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 new career singer who can read the future RAW novel - Chapter (212)
미래를 읽는 경력직 신인가수-212화(212/225)
오늘의 광고 촬영은 치킨이 주제였다.
도현은 원래도 치킨 광고를 하고 있었는데, 이 브랜드에서 새로운 파닭 메뉴가 나오게 된 것.
소스와 더불어 파, 양파가 더해진 새로운 파닭 메뉴를 론칭하게 되면서 도현에게 새 광고 의뢰가 들어온 것이었다.
도현은 자신이 광고하는 만큼 종종 이 브랜드의 파닭을 먹었지만, 다른 브랜드와의 차별화가 느껴지지 않아 아쉬웠다.
그러던 찰나, 광고주를 만날 기회가 생겼고, 다른 것보다 파닭에서 차별화를 하는 게 어떻겠냐는 의견을 제시했다.
이 점이 반영되어 새 광고를 촬영하게 된 것이었다.
메이크업을 하기 전 도현은 광고 콘티를 받아서 확인했다.
‘흐음… 지난번이 간장 소스와 파가 버무려진 것이었다면, 이번에는 겨자와 간장이 섞인 소스를 밑바탕으로 신메뉴를 내놓는 것이로구나. 맛이 굉장히 기대되는걸.’
광고 촬영을 하다 보면 맛을 볼 수밖에 없었다. 그런 만큼 맛이 있었으면 하는 게 도현의 바람이었다.
일단 광고 콘티를 보니 군침이 돌았다. 굶고 오길 잘한 듯싶었다.
“도현 씨. 아이디어 적극 반영해서 새로운 파닭을 만들었어요. 우리 개발팀이 심혈을 기울인 소스거든요. 이게 겉으로는 단순하게 겨자와 간장이 섞인 것 같아 보여도… 알고 보면 전혀 아니거든요. 이 점을 강조해 주면 좋겠어요. 광고 콘티에도 대사가 들어가 있다지만, 그걸 표정과 말투로 명확하게 표현 부탁드립니다!”
광고주가 들어와 부탁했다. 도현은 혹시 먼저 맛을 볼 수 있는지 물었다.
“그럼요, 당연하죠. 곧 막내가 가져올 거예요.”
얼마 지나지 않아 막내 스태프가 양파닭 치킨을 가지고 들어왔다.
튀긴 지 얼마 안 된 것인지 굉장히 식욕을 자극하는 냄새가 났다.
“이거 순살인가요?”
“네. 애초에 양파닭은 순살로만 판매할 계획이라서요. 양파랑 파도 곁들여 먹는데 순살이 아니면 불편할 것 같단 개발팀원들의 의견을 적극 반영한 겁니다.”
“오! 좋아요. 파닭 먹으면서 뼈 발라 먹는 거, 진짜 불편했거든요.”
“우리가 도현 씨의 속마음을 잘 읽어낸 것 같네요. 어서 맛보세요. 맛에 대한 공정한 피드백 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스태프의 우렁찬 소리를 들으며 도현은 소스에 잘 버무려진 양파, 파와 순살 치킨을 입에 넣었다.
복스럽게 잘 먹는 도현의 모습을 보며 스태프들은 감탄사를 연발했다.
아직 본 촬영에 들어가기 전임에도 도현이 무척 맛있게 먹었기 때문.
“도현 씨, 맛 어때요? 우리 개발팀의 영혼이 느껴지나요?”
오물오물거리며 먹던 도현은 고개를 세차게 끄덕였다.
심혈을 기울인 소스라더니. 단순한 겨자와 간장의 만남이 아니었다.
맛의 조화가 굉장히 잘 이루어졌다. 튀김 옷에도 간이 살짝 되어 있었는데, 너무 짜지도 않고 튀김옷이 너무 두껍지도 않아 완벽했다. 이대로만 판매가 이루어진다면, 소비자들의 식욕을 상당히 자극할 듯했다.
“와… 저 이렇게 맛있는 치킨. 정말 오랜만에 먹어 봐요. 진짜 맛있네요. 정말 감탄이 절로 나올 정도예요.”
“오…! 그런 평가를 남겨 주시다니. 이 모습도 광고 비하인드로 나가도 될까요?”
“당연하죠! 오히려 광고주께서 그렇게 말씀하시니까 제가 더 열심히 먹어야겠는데요? 비하인드 풀리고 나서 양파닭의 매출이 급상승하게끔요.”
광고 제작사 스태프 한 명이 캠코더를 들고는 도현을 촬영하기 시작했다.
도현은 이 모습을 확인하고는 더욱 맛있게 양파닭을 먹어 치웠다.
아침 식사로는 꽤 느끼할 법도 했지만, 단짠의 조화가 적절하게 이뤄졌기에 굉장히 맛있게 먹을 수 있었다.
그렇게 스태프가 도현의 짤막한 인터뷰까지 따고 난 후. 캠코더가 비로소 꺼졌다.
