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 new career singer who can read the future RAW novel - Chapter (188)
미래를 읽는 경력직 신인가수-188화(188/225)
콘서트 준비는 문제없이 되어 갔다.
‘너첫가’ 시즌1 예고편이 몇 년이 된 덕분에 팬들에게 많은 축하를 받았던 날. 그날이 88체육관에서의 리허설 마지막이었다.
“도현 씨, 우리 이제 슬슬 이야기해야 할 것 같은데….”
“어떤 이야기요?”
매니지먼트 팀 실장님이 나를 보며 이야기를 꺼냈다.
“재계약 관련해서 말이야. 보통은 2년 전쯤부터 재계약 이야기를 꺼내니깐 말이지. 슬슬 재계약 이야기하고, 내년에는 잘 마무리하거나, 혹은 재계약 소식을 보도자료로 알려야 할 때니까.”
“…아. 그거 말씀하시는 것이로군요.”
어느덧 시간이 이렇게 흘렀다는 데에 놀랄 수밖에 없었다.
언제 이렇게 시간이 흘렀지?
정신없이 일을 하다 보니 시간이 이렇게 흐른 것도 모르고 있었다.
“일단 생각 좀 해 보고 말씀드려도 될까요?”
“에이, 도현 씨. 조건이야 우리가 더 좋은 쪽으로 맞춰 줄 수 있으니까 너무 깊게 고민하지 말고 결정하는 건 어때?”
이런 때일수록 더욱 신중해야 한다는 것을 안다. 휴엔터에 들어오고, 내가 잘 풀린 것은 사실이었지만, 재계약은 조금 다른 문제였다.
물론 휴엔터가 지금 나에게 제공하는 조건은 더할 나위 없이 좋았다. 내 스케줄을 진행함에 있어서 나의 의사를 가장 먼저 중요히 생각한다. 거기다가 정산 비율은 중간에 한 번 조정이 들어갔다. 불만을 품을 만한 건수는 없었다.
매니저를 포함한 스태프들도 모두 마음에 들었기에, 더더욱 그러했다. 보통은 스태프들과의 갈등이 빚어지기도 하는데, 그럴 일도 없었다. 모두 좋은 사람들이었다.
“그래도 한 번쯤은 생각해 보겠습니다. 실장님.”
“허허… 우리랑 함께 가자고! 나도 웬만해선 아쉬운 소리 안 하는데, 도현 씨는 우리 회사에서 놓치기 아쉬운 그런 존재라서 그래.”
“그렇게 말씀해 주셔서 감사합니다. 조만간 생각하고 말씀드리겠습니다.”
* * *
그렇게 서울 앙코르 콘서트 첫날이 되었다.
도현은 새벽 일찍부터 일어나서 준비를 했다.
며칠째 잠을 제대로 못 자는 중이었다.
푹 자려고 해도 콘서트에 대한 압박감이 그의 목을 조여 왔다.
“하아… 잘해야지, 진짜. 잘해야 한다. 이번이 그 어떤 스타디움 공연보다 잘 해야 돼.”
도현은 거울을 보며 자신을 세뇌시켰다. 무려 6일 동안 진행되는 콘서트인 만큼 더 잘하고 싶었다.
특히, 그간 한국 팬들이 얼마나 기다려 왔을지 생각하면, 잘해 내야 한다는 압박이 사라지지 않았다.
“아아아아아아! 아아아아아! 아이우에오! 아야어여우유!”
아침부터 목을 풀기에 바빴다.
딩동.
벨이 울렸고, 매니저가 도현을 데리러 왔다.
“오늘 이렇게 일찍 안 가도 될 텐데… 콘서트 시작은 오후 8시잖아.”
그 말에 도현은 멋쩍게 웃었다.
“아무래도 무대와 좀 더 친해져 있는 게 좋지 않을까… 그런 생각이 들어서 이런 결정을 내리게 됐어요. 물론 88체육관서 리허설 진행하면서 어느 정도 무대와 친해져 놓긴 했다지만, 그래도….”
“아…! 그런 뜻이었구나. 난 또 아침 일찍 가자고 해서 가서 좀 쉬려나 했거든.”
“가서 공연장 분위기에 적응하고 좀 더 쉬기도 하면 좋죠.”
“아하! 하긴. 한국서는 오랜만에 공연하니깐 적응할 시간도 필요하겠네. 내가 그걸 생각하지 못했네.”
매니저의 말에 도현은 푸스스 하고 웃었다.
“그런데 그거 알아? 오늘 기자회견에 기자들만 300명 신청한 거?”
“취재 기자만이요? 아니면 사진 기자나 영상 기자까지 포함해서요?”
도현의 물음에 매니저는 기자단을 모두 합해서 300명 정도라고 밝혔다.
“와… 외신까지 포함한 거예요?”
