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 new career singer who can read the future RAW novel - Chapter (192)
미래를 읽는 경력직 신인가수-192화(192/225)
첫날 공연을 마친 도현은 관객들 앞에서 인사를 하고 나서 울컥 차오르는 눈물을 삼켰다.
음향과 조명 사고는 예상치 못했던 것이었다.
분명 88체육관 때부터 리허설을 꼼꼼하게 진행했음에도, 이렇게 음향과 조명 사고를 맞닥뜨리게 되니 솔직히 관객들이 실망을 했을까 봐 조마조마했다.
대기실로 돌아온 도현은 다리에 긴장이 풀려 그 자리에 푹 주저앉고 말았다.
이를 본 강호가 놀라서 달려와 도현을 부축했다.
“도현아, 괜찮아?”
“아니요… 안 괜찮아요, 형.”
“그래, 안 괜찮아도 된다, 오늘은. 무대 하다가 많이 놀랐지?”
“저 진짜… 조마조마해서… 얼마나 놀랐는지 몰라요.”
“무대 아래에서 지켜보던 우리도 놀랐는데. 아마 오늘 일 있고 난 뒤 내일부터는 별문제가 없을 것이라고는 생각하는데. 그나마 다행인 건, 취재진이 오늘 온 날이라, 기사로 나도현 프로 의식 멋있다고 언급해 줬더라. 그런 기사가 수십 개 떠서 다행이야.”
“…아. 그건 다행이네요. 그래도 취재진 기사보다 중요한 건 바로 팬심이죠. 팬들이 실망하진 않았을까 너무나도 걱정이 되네요. 티켓값이 싼 것도 아니고.”
도현은 전전긍긍해했다.
얼마 만에 치러지는 한국 무대였는데, 이렇게 첫날부터 시작점이 안 좋을 수가.
집에 가면 타로 점으로 내일 무대에 대한 점괘를 봐야겠다고 생각했다.
“일단 오늘은 일찍 퇴근하자. 집에 가서도 너무 오랜 시간 끌지 말고 편안히 푹 쉬다가 내일 나오고. 알았지?”
“…노력해 볼게요.”
* * *
집으로 돌아온 도현.
욕조 가득 물을 받아서 반신욕으로 기분을 달래는 중이었다.
고운 향이 온몸에 스며들자, 기분이 조금씩 나아지고 있었다.
그러면서도, 자신이 오늘 무대에선 부족한 게 없었는지 되새기고 있었다.
“무대를 하면 할수록 무대가 어려워지는 것 같아. 무대를 하는 게 쉬워지면 좋은데. 마치 곡을 만들면 만들수록 내가 정도를 걷고 있나, 리스너들이 어떻게 들어 줄까 고민하는 거랑 같아.”
에세이를 집필할 적에도 느꼈던 기분이었다.
평범한 수필이었음에도, 글을 적을 때마다 점점 더 어려워졌다.
원고야 일찍 퇴고를 하긴 했다지만, 종종 다시 읽어 보면 부끄러운 글들이 많다.
곡을 만듦에 있어서도 그랬다.
초창기 때 만든 곡들을 지금 그나마 덜 부르는 이유 중 하나는, 지금의 곡이 더 나았기 때문이기도 했다.
“무엇이 되었든지 간에 쉬운 길이란 없다는 거, 다시 한번 느끼네.”
사고 이후 대처야 잘했다지만, 긴장을 많이 했던 터라 온몸 근육이 뭉쳐 있었다.
반신욕을 하니 그나마 뭉친 근육이 풀려 나가는 느낌이었다.
“일단 씻고 푹 자자.”
* * *
다음 날.
일어난 도현은 컨디션의 변화를 감지했다.
목이 살짝 잠겨 있던 것.
분명 편안히 잠들었다고 생각했는데… 목 상태가 어제와 달랐다.
어제 무리를 했기 때문일까?
그 사이 매니저가 도착했고, 도현은 잠실 주 경기장으로 이동했다.
평소 이동하던 것과는 달리 말 한마디 없이 있는 모습을 보며 매니저가 말을 걸었다.
“도현아. 표정이 왜 그리 심각해?”
“저… 오늘 컨디션 진짜 별로인 것 같아요… 어떡하지. 어제는 사고가 났다지만, 오늘은 목이 이렇게 잠겼는데….”
“…어, 그러고 보니 평소보다 목소리가 내려간 느낌이 드네. 괜찮겠어?”
