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 new career singer who can read the future RAW novel - Chapter (208)
미래를 읽는 경력직 신인가수-208화(208/225)
도현은 하나의 대답을 듣고 나서야 그 어느 때보다도 말간 미소를 지었다.
하나의 얼굴에는 복잡함과 미묘함이 뒤섞여 있었다.
“나, 솔직히 이 연애. 잘 이끌어 나갈 자신 없어. 그거 하나만은 알아 둬.”
“누나가 잘 못 하겠다고 하면 내가 잘하면 돼요. 누난 그저 나를 믿고 따라와 줘요.”
“넌 분명 팬으로서의 나, 기자로서의 나와 다른 인간 유하나의 모습을 보게 될 것이고, 실망하게 될지도 몰라. 네가 바라는 사람이 내가 아니라는 것을 알게 될 거야.”
하나의 확언에 도현은 고개를 저으며 대답했다.
“아뇨. 그러지 않아요. 몇 년이라는 시간 동안 우리는 서로를 공전하며 삥 둘러왔어요. 좁혀지지 않는 것만 같았던 거리도 이렇게 좁혀지게 되었죠. 그러니까, 우리는… 이제는 서로를 자전하면서….”
“지금 우주에 관한 곡이라도 써?”
하나는 휘황찬란한 표현에 황당해하며 질문했다.
“뭐, 그럴 계획이긴 한데… 누나에게 적극적으로 대시하는 내 마음을 담은 말이기도 하죠.”
“나도 미리 말하는 거야. 서로를 자전하고 이러기 전에, 나에게 실망할 수도 있으니까 조심하라고. 한 가지 확실히 말할 것은, 나는 기자를 그만둘 생각이 없어. 네가 그만두라고 말을 하더라도 그만두지 않을 거야. 지금까지 쌓은 내 커리어, 나는 절대 포기 못 하거든. 그것만은 알아 둬.”
그 말에 도현은 당연하다는 듯 고개를 끄덕이며 답했다.
“저도 누나가 기자를 그만두길 바라는 건 아니에요. 그러라고 할 생각도 없었고요. 그저… 누나의 세계에 인간 나도현이 더 살갑게 다가갔으면 하는 바람이에요.”
하나는 데낄라 병을 가져와 조금 더 부었다.
하나가 냉큼 마시려 하자, 도현이 얼음을 넣어 주며 천천히 마시라고 했다.
“그래도 오늘은 사귄 지 첫날인데, 너무 과음하면 재미없지 않아요?”
“…마시라고 할 땐 언제고.”
하나가 투덜거렸다.
알코올 기운에 도현의 고백까지 들으니 얼굴이 홧홧하게 달아올라 있었다.
“천천히 마셔요. 취재원이자, 연인과 함께 있는 시간이니까.”
“…너 바쁜 거 아니야? 이래 쪽도 신경 써야 할 테고, 레이블 키워 나가야 할 텐데….”
“그건 제가 다 알아서 감당해요. 누나. 지금은 오히려 덜 바쁜 시기예요. 아, 누나에게 좋은 건 한 가지 있겠다. 내 단독 기사는 누나가 다 쓸 수 있겠다는 것?”
“그럴 생각은 하지도 않았거든? 이 업계가 얼마나 소문이 빨리 돌고 그러는데… 네 기사만 주야장천 썼다간 다른 사람들이 의심하고도 남을 거야.”
“…하긴. 생각해 보니 그렇네요.”
“난 네 단독 기사를 알아도 쓰지 않을 계획이야. 그거 하나만은 알아 둬.”
“네, 뭐. 그렇게 알아 둘게요. 그게 누나가 지켜야 할 선이라고 생각한다면 이해할 수 있어요. 그런데 누나. 나 한 가지만 물어봐도 돼요?”
하나는 그게 뭐냐고 물었다.
그러자 도현이 능글맞은 웃음으로 하나를 바라봤다.
“누나 손, 잡아도 돼요?”
* * *
“도현아, 너 요새 즐거운 일이 있는 것 같다?”
“티 나요?”
매니저의 말에 도현이 너스레를 떨었다.
“너 설마… 연애라도 하냐?”
“음. 글쎄요? 이게 연애인가?”
도현은 아무것도 모르는 척 태연하게 굴었다.
그런 태도에 애간장이 타는 것은 매니저였다.
“연애하는 거 맞구만. 누구랑 하는데? 배우? 가수? 아님 방송인?”
“놀랍게도 그 셋 다 아니에요. 그냥 일반인이요. 일반인이랑 조심스럽게 연애를 해 나가고 있습니다, 형. 혹시라도 기사 터질까 봐 미리 이 정도만 언질해 드리는 거예요. 비밀인 거 아시죠?”
“…하긴. 너도 연애 안 한 지 너무 오래돼서 연애할 때가 되긴 했지. 그래서, 그 사람은 좋은 사람이야? 너는 좋은 사람 만나야 할 텐데….”
