 수 있다는 확고한 믿음이 생겼다.
그랬음에도 기자들 앞에서는 겸손하게 있었다. 마음 한구석으로는 그래미에서 수상할 것을 짐작하고 있었으면서도.
“도현 씨, 이쪽 보면서 볼 하트 한 번만 해 주세요!”
“이쪽도요!”
“도현아, 여기 한 번만 봐 줘!”
팬들의 요구까지 빗발쳤다. 도현은 기쁜 마음으로 출국하는 만큼 팬들의 요구까지도 다 들어 줬다. 일정 거리만 유지하고 걷는다면야, 문제 될 건 없었으니까. 가끔씩 붙어서 스킨십을 유도하는 팬들이 있었지만, 그런 건 경호팀에서 제재를 가하니 신경 쓰지 않아도 되었다.
그렇게 전세기에 탑승한 도현.
“이야… 도현아, 이게 얼마 만이냐?”
이카루스를 맡게 되었다던 강호가 미리 탑승해 있었다.
“어, 형? 이카루스 스케줄 있는데, 제 스케줄 와도 돼요?”
“아무래도 경험자가 오는 게 낫지. 내가 너 그래미 가는 거 여러 차례 본 사람이니까 이카루스 스케줄은 로드한테 맡기고 너한테 온 거지.”
“아… 그런 거구나. 형, 그런데 청첩장은 언제 줄 거예요? 나 기다리고 있는데. 계속.”
“아직 청첩장이 안 나왔거든. 막내가 5월의 신부가 되고 싶다고 노래를 불러서 그만….”
“하하… 그래요, 형. 5월이면 날도 따뜻하고 좋을 때네요. 한창 정신없겠어요.”
“그래도 큼지막한 건 다 준비해서 이제 자질구레한 것만 남아서 다행이야. 아무튼… 도현아. 오기 전에 타로 점은 쳐 봤냐?”
“음… 그게 말이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