“잠도 푹 자고, 그랬는데… 이렇게 되니까 당황스럽네요.”
“무대 잘할 수 있을 거야. 너무 걱정하지 말자.”
매니저가 위로의 말을 건넸지만, 도현은 소리를 내는 게 겁이 났다.
주 경기장에서 내린 뒤에도 도현의 출근길을 보기 위해 수많은 팬이 서 있었지만, 도현은 꾸벅 인사만 하고 안으로 들어갔다.
강호가 도현을 보고 반겼다.
“호야 형.”
“어라? 너 목소리 왜 그래.”
단번에 도현의 컨디션 이상을 눈치챈 강호는 프로폴리스 스프레이를 가져다줬다.
“이거라도 우선 뿌리자. 그래야 목 상태 조금이라도 공연 전에 낫겠지. 오늘 공연은 오후 5시에 시작인데.”
“그래야겠어요. 고마워요, 형.”
프로폴리스 스프레이를 입 안에 뿌리고 나자, 목이 조금 나아지는 듯한 기분이 들었다.
강호는 도현의 목 컨디션을 위해 가습기를 다른 대기실에서 가져와 일정한 습도도 유지해 줬다.
자신의 매니징을 담당했던 사람이라 그런지, 이렇게 섬세하게 일을 해 줄 때마다 도현은 감격스러울 뿐이었다.
강호는 정말 좋은 사람이었다.
그렇게 두어 시간 정도 지나니 목 상태가 백 퍼센트는 아니더라도, 팔십 퍼센트까지 올라왔다.
‘아직 무대에서 퍼포먼스를 펼치기엔 상태가 완벽하진 않지만… 그래도 아까 전보다는 훨 나아져서 다행이야.’
도현은 그제야 목을 풀고 노래를 하는 연습을 했다.
이를 듣던 강호는 많이 나아졌다며 흡족한 미소를 지었다.
“이야… 이제야 나도현 같네. 진짜 잘한다. 그런데, 무대에서 조금은 힘 빼고 해도 괜찮아. 어제 무대는 사고도 있었고 해서 네가 긴장해서 하느라 아무래도 목에 타격이 간 것 같은데. 알잖아. 가수는 목소리가 생명이라는 거. 그거 하나만은 잊지 말자.”
“알았어요. 형. 그래도 목소리가 많이 돌아온 것 같아서 다행이에요. 이 상태로 마지막 날까지 안 좋으면 어찌하나 생각했는데….”
도현의 목소리는 살짝 물기에 젖어 있었다.
솔직히 말하자면, 도현은 눈물이 날 것만 같았다.
“목 조금 쉬어 주고. 이대로만 잘해 보자. 도현아. 알았지?”
“네, 형. 그래 볼게요.”
“그래. 너무 많이 걱정하지 마. 걱정하면 할수록 오히려 더 긴장하게 되고 컨디션 나빠지는 거 알지?”
강호의 따뜻한 말에 도현은 눈물이 날 것 같았지만, 참았다.
* * *
공연 시작 30분 전.
나는 간만에 타로 점을 봤다.
목 컨디션이 구십 퍼센트 정도만 회복되었기에, 오늘 무대를 잘 완성할 수 있을지 걱정이었다.
착착착착?
스르륵?
카드를 섞고 스프레드하고.
그중에서 눈길을 사로잡는 카드 한 장을 꺼냈다.
[Judgement]심판 카드가 나왔다!
이를 보니 나의 긍정적인 미래를 예측해 볼 수 있었다.
혹시나 하는 마음에 카드 한 장을 더 뽑았다.
[Wheel of Fortune]운명의 수레바퀴 카드가 나온 것이 아닌가!
기뻐할 수밖에 없었다.
모든 것은 순리대로 돌아갈지니… 걱정을 하지 않아도 된다고 말해 주는 듯했다.
“휴우.”
“카드가 좋게 나온 것 같네?”
강호의 말에 나는 고개를 끄덕였다.
“진짜 좋게 나왔죠. 오늘 공연 망칠까 봐, 실수할까 봐 뽑았는데… 다행스럽게도 무사히 잘 마칠 수 있을 것 같아서요.”
“진짜 다행이다. 조마조마했겠는데. 어라?”
“왜요?”
강호가 난데없이 놀라자 나는 의아했다. 그러면서 강호 형을 쳐다봤다.
“너 목 상태, 많이 나아진 것 같은데? 이제는 평상시 목소리랑 똑같아.”
“그래요?”
“응. 너는 못 느끼겠어?”
