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 new career singer who can read the future RAW novel - Chapter (220)
미래를 읽는 경력직 신인가수-220화(220/225)
엑스 마키나의 데뷔는 성공적이었다.
성공이 예견돼 있었던 것처럼.
빌보드 200차트에 든 것은 물론이고, 핫100 차트에서도 89위라는 기록을 세웠다.
엑스 마키나가 도현을 찾아와 펑펑 오열한 것은 오프 더 레코드.
이에 힘입어 도현은 3호 가수를 찾아 나서야겠다고 다짐했다.
그가 생각해 놓은 3호 가수는 다름 아닌, 월간 도현을 함께했던 가수 중 현재 소속사와 계약이 끝나 버스킹이나, 너튜브에서 커버를 하고 있는 가수 중 하나였다.
바로 월간 도현 프로젝트에 참여한 바 있던 보이 그룹 루즈블랙의 메인 보컬 이기란.
이기란에 대한 대중의 인지도는 거의 없다고 봐도 무방했다.
K팝을 잘 아는 사람들이라면 몰라도….
하지만, 도현은 이기란에 대해 엄청난 기대를 가지고 있었다.
이기란은 K팝뿐만 아니라, 전 세계적인 음악 시장을 노려도 될 만한 엄청난 보컬이라고 생각했기 때문.
그렇기에 이기란을 회사로 불러들였다.
이기란은 도현을 어색하게 대표님이라고 불렀다.
“대표님… 혹시… 어떤 일 때문에 저를 보자고 하신 건지… 월간 도현 프로젝트 다시 시작하시나요?”
“아니. 나는 그동안 생각을 많이 해 왔어.”
“…어떤?”
“기란아. 너 목소리 너무 아깝다. 그런 생각.”
“…아.”
“버스킹도 하고, 너튜브에 자체 채널 운영 중이기도 한데… 이렇게 묻히기엔 너무 아깝다는 생각이 든 거 있지.”
기란은 도현의 말에 심장이 뛰었다.
도현이 허투루 아무 말이나 내뱉는 사람이 아니었다.
그가 이런 말을 내뱉는다는 것은….
“설마… 더 드리머 레이블의 3호 가수가….”
“응. 맞아. 3호 가수가 너라고 지금 말하고 있는 거야. 싫으면 거절해도 돼. 그런데 난 말이야. 너만큼 3호 가수로 적절한 사례를 못 찾겠어. 3호 가수가 네가 되어 줬음 해.”
“허억… 제가 진짜 3호 가수가 되어도 될까요? 대중이 잘 모르는데도요? 오히려 민폐를 끼치는 건 아닐까요?”
“그런 걱정은 하지 마. 내가 널 키워 낼 테니까.”
도현의 목소리에는 자신감이 넘쳤다.
그 목소리를 듣고 있자니 기란은 한없이 도현을 믿고 싶어졌다.
안 그래도 도현 덕분에 월간 도현 프로젝트로 가수 생활 중 처음으로 음원 차트 순위권에도 들어봤었다.
그런 도현이 이런 제안을 하니, 더욱더 좋을 수밖에.
“그리고 대표님…이라고 부르지 말자. 다른 애들은 사적인 자리에서는 형이라고 편히 부르는데… 대표님이 뭐야, 대표님이. 우리가 그렇게 어색한 사이는 아니잖아. 아니지, 어색한가?”
그 말에 기란은 고개를 저었다.
“아, 아뇨! 어색하지 않죠! 어색하지 않은 사이 맞죠!”
“그렇지? 그러니까… 편하게 부르자. 형이라고 불러. 둘이 있을 땐. 공적인 자리에서는 대표님이라고 챙겨 부르더라도… 지금은 그냥 형이라고 부르는 게 맞는 듯해. 알았지?”
“네, 형님!”
“형님이라니… 무슨 폭력배 같잖아. 그냥 형이라고 불러.”
도현의 농담에 기란은 긴장을 잔뜩한 모습으로 “형!”이라고 불렀다.
“긴장하지 마. 여기 계약서. 가계약서야. 독소 조항은 참고로 하나도 없어. 더 드리머 레이블은 후배 양성을 위한 조건이 최우선인지라, 독소 조항은 무조건 뺐거든. 오히려 특약 사항을 넣고 싶다는 게 있다면 말해. 추가해 줄 수 있어. 아, 그리고 계약금은 1억 원부터 시작이야.”
“1, 1억 원이요? 그렇게나 많이요? 그거 나중에 다 갚아야 하는….”
“아니? 그걸 왜 갚아?”
도현이 태연하게 답하자, 기란은 혼란에 빠진 표정을 지었다.
자신이 이전에 있던 회사에서는 정산을 한 푼도 받지 못하고 나왔다.
