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 new career singer who can read the future RAW novel - Chapter (217)
미래를 읽는 경력직 신인가수-217화(217/225)
도현의 진득한 진심이 우러나오는 말에 석원은 더 이상 자신이 참견하지 않는 게 좋겠다는 생각을 했다.
이미 둘이 만나고 있으니, 더 좋은 인연이 되길 바랄 뿐.
어떤 일을 함에 있어서 신중한 도현의 성격을 알았기에, 석원은 더는 말을 보태지 않았다.
“형이 선택한 분이니 좋은 분이겠죠. 그럴 거라고 생각해요. 제가 더 참견하는 건 예의가 아닌 것 같고요. 잘 만나시길 바랄게요!”
“고마워. 기회가 되면 소개시켜 줄게. 어쩌면 생각보다 빨리 소개시켜 줄 수도 있겠다.”
“으음? 그건 무슨 뜻이에요?”
“아니야. 그냥 넘겨. 아무튼… 네 앨범 콘셉트는 정해졌으니 이대로 작업에 들어가기만 하면 되는 것 같아.”
“제 생각에도요. 총괄 프로듀서님이랑도 대화를 나눠 봐야 알겠지만, 지금 잡은 콘셉트 구체화 시키면 굉장히 좋을 것 같아요.”
석원은 어떤 콘셉트로 연작을 할지 벌써 머릿속에 구상해 놓은 상태였다.
도현은 석원이 적극적으로 나서는 모습을 보면서 흐뭇했다.
자신이 지켜봐 온 석원의 모습이 제대로 본 게 맞다는 안도감 때문.
자신의 일에 있어서 열정적인 데다, 성실하기까지 했다.
도현이 한 가지 굳게 믿고 있는 게 있었다.
어떤 일을 꾸준히 성실하게 해 내는 사람이 열정적이기까지 한다면 언젠가 올 기회를 반드시 잡고야 마리라는 것.
석원은 그 기회를 잡을 준비가 되어 있다고 생각했다.
“A&R팀이랑도 이야기를 나눠 보고 기획 팀이랑도 이야기를 해야겠지만 아무튼 마음에 드네. 석원아. 딱 지금처럼만 가자. 활동명은 생각해 봤는데… 엑스 어때?”
“으잉? 엑스요?”
“원래 용어는 데우스 엑스 마키나. 이건 너무 기니까, 엑스로만 부르는 거지. 데엑마라고 부르기에도 좀 그렇고. 덱마라고 지을까?”
“무슨 개념인진 알아요. 덱마도… 나쁘진 않은데… 석원과 덱마 중에 고르라면… 음. 형, 죄송합니다. 덱마는 아닌 것 같아요. 엑스는 검색하기에 너무 어려울 것 같고. 검색이 쉬운 거로 가시죠.”
도현은 조금 전 말을 내뱉고도 자신이 너무나도 초보 같은 생각을 했다고 생각했다.
“그러면 데우스 어때.”
“오. 차라리 데우스 또는 마키나 둘 중 하나가 나은 것 같아요. 그중에서 고르라면 전 데우스요. 아니면 엑스 마키나도 괜찮지 않아요? 뜻을 생각한다면 엑스 마키나로 줄여 부르기도 한다니까 그것도 괜찮을 것 같은데요.”
석원의 말에 잠시 고민하던 도현.
“안 되겠다. 타로 카드로 데우스, 마키나, 엑스 마키나 셋 중에 투표를 해 보자.”
도현은 가방에서 타로 카드를 꺼냈다.
그런 다음 셔플을 하고 스프레드 했다.
각각 데우스, 마키나, 엑스 마키나에 맞게 한 장씩을 뽑았다.
데우스에서는 [Ten of Wands]가 나왔다.
혼자서 열 개의 지팡이를 짊어지고 가는 힘든 형상이었다.
‘흐음… 이건 아니라는 뜻이로군.’
두 번째, 마키나에서는 [Five of Pentacles]가 나왔다. 이것도 결핍을 뜻하는 카드.
마지막 카드를 뒤집었다.
엑스 마키나에 대한 타로 카드의 답변은 [Death]였다.
“형… 제가 보기에 셋 다 안 좋은 카드로 보이는데요… 맞나요?”
“아니. 엑스 마키나, 그거로 가자. 죽음 카드가 겉으로는 죽어 있다는 의미를 지니고 있지만, 이게 어떤 일이 끝나고 새로 시작한다는 뜻도 있거든. 그러니까, 새 출발을 엑스 마키나로 하는 너에게 굉장히 잘 어울린다는 소리로 보인다. 타로 카드는 한 가지 해석만 있지 않거든.”
결과적으로 타로 카드의 답변이 [Death]였기에 도현은 엑스 마키나를 적극 추천했다.
이에 석원도 엑스 마키나로 활동명을 정하겠다고 답했다.
“엑스 마키나. 잘 부탁해.”
두 사람은 악수를 나눴다.