“응. 특히, 이번에 그래미 8관왕이라는 성적 내고 나서, 외신에서 한국 콘서트 취재하려고 미리부터 대기하고 열기가 장난 아니었다더라고. 홍보 팀에서 애먹을 정도로.”
새삼 놀랐다. 기자단이 무려 300명이라니. 한 구역을 차지할 정도로 많은 인원이 아니던가!
“기자님들 반응이 좋았으면 좋겠네요. 이번에 한국 앙코르 콘서트 날짜별로 다른 앙코르곡을 부르잖아요. 새로 작업한 곡들인데… 기자님들께선 오늘 공연만 보시겠지만, 좋은 반응이었으면 해요.”
도현은 6일간 치러지는 콘서트를 위해 무려 6곡이나 작업을 했다. 모든 곡은 앙코르곡이자, 엔딩곡이었다. 그만큼 신경을 써서 작업하기도 했다. 일정한 톤을 유지하면서 콘서트의 여운을 남길 수 있는 곡들로 채웠다.
“좋은 반응일 거야. 나도 미리 들어봤지만, 진짜 좋던걸.”
“하하… 감사해요. 그렇게 말씀해 주셔서.”
“늘 겸손한 것도 미덕이라면 미덕이지. 아무튼 대단하다니까. 난 가끔 너처럼 일에 몰두해서 살라고 하면 절대 못 할 것 같아. 어떻게 하면 음악적 영감이 그렇게 잘 떠올라?”
도현은 평소에 영감을 떠올리기 위해 하는 노력들을 생각했다.
영화 보기, 책 읽기, 글쓰기 같은 행위들.
“온전히 제 경험만으로는 안 되니까 영화도 종류별로 보고, 드라마 OTT도 결제해서 보고, 책도 읽고, 글도 쓰고… 여러 가지를 하니까 영감이 잘 떠오르는 것 같아요. 신문 기사 같은 것도 꼬박꼬박 챙겨서 읽거든요. 다음 앨범 콘셉트는 ‘우주’로 할까 생각 중이에요.”
“오… 우주?”
“창백한 푸른 점이란 표현이 있잖아요. 칼 세이건이 했던, 그리고 냈던 책 이름. 그걸 모티브로 삼기로 했어요.”
“오! 알지, 그 표현. 좋아해. 우주에서 보면 우리 지구가 그렇게 작은 점 하나 같이 보일까 싶기도 하고.”
“그렇죠. 뭔가 우주라는 게, 엄청 크게 느껴져서 쉽게 다가오지는 않잖아요. 그런 걸 인생사에 대입하면 좋지 않을까 그런 생각을 했어요.”
“앨범 꽤 좋을 것 같은데? 단어를 듣기만 해도 이렇게 기분이 좋아질 수가 없네. 기대하고 있을게, 도현아.”
“감사해요. 오늘 기자회견이 오후 5시였죠?”
“응. 오후 5시. 사운드 체크는 오후 6시였고. 날이 조금 춥긴 한데 잘 할 수 있겠지? 그나마 다행인 건 오늘 비 소식이 있다가 흐림으로 바뀌었다는 거.”
팬들 사이에 나도현은 비를 피해 가는 가수라고 불렸다. 행사든, 뭐든, 비가 오기로 되어 있는 날 도현이 공연을 하면 그 시간만큼은 비가 내리지 않는다고 해서 말이다. 도현은 자신이 비를 맞으며 공연하는 것보다, 팬들이 오랜 시간 대기하며 비를 맞는 것을 걱정했다. 그래서 스태프를 통해 우비를 사비로 사서 대기 중인 팬들에게 제공했던 것도 여러 번이었다.
“혹시 모르니까 우비는 4만 5,000명 규모로 다 준비한 거 맞죠?”
팬들이 입장할 때 추울까 염려해서 무릎 담요와 우비를 날마다 준비했다. 이는 모두 도현의 아이디어였다. 회사 측에서는 도현이 모델로 있는 브랜드에 협찬을 받으면 좋지 않을까 했지만, 도현은 팬들에게 주는 거 이왕이면 날마다 다른 색깔로 줌으로써, 좋은 추억을 남길 수 있도록 하면 좋겠다는 의견을 밝혔다. 이에 맞게 추진된 것이 바로 날마다 다른 무릎 담요와 우비였다.
“응. 준비 완료됐고, 입장할 때 스태프들이 티켓 확인하면서 나눠 줄 거야.”
“무사히 제작 완료돼서 다행이네요. 하루에 4만 5,000명씩 6일 동안 공연이면 27만 명분을 준비해야 했는데, 사실 기간 내 제작이 안 될까 봐 걱정 많이 했거든요.”