도현은 배가 부르다며, 본 촬영을 걱정했다.
“그냥 맛만 보려고 했는데… 생각 이상으로 너무 맛있던 거 있죠. 그래서 이렇게 많이 먹게 됐는데. 너무 맛있네요. 제가 상상하던 그 맛 그대로예요. 이상적이라고 할까나… CM송도 만들고 싶은 마음이 드는 거 있죠.”
“오! 도현 씨. 그거 좋다. 그럼 현장에서 간단히 노래 만들어서 불러 줄 수 있어요? 그냥 맛 평가보다 콧노래라도 흥얼거리면서 중독성 있게 나가는 게 광고에서도 유리할 것 같거든요. 도현 씨가 그래 준다면야 우리가 너무 좋죠!”
“그럼 그렇게 가겠습니다! 광고주의 만족을 위한 것이라면, 모델인 제가 나서야죠!”
의욕이 넘치는 도현의 모습에 모두가 흐뭇해했다.
매니저는 속으로 생각했다.
저 녀석, 연애를 하더니 더 에너지가 넘치고 있다고.
확실히 성격이 더 밝아진 게 눈에 들어왔다.
이전에는 조금 차분한 편이었다면, 지금은 그렇지 않았다.
‘하긴. 쟤도 사람인데. 연애하면 기분 좋아지고 그러는 게 당연하겠지.’
* * *
광고 촬영이 끝나고 나서, 도현은 오늘 하나와 무엇을 할까 고민했다.
하나는 마침 콘서트를 두 탕이나 뛰어야 한다며 도현에게 우는 소릴 했다.
원래 오늘 열리는 콘서트만 네 팀이었는데, 그중 두 팀을 후배들에게 주고도 두 팀이 남아서 자신이 기자 간담회를 모두 돌아야 한다는 이야기였다.
그중 한 팀이 바로 이카루스였다.
도현은 현호에게 내일 초대 받아서 가기로 했기에, 조금 아쉬움이 남았다.
같은 날 하나와 함께 보기로 했다면 좋았을 텐데. 그런 생각을 했다.
하나 역시도 아쉬움을 드러냈지만, 둘이 같이 다니는 게 자꾸 목격이 되면 안 좋을 수 있다며 도현을 다독였다.
[누나, 뭐 먹고 싶은 거 없어요?]도현이 하나에게 먹고 싶은 걸 물은 이유는, 바로 요리를 해 주기 위함이었다.
도현은 요리를 잘하는 건 아니었지만, 그간의 자취 경험으로 쌓인 능력치를 발휘해 고생한 여자 친구를 위해 맛있는 것을 먹이고 싶었다.
[음… 오늘 너 치킨 촬영하고 왔다며. 나 그냥 파닭 먹고 싶어.] [오! 마침 촬영장에서 손대지도 않은 치킨 한 박스 그냥 들고 왔는데 누나 오면 그거 데워서 줄까?] [응. 굳이 요리하지 않아도 돼.]하나의 말에 마음이 편해진 도현은, 치킨 자랑을 늘어놓기 시작했다.
자신의 아이디어가 브랜드에 도움이 될 것이라며, 이번 양파닭 치킨이 론칭하고 난 뒤엔 자신의 포토 카드가 이벤트로 나갈 것이라는 내용까지 전달했다.
[나 오늘 폴라로이드 카메라 준비해 왔어. 혹시 몰라서. 너 찍으려고. 이번엔 다른 프레임 안에 너를 담아 보고 싶어서.]도현은 이야기를 듣기만 해도 기분이 좋았다.
수많은 팬의 프레임 안에 들어가는 것도 기분이 좋았지만, 하나가 이렇게 자신에게 각별한 애정을 가지고 있다는 걸 보여 줄 때마다 설레었다.
무심한 듯하면서도, 도현을 특별하게 대하는 것이 좋았다. 자신이 슈퍼스타가 아니라, 인간 나도현으로서도 존재한다는 것을 잘 알려 주는 것 같아서. 이렇게 달콤한 게 연애라면, 진작 할 것을. 진작 유하나를 설득하고 어르고 달래서 연애를 시작할 것을 그랬다고, 도현은 생각했다.
* * *
주말의 행복한 시간은 지나가고 월요일이 되었다.
오늘부터는 일정이 강행군이었다.
도현의 스케줄이 강행군이라기보다, 1호 가수 이래의 스케줄이 바빴다.
도현은 레이블의 대표로서 이래의 모든 스케줄에 동참할 계획이었다.
이래는 ‘알을 깨고 나온 새로운 세상을 맞이한 새’라는 콘셉트로 활동을 할 계획이었다.
오늘은 프로모션에 사용될 영상을 촬영하는 날.
이래의 머리카락 색은 탈색을 다섯 번 해서 백발인 데다가, 군데군데 민트색으로 포인트를 줘서 정말 새 같았다.
도현이 전적으로 참여한 콘셉트였기에, 이래의 모습을 보고는 마음에 들었다.
