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 new career singer who can read the future RAW novel - Chapter (215)
미래를 읽는 경력직 신인가수-215화(215/225)
석원은 계약서에 서명을 했다.
도현은 조금 더 신중하게 보라고 했지만, 석원은 이미 중요 사항은 다 읽은 것 같다며 사양했다.
“대표님께서 독소 조항 넣지 않았다는 것도 확인했고, FA 기간에 정식으로 더 드리머 레이블과 함께하기로 한 것이니… 이전 소속사와 약속을 어긴 것도 아니게 되겠죠. 더 신중할 이유는 없는 것 같아요. 형. 대표님이라 부르려니까 갑자기 소름이….”
“공적인 자리에서나 대표님이라고 부르면 되지. 사실 나도 대표님 소리 들을 때마다 적응이 안 되긴 하더라.”
도현이 솔직하게 털어놓았다. 대표가 맞긴 했지만, 대표님 소리를 들을 때마다 왠지 모르게 수줍어지는 게 사실.
“그렇다면 사적인 자리에서는 형이라고 부를게요. 아니다, 형이랑 방송 같이 나가게 되면 뭐라고 불러야 하지? 나 벌써 그것부터가 걱정되는데.”
“그때도 형이라 부르는 게… 아니다, 대표님이 나은가?”
둘은 앞으로 일어날 일을 미리 걱정하고 있었다.
“그런데… 이렇게 지금 걱정할 것보단 우선 작업을 어떻게 하느냐, 어떤 콘셉트가 어울릴까 생각해 보는 게 좋지 않을까.”
도현은 가장 중요한 사실을 짚었다.
지금은 호칭 문제가 중요한 것이 아니라, 어떤 식으로 작업을 할 것이며, 어떤 콘셉트로 앨범을 낼 것인지 생각하는 게 더 낫겠다는 판단이었다.
“그러게요… 흐음. 일단 팬들이 저를 부를 때 숨겨진 진주 같았다고 표현을 많이 했거든요.”
“응. 그건 나도 알지. 너랑 월간 도현 했을 때 반응 같은 걸 자주 찾아봤으니까. 내가 널 내 레이블로 영입을 한 것도 바로 그 때문이지. 진주를 세상 밖으로 꺼내기 위해서.”
“오! 형, 저 감동이에요… 그렇게 말해 주니까 저 진짜 소중한 사람이 된 것 같고….”
“틀린 말은 아니잖아. 레이블 대표로서 내가 각오했던 게 하나 있어. 나처럼 빛을 못 보고 있는 후배들을 양성하자는 것. 그거였거든. 넌 그 조건에 딱 부합했지. 솔직하게 말해서 조금은 따끔할지도 모르겠지만.”
그 말에 석원은 틀린 말이 아니라고 하며 말을 이었다.
“맞는 말이잖아요. 솔직히 어느 누가 그룹 안에 있을 적의 저를 잘 알아주겠어요? K팝 팬들 아니면, 제 보컬이 어떻다는 것도 잘 모를걸요. 그래서 전 조바심이 나기도 했어요. 표준 계약 7년은 다 지키고 나왔다지만, 이대로 어딜 가야 나를 알아줄까? 이런 생각 많이 했어요. 이러다 이도 저도 아닌 상태로 묻혀 버릴까 봐 두려웠어요.”
도현 역시 긴긴 무명 시절을 지내면서 생각했던 것이었다.
석원의 말을 듣던 도현은, 문득 더 드리머와 석원의 합을 타로 점으로 보고 싶어졌다.
“오랜만에 타로 점이나 볼까. 우리 레이블과 너의 합. 얼마나 좋을지 기대가 되는데.”
“오…! 좋아요. 한번 봐요!”
도현은 거실을 가로질러 가서 가방 안에 있던 타로 카드를 꺼내 왔다.
보들보들한 무릎 담요를 깔고 그 위에 카드를 셔플한 뒤 스프레드 했다.
“자, 뽑아 봐. 한 장. 너 한 장, 나 한 장.”
석원은 신중한 표정으로 카드를 한 장 골랐다.
이어서 도현 역시도 눈에 들어오는 카드를 골라서 석원의 카드 옆에 놨다.
“일단 네 카드부터 보자.”
[The Lovers]“이야… 연인 카드가 단번에 나오다니. 굉장히 합이 좋을 거라고 하는데?”
“제가 카드 잘 뽑은 거 맞죠?”
“응. 잘 뽑았네. 그럼 내 카드 뒤집어 볼게.”
[Four of Wands]“와. 이 카드 뭐예요? 플래카드 걸어 놓은 것 같이 생겼는데.”
“어, 이건 연애적으로 보자면 결혼 같은 좋은 일을 의미하는 카드고. 일적으로 보자면 좋은 계약이 성사될 것이라는 뜻이 담긴 카드야.”
