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 new career singer who can read the future RAW novel - Chapter (213)
미래를 읽는 경력직 신인가수-213화(213/225)
콘셉트 영상 촬영이 먼저 이루어졌고, 그다음으로는 콘셉트 포토 타임 시간이 주어졌다.
이래는 영상 촬영으로 몸을 풀어서 그런지 몰라도 앨범에 실릴 콘셉트 포토를 촬영할 때 더 자연스럽고, 자유로운 모습을 보였다. 몸을 자유자재로 잘 쓰는 것을 보니, 왜 진작 가수가 안 됐는지 의문이 들 정도였다.
쉬는 시간.
도현은 이래에게 다가가 물었다.
“이래야. 원래 꿈이 혹시… 춤 쪽이었어?”
“어? 티가 났어요? 저 한 번도 밝힌 적 없는 사실인데. 고등학생 때까지 취미로 무용했었어요.”
“어쩐지. 손을 쓰는 것부터가 남달라서 물어봤어. 잘 어울리네. 화보 촬영을 하는데, 다른 것보다도 손을 잘 사용해서 춤과 관련한 걸 배운 게 아닐까 했거든.”
도현은 자신도 아이돌 출신이었고, 실제로 연습생 생활을 거치며 수많은 이를 봐 왔기에 이런 것을 포착하는 데 있어서 매서운 눈을 가졌다.
생각해 보니 너튜브에 올라온 커버 영상에서도, 이래의 제스처는 남들과는 달랐다.
“혹시 앞으로의 활동 계획에 뮤지컬을 넣는 건 어떻게 생각해? 잘 할 수 있을 것 같아서 물어보는 거야.”
비록 짧은 경력이긴 했어도, 도현은 브로드웨이 뮤지컬에도 섰던 터.
이래가 뮤지컬을 하고 싶다고 한다면, 오디션을 보게끔 다리를 놔주는 것은 일도 아니었다.
“저야 좋죠! 뮤지컬 동아리도 했었어요.”
“뭐야. 알고 보니 가수로 완벽하게 갖춰진 존재잖아? 무용도 했겠다, 뮤지컬 동아리도 했겠다, 이런 점을 잘 부각시킨다면 더 좋을 것 같은데.”
“대표님. 그래서 제가 생각해 봤는데요. ‘위키드’가 사랑의 파멸을 그린 곡이잖아요. 그걸 대표님과 제가 안무를 짜서 하면 어떨까요? 서로를 파멸시키고야 마는 그런 모습을 그려내는 거죠.”
“오… 하긴. 가사 자체도 사랑의 파멸을 이야기하고 있으니, 여기에 그런 안무가 곁들여지면 좋겠네?”
“제 아이디어 좋죠?”
“응. 안 그래도 더블 타이틀곡으로 이 곡을 결정했잖아. 이 피디님 곡과 함께. 그 곡도 안무가 있는데, 이 곡도 나와 함께 안무를 하면 좋을 것 같아. 서로에게 얽히고설키다 종내에는 파멸시키고야 마는 그런 안무를 넣으면 좋겠다. 이것 역시 픽스. 안무 쌤에게 연락해서 이 곡 안무를 만들어 달라고 해야겠네.”
“자, 이래 씨. 다시 촬영 갈게요!”
그사이 이래는 수정 화장을 마쳤다.
스튜디오로 복귀한 이래는 조금 전까지 편한 태도로 이야기하던 모습은 잊었다는 듯 눈빛부터 달라져 있었다. 그 모습을 본 도현은 새삼 감탄했다. 이런 인재가 다른 소속사들을 거절하고 자신의 레이블을 선택했다는 게 믿기지 않을 정도였다.
이래가 촬영하는 걸 보던 도현은, 잠시 시간을 내 전화를 하러 갔다. 우선, 안무가에게 전화를 해야 했다. 이래의 데뷔가 얼마 남지 않은 만큼 ‘위키드’의 안무 제작에 걸리는 시간도 빠르면 빠를수록 좋았다.
“네, 쌤. 저예요. 나도현. 다른 게 아니라….”
그렇게 안무가에게 안무를 부탁한 도현은, 그다음 사람에게로 전화를 걸었다. 이번에는 이준혁 피디였다.
“피디님. 접니다.”
[대표님. 지금 이래 한창 앨범에 실릴 포토랑 영상 촬영 중일 텐데… 무슨 일 있습니까?]“아, 다른 게 아니라… 이래랑 이야기를 하다가 ‘위키드’에 안무가 실렸으면 좋겠다는 말이 나와서 안무가 쌤한테 부탁드렸거든요. 어떻게 생각하세요?”
[좋은 선택인 것 같은데요? 남녀가 서로의 마음을 주거니 받거니 하면서 사랑의 파멸을 노래하고 있는 곡이니만큼 그런 안무가 들어가면 좋을 듯싶습니다. 누구의 아이디어인가요?]“놀랍게도 제 아이디어는 아니고… 이래의 아이디어였습니다.”