“서로 오랜 시간 지켜봐 왔어요. 그러다가 확신이 들었고요. 좋은 사람이라는 확신요. 그리고… 그 사람이 없으면 허전해하는 저를 보면서, 전 다시 한번 느꼈죠. 이 사람이 없으면 안 되겠구나, 익숙해져 버렸구나 하는 것을요.”
“어우… 닭살 돋아. 나도현에게 이런 모습이 있을 줄은 몰랐네. 워커 홀릭이라서 일과 결혼하는 것 외에는 방법이 없다고 생각했는데… 네가 이런 모습을 보이기도 할 줄이야.”
도현은 자신도 사람이라며 항변했다.
사랑에는 다양한 종류가 있고, 그중 하나인 연인 간의 사랑이 궁금해졌다고도 덧붙였다.
“…그런데 그렇게 바쁜 네 일상 속에 침투한 사람이면… 누군지 궁금하긴 하네. 나중에 소개시켜 줘.”
“결혼하게 되면요. 연애하다가는 언제 헤어질지 모르잖아요. 그러니까 그건 조금 섣부른 것 같고요.”
“결혼까지 생각하고 만나는 거야?”
“사랑의 최종 형태가 결혼이라고 생각하진 않지만, 안정적인 테두리를 생각한다면 결혼이죠. 그 사람 말고는 다른 사람을 생각해 본 적 없어요.”
“이렇게 잘난 네가 사랑에 빠진 사람이라니… 그 사람의 매력은 무엇일지도 궁금하네.”
매니저는 진심으로 궁금해 미치겠다는 표정으로 도현을 바라봤다.
하지만 도현은 그저 미소를 지을 뿐, 더 이상 자신의 연인에 대해 알려 주지 않았다.
“그런 김에 오늘 스케줄 하러 가죠. 밀린 화보 촬영하러 가는 날이잖아요.”
* * *
잡지 화보 촬영 현장에 도착하자마자 분주히 메이크업을 받았다.
아방가르드한 느낌의 화보라는데… 내가 입을 의상은 오뜨쿠뛰르에서 막 공수해 온 듯한 난해한 것들이었다.
이걸 다 소화할 수 있으려나….
자칫하다간 웃긴 화보가 탄생할 수도 있을 것 같은데.
거기다가 내 눈 위에 칠해지는 섀도우 색을 보니 굉장히 화려했다.
메이크업에만 장장 2시간이 소요됐다.
메이크업을 다 받은 뒤에 진이 빠질 정도로.
의상은 내 예상대로 명품 브랜드 옷 중에서도 오뜨쿠뛰르 의상을 공수해 온 게 맞았다.
“도현 씨. 도현 씨 프로포션이 너무 좋아서, 모델 같아서 이런 옷들로 이번 화보 준비했거든요. 어때요? 너무 아름답지 않아요?”
에디터의 말에 나는 웃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사실… 저 화보를 입고 촬영을 했다간, 웃긴 일이 벌어질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지만….
입 밖으로 내뱉진 않았다.
에디터도 나름대로 엄청난 능력을 발휘해서 옷을 얻어왔을 터.
나는 스태프가 하라는 대로 옷을 갈아입었다.
오뜨쿠뛰르 의상인 만큼 스태프들도 신경을 각별히 써서 입혔다.
옷을 입고 거울을 바라보니 이게 웬걸.
이상한 나라의 앨리스에 나오는 등장인물 같아졌다.
그것도 팀 버튼 감독 버전으로.
“도현 씨는 이런 옷도 소화하네… 역시 프로포션이 좋다니까? 몸매면 몸매, 비율이면 비율. 뭐 하나 빠지는 게 없어. 그리고… 얼굴이 다 했네, 다 했어.”
“에디터님, 감사합니다. 그렇게 말씀해 주니까 더 촬영을 열심히 해야겠단 생각이 듭니다.”
“평소대로만 해도 될 것 같아요. 사실 화보의 메인은 인터뷰니까, 화보는 적당히 찍으면 돼요.”
“네. 그렇게 하겠습니다.”
그렇게 화보 촬영에 들어갔다.
10컷에 한 번씩 화보를 점검했다.
점검할 때면 내 휴대폰으로도 찍어서 하나 누나에게 메시지를 전송했다.
읽었다는 표시는 생겼는데, 어째서… 답장이 오지 않는 것이지?
너무 난해한가?
아니면 좋아서 앓고 있는 것인가?
[누나 답장 좀 해 줘요.]결국 견디다 못한 내가 답장을 해 달라고 요청했다.
얼마 뒤, 답장이 도착했다.
[…팬심으로도 극복 불가야.]“하, 하하… 하여간, 진짜 미치겠다니까….”
“도현 씨, 왜? 무슨 일 있어요? 갑자기 웃는 걸 보니까 이유가 궁금해지네.”