다만, 걱정이 되는 건 있었다.
“이래야. 탈색 많이 하면서 두피는 안 아팠어?”
“그 정도는 감수해야죠. 그래도 며칠 텀 두고 해서 괜찮았어요, 대표님. 그런데 바뀐 머리색 너무 예쁘지 않아요? 저 요즘 셀카 엄청 찍고 있어요. 나중에 데뷔하고 나서 사진 엄청 풀려고요!”
“오… 좋은데? 폴라로이드 이벤트도 할 거니까 시간 날 때마다 폴라로이드도 찍자.”
앨범을 구매하면 그 안에 랜덤 폴라로이드 사진이 들어가 있는 이벤트를 열 계획이었다.
앨범 판매량을 높이고자 하는 또 다른 전략이기도 했다.
세상에 단 하나뿐인 사진을 구하기 위한 팬들의 마음을 자극하는 그런 이벤트.
하나가 폴라로이드 카메라를 들고 와서 그런 이벤트가 있음 좋겠다고 넌지시 말을 했는데, 그것이 바로 이래의 첫 정규 앨범이자 데뷔 앨범에 사용될 프로모션으로 낙점받았다.
도현은 이래가 틈틈이 시간이 날 때마다 그녀를 폴라로이드 카메라로 촬영했다.
그리고 그 밑에 메시지를 적게 했다.
이래는 이런 이벤트가 신기한지 짤막한 편지 형식으로 폴라로이드를 꾸몄다.
“자, 이제 촬영 가자. 단발에 민트색 입히니까 진짜 요정 같네. 꾀꼬리 같기도 하고.”
“꾀꼬리는 민트색이 아니지 않아요?”
이래가 의문을 품고 말을 하자, 도현은 멋쩍은 미소를 지었다.
“그냥 그렇다고 치자. 아무튼. 오늘 콘셉트 콘티 보고 숙지했지?”
“네! 집에서 표정 연습도 많이 했어요. 매니저 언니랑 진짜 연습 많이 했거든요! 확실히 보여 드리도록 하겠습니다!”
그렇게 이래는 촬영에 들어갔다.
도현은 이 업계에서 십여 년이 넘는 세월 동안 활동한 만큼, 이래가 어느 각도로 어떻게 촬영해야 잘 나올지 깐깐하게 요청했다.
카메라 감독도 그편이 편하다는 식으로 이야기했다.
“역시 슈퍼스타의 안목은 다르다니까. 이 각도로 찍으니까 훨씬 예쁘게 나오네요. 나 대표님 안목이 선구안이라고 해야 하나….”
“우리 레이블 1호 가수의 데뷔 프로모션에 쓰일 영상인데 이 정도로는 신경을 써야죠. 안 그렇겠어요?”
도현의 말에 연출과 카메라 감독은 웃었다.
“아, 그리고 저쪽 조명 살짝 방향 틀어 주세요. 너무 직사광선으로 내리쬐는 것 같아서… 살짝 틀어서 비추는 게 나을 것 같거든요.”
“오… 그러게요. 그편이 낫겠네요. 이래 씨. 잠깐만요. 조명 다시 세팅하고 갑시다. 일단 잠깐 앉아 있어요.”
이래의 촬영은 그녀가 누워 있는 채로 진행이 됐다.
그러나 앉아 있으라는 말에 이래는 몸을 일으켜 현장 상황을 봤다.
도현의 지시에 따라 시시각각 변하는 현장을 보면서 이래는 신기해했다.
“…와. 진짜 프로로 데뷔하는 거니까 신기하네요.”
이래가 중얼거린 말을 들은 도현은 그녀에게 다가가 말했다.
“이래야. 이제 이 세계에 본격적으로 들어오게 된 거야. 익숙해져야 할 거야. 알았지? 지금이야 낯설겠지만, 이 현장이, 앞으로 다니는 현장이 너에게 하나하나의 역사가 될 거야. 그러니까 기억해. 알았지?”
“대표님. 조금 전 말씀, 완전 명언 제조기 같았어요. ‘하나하나의 역사가 될 거야’ 이 말이요. 저 기억해 뒀다가 인터뷰 때 써도 되죠? 대표님이 이런 말씀 해 주셨다고. 어차피 제 데뷔에 대표님 관련 질문이 빠지지 않을 것 같으니 말이에요.”
“당연하지. 그런데 조금 더 멋있게 포장해 주면 좋겠고. 아무튼… 이래야, 잘하자. 파이팅!”
도현은 뒤로 물러났다.
다시 촬영을 시작하겠다고 하는 말에 잠시 풀어져 있던 이래의 눈빛이 변했다.
알을 깨고 나와 새로운 세계를 맞이한 새.
낯선 공간에 대한 두려움과 호기심을 동시에 간직한 모습을 이래는 완벽하게 표현했다.
‘…내가 보는 눈이 있었군. 천상 연예인 감이야.’
도현은 새삼 감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