연습생 생활 동안 발생한 숙소, 트레이닝비, 식사비, 투자금 등을 모조리 청구당했기에 그룹이 일정 궤도에 올라갔었어도 돈을 돌려받을 수 없었다. 오히려 적자라는 소리만 듣고 그룹이 해체했었다.
그러나, 지금은 전혀 다른 조건을 제시받는 상황.
“형… 이런 좋은 조건 제시받아도 되는 거예요? 혹시나… 너무 무리하는 조건이라면… 제가 사양할게요. 저 때문에 이런 조건을 제시하시는 거라면….”
“아니. 절대 그런 거 아니야. 네가 3호 가수로서 적당하다고 판단을 내렸고, 그에 걸맞은 금액을 책정한 거야. 이 금액은 우리가 서로 잘해 보자고 책정을 한 ‘계약금’일 뿐이고, 이 금액을 차감하는 일은 없을 거야. 이해되지?”
“와… 저 가수 생활 시작하고 처음으로 돈 받아 봐요….”
“앞으로도 그럴 거야. 너를 위해 투자하는 비용은 너에게 돌려받지 않을 거야. 그건 회사에서 당연히 책임지는 비용일 것이고. 정산은 정산대로, 투자는 투자대로 굴러갈 거야. 그걸 해내기 위해 휴엔터에서도 더 드리머 레이블을 설립한 거야.”
도현의 목적과 목표는 확실했다.
그랬기에 더 드리머 레이블이 확실하게 굴러갈 수 있었다.
기란은 감동에 젖은 눈빛으로 도현을 바라봤다.
도현은 이래, 엑스 마키나에 이어 기란까지.
벌써 3호 가수가 탄생했다는 사실에 기뻤다.
“계약, 생각해 보고 연락 줘. 안 해도 되니까 연락 주고.”
“아뇨! 할게요, 이 계약. 솔직히 휴엔터 산하 레이블이라고 해도… 결과적으로는 휴엔터잖아요? 더 드리머 소속이라고 해도 크게 보면 휴엔터 소속인 것이고.”
“그거야 그렇지만, 더 드리머 조건은 휴엔터와는 조금 다른….”
“그래도 좋아요. 일단 형과 함께할 수 있다는 것도 좋고요. 그래미 8관왕의 역사를 쓴 형과 함께할 수 있다는 건 저에게 영광이라고 생각해요. 감사합니다! 이런 기회를 저에게 주셔서!”
그렇게 3호 가수, 이기란이 탄생했다.
* * *
이기란은 얼굴이 해외 팬들에게 먼저 알려졌던 이래, 국내 팬들에게 탄탄한 입지를 가지고 있던 엑스 마키나와는 확연히 다른 콘셉트를 가지고 가야 했다.
이래가 몽환적이면서도 파괴적인 목소리로 ‘위키드’를 노래했고, 엑스 마키나가 퇴폐 피폐 섹시를 보여 줬다면, 이기란은 그와는 다른 인지도를 높이는 수순을 밟아야 했다. 사람들의 호기심을 자극할 수 있는 그런 콘셉트를 가지고 가는 게 맞았다.
그렇기에 기획 회의 결과 이기란은 ‘얼굴 없는 가수’라는 콘셉트로 우선 앨범 활동을 시작하는 것으로 확정 지었다. ‘인지도’ 같은 것이 아니라 ‘목소리’만으로 평가받기 위함이었다. 이기란이 가진 커다란 장점. 바로 목소리.
목소리만으로 평가를 받기 위해 이기란의 눈매를 가리고, 사과를 씹어 먹고 있는 콘셉트 포토를 촬영했다. 여기서 사과는 선악과를 의미했다. 영원의 땅에서 이제는 정해진 삶이 있는 곳으로 내려오게 되는 것으로. 그리고 정해진 탤런트 중 하나인 목소리를 발휘하는 것으로.
[도대체 나도현이 기획한 3호 가수 누구임?]┗나도 모르겠음
┗팬인데도 모르겠어
┗완전 듣보 중의 듣보라는 소리가 있던데 진짜 모르겠음
┗나도현 진짜 듣보 수집만 하나…
┗듣는 듣보 팬 기분 나쁘네
┗그래서 니네 오빠가 이번 3호 가수 주인공?
┗어 주인공임 그런데 니들 말하는 게 싸가지 없어서 누군지 말 안 할 거임
┗이거 루즈블랙 이기란이라던데
┗루즈블랙? 그런 그룹도 있었음?
┗ㅇㅇ 있었음 ㅋㅋㅋ 소속사 사장이 곱창내 버린 그룹이 있지
도현은 커뮤니티와 SNS 반응을 신중히 살폈다.