사진을 확인하던 포토 그래퍼가 나에게 질문을 던졌다.
“아니요. 그냥 웃긴 일이 생각나서 웃었어요. 촬영 계속 가죠.”
누나의 메시지가 눈앞에 동동 떠다니는 것 같았지만, 나는 혼신의 힘을 다해 집중했다.
그렇게 화보 촬영만 2시간을 진행하고, 인터뷰 시간이 되었다.
이 잡지는 매콤한 맛의 인터뷰를 진행하기로도 유명했다.
그렇기에 각별히 신경을 쓸 수밖에 없었다.
화장을 지우고 다시 본연의 수수한 모습으로 돌아온 나는, 인터뷰에 응했다.
“오늘은 진짜 매운맛으로 인터뷰를 준비했거든요. 준비되었어요?”
에디터의 말에 나는 고개를 끄덕였다.
얼마나 매운 질문이 나올지 기대가 되는 터.
“해 주세요. 매운 질문.”
“자, 우선 첫 번째 질문부터 갈게요. 카더라에 따르면 도현 씨가 타로 점으로 한국의 4강 진출을 예상했다던데… 맞아요?”
“안 맵네요. 질문이. 네. 타로 점으로 4강 진출 예상한 거 맞아요. 그런데… 소문이 돌긴 돌았나 보네요.”
“그렇죠. 소문이 아예 안 나진 않았으니까? 그래서 매니저들이 배팅에 성공했다는 이야기도 들려 오더라고요. 일부러 알려 준 것인가요?”
“일부러 알려 주진 않았죠. 돈 따라고 하는 건 도박에 목숨을 걸라는 짓과 똑같은데.”
“특히, 들리는 소문에 따르면 무승부와 승리, 승리까지 맞혔다고 들었거든요. 이 역시도…?”
“아, 그건 진짜 아무 말이나 내뱉은 거예요. 진짜 우리나라가 그대로 조1위로 진출하게 될 줄은 상상도 못 했어요.”
생각보다 질문이 맵지 않아서 오히려 나는 안심했다.
진짜 매운맛이라고 강조를 하기에, 나는 내 사생활과 관련한 안 좋은 질문이라도 나오는 줄 알았다.
“그럼 두 번째 질문. 요즘 연애 중이라는 소문이 돌더라고요? 종종 목격이 된다는 소리도 있고. 사실이에요?”
…문득 하나 누나의 얼굴이 눈앞에 스쳐 갔다.
여기서는 질문을 신중히 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만나 보자고 한 것도 나였고, 피해를 입지 않을 자신이 있다고도 한 것이 나였다.
그런 만큼, 더욱 신중에 신중을 기할 필요가 있었다.
“노코멘트, 되죠?”
“보통 노코멘트는 그렇다는 뜻으로 쓰이죠.”
“예리하셔라. 에디터님. 저희 몇 년째 보는데… 이쯤이면 살살 해 주셔도 되잖아요.”
“아니, 왜. 도현 씨 워커 홀릭이다가 이제야 연애 좀 하겠다는데 팬들도 축하할 수도 있잖아요?”
“글쎄요. 팬마다 다른 거니깐요. 아무튼… 제 입장을 밝히자면 노코멘트입니다. 굳이 어떻다고 의견을 밝히고 싶지 않네요.”
“그럼 이 질문은 패스. 그래도 잡지엔 실릴 거예요. 노코멘트라고 했다고.”
나는 상관없다는 듯 고개를 끄덕였다.
노코멘트라고 밝힌 것은 연애 중이라는 소리와도 같을 수 있지만, 아니라고 생각할 팬들도 있었기 때문이다. 아예 아니라고 하는 것은 거짓을 말하는 것이기에 그건 싫었다.
“또 한 가지 질문이에요. 너무 뻔한가 싶기도 한데. 사랑 노래를 잘 쓰잖아요. 그 사랑의 밑바탕은 어디서 와요? 영감을 주로 어디서 얻는지 궁금하거든요. 팬송이면 팬송, 그냥 사랑 노래면 사랑 노래. 그 어느 것 하나 빠지지 않고 잘 써서 궁금해요.”
“흐음… 사랑에는 여러 가지 종류가 있죠. 솔직하게 말씀드리자면, 지난 몇 년간의 사랑 노래는 팬들을 생각하면서 썼어요. 팬들을 향한 감정도 다양하거든요. 이런 사랑도 있고, 저런 사랑도 있고. 그런 감정들을 밑바탕으로 삼아서 썼어요. 그래서 그런 결과물들이 나올 수 있었고요.”
거기에는 하나 누나가 한몫했다는 것을 빼놓을 수 없었지만, 굳이 그런 이야기를 덧붙이고 싶지는 않았다.
“그렇다면 또 다른 질문. 여자 친구가 이 업계 사람이라는 카더라가 돌던데 사실인가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