“엑스 마키나. 뜻도 좋은 것 같아. 파국이나 수습하기 어려울 정도로 꼬인 이야기, 혼돈 속에서 신처럼 이야기를 한 방에 뒤집을 수 있게 만드는 장치를 가리키는 말이잖아. 네가 가요계에 그런 존재가 되었음 좋겠다, 석원아.”
* * *
이래의 3주간 활동은 여자 솔로 가수계에 새로운 지표를 남겼다.
앨범 초동 판매량은 예상했던 것보다 2배 높은 20만 장 가까이 팔렸다.
여기에는 랜덤 폴라로이드 100장이 들어가 있다는 것부터가 프로모션 면에서 성공적으로 작용했다.
그뿐만 아니라, 이래와 도현이 부른 ‘위키드’는 3주 동안 단 한 번도 음원 사이트 일간 차트에서 1위에서 내려오지 않았다. 내로라하는 가수들이 컴백했음에도 1위 자리를 굳건히 지킨 것.
이래는 활동을 끝내자마자 명품 브랜드의 앰배서더로 발탁되는 기염까지 토했다.
여자 솔로 가수는 성공하기 어렵다는 공식을 한 번에 깨버린 것이었다.
연습생 기간이 짧았던 데다, 너튜버 출신이라는 것까지 더해지며 이래를 롤모델로 삼아 신인을 발굴하려는 소속사들도 많아졌다.
도현은 이래의 차기 싱글 준비에 들어갔다.
이래는 가요계가 그토록 찾아 헤매던 인재였음을 확인했기에, 대중의 갈증을 빠르게 해소시킬 생각이었다.
그렇게 작업실에 틀어박힌 채로 작업을 하던 도현.
[지금 작업 중이야?]하나에게 연락이 왔다. 얼굴을 못 본 지 일주일 정도 지났다.
하나는 팀장이었고, 한 명은 대표였으니… 시간대가 맞으려야 맞을 수 없었다.
늦은 밤이 그나마 서로 맞는 시간대였으나, 하나는 모든 것을 조심스러워했다.
자신의 존재가 혹시나 도현에게 피해가 되는 것일까 염려했다.
도현은 이제 자신에게는 예전처럼 사생들이 많이 붙지 않는다고 안심해도 된다고 했지만, 하나는 혹여나 피해가 갈까 봐 사진과 영상을 찍어 올리던 SNS 팬 계정까지 윤민혜 기자에게 넘기며 조용한 덕후로 돌아갔다.
도현은 하나에게 전화를 걸었다.
지금 시각은 오후 5시 30분.
하나는 오늘 오후 일정 이후 일찍 퇴근한다고 했다.
지금쯤이면 퇴근했을 시각이었다.
작업에 몰두하느라 시간이 흐르는 것도 느끼지 못했다.
살짝 미안한 마음이 들었다.
“…응. 누나. 취재는 끝났어?”
[응. 아까 끝났지. 오후 3시 일정이었거든. 마감도 다 쳤고, 오늘은 당직도 아니라서 집에 일찍 가서 쉬게.]“그럼 만날래요? 우리 못 본 지 벌써 일주일이나 됐어.”
[너 작업하느라 바쁘잖아.]“작업은 작업이고, 누나 만나는 건 누나 만나는 거지. 내가 졸라서 만나 달라고 했는데 누나를 외롭게 두는 건 예의가 아니라고 생각해. 그리고… 다른 것보다 결혼을 전제로 만나는 중인데. 내가 그러면 안 되지요.”
[쿨, 쿨럭… 결혼 이야기는 할 때마다 왠지 모르게 소름이 오소소 돋는데 기분 탓일까….]그 소리에 도현은 웃었다.
가끔 이렇게 덕후 같은 면모를 볼 때마다 웃음이 날 수밖에 없었다.
하나의 이런 점은 매우 귀여웠다.
귀여우면 답도 없는 것이라던데.
푹 빠져도 너무 푹 빠진 것 같았다.
“내가 갈게요, 누나 집에.”
[뭐어어어? 우리 집에? 청소도 안 해 놔서 지저분… 그보다 덕후 존이 들키면….]덕후 존이란, 덕후들이 덕질 물품을 꾸며 놓은 공간을 의미한다.
하나는 자신이 도현을 덕질 하는 게 부끄럽진 않았지만, 그 주인공에게 방을 보여 주기엔 괜히 쑥스러웠다.
“괜찮아요. 누나가 내 덕후인 거 잘 알고 있고. 나도 누나의 덕후인데요. 뭐. 우리 피차 서로의 덕후인 셈이니까. 걱정 말고 있어요. 집으로 갈게. 오늘은 누나 얼굴 꼭 봐야겠어.”
도현은 작업 중이던 걸 확실하게 백업까지 해 둔 다음 집에 먼저 들러서 옷을 갈아입었다. 요 며칠 작업에만 몰두하느라 트레이닝복 차림이었다.