자신이 반응을 보는 대신 이기란에게는 모든 커뮤니티와 SNS를 금지하라는 지시를 내렸다. 독으로 작용할 수도 있었기 때문이었다.
“기란아.”
“네, 형.”
“사람들이 생각보다 널 더 궁금해하네.”
“…그래요?”
“응. 나라도 궁금할 거 같아. 금단의 열매를 먹고 인간의 세상으로 떨어지게 된 그런 존재. 인간 세상 속에서 목소리만으로 승부수를 띄우게 되는 역할. 그 역할 좋은걸. 기자들도 너라는 거 눈치채고 벌써 회사로 연락도 오고 있다고 하니까. 물론 이번 데뷔 앨범은 이래, 엑스 마키나와는 달리 정규가 아니라 미니로 발매하다가 정규로 터뜨릴 예정이지만.”
기란을 띄우기 위해서 도현은 이번엔 전략을 다르게 해서 추진하기로 했다.
이기란이라는 가수를 대중에게 확실히 각인시킬 수 있는 방법.
‘얼굴 없는 가수’ 이기란이 누구인지 궁금증을 자아내게 하는 것.
그러면서, 얼굴이 아니라 ‘목소리’에 온전히 집중을 하게 하는 것.
그렇게 이기란의 목소리가 대중의 귀에 익숙해졌을 때쯤 되면 이기란의 정체를 밝히는 것.
이기란의 활동명 역시 정해졌다.
‘R’이었다.
기란의 팬들이었던 사람들은 당연히 이기란이라는 것을 알아차릴 정도로 티가 났지만, 모르는 사람들은 모를 정도로 창법 역시도 완전히 바꿨다.
이전까지는 꽤 시원시원하고 내지르는 창법이었고, 록에 잘 어울리는 스타일이었더라면, 지금은 달랐다.
이번 앨범을 준비하면서 도현과 이준혁 피디, 보컬 트레이너 등이 제일 고려한 것은 R의 목소리가 가진 또 다른 잠재력을 찾아내는 것이었다.
이를테면… 시원시원한 목소리 사이에 녹아든 끈적임이라든가, 하는 것들.
도현과 피디들은 그런 점을 찾아냈다.
R은 자신의 목소리에서 새로운 것을 찾아내면 낼수록 더 흥미를 가졌고, 열심히 트레이닝에 집중했다.
그렇게 미니 앨범에 실릴 6곡의 녹음을 모두 마칠 수 있었다.
선주문량은 5만 장이었다.
해외 팬덤이 있던 이래, 국내 팬덤이 탄탄했던 엑스 마키나 석원과는 전혀 다른 수치였지만, 도현은 자신의 눈이 틀리지 않았을 것이라고 확신했다.
선주문량은 5만 장으로 시작하겠지만, 이후에는 달라질 것이다.
앞으로 더 높은 자리에 올라갈 것이 바로 R이라고 도현은 생각했다.
우선 노리고 있는 것은 한국대중음악상이었다. 음악성으로 승부를 보고, 그다음으로 한국 팬덤을 생성한 뒤, 해외 팬덤의 생성과 더불어 해외 진출을 노리는 것. 그게 R을 위한 계획이었다.
“기란아, 이제 내일 오후 6시면 앨범이 발표되는데 심정이 어때.”
기란은 축 처져 있었다. 연신 긴장의 연속이었기에 오히려 미니 앨범 발표날이 다가오자 기운이 빠져버린 것.
“형. 저 진짜 아무도 안 들어주면 어떡하죠? ‘얼굴 없는 가수’ R에 대해서 사람들이 호기심을 가지긴 가졌는데… 아무도 안 들어주면… 앨범 선주문량도 있다는 게 신기할 정도고….”
“넌 다른 전략으로 갈 거야. 선주문량 신경 쓰지 마. 넌 대중성도 대중성이지만, 아티스트의 길을 걷게 할 거야. 이번 CD 발매 후, 곧바로 LP 발매로 이어질 거야. 바이닐 발매를 통해서 수집하고 싶은 목소리의 주인공, 그걸 너로 만들 거거든. 두고 봐. 내 전략은 반드시 통하게 되어 있으니까.”
확신에 찬 도현의 목소리.
기란은 고개를 끄덕일 수밖에 없었다.
수없는 실패와 성공의 역사를 맛본 도현이었기에 내뱉을 수 있는 말이었기 때문.
기란은 도현을 향해 말했다.
“형, 믿을게요. 진짜 형만 믿고 갈게요. 저 진짜 열심히 하겠습니다. 더 드리머의 3호 가수, 얼굴 없는 가수 R. 얼굴 있는 가수 R이 될 때까지 최선을 다해 보도록 하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