“와! 그럼 형이랑 저랑 둘 다 좋은 카드 뽑은 거네요? 생각만 해도 좋다아!”
석원이 한껏 신난 모습을 보였다. 이에 도현은 푸스스 웃었다.
“그렇게 좋아?”
“그럼요.”
지이잉?
지이잉?
때마침 석원의 휴대폰이 울리기 시작했다.
[이카루스 현호]정직하게 저장된 이름을 확인한 석원.
전화를 받았다.
[뭐야. 왜 이렇게 전화를 늦게 받아?]“야야. 현호야! 나 드디어 더 드리머 레이블이랑 계약했다. 지금 도현이 형네 펜트하우스야. 너도 올래? 숙소 이 근처잖아.”
도현은 옆에서 현호도 올 수 있으면 부르라고 손짓했다.
그걸 본 석원은 적극적으로 현호에게 오라고 말했다.
“너 최근에 콘서트도 했고, 아직 한국 아니야? 한국이니까 전화했겠지만… 심심하기도 할 테니, 놀러 오는 게 어때?”
[도현이 형은 허락했고?]“응. 지금 너 시간 되면 얼른 오라고 하는데?”
[오키. 그럼 곧 갈게.]전화가 끊겼다.
“형, 현호도 곧 온대요. 이카루스 숙소 이 근방이니까 금방 올 것 같아요.”
“그럼 오랜만에 한잔할까? 맥주, 위스키, 와인. 주종은 뭐로 할래?”
“음, 축하의 자리에는 역시 와인이죠! 맥주도 마시고 싶지만, 축하를 기념해서는 역시 와인이 낫지 않을까 싶네요.”
도현은 와인 냉장고로 가서 아껴 두고 있던 와인을 두 병 꺼내 왔다.
와인잔을 세팅하고 얼마 지나지 않아, 벨이 울렸다.
“어. 현호 온 거 같은데… 문 열어 줄래?”
“네, 형!”
석원이 인터폰으로 다가가선 문을 여는 버튼을 눌렀다.
그러자, 곧이어 현호가 현관 안으로 들어섰다.
“이야. 현호, 오랜만이다. 너 요즘 바빠서 얼굴 못 본 지 꽤 됐네. 이 자리가 몇 개월 만인 거 아냐?”
석원의 말에 현호는 웃었다.
“과장은. 지난주에도 봤잖아.”
“농담 좀 한 걸 가지고, 자식이.”
“도현이 형은 어디 있고?”
그 말에 도현이 와인과 와인 잔을 들고선 나타났다.
“나 여기. 누가 와인 잔 좀 받아 줄래? 이러다 떨어뜨릴 것 같아서 아슬아슬한데.”
현호가 재빠르게 도현에게 가선, 와인 잔을 받았다. 손가락 사이사이에 끼워진 와인 잔을 떨어뜨리지 않고 꺼내려고 노력했다.
하지만….
쨍그랑!
노력이 무색하게도 한 잔을 깨 먹고 말았다.
“다들 조심. 다치지 않게. 우리 소중한 가수님들께선 가만히 있으시지요. 집주인인 내가 정리할 테니까.”
“형, 죄송해요… 비싼 잔 같아 보였는데….”
“아니야. 싼 잔이야. 그것보다 다친 덴 없고?”
“네. 다친 덴 없어요. 와인 병 안 깨 먹은 게 그나마 다행이라고 해야 하나….”
현호가 중얼거리는 말에 도현은 석원과 현호를 안심시키곤 유리 조각을 치우기 시작했다.
다친 사람이 없어서 다행이었다.
그렇게 유리 조각을 모두 정리한 후에야 술자리는 시작될 수 있었다.
“혀엉… 나도 더 드리머 레이블 들어가면 안 돼요? 이카루스를 더 드리머 전속으로 바꿀 수 없나… 회사에 건의해 주면 안 돼요?”
술이 조금 들어가자 현호가 애교를 부리며 졸랐다.
“이카루스도 잘되고 있는데 갑자기 더 드리머 레이블에 들어오고 싶다고?”
“저희 애들이 다 더 드리머로 오고 싶어 해요. 형이 있으니깐 든든하겠다고.”
“농담은. 아직 한창 뜨고 있는 그룹인데, 갑자기 더 드리머로 레이블 바꾸면 팬들 항의가 빗발치지 않겠어?”
그러자 현호가 “그건 또 그렇네요”라며 고개를 끄덕였다.
석원은 자기처럼 표준 계약이 다 끝나고 난 후에 더 드리머 레이블에서 보자고 현호에게 말했다.
“그런 김에… 석원아, 한 가지 생각이 떠올랐는데. 새 출발이잖아. 본명인 석원으로 활동하는 것도 좋겠지만, 활동명을 새로 지어 보는 건 어떻게 생각해?”
도현의 제안에 석원은 흠 소리를 내며 고민에 잠겼다.
