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 new career singer who can read the future RAW novel - Chapter (185)
미래를 읽는 경력직 신인가수-185화(185/225)
도현은 자신이 본 타로 결과에 대해 말할까 말까 잠시 고민했다. 카드대로라면 좋은 운이 기다리고 있는 터.
당연히 알려 주는 게 좋다 싶다가도, 후에 기뻐할 사람들을 생각하면 혼자서만 알고 있는 게 좋겠다는 생각도 들었다.
“비밀이에요, 형.”
도현이 고민 끝에 내뱉은 말은 이것이었다.
이 말에 강호의 눈이 가늘어졌다.
“호오… 좋은 결과가 나왔는가 본데.”
어디 하루 이틀 도현을 지켜봐 왔나. 척하면 척이었다.
“그래미 어워드에서 확인해 보면 되겠죠?”
“이왕이면 욕심을 많이 부려서 대상… 그러니까 올해의 앨범상 같은 걸 노려보는 건 어때? 네 앨범, 성적 꽤 좋았잖아.”
도현의 곡은 빌보드 핫100 차트에서 30주 이상 20위 권 내에 머물렀고, 200 차트에서도 1위를 10주 이상 유지하는 등 좋은 성과를 거뒀다. 그랬던 만큼 이번에 세간의 관심이 몰렸다.
“타로 점은 상세히 보진 않았어요. 그저 좋은 결과가 있을 것 같다는 정도만 봤어요.”
“뭐야! 내 예상대로네! 좋다는 결과를 봐 놓고서 왜 대답을 안 해 줘? 괜히 궁금하게끔 말이야.”
“아무래도 기대했다가 노미에서 그치게 되면 실망스러울 테니깐요. 저도 기대 중이긴 하지만… 많은 기대를 하고 있진 않아요. 그저 상 하나만 받았으면 좋겠어요. 뉴 아티스트 부문이야 지난번에 받았으니 이번엔 못 받을 테고… 다른 상 하나만 더 받으면 좋겠네요.”
“…이러다가 상 휩쓸고 오는 거 아니지? 예를 들면 7관왕이라거나….”
강호의 욕심 넘치는 말에 도현은 그저 웃었다.
“그러면 진짜 좋겠네요. 상 많이 받는 거, 진짜 좋죠. 특히, 제가 상을 그렇게 받고 나면 우리나라 음악에 대한 편견 같은 것도 사라질 테고, 후배들이 음악을 해 나가는 데 있어서 더 좋아질 것 아니겠어요?”
“그렇겠지? 아무래도 길은 한 번 뚫어 놓으면, 이후에 잘 밟을 수 있을 테니까. 하여간… 욕심이 적다, 적어. 스타디움 전 세계 투어 돌 수 있는 가수가 몇이나 된다고… 욕심 좀 부려도 되지 않겠어?”
강호의 말에 도현은 고개를 저었다.
“욕심부리다 엎어지면요, 그것만큼 흉한 것도 없다고 생각해요. 솔직히 저도 사람인데 왜 욕심이 안 나겠어요. 더 좋은 결과 보고 싶고, 더 좋은 성과 얻고 싶죠. 그래도… 욕심 때문에 음악 하는 것보단, 음악을 하기 때문에 욕심이 생기는 반대인 게 저랑은 맞는 것 같아요.”
“하여간 말발은… 베스트셀러 작가님이라 그런가. 역시 다르다니까?”
강호가 못 이기겠다는 듯 웃으며 혀를 내둘렀다. 도현은 그럼 장시간 비행이니 얼른 쉬라며 강호에게 목베개 하나를 건넸다. 자신은 두 개나 가지고 있기에 괜찮다며 말이다.
“땡큐. 잘 자고, 눈 떠서 보자.”
강호는 자신의 자리로 돌아갔다. 얼마 지나지 않아 비행기는 이륙했다.
스태프들이 모두 잠든 시각. 도현은 캠코더를 꺼냈다. 셀프 캠을 찍기 위해서였다.
“어… 음. 지금은 그래미 어워드에 가는 비행기 안이에요. 전세기를 타고 가는데… 투어 때 생각이 나기도 하고… 여러모로 다양한 생각이 드네요. 여러분은 제 소식에 어떤 생각을 하고 계실까 궁금하기도 하고요! 전 결과가 좋으면 당연히 좋겠지만… 그럼에도 여러분이 행복하실 수 있는 결과가 나왔으면 좋겠다고 생각하고 있어요. 여러분 마음은 곧 제 마음이니깐요. 알겠죠? 다들 자니까 길게 녹화하진 못하겠네요. 이 영상은 한국 시각으로 잠들기 전에 볼 수 있게 업로드 될 거예요. 잘 자요, 여러분. 굿 나잇, 베이비.”