하나가 제아무리 자신의 여러 가지 모습을 보고 좋아해 준다고 하더라도, 트레이닝복을 입고 만나러 갈 생각은 없었다.
그렇게 깔끔하게 옷을 갈아입은 도현은 하나의 집으로 출발했다.
그런데….
백미러를 힐끔 보던 도현은 뭔가 이상한 느낌을 받았다.
뒷차가 낯익었다.
어디선가 본 듯한 차였다.
그리고 계속해서 자신과 가는 방향이 같았기에, 의심이 더 들 수밖에 없었다.
‘…설마 기자 붙은 건가.’
그런 생각을 한 도현은 속도를 올렸다.
그러자 뒷차 역시도 속도를 올려 도현에게 따라붙었다.
그제야 도현은 확신할 수 있었다.
건수를 잡겠다고 저러는 거구나, 싶었다.
요즘 기자들은 일반인과의 열애설도 아무렇지 않게 터뜨렸다.
자신이야 열애설이 나면 그만이라지만, 하나에게 피해를 주고 싶진 않았다.
도현은 정지 신호 때 블루투스 이어폰을 끼고는 하나에게 전화를 걸었다.
“어, 누나. 나 지금 기자 붙은 것 같아요. 그래서 조금 늦게 도착할 것 같아.”
[휴우… 하여간 열애설 같은 기사는 왜 쓰고 싶어 하는지 모르겠어. 연예인도 사람인데. 나도 이 업계에 종사하지만 그런 거 정말 싫어. 그리고 운전 조심히 하고. 늦게 와도 괜찮으니까. 알았지?]“응. 조심할게요. 걱정 마요.”
짧은 통화를 마친 후 도현은 급하게 유턴을 했다.
근방 지리는 잘 알고 있었기에 차가 따라붙지 못하도록 골목 사이로 들어가 요리조리 피했다.
자신이 소유한 것 중 국산 브랜드 차는 기자들이 모르고 있을 것이라 생각했는데… 알고 있을 줄이야.
‘시간 되면 이 차를 팔고 새로운 차를 사들이거나 해야겠어. 들킨 이상 이대로 갈 순 없을 테니 말이야.’
도현은 백미러를 계속해서 힐끔거리며 확인했다.
자신을 쫓아오던 SUV 차량은 어느새 시야에서 사라지고 없었다.
다행이었다.
그렇게 도현은 안심을 하고는, 시간 차를 조금 뒀다가 다시 하나의 집으로 향했다.
하나의 집에 가는 동안, 방해 받을 만한 요소는 없었다.
기자들이 다시 나타나지도 않았고, 사생 택시도 붙지 않았다.
그렇게 무사히 하나네 집에 도착한 도현은, 주차를 마치고 익숙한 현관 비밀번호를 누르고 엘리베이터에 탑승했다.
그러면서도 건물 아래를 쳐다보며 쓸데없는 사람들이 붙진 않았을까 살폈다.
아무도 없었다. 고요할 뿐이었다.
“…휴. 다행이다. 진짜 다행이네… 내가 수도승도 아니고 연애쯤이야 할 수도 있지. 하여간 별걸 다 캐내려고 해. 지긋지긋하게.”
툴툴 대던 도현은 하나의 집이 있는 층에 도착했다.
다른 집에 방해가 될까 봐 벨은 누르지 않았다.
어차피 벨을 누르지 않아도 비밀번호를 알고 있었다.
도어록을 올린 뒤 비밀번호를 입력하자 안에서 우당탕 하는 소리가 들렸다.
“왔… 왔어?”
하나의 원룸 한구석이 천으로 잔뜩 가려져 있었다.
도현은 그 구역이 바로 덕후 존이라는 것을 알아차리고 말았다.
“누나, 너무 어설프게 가려 놓은 거 아니야? 너무 티가 나는데….”
“모른 척해 주면 안 돼?”
하나가 살짝 애교 섞인 목소리로 말했다.
“그래도… 티가 나니까 더 궁금해지는걸. 저기 안엔 무엇이 들어 있나 궁금하기도 하고. 나, 보여 주면 안 돼요? 팬을 밀착 취재 하는 기분이야.”
“안 돼… 덕후로서의 마지막 자존심이야!”
그렇지만 도현의 움직임이 더 빨랐다.
도현은 빠르게 천을 걷어냈다.
그리고 나온 것은….
도현의 데뷔 앨범부터 지금까지 낸 앨범 모두.
콘서트 DVD와 블루레이. 도현의 콘서트 영화 포토 티켓부터 그가 광고한 것들의 상품 박스까지.
“와… 나 감동이야. 누나, 나 진심으로 감동받았어요. 내가 이런 사랑을 받고 있었구나. 그런 생각이 들어서 눈물이 날 것 같아요.”
하나는 농담하지 말라고 말했지만, 도현의 두 눈은 이미 글썽이고 있었다.
“…야, 정말 울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