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 new career singer who can read the future RAW novel - Chapter (190)
미래를 읽는 경력직 신인가수-190화(190/225)
팬들을 차별한다라….
도현은 단 한 번도 그렇게 생각해 본 적 없었다.
오히려 팬들에게 공연마다 독특한 경험을 주면 준다고 생각했지.
‘차별’이라는 단어가 언급될 줄은 꿈에도 몰랐다.
도현은 마이크를 잡았다.
“질문 감사합니다. 기자님. 일단 이에 대한 제 생각을 밝히자면, 차별이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왜죠? 공연마다 다른 세트 리스트를 선보이는 건 명백한 팬 차별이라 생각하는데요?”
질문을 던진 기자가 날이 선 목소리로 말했다.
“그야 제 의도는 그게 아니었으니까요.”
도현의 목소리는 부드러웠지만, 단단했다.
“매번 똑같은 공연으로 전 세계 투어를 돈다면, 이것이야말로 팬들을 기만하는 행위가 아닐까요?”
도현은 말을 이었다.
“저는 각 나라, 개최 요일마다 다른 세트 리스트를 선보이고 있습니다.”
“그건 저도 압니다! 그래서 그게 팬 차별이라는 겁니다!”
“뭐야, 저 기자 왜 저래? 오늘 나도현 못 잡아먹어서 안달이 났나?”
옆에서 다른 기자들이 수군거리고 있음에도 해당 기자는 도현을 비판하기에 바빴다.
“마지막 앙코르곡은 늘 다릅니다. 중간 무대가 바뀔 때도 있고요. 이건 팬을 기만해서가 아닙니다. 그 날만의 공기, 그 날만의 무대를 선물하기 위해서입니다. 그래서 앙코르곡이 다른 것이고요. 이쯤이면 답이 되셨을까요?”
“그래도 그것은 명백한….”
도현은 더 세게 나가야 함을 깨달았다.
“그렇게 비춰진다면 저도 어쩔 수 없습니다. 팬들을 그 무엇보다 아끼고 사랑하기에 그 날만의 추억을 쌓아 주기 위해 하는 행동입니다. 오늘 이 질문을 통해 그동안 세트 리스트가 왜 달랐는지, 팬들에게 가닿았으면 좋겠습니다.”
도현은 다시 한번 못 박았다.
주변에서 수군대는 소리가 커지자, 그 기자는 멋쩍은지 더 이상 질문을 던지진 않았다.
하지만 도현은 알 수 있었다.
이와 관련하여 악의적인 보도가 나온다면, 그것은 저 기자의 일이리라.
“다음 질문, 받겠습니다.”
이후로는 기자들끼리도 서로의 시선을 의식한 것인지 특별하다 싶은 질문은 나오지 않았다.
그렇게 기자 간담회는 끝이 났다.
도현은 기자 간담회가 끝나고 대기실로 이동했다.
도현의 옆에 있던 강호는 자신이 짜증 났는지 투덜거리는 중이었다.
“하여간, 요새 기레기들. 조회 수 한번 뽑아 보겠다고 악의적으로 질문 던지는 거 너무 무례해.”
“어쩔 수 없죠. 그러고 싶다는데. 그래도 저 대답 잘하지 않았어요?”
“어. 잘했지. 지금까지 팬들도 이의를 제기한 적이 없었는데, 그걸 자기가 뭐라고 문제 삼아선… 대놓고 악의적인 질문 뽑으려고 온 게 티가 나잖아.”
“그러니깐요. 제 말이 그 말이에요.”
“어휴… 공연 전에 액땜했다고 치자. 더 깊게 생각하지 말고.”
“그래야죠. 저 대신 화내 줘서 고마워요, 형.”
“넌 너무 화를 안 내. 이런 일에는 더 까칠하게 반응했어도 되는데.”
도현은 그저 싱글벙글이었다.
“하급 어그로에게 먹이 주고 짜증 내는 일은 하지 않아요.”
“그런가… 아무튼, 고생 많았다. 이제 공연 준비만 똑띠하자.”
* * *
관객들의 입장이 시작됐다.
관객들의 손에는 도현이 사비로 준비한 우비와 이번 콘서트 첫날을 가리키는 무릎 담요가 들려 있었다.
기자단 역시 우비와 무릎 담요를 기념품으로 받을 수 있었다.
“기자님들! 이거 우비랑 담요, 도현 씨가 사비로 준비한 것이거든요! 그 점 기사에 살짝 언급해 주시면 감사할 것 같아요!”
