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 new career singer who can read the future RAW novel - Chapter (206)
미래를 읽는 경력직 신인가수-206화(206/225)
유하나는 상당히 당황한 상태였다.
다른 인물도 아니고, 도현에게 직접적으로 연락이 올 줄은 꿈에도 상상하지 못했다.
미쳤냐고 물어 보자, 태연하게 안 미쳤다고 대답하는 모습이라니.
‘도대체 무슨 생각으로 나에게 연락을 한 거지?’
유하나는 머리를 굴렸지만, 정답은 나오지 않았다.
분명히 자신은 인터뷰에서 말했다.
가수와 팬의 거리를 유지하고 싶다고.
그러나, 도현이 먼저 그 선을 넘어왔다.
[저는 그때 도현 씨에게 의사 표현 분명히 한 것으로 기억하는데요. 기억 안 나세요?] [기억하고 있습니다. 그래서 그 선, 제가 넘어 보려고요.]‘아니, 해외에 있으면서 무슨 답장이 이렇게 빨라? 도대체 나랑 뭘 해 보자는 거지?’
유하나는 황당해서 헛웃음이 나왔다.
마침 회식 자리였다. 후배들은 그녀에게 무슨 일이 생겼냐고 질문했다.
“아, 아니야. 그냥 웃긴 걸 봐서. 다들 나 신경 쓰지 말고 마셔.”
“네. 선배.”
“알겠습니다.”
“그래도 재미있는 일 생기면 공유해 주셔야 합니다?”
유하나는 폐막식 티켓을 구하지 못했다.
그래서 못 가는 것도 있었지만, 도현의 다음 일정이 어떻게 될지 모르기에 일부러 안 가는 것도 있었다.
만약 폐막식이 끝나서 콘서트라도 하게 된다면… 주말 일정을 빼야 했으니까.
거기다가 평일에도 공연을 하는 도현이었기에, 일정을 빼야 한다는 생각에서 연차를 아껴 두려고 생각한 점도 있었다.
[저기요, 나도현 씨. 전 분명 팬과 가수의 선을 넘고 싶지 않다고 말을 했는데요? 이렇게 개인적으로 연락하시면….] [든든한 내 아군이라서, 그냥 연락해 보고 싶었어요. 다른 가수들은 보면 오래된 팬들과 사적으로 연락도 하고 지내는데, 나만 안 그럴 건 또 뭐예요. 선을 너무 심하게 긋는 거 아니에요?]‘…무슨 대답이 이렇게 빨라? 해외에 있으면서.’
“자자, 우리 팀장님. 뭔 휴대폰을 보느라 그렇게 바빠? 그만 보고 건배나 하지?”
국장의 말에 유하나는 휴대폰을 가방 깊숙한 곳에 쑤셔 넣고는 신경을 끄려고 노력했다.
그러나 술이 한 잔, 두 잔 들어가기 시작하자 그마저도 쉽지 않았다.
도현의 메시지가 왔는지 안 왔는지 궁금해지기 시작한 것.
결국 분위기가 파할 때쯤이 되어서야 유하나는 휴대폰을 꺼내서 밀린 메시지를 읽어 내려갔다.
도현은 무슨 할 말이 그렇게 많았는지, 할 말을 잔뜩 보내놨다.
[기자님, 저 궁금한 게 있는데… 지금 바빠요?] [팬으로서의 사랑에는 인간으로서의 사랑도 포함되는 개념 아닌가요? 제가 아무리 생각해도 이 점은 구분하지 못하겠어서 물어 보는 거예요.] [지금 많이 바쁘세요?] [밤이라 안 바쁠 줄 알았는데… 회식이라도 있으신 건가요?] [사실 폐막식 보러 오실 것이라고 생각했는데 못 오시는 건 티켓 못 구해서죠?] [답장이 얼른 왔으면 좋겠네요. 나 궁금한 게 참 많거든요.]“…하. 진짜 이 상대가 내가 아니라 관심 종자였으면 어떡하려고 그러니, 도현아….”
유하나는 골머리를 짚으며 이야기했다.
만약 상대가 유하나 기자가 아니라, 다른 관심 종자였다고 한다면….
큰일이 날 수도 있는 상황이었다.
도현만 그 심각성을 모르는 듯했다.
그 와중에 눈에 들어오는 질문.
인간으로서의 사랑도 포함되는 게 아니냐는 그 질문.
‘…나도현이 설마 나를 사랑하고 있을 린 없겠고… 물론 팬으로서야 얼마든지 사랑해 줄 순 있다지만, 인간으로 사랑하고 싶다는 말은 설마… 아니겠지.’
유하나는 알코올 때문인지, 아니면 도현 때문인지 머리가 지끈하는 느낌이었다.
“자, 우리 기자들. 모두 수고했어. 마지막 잔 마시고 다들 들어가자고! 내일 출근은 하지 말고 일정만 집에서 출발해. 다들 알겠지?”