* * *
“올해 나도현 씨가 그래미 어워드에서 레코드 오브 더 이어를 받을 확률이 있다고 보십니까?”
KBC에서는 단독으로 그래미 어워드 중계권을 사서 송출 중이었다. 음악 평론가 김휘진과 아나운서 이나윤, 작곡가 더블에이치 등이 중계를 하는 중이었다.
이나윤의 말에 김휘진과 더블에이치는 모두 나도현이 레코드 오브 더 이어를 받을 수 있을 것이라고 확답했다.
“지난해의 기록을 살펴보자면… 나도현 씨의 기록을 넘어설 사람이 없는 것 같습니다. 그나마 에이디온 정도? 그런데 에이디온이 작년에는 싱글 하나만 내고 음악 쪽 말고 자신의 사업 쪽으로 눈을 돌렸거든요. 만약 에이디온이 음악적으로 성과가 더 높았다면 레코드 오브 더 이어는 에이디온의 몫이라고 여겨지지만… 샘 말라크도 작년엔 싱글을 아예 발매하지 않았고요. 사실 외국 아티스트들은 몇 년에 한 번 발매하는 게 정상이거든요. 우리나라 아티스트들이야 매년 분주하게 발매를 하지만….”
김휘진은 열띤 중계를 하고 있었다. 실시간 채팅창 반응도 좋았다.
┗확실히 올드하지 않아서 그런지 해설진이 다 좋네
┗나도현에 대해 조사 많이 하고 온 티가 난다 김휘진 평론가님
┗김휘진 평론가님 평소에도 SNS에서 도현이에 대해서 긍정적으로 말씀해 주시는데 진짜 영광이다!
┗오늘 제발 레코드 오브 더 이어 상 받게 해 주세요 ㅠㅠ
┗도현아 수상 가자!
“하하… 채팅창 반응도 김휘진 평론가의 말씀처럼 뜨겁네요. 나도현 씨 팬분들이 평소에 평론가님을 많이 좋아하시는가 봐요.”
“제가 굉장히 긍정적으로 오랜 기간 지켜 보고 있는 가수예요. 전 처음 데뷔할 때부터 봤었거든요. 그때의 음악적 깊이와 지금 싱어송라이터로서의 음악적 깊이는 확실히 다르지만… 매년 성장을 하는 모습으로 실망을 시키지 않는 유일한 아티스트가 아닐까… 전 그렇게 생각합니다.”
김휘진의 입에서 극찬이 흘러나왔다. 실제로 휴엔터에서는 이번 그래미 어워드가 끝난 후 김휘진과 나도현의 인터뷰를 기획 중이기도 했다. 단순히 김휘진이 나도현을 극찬해서가 아니라, 그가 하는 말에는 깊이가 있었기 때문.
“말하는 순간 나도현 씨가 등장했네요. 오. 일명 ‘반깐’ 머리라고 하죠. 반쯤 깐 머리에, 슈트를 입은 모습이 굉장히 인상적입니다! 굉장히 잘생겼네요. 보는 이의 마음을 사로잡는 매력입니다. 나도현 씨가 오늘 퍼포먼서로도 무대 위에 오른다고 하죠?”
더블에이치는 감탄을 머금고 말을 이어갔다.
“전 진짜… 제가 작곡가로서 기회가 된다면 나도현 씨에게 곡을 한번 주고 싶거든요. 나도현 씨에게 곡 주는 게 제 꿈이에요. 사실 저 같은 경우는 음악을 중간에 그만뒀었어요. 그럼에도 다시 돌아오게 된 게, 나도현 씨의 ‘너첫가’ 시즌1을 보고서였거든요. 그때가 생각나네요. 나도현 씨, 연락 주세요!”
“하하하… 역시 더블에이치 님은 위트가 있으시네요. 나도현 씨 착석하자마자 객석에서 환호가 엄청 들려오네요. 브라운관을 뚫고 나오는데요. 환호가. 곳곳에 나도현 씨의 응원 봉도 보입니다! 나도현 씨, 오늘은 어떤 기분일지 직접 여쭤보고도 싶네요!”
* * *
?도현, 오랜만이야!