“와… 나도현 스케일. 4만 5,000명의 관객을 위해 사비로 이만큼이나 준비했다고?”
한 기자가 감탄하자 홍보 팀장이 그쪽을 바라보며 말했다.
“네! 맞습니다! 도현 씨가 직접 준비한 거예요. 매일 다른 컬러로 무릎 담요가 증정될 예정이랍니다. 총 27만 장을 준비했어요!”
기자들은 이거다 싶었다.
좀전의 어그로 같던 질문보다야, 나도현이 사비를 들여서 콘서트를 관람하러 오는 관객들에게 선물을 준비했다는 게 더 높은 조회 수를 올릴 것 같았기 때문.
모든 기자가 분주히 기사를 쓰는 가운데, 입장한 관객들은 기자단 규모를 보고 깜짝 놀랐다.
“와… 한 구역이 통째로 기자단이네… 얼마나 취재 열기가 대단한 거야. 역시 우리 도현이 장하다!”
“내 통장으로 낳은 내 새끼… 진짜 장하구나.”
“어쩐지, 티케팅 할 때부터 저 구역만은 막아져 있더라니… 왜 막아 뒀나 했더니 시야 때문이 아니라, 기자단 구역이라 막아 뒀던 것이구나.”
“저기 시야 좋은 좌석이잖아.”
일부 기자들은 팬들에게 다가가 인터뷰를 진행하려고도 했다.
하지만 응하는 팬들이 없어서 빈손으로 돌아왔다.
“허허… 공연 몰래 왔다고 인터뷰하기 싫다네요.”
“몰래 왔으면 그럴 만도 하지. 사진 찍혀야 해, 인터뷰도 해야 해, 그럼 나라도 싫겠다.”
“그나저나… 나도현 이번 한국 앙코르 콘서트 진짜 이 갈고 준비한 느낌이네. 아까 홍보 팀이 말하는 거 슬쩍 들었는데, 드론 쇼도 준비되어 있다고 들었거든?”
“와… 드론 쇼요? 진짜 이번 콘서트에 돈을 억대로 쏟아붓고 진행하는가 보네요.”
“어. 그렇대. 나도현이 공친자잖아.”
“공친자? 그게 뭐예요?”
“공연에 미친 자. 나도현 봐 봐. 이번 한국 앙코르 콘서트 끝나면 100회 콘서트 다시 시작한대.”
“…와. 진짜 공친자라는 별명이 딱 어울리는데요?”
“그러니까.”
기자들끼리도 대화를 하면서 이번 공연에 대한 기대감을 드러냈다.
이들의 대화를 듣는 윤민혜 기자와 유하나 기자는 메신저로 그저 웃을 뿐이었다.
?선배 진짜 대박이지 않아요? 아 오늘 공연 대박 설레요
?나도현이 이 갈고 준비한 무대라니 ㅠㅠ 감동적이야 ㅠㅠ
?도현이 무대 너무 기대돼요. 이번에 신곡 공개한다는 말도 있던데
?그러니까! 신곡 공개하는 거 다 봐야지 ㄷㄱㄷㄱ
?와! 선배 티켓 다 구한 거예요?
?응 덕메 통해서 겨우겨우 티켓 다 구했지 진짜 힘들었어
?와 전 5일 차 티켓 아직도 못 구했는데 ㅠㅠ 부러워요
?5일 차 티켓 한번 구해 보자고! 다음 주까지 여유가 있으니까!
그렇게 둘의 대화는 종료됐다.
공연 시작이 얼마 남지 않았음을 알리는 듯, 도현이 여태까지 발매한 곡들의 뮤직비디오가 재생됐다.
팬들은 해당 곡들이 나올 때마다 환호를 내지르며 응원법을 따라 외쳤다.
“와. 진짜 팬들 목소리 울리는 거 대박이다.”
한 기자가 부럽다는 듯이 중얼거렸다.
그 말을 들은 옆에 있던 기자는 말을 보탰다.
“그러니깐요. 데뷔 10년 차에 대박 터져서 지금까지 이렇게 이어져 온 것을 보면… 나도현도 참 대단하고. 월드 투어도 무조건 스타디움급으로 돌고. 진짜 대단해요.”
“나도현의 삶, 한번 겪어 보고 싶다. 그런데 그거 알아?”
“뭔데요?”
기자가 옆에 앉은 기자에게 속닥거렸다.
“나도현, 일반인이랑 연애 중이래. 그래서 다른 매체에서 터뜨리고 싶어도 일반인이라 터뜨리지 않는 것이라던데.”
하필 그 뒤에 앉은 게, 유하나 기자였다.