국장이 선심을 쓴다는 듯 말했다.
그나마 다행이라면 다행이었다.
내일 오전 당직도 아닌 데다가, 여유를 부릴 수 있다는 것이.
“감사합니다, 국장님!”
“감사는 무슨… 당연히 이 정돈 해 줘야지. 다들 그럼 집으로 얼른 가! 더 늦기 전에!”
벌써 밤 10시가 넘었다.
저녁 6시 반부터 시작한 회식 자리가 생각보다 길게 이어졌다.
유하나는 버스를 타고 이동할까 고민하다가 택시를 선택했다.
도현 때문에 피로가 더 밀려오는 느낌이라, 얼른 집에 가서 쉬고 싶었다.
지이잉?
지이잉?
화면에 뜬 이름 세 글자.
[나도현]그에게 전화가 걸려 오고 있었다.
유하나는 받을까 말까 잠시 고민하다가 전화를 받았다.
“네. 여보세요. 유하나 기자입니다.”
[기자님, 제 메시지 봐 놓고선 왜 답장을 안 해요?]“지금 답장을 하게 생겼어요? 갑자기 그런 건 왜 물어 보는 건데요? 저랑 연애라도 하고 싶으신 거예요?”
그 말에 택시 기사가 백미러로 힐끔 유하나를 쳐다봤다.
시선을 느낀 유하나는 어떤 말을 해야 할까 고민하다가 입을 꾹 다물었다.
[전 이제 자리 잡은 지 꽤 됐잖아요. 안정적이고. 예전처럼 한순간에 나락으로 갈 상태도 아니고요. 그래서인지 더 호기심이 생기더라고요. 이쯤에서 하는 연애는 어떤 것일까. 나를 사랑해 줄 사람은 누구인가. 진지하게 고민했어요.]“…그래서 생각난 게 저라는 거예요? 내가 팬이니까 만만해 보여서?”
[아뇨. 만만해 보인 적은 단 한 순간도 없어요. 그런데… 자꾸 유 기자님이 생각나는 것을 어떡해요. 저를 진심으로 사랑해 줄 단 한 사람, 유일한 내 편이라고 생각이 되는데 그걸 어떻게 막을 수 있겠어요.”“하아… 나도… 아니, 이보세요. 내가 선을 그은 이유는, 우리가 얽혔을 때 안 좋은 말이 돌 수도 있기 때문이에요. 그리고 난 그쪽을 연애 상대로 보지 않….”
[진짜로 연애 상대로 보지 않아요? 진짜로요? 난 그게 아닐 것이라고 확신하는데. 이제는 바뀌어도 되지 않겠어요? 든든한 내 편인 건 좋은데. 난 이제 그 포지션을 바꿔 보려고요. 고루한 건 집어 치우죠.]도현은 적극적이었고, 진심이었다.
유하나는 도현이 진심을 토로할 때 어떤 말투를 쓰는지 잘 알고 있었다.
그렇기에 더욱더 할 말이 없었다.
“술이라도 마신 건 아니죠.”
[폐막식이 얼마나 남았다고 벌써 술을 마셔요. 목 관리 철저히 하는 거 잘 알고 있잖아요. 웬만해선 술 마시지 않는다는 것도 알잖아요. 나에 대해 모르는 게 없을 것 같은데.]“뻔뻔도 해라… 그래서 나에게 요구하는 게 뭐예요. 사귀자고?”
[저 한국 가면 만나요. 만나서 이야기해요. 난 기자님에게 호기심이 아주 많이 생겼거든요. 다른 사람 생각을 할 수 없을 정도로. 제 머릿속엔 기자님에 대한 호기심밖에 없어요. 팬, 홈마로서의 기자님이 아니라 인간 유하나가 어떤 인간인지 궁금해요.]“…하아… 끊어요.”
유하나가 먼저 전화를 끊었다.
그렇게 전화를 끊고 창 밖을 바라보는데, 택시 기사가 말을 걸었다.
“청춘이로구만, 청춘이야. 남자가 상당히 적극적으로 다가오는가 보네요.”
“어, 음… 뭐, 그런 것 같네요. 그런데 전 상대의 마음을 이해할 수 없어서요.”
“세상엔 원래 이해할 수 없는 것들이 많아요. 문득 외로워질 때. 내가 혼자라는 생각이 들 때. 그때가 되면 ‘이 사람만은 나를 버리지 않을 것 같다’는 사람에게 연락을 하게 되어 있거든. 그래서 손님 생각이 났나 봅니다.”
택시 기사의 말은 틀린 게 없었다.
하지만 유하나는 궁금했다.
갑자기 각성을 하게 된 이유가 도대체, 왜?
자신은 도현이 어떤 일을 해도 놀라지 않을 자신이 있었건만….