“으음… 아아아아!”
목 상태가 정상으로 돌아온 것을 느꼈다.
이제는 백 퍼센트의 컨디션이었다. 그 이상의 컨디션이면 더 좋았겠지만, 원 상태로 돌아온 것만 해도 얼마나 감사해야 할 일인지.
“진짜 다행이에요!”
내 목소리에는 기쁨이 가득 담겨 있었다.
이틀 차 공연.
이제 성공적으로 마무리하기만 하면 된다!
* * *
관객 입장이 시작되고 빠른 속도로 객석이 채워지기 시작했다.
잠실 주 경기장 3층까지도 관객들이 빼곡하게 들어섰다.
팬들은 이렇게 콘서트가 치러질 때마다 소소한 이벤트를 준비한다.
바로 자기 자리 근처에 앉은 사람들에게 젤리, 초코바 등을 포장한 것을 나눠 주는 것.
이를 선호하지 않는 사람도 있다지만, 공짜로 준다는 데 대놓고 거부감을 드러내진 않았다.
“저기요…! 오늘 도현이 공연 중에서 ‘넓은 바다’가 나오면 외칠 응원법 프린트한 것인데요, 받아 주세요!”
공연의 수록곡 중 ‘넓은 바다’는 세트 리스트에서 최근에 빠진 적이 없었다.
이 곡이 발매된 지 어언 3년.
이 곡은 나온 지 꽤 됐음에도 아직 음원 차트에서 건재할 정도였다.
팬들은 인기를 구사하고 있는 곡임에도 응원법이 없어서 소속사에 문의를 했지만, 휴엔터에서는 공식적인 응원법을 내놓진 않았다.
보통 타이틀곡과 후속곡 혹은 커플링곡에만 응원법을 내놓으니까.
그랬기에 이번 서울 앙코르 콘서트에서는 팬들이 응원법을 만들어 프린트해 SNS부터 종이 전단지까지 홍보하는 중이었다.
도현에게 팬들이 주는 깜짝 선물이었다.
이렇게 전단지를 돌리는 사람 중에는 유하나 기자도 있었다.
유하나 기자는 자신의 덕질 역사에서 이런 행동을 처음 해 보는 것이었다.
‘…으. 얼굴 팔릴까 봐 두려운데 후드 눌러 쓰고, 나눠 주니까 다들 잘 받아 주시긴 하는데… 그래도 뭔가 걱정이 되네.’
팬으로서의 유하나와 기자로서의 유하나는 철저히 분리된 터.
그만큼 유하나 기자는 자신이 혹여라도 얼굴이 팔릴까 봐 걱정이 되기도 했다.
‘그래도 도현이가 행복할 수 있다면야. 나도현 감동해서 우는 모습은 꼭 보고야 말 것…!’
팬들이 가장 좋아하는 순간 중 하나는 바로 나도현이 감동해서 울 때였다.
도현은 생각 이상으로 눈물이 많았는데, 도현을 울리면, 울리는 맛이 있었다.
붉게 물든 눈가가 어찌나 아릿하면서도 섹시한지.
묘한 마음이 들 게 만들었다.
“우와… 전단지 직접 만드신 거예요?”
“아, 네….”
도현의 우는 순간을 떠올리던 유 기자는 뜻밖의 질문에 순간 당황했다.
“정말 감사해요! 저도 SNS에서 보고 외워 오려고 했는데 이게 안 외워져서 프린트해 올까 고민하다가 깜박하고 못 했거든요! 덕분에 이렇게 외우게 되네요!”
“꼭 해 주셔야 돼요!”
“그런데… 혹시 실례지만 나이가 어떻게 되세요? 저희 친구할래요?”
척 봐도 자신과 띠동갑 이상 차이나 보이는 해맑은 허니가 말을 걸어오자, 유 기자는 당황했다.
이 사람. 웬만한 일에는 단련이 되어 있는 유하나 자신을 당황시킬 줄 알았다.
“아, 괜찮습니다. 제가 SNS는 잘 하지 않아서요….”
“아, 그래요? 아쉽다. 이렇게 옆자리에 앉은 것도 인연인데… 그렇죠?”
‘인연은 무슨 인연이야! 제발 나를 더 부끄럽게 하지 말아 줘….’
유 기자는 대충 대꾸하고는 마스크를 더 올려서 썼다.
이제는 정말 눈밖에 보이지 않았다.
‘공연아, 얼른 시작해라! 제발!’
간절히 속으로 외칠 뿐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