유 기자는 속으로 비웃었다.
도현이 그 누구와도 연애 중이지 않다는 것을 잘 알고 있었기 때문.
‘도현이가 무슨 연애 중이야. 웃기는 소리들 하고 있네.’
조소 섞인 미소를 지으며 유 기자는 일에 몰두했다.
‘나도현이 음악이랑 결혼한다 했으면 내가 믿지.’
* * *
도현에 대한 발 없는 풍문이 기자단 사이에서 떠돌고 있을 무렵.
도현은 다시 한번 메이크업을 수정하고 의상을 점검했다.
“어때요? 메이크업 너무 짙진 않죠? 오늘 콘셉트에 따라 메이크업한 거긴 한데.”
그는 스태프들에게 물었다.
스태프들은 무대 조명으로 날아가는 메이크업까지 고려한다면, 이 정돈해야 자연스럽게 보일 것이라고 말했다.
“하긴. 조명이 이번에 세긴 세죠. 으… 피부가 살짝 뒤집힌 게 티가 나지 않았으면 좋겠는데.”
며칠 동안 신경을 곤두세웠더니, 도현의 피부는 살짝 뒤집어졌다.
그나마 화장으로 커버 가능한 수준이었다.
하지만 도현은 이마저도 자신이 프로답지 못했다고 생각하며 자책 중이었다.
“잠을 좀 제대로 잘걸….”
“나도현, 또, 또! 땅굴 판다!”
강호가 한마디 했다.
그 말에 도현은 답했다.
“공연 때 최상의 컨디션으로 무대에 오르는 것도 아티스트의 할 일이에요. 그런데 그렇지 못했으니까 제 잘못이 맞죠.”
“그게 바로 땅굴이라는 거야. 가끔 넌 너무 완벽하려고 그래. 그럴 필요가 없는데도 말이지.”
“팬들이 기대하는 모습으로 무대에 오르고 싶을 뿐인 것을요.”
“하여간, 한마디도 지지 않는다니까.”
강호가 혀를 내둘렀다.
“2주간 땅굴 팔 계획은 아니지?”
“그럼요. 오늘은 퇴근하자마자 푹 자고 피부 컨디션 좀 회복해야겠어요.”
“좋은 생각이야. 땅굴을 2주간 파면 그건 뭐 두더지도 아니고….”
“하하… 형 유머 감각이 꽤 늘었는데요. 두더지래.”
도현은 강호의 농담에 크게 웃었다.
“오빠, 그러다가 메이크업 지워지겠어요. 너무 큰 웃음은 자제!”
막내가 도현에게 주의를 기울이라고 했다.
도현은 알겠다며 고개를 끄덕였다.
“벌써 입가에 주름 잡혔잖아요! 다시 해요, 수정 화장.”
막내가 화장품을 들고 오더니 토독토독 두들겼다.
막내는 웃지 말라고 엄포를 놓고서는, 물러났다.
“공연까지 이제 10분 남았네요.”
“떨리지?”
“아무래도요?”
“한국 공연 이게 얼마 만이냐….”
“엄청 오랜만이죠. 월드 투어만 잔뜩 돌다가 온 느낌인데요. 팬들도 그만큼 기다렸겠고.”
“팬들, 엄청 기다렸지. SNS 검색만 해 봐도 나오잖아.”
“팬들 반응 보면서 얼른 공연하고 싶었거든요. 그런데 그 날이 결국 왔네요. 오늘 마지막 곡, 잘 어울린다고 생각해요, 형?”
“그야 당연하지. 나도현이 직접 만든 곡 중에서 안 좋은 곡이 있을 리가….”
“아니, 그런 뜻으로 말고요. 진짜 괜찮아요? 드론 쇼 할 때 부를 곡이잖아요.”
마지막 곡은 드론 쇼와 어울리는 콘셉트로 잡았다.
오늘 공연뿐만 아니라, 2주 동안 진행되는 콘서트의 마지막 곡은 드론 쇼와 잘 어울리는 곡으로 선정했다.
그렇게 심혈을 기울여서 만들기도 했고.
“기가 막히지. 나머지 곡들도 다 들어봤잖냐. 진짜 대박이다 싶다니까?”
“형 눈에만 대박인 거 아니겠죠?”
“인마! 내가 허튼 소릴 할 것 같냐!”
“혹시 몰라서 덧붙인 말이에요. 형은 늘 절 긍정적으로 보니까.”
“나도 듣는 귀가 있거든? 이제 5분 남았다. 얼른 준비해.”
“네, 형. 준비하러 갑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