지금의 발언은 자신을 놀라게 하는 데 충분했다.
게다가 자신감 넘치게 한국 가서 보자니.
도현은 정말 자신에게 인간 대 인간으로서 다가오고 싶은 것일까?
‘…세상엔 정말 알 수 없는 일 투성이야.’
* * *
도현은 폐막식 무대를 성공적으로 마쳤다.
그는 며칠 더 있다 가라는 요청이 있었지만, 바로 입국했다.
입국하자마자 해야 할 일이 있었기 때문.
바로 유하나를 만나는 일이었다.
도현은 입국해서 집으로 가는 길, 차 안에서 유하나에게 메시지를 보냈다.
오늘 일정은 어떻게 되며, 어디서 만날 수 있는지를 물었다.
유하나는 마지못해 답장을 보내 왔다.
삼청동에서 만날 수 있을 것이라고.
삼청동은 평상시에도 사람이 많이 오가는 곳이었다.
그렇기에 도현은 자차로 유하나를 픽업해 강남의 조용한 술집으로 이동해야겠다고 생각했다.
삼청동에 도착한 도현.
유하나가 인터뷰 중이라던 곳 근처에 차를 대고 대기했다.
얼마 지나지 않아 차 근처로 오는 유하나의 모습을 발견할 수 있었다.
조수석 문이 열리고, 유하나가 주변을 두리번거리며 얼굴을 가린 채 탔다.
“빨리 가요, 빨리. 다른 기자들도 있으니까.”
도현은 정차 상태였기에 바로 차를 출발했다.
그렇게 출발한 도현.
왠지 모르게 심장이 쿵쾅거림을 느꼈다.
유하나는 자신이 수도 없이 봤던 연예인들처럼 화려하지도 않았다.
그냥 평범한 일반인이었다.
그럼에도 그 얼굴이 마음에 든 까닭은….
“기다렸어요. 기대했고요. 기자님 만날 오늘을 기다렸어요.”
“…무슨 이 시간에 버터라도 먹었나. 지금 그런 말이 나와요?”
“누나라고 부를까요, 기자님이라고 부를까요. 그것부터 택해요.”
도현은 딴소리를 했다. 그 말에 유하나는 한숨을 쉬었다.
“하… 둘이 있을 땐 부르고 싶은 대로 부르든가. 나도 편하게 말할 테니까. 도현아, 너 제정신이니? 나랑 연애하고 싶다는 게 말이나 돼? 너 지금 위치가…!”
“잘 알고 있어요. 그런데 나도 이제 연애도 하고, 무언가를 해야 하지 않겠어요? 지금까지 열애설도 제대로 난 적 없어요. 그러니까… 데뷔하고 나선 연애도 거의 안 해 봤단 소리예요. 연애란 감정이 무엇인지도 모르고 일만 하며 바쁘게 달려왔어요. 그런데 나도 사람이에요. 연애라는 것, 해 보고 싶단 소리예요. 나를 가장 믿어 주고 사랑해 줄 수 있는 사람과 함께.”
도현이 단호하게 자신의 생각을 밝혔다. 그 말에 유하나는 다시 한번 한숨을 내쉬었다.
“나였으니 다행이지, 관심 종자인 기자들이 얼마나 많은 줄 알아? 그런 사람들에게 잘못 걸렸다간, 큰일 나는 거야. 너에 대해서 괴상한 소문이 돌 것이고… 네 이미지 하락에 큰 힘을 보탤 거라고. 내가 관심 종자가 아니라는 법도 없잖아. 그런데 도대체 무슨 생각으로 나를…!”
“몇 년 동안 우리 잘 지내왔잖아요. 그러니까 믿을 수 있었죠. 나도 누나의 비밀을 지켰고, 누나도 내 비밀을 지켰잖아요. 이 정도면 상호 간에 신뢰는 쌓인 거 아닌가?”
“그게, 어떻게 그런…!”
유하나가 욱하며 말하자, 운전대를 잡은 도현은 진정하라고 말하며 입을 열었다.
“누나.”
“…왜.”
“그러니까 나 연애해 보고 싶어요. 나에게 제일 익숙한 사람 중 하나는 누나예요. 그냥 어디를 가든, 누나를 찾는 걸 보고선… 그때 생각했어요. 이 사람이 나에게 익숙하구나, 하고 말이에요. 그러니까 내 말은.”
“이상한 소리 하지 마! 나 거절할 거니까!”
유하나가 질색팔색을 하며 말했다.
그럼에도 도현은 웃음기를 머금은 채 말을 이어 나갔다.
“괜찮아요, 누나. 누나가 누구라도 상관 없어요. 나 진심으로 고백하는 거예요. 이제야 찾아온 나의 안정기에 함께할 사람은 단 한 명밖에 없다고 생각하고 고백하는 거예요. 나랑 만나 줄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