[호오….]“포즈를 취하는데 유독 손을 잘 써서 물어보니까 무용도 했었다고 하더라고요. 뮤지컬 동아리에서도 활동을 했었고요. 어쩐지 발성부터가 남다르다 했더니… 이미 어느 정도 배운 상태였기에 가능한 일이었나 봐요. 그걸 지금 알려 줘서 뒤늦게 알게 됐지만, 향후 활동 방향은 쉽게 정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도현은 이준혁 피디에게 솔직하게 말했다.
이준혁 피디는 이래의 활동에 있어서 다양한 가능성을 열어 두고 지켜봐야겠다는 입장을 전달했다.
“네, 그렇게 하는 게 좋겠죠. 아무튼… 이 사실 말씀드리려고 전화했습니다. 바쁘시죠?”
이래의 앨범 발매일까지 얼마 남지 않은 데다, 앨범 공장에 작업을 맡기기 전 마지막 단계를 거치느라 한창 바쁜 상태이리라 생각이 들었다.
[늘 있듯 그렇죠. 그나마… 이카루스의 콘서트가 끝나고 나서는 이래한테 집중할 수 있어서 다행이라면 다행이라고 할까요.]“제가 영양제라도 사서 방문해야겠네요. 당분간 회사에 갈 일이 없지만, 그동안 제 빈자리를 잘 채워 주세요. 팀장님!”
도현의 넉살 좋은 목소리에 이준혁 피디가 웃는 소리가 들렸다.
그렇게 전화를 끊은 뒤.
도현은 오늘 저녁 만날 예정인 사람에게 전화를 걸었다.
신호가 오래가고 나서야 상대가 전화를 받았다.
“누나. 바빠요, 지금?”
* * *
저녁 9시가 되어서야 이래의 콘셉트 포토, 비디오 촬영은 끝이 났다.
이래는 넉다운 상태가 되어 있었다.
제아무리 밝은 에너지를 내뿜는 이래라 할지라도, 오늘 일정은 상당히 힘들었다.
한국에 입국한 뒤로 오늘 정도로 힘든 스케줄을 처음 겪어 봤기에 유독 힘들어했다.
도현은 매니저에게 얼른 이래를 집에 데려다주라고 부탁했다.
자신은 알아서 귀가하겠다는 의사를 밝혔다.
매니저의 눈이 살짝 가늘어졌지만, 도현은 모른 척했다.
거참, 데이트 좀 하면 안 되나?
툴툴거리고 싶었지만, 보는 눈과 귀가 많은 이곳에서 그런 말을 했다간… 업계에 소문이 나는 건 삽시간이었다.
도현은 자신의 차에 올라탔다.
운전대를 잡고 집으로 출발하기 전, 하나에게 전화를 걸었다.
하나는 휴대폰을 보며 기다리고 있었는지 바로 전화를 받았다.
[어, 도현아. 나 슬슬 졸려서 자려던 참이었어.]“안 돼. 나랑 오늘 만나기로 했잖아. 잠깐이라도 얼굴 봐요. 내가 보고 싶어 미치겠으니까.”
[…난 가끔 네가 그런 말을 나에게 아무렇지도 않게 할 때마다 놀랍다니까.]도현은 하나의 표정이 눈앞에 선명하게 그려지는 듯해서 웃음이 났다.
하나는 고양이처럼 생겼다. 쌍꺼풀 없는 큰 눈에, 살짝 올라간 눈매와 입매. 도도한 고양이처럼 생겼는데 하는 행동을 가만히 보고 있으면 강아지 같았다. 아, 욕은 아니고.
“누나가 이렇게 어색해할 때마다 더 해 보고 싶은 거 있죠. 나 이상한 성향 가진 사람은 절대 아닌데. 그냥 그래요.”
[…그래서 파주 스튜디오에서 오면 얼마나 걸리는데?]“한… 한 시간 정도? 지금은 길 막히지 않을 시간이라 그것보다 덜 걸릴 수도 있어요. 그러니까 잠들지 말기. 누나네 집 앞으로 갈게요.”
[…알겠어.]“정 졸리면 내 영상 보고 있기. 알았죠? 며칠 전에 나도현의 하트 세트 찍어 갔잖아.”
며칠 전 하나는 도현을 졸랐다. 정확히는 부탁했지만, 도현에게는 조른 기억으로 남았다.
하나의 부탁은 심심하고 고된 순간마다 볼 수 있도록 하트 세트를 해 달라는 것이었다.
그런 것에 익숙해진 도현이었지만, 막상 연인의 카메라를 보며 하트 세트를 해 주려고 하니 그렇게 수줍을 수가 없었다.
물론, 대가 없는 하트는 아니었다.
깨물 하트를 하고 나선 가벼운 키스를 나눴으니 말이다.
키스라고 보기에도 민망한 입맞춤이었지만, 하나의 온몸이 사시나무처럼 덜덜 떨렸던 기억이 나 도현은 피식 웃었다.