객석에 앉자마자 누군가 다가왔다. 귀에 익은 목소리의 정체는 에이디온이었다. 비록 올 한 해 사업에 몰두하느라 싱글 한 곡밖에 발표하지 않았지만, 노미네이트되어 이 자리에 참석한 것이었다.
?에이디! 잘 지냈어? 진짜 오랜만이야. 내가 미국 투어를 할 때 같은 무대에 서고 난 뒤로 처음 보는 것 같아. 그동안 투어 외에도 스케줄이 바빠서 연락하지 못했던 것 미안해.
?친구끼리는 연락 횟수가 중요한 게 아니야. 얼마나 서로를 좋아하냐에 달려 있지. 아무튼… 잘 지냈어? 출간한 에세이도 잘 읽었어. 가수로서, 싱어송라이터로서, 한 사람으로서 많이 공감이 되기도 했어. 특히, 외로움에 대해 써 내려간 부분이 아주 공감되더라고.
미국에서도 출간된다고 들었지만, 에이디온이 직접 사서 읽었을 줄은 꿈에도 상상하지 못했다.
?이럴 수가! 책 가져왔어? 그렇다면 너에게 내 사인과 메시지를 남겨 주고 싶은데.
?좀 있다가 쉬는 시간에 부탁할게. 아니면 오늘 그래미 어워드가 끝나고 난 후에 부탁해도 늦지 않으니까. 오늘 끝나고는 뭘 할 계획이야? 그래미의 애프터 파티에 드디어 참석할 계획인 건가? 아니면 나와 함께 파티를 즐기는 건 어때? 너에게 할 제안도 있고 말이야.
?무슨 제안?
?하하. 그걸 미리 알려 주면 재미없지.
두 사람의 모습에 기자들은 열심히 사진을 찍기 시작했다. 두 사람의 말을 녹음하는 기자도 있었다.
도현은 자신의 이름이 언제 불릴지 기대 중이었다. [The World] 카드가 나왔으니 일정 성과를 이룰 수 있다는 믿음이 생긴 터. 게다가 자신의 점괘가 어긋난 적은 단 한 번도 없었으니까.
‘…레코드 오브 더 이어에 내 이름이 거론되고 있긴 하지만… 그냥 상을 수상하는 것만으로도 영광이야. 신인상에 해당하는 상을 받았으니, 이제는 본상에 해당하는 걸 받고 싶어. 내가 노미 된 부문에서 상을 받고 싶기도 하고….’
도현은 많은 욕심을 부리지 않았다. 욕심이라는 건 부리면 부릴수록 커지고, 감당하기 어려워진다는 것을 잘 알기 때문이기도 했다. 하나를 바라면 두 개를 얻고 싶어지고, 두 개를 얻으면 세 개를 얻고 싶어지고… 무엇이든지 그런 법이다.
‘노미된 것만으로도 영광으로 생각하자. 자꾸 상 생각하지 말고. 물론 카드가 좋게 나왔으니… 기대할 수밖에 없다는 게 당연하지만….’
도현은 그리 생각하며 박수를 쳤다. 시상식이 본격적으로 시작됐다.
첫 번째 퍼포먼서가 등장하고, 도현은 더 열띤 반응을 보냈다. 그런 도현의 모습은 중계 카메라에 연신 잡혔다.
그럴 수밖에 없기도 했다.
전 세계가 주목하는 코리아의 톱스타.
그게 바로 도현이었다.
* * *
“와우. 나도현 씨, 매너가 진짜 좋은데요? 진짜 멋있습니다! 이러다 팬이 될 것 같아요… 아니, 팬은 이미 됐는데 더 깊이 빠질 것 같습니다!”
더블에이치가 화면 속 도현을 보며 감탄사를 연발했다.
이나윤이 웃으며 말을 이어갔다.
“도현 씨는 저런 점이 좋더라고요. 타 가수의 무대를 감상함에 있어서도 매너가 좋아요. 진정 음악을 즐길 줄 아는 모습이 굉장히 좋다고 할까요?”
“맞습니다. 저런 자리에 가면 긴장해서 아무것도 못 하다 오는 경우도 있는데, 도현 씨는 음악 그 자체를 즐기고, 아티스트를 존경해 주고 있죠. 음악이 만국의 공통 언어라는 걸 실감하게 해 주는 모습입니다.”
김휘진이 말을 덧붙였다.
“그렇습니다! 음악은 만국의 공통 언어이죠. 여러 말보다, 음악 한 소절을 들려주는 게 좋을 수도 있어요. 나도현 씨의 음악이 전 세계 리스너들의 마음을 사로잡았길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