“업체 측에서 고생을 많이 했지. 사실 스태프들이 고생을 했다기 보다, 업체에서 수량 맞추느라 밤새도록 기계를 돌렸다고는 들었어. 몇 군데 하청을 줘서 진행했다고 하더라.”
“아하…! 그렇군요. 저 때문에 많은 분이 고생을 하신 것 같아서 걱정을 했었어요. 많은 분이 애쓰신 만큼 이번에는 정말 좋은 무대로 보답을 해야겠어요.”
도현은 다시 한번 각오를 다졌다.
* * *
“와… 오늘 진짜 굿즈 줄 길다… 1인당 수량 제한이 있으니 내 건 살 수 있겠지?”
도현의 팬 중 유명한 팬, 최은정은 꼭두새벽부터 첫차를 타고 와서 굿즈 줄에 서 있었다.
각 MD별로 1인당 1개라는 수량 제한, 온라인을 통한 선구매 등으로 굿즈 구매가 진행이 됐다.
온라인을 통한 선구매 굿즈 구매 시기를 놓친 최은정은 하는 수 없이 굿즈 줄에 설 수밖에 없었다.
“언니, 그래도 생각보다 굿즈 줄 짧은 거 아니야? 오늘 예상 관객 수만 해도 4만 5,000여 명이라는데… 이 정도 줄이면 짧은 것 같아.”
“그런가? 내가 진짜 온라인 선구매 시간에 팀 회의만 안 잡혔어도… 티케팅에 성공해서 여유롭게 와서 굿즈를 수령할 수 있었을 텐데.”
“걱정 마요. 굿즈 수량 넉넉할 테니까. 휴엔터에서 콘서트 예매자 대상으로 사전 수량 조사까지 했었잖아.”
“그렇긴 하지… 그래도 내가 원하는 굿즈 하나만 제대로 있었으면 좋겠다… 혹시 알아? 품절 날지.”
“에이, 그건 너무 섣부른 생각이고요. 휴엔터 그래도 일 잘하잖아요? 가끔 일 실수할 때는 열받긴 해도. 이 업계에서 휴엔터만큼 깔끔하게 일 처리하는 곳 없다 생각해요.”
맞는 말이긴 했다. 각 소속사별로 특이점이 있었고, 휴엔터도 그런 특징을 가진 소속사이긴 했다. 일을 잘할 땐 잘하지만, 가끔 실수를 해서 욕을 먹는 소속사. 그럼에도 이 업계에서 일 처리를 가장 잘하는 소속사 중 하나이기도 했다.
“…가끔 공지 쓸 때나 신경 써 줬으면 좋겠어. SNS 관리자가 누구인지는 몰라도… 가끔 일 실수할 때 보면 왜 이러나 싶기도 하고.”
“원래 이쪽 업계가 다 그렇잖아요. 잘하는 곳은 잘하는데, 못 하는 곳은 못 하고. 또 잘하는 것 같아도 의외의 곳에서 실수를 하기도 하고. 우리 도현이 소속사가 그래도 톱 티어 중에 한 군데이긴 하니까… 그것만 생각해야죠.”
덕메 동생의 말에 최은정은 고개를 끄덕였다. 종종 마음에 안 드는 짓을 하긴 해도, 다른 소속사에 비하면 일 처리가 깔끔하고 좋은 편이었다.
“어? 경호 왔다. 줄 다시 깔끔하게 세우기 시작하는데요?”
“오… 확실히 관객 수가 많은 만큼 일 처리 깔끔하게 하려나 보네. 마음에 든다. 굿즈 선 수령 줄이랑 굿즈 구매 줄이랑 구분하는 것 같은데요?”
“여기는! 굿즈 구매 줄이고요! 여기는! 굿즈 선 수령 줄입니다! 안내 표시판 보고 두 줄로 서 주세요!”
경호원들이 확성기를 들고 다니며 쩌렁쩌렁하게 소리쳤다.
최은정과 덕메 동생은 경호원의 말대로 줄을 다시 섰다.
두근, 두근.
도현의 이번 한국 앙코르 콘서트 굿즈는 ‘역대급’이라는 말이 붙을 정도였다. 그랬기에 모두가 굿즈를 하나라도 더 사려고 혈안이 되어 있었다.
최은정 역시 그중 하나였다.
“아… 진짜 너무 기대된다.”
“언니, 도현이 벌써 출근했다는데요?”
“…어? 벌써?”
점심쯤이나 되어서야 출근할 줄 알았던 도현이 벌써 출근했다는 말에 최은정은 어안이 벙벙한 표정을 지었다. 굿즈 구매 후 도현의 출근길을 보러 가리라 다짐했건만, 아쉽게도 놓치고야 만 것이다.
“…아, 아깝다. 출근길 보려고 했는데.”
“퇴근길은 꼭 봐요, 언니!”
“응응, 그러자!”
최은정과 그녀의 덕메는 각오를 다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