“아무튼… 금방 갈게요. 안전 운전하면서요. 누나, 꾸미고 기다리지 않아도 되는 거 알지? 어떤 모습이라도 다 좋으니까… 그냥 기다려 줘요.”
[…그래도 간단한 화장은 다시 하고 나갈 거거든?]“오늘은 한강 갈 거야. 강바람 좀 쐬요, 우리. 아니면 강바람 쐬면서 라면 먹는 것도 나쁘지 않겠다.”
[나 살 뺄 거야… 한강에서 먹는 라면이 맛있다지만, 진짜 참을 거거든?]“그럼 이건 어때. 한강에서 따릉이 타는 건 어때요. 그런 후에 먹는 라면은 진짜 맛있는데.”
[유혹하지 마, 나도현. 나 다이어트 중이거든?]“하하… 아무튼 얼른 갈게요. 보고 싶다.”
* * *
드디어 이래의 데뷔 쇼케이스 날이 되었다.
도현이 휴엔터 산하 레이블을 설립한 뒤 처음으로 선보이는 가수인 만큼 많은 관심을 받았다.
도현이 참석할 예정이라는 사실이 기자들에게 알려지고 난 뒤, 수많은 기자가 취재 신청을 했다.
도현은 자신의 유명세를 이용해 이래에게 큰 도움을 주려고 했다.
만약 이래가 아무것도 없는 중소 기획사에서 나왔다면, 아무런 관심도 받지 못하고 사라질 수도 있었다.
그러나, 나도현이라는 가수가 있는 이상 그렇게 묻힐 이유는 없다고 봐도 무방했다.
더블 타이틀곡인 ‘위키드’에서 도현과 이래가 안무까지 선보인다는 소식이 덧붙여지자, 기자단은 열띤 취재 열기를 보였다.
“후하, 후하… 대표님. 어떡해요. 나 갑자기 ‘위키드’ 안무가 기억이 안 나요.”
화려한 무대 화장을 한 이래.
스타일링까지 모두 마치고 리허설도 한 상황이었다.
리허설도 여유롭게 해서 괜찮은 줄 알았는데 아니었나 보다.
이래는 매우 긴장한 기색을 감추지 못하고 있었다.
“안무 다시 보여 줘?”
“네! 보여 주세요. 저 안무 숙지 다시 해야 되나 봐요… 안 떠는 줄 알았는데, 너무 떨려요. 오늘 오후 6시면 제 데뷔 정규 앨범이 나온다는 게 믿기지도 않고요… 심지어 선주문량이 10만 장이었다면서요. 제가 어떻게 그런 인기를 누리나 싶기도 하고….”
이제 막 데뷔하는 신인이 앨범 선주문량이 10만 장이라는 소리는 잭팟이 터졌다고 봐도 무방했다.
물론 이 앨범에 도현의 손길이 닿지 않은 곳이 없었기에, 도현의 팬들이 의리로 사 준 것도 한몫했다.
그럼에도 대박이었다.
“자, 그럼 안무 보여 줄 테니까 바로 따라 하기. 거울 안무잖아. 너랑 내가 서로를 미러링하는 안무. 이 점은 잊지 말고, 따라해 보자.”
도현은 긴장해서 아무것도 못 하겠다는 이래를 어르고 달래가며 안무를 다시 한번 숙지하게 시켰다.
그러는 사이 홍보 팀장이 들어왔다.
“와, 대박! 무슨 가요 출입처 기자 중에 팀장급들이 신인 데뷔 쇼케에 이렇게나 많이 왔는지 모르겠어요.”
뜨끔.
도현은 내심 뜨끔했다.
오늘 하나가 이 일정 취재를 사수하기 위해 국장과 한판 떴다는 이야기를 듣기도 했던 터.
국장은 굳이 신인 취재에 팀장급 기자가 갈 일이 있냐고 물었고, 하나는 나도현이 나오는 만큼 자신이 가야 한다고 주장했다. 결국 다른 후배 기자들이 인터뷰 일정 같은 걸 소화하게 되었고, 도현이 나오는 이래의 일정은 하나가 올 수 있었다.
물론, 하나 외에도 그녀와 친한 팀장급 기자들이 우르르 취재 온다는 이야기를 사전에 듣기도 했다.
“아, 그래요? 팀장급들이 그렇게나 왔어요?”
“웬만해선 신인 데뷔 쇼케이스에 그렇게는 안 오거든요. 오늘 동시간대에 다른 일정도 있어서 당연히 안 오겠지, 했던 분들이 죄다 등장을 했어요. 세상에나… 도현 대표님이 나온다고 해서 그런가 봐요.”
“…그런가?”
도현은 아무것도 모르는 척 고개를 갸웃했다.
“아무튼 좋은 일이네요. 이래야, 들었지? 오늘 잘해 보자.”
“…그런데 어떡해요. 나 진짜… 못 하겠어요… 그렇게 연습 많이 했는데 아무것도 기억이 나지 않아요….”
이래가 울먹이며 말했다.
비상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