“형, 저는 그 의견 찬성이요! 석원이라고 하면 뭔가 한눈에 확 들어오지 않는 느낌이 든다고 해야 할까요.”
현호가 적극적으로 찬성 의견을 냈다.
그 말에 석원은 다시 한번 고민했다.
“…본명으로 활동하는 것도 좋지 않을까요? 이름이 확 들어오진 않아도 아무래도….”
석원은 소심하게 자신의 의견을 말했다가, 이내 이 의견을 접었다.
“아니에요. 생각해 보니까 활동명을 따로 두는 게 새 출발을 위해서도 좋을 것 같아요.”
“그래. 그럼 우리 셋이서 머리를 굴려서 활동명을 지어 보자.”
도현이 적극적으로 현호와 석원을 리드했다.
현호와 석원은 아이디어를 이것저것 내기 시작했다.
SW 같은… 소프트웨어의 약자를 떠올리게 하는 것도 나왔지만, 이는 후보군에서 곧 사라졌다.
그리고 한 시간이 지났지만, 정해진 것은 없었다.
이야기는 곧 잡담으로 흘렀기에 즐거운 수다 시간이 되었다.
“활동명은 추후에 생각하도록 하죠. 지금 생각한다고 당장 앨범 낼 것도 아니니까 말이에요.”
셋 중 주량이 가장 센 석원이 말을 정리했다.
이에 살짝 알딸딸하게 취한 도현이 고개를 끄덕였다. 현호는 거의 반쯤 눈을 감고 있는 상태였다.
“그래, 그렇게 하도록 하자. 와인 몇 잔 안 마셨는데 취기가 이렇게 확 올라오냐….”
“형, 그동안 이래 데뷔에 시간을 쏟느라 잠을 못 자서 그런 거 아니에요? 오늘만 해도 당장 이래 언론 쇼케이스에서 무대 하고 왔잖아요. 형도 적잖이 긴장을 했을 것 같은데.”
석원의 말에 도현은 그 말이 맞는 것 같다고 했다.
“언론 쇼케이스 전에 이래가 자긴 못 하겠다는 거야. 그걸 보니까 나 데뷔할 때가 생각나더라. 나도 처음에 기자들 앞에 선다고 하니까 굉장히 겁이 나고 두려웠거든. 그때 생각하니 이래 마음이 어떤지 이해가 잘되기도 하고….”
“결국 잘 해낸 것 같던데요? 영상 올라온 거 보고 저 기립박수 쳤잖아요.”
“기립박수까지야… 아무튼 잘하더라고. 소심한 성격인 줄 알고 놀랐는데, 의외로 담대하고 타고나길 연예인으로 타고난 것 같더라. 나처럼 노력파와는 현저히 다른 타입이야.”
“에이, 형이 노력파면 저희들은요.”
현호는 졸리다며 소파 위로 엎어져 잠들었다.
석원만이 도현의 말 상대를 해 주고 있을 뿐이었다.
“너희들은 타고난 재주가 있잖아. 난 그나마… 그나마 노력해서 갖추게 된 게 많지. 지금 자리에 올라오는 것도 어쩌면 운이 따라 줬기에 가능하지 않았을까 하고 늘 의심을 해. 그거 알아?”
“어떤 거요?”
“내가 가진 것에 대해서 끊임없이 의심하지 않으면, 도태되고 마는 거. 난 그게 두렵다, 석원아. 내가 언젠간 이 업계에서 도태될까 봐. 추락하게 될까 봐. 이건 누구한테도 말하지 않은 건데 너한테는 이런 이야기가 속 편하게 잘 나오네….”
석원은 도현의 말에 공감을 표했다.
자신 역시도 도현과 같은 감정을 느끼고 있기에 공감할 수 있었다.
“저도 마찬가지예요, 형. 사실 전 소속사랑 계약 만료하기로 했을 때 너무 겁이 났거든요. 그런데… 형이 때마침 레이블을 설립해서 저를 구원해 주셨어요. 추락하는 게 아닐까, 이대로 잊히는 게 아닐까 싶었거든요.”
“그런 걱정은 말고. 내가 있는 한, 내가 버티고 서 있는 한 잊히지 않게 해 줄게. 더 높이 날아올라 보자. 아까 타로 점도 좋게 나왔잖아. 내 타로 점은 단 한 번도 어긋난 적이 없거든. 그러니 날 믿어. 내가 더 높이 날 수 있게 해 줄게.”
“감사합니다, 형! 늘 감사하고, 또 감사해요. 듣보 가수였던 저를 이 정도까지 끌어올려 놓은 것만으로도 형은 대단한 사람이에요. 이제… 더 드리머와의 계약 기사가 나가게 되면 더 많은 관심을 받게 되겠죠?”
“응. 그럴 거야. 그러니 날아오를 준비만 해. 난 준비돼 있으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