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 new career singer who can read the future RAW novel - Chapter (224)
미래를 읽는 경력직 신인가수-224화(224/225)
본격적인 활동이 시작되고, 도현은 집에 들어와 있는 시간이 적었다.
아니, 들어올 수도 없다고 표현하는 게 맞았다.
대부분의 시간을 작업실과 연습실에서 보냈다.
그런 다음에는 음악 방송 대기를 위해 음악 방송 대기실에서 보내야 했고.
음악 방송을 대기하는 중에는 추위 속에서도 자신을 기다려 줄 팬들을 위해 스태프들을 통해 역조공 아이템을 전달했다.
자신이 즐겨 쓰는 향수, 만년필, 끄적인 글귀가 담긴 책, 매일 다 다른 폴라로이드 사진 등 선물은 다양했다. 물론 이런 물건들은 고가에 판매가 이뤄지기도 할 정도였다. 기본 몇십만 원이었으며, 프리미엄 가격으로 몇백만 원 선에서 거래가 이루어지기도 했다.
그렇게 거래가 이루어지는 것을 방지하고자, 더 드리머 레이블 차원에서 단속에 나섰지만 그것도 통하지 않았다. 암암리에 거래가 이루어지는 것을 막을 수는 없었던 것.
최대한 공평하게 팬들에게 선물을 나눠 주고, 공개 방송에 참여하게 하고자, 1인당 1번만 참여할 수 있는 추첨제를 도입하기도 하였지만 무용지물이었다.
“…다음에는 조금 더 다른 방식으로 도입을 해 봐야겠어요. 팬들이 참여하고선 거래를 그런 식으로 할 줄은 솔직히 상상도 못 했거든요.”
팬 사인회장으로 이동하는 차 안.
도현은 운전 중인 매니저에게 말했다.
이번 활동을 통틀어 아쉬운 점을 꼽으라면 바로 이것이었다.
팬들에게 좀 더 다양한 사랑을 내보이지 못한 것.
“…그래도 팬들이 네 마음 다 알았잖아. 솔직히 너만큼 역조공에 신경을 쓴 가수도 없어. 매일 다른 손 편지에… 심지어 그거 인원별로 다 네가 직접 적었잖냐. 다 다른 내용으로… 엽서에 적는 것도 일이었잖아.”
한 공개방송당 입장 인원은 500명. 도현은 엽서에 각기 다른 내용으로 팬들에게 직접 편지를 쓰기도 했다. 엽서에 동봉된 폴라로이드는 그 자리에서 직접 찍은 것이었고. 세상에 단 하나밖에 없는 사진이라는 뜻.
“…팬들이 제 마음을 꼭 알아줬으면 좋겠어요. 제가 변한 게 아니라는 걸 알아줬으면 좋겠어요. 사실 마음을 표현할 기회가 없으니까… 이런 걸 통해서라도 알아줄 수만 있다면… 정말 좋을 것 같아요.”
“다들 알고 있어. SNS 반응 찾아보니까 이미 다들 잘 알고 있던데, 뭘.”
도현 역시 반응을 안 찾아본 건 아니었다. 다만, 아쉬움을 표하는 팬들의 목소리가 신경 쓰였을 뿐이었다. 팬들은 많고, 그 많은 팬에게 해 줄 수 있는 게 적어서 아쉬웠다.
“이번 콘서트 때 뭐 해 줄 수 있는 게 없을까요?”
“으음… 뭐 해 줄 만한 게 없을까요라… 지금 이 순간에는 마땅히 떠오르는 게 없는데?”
도현은 여러모로 머리를 굴려 봤지만, 딱히 떠오르는 게 없었다.
좋은 곡과 무대로 보답을 하는 것.
그것만이 자신이 할 수 있는 최선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세트 리스트가 다 정해졌고, 연습실에서 최선을 다해 연습하면서 팬들과 무대로 소통할 날만을 기다리고 있었다.
“흐음… 흐음… 어떻게 하면 좋을지 모르겠네요. 뭔가 기가 막힌 걸 보여 주고 싶은데….”
“이미 무대 기획도 다 됐고. 드론쇼부터 시작해서… 응원 봉 블루투스 중앙 제어까지도 준비된 상황이고. 더 할 게 있나? 입장하는 관객들에게 또 선물 돌릴 건 아니지? 그러다 살림 거덜 난다.”
“에이, 그 정돈 아니에요. 팬들은 그 몇 배의 금액을 주고 공연을 보러 오는 건데요. 제가 얼마 안 되는 금액을 썼다고 거덜이 날 정도는 아니라고 생각을 해요.”
도현의 말에 매니저는 웃었다.
“그것도 맞는 말이다. 글로벌 톱스타가 팬들한테 좀 해 줬다고 거덜날 정도면 톱스타가 아니지. 하긴, 그동안 네가 어디 허튼 데에 돈 쓰지도 않고 기부할 데엔 기부했고, 모을 건 모으면서 짠돌이처럼 살긴 했지.”
“허튼 데엔 돈 쓰지 않았잖아요.”
“너무 검소하게 살아서 문제지. 아, 집은 펜트하우스니까 이 말은 취소할까?”
“크흡… 형, 웃긴 거 알죠? 저 웃음이 터지네요. 아, 이렇게라도 웃으니까 기분 좀 나아진다. 뭔가 아이디어가 막 떠오를 것 같아요.”
“그래서, 뭐가 떠오르는데?”
“이번에는 비 오는 날도 없다고 했으니 우비를 준비할 이유도 없고. 핫팩이랑 초콜릿 세트 같은 걸 준비해야겠어요. 손 편지는… 몇만 명 어치를 쓰다간 제 손이 나가서 기타 연주도 못 할 것 같으니까 포기하고. 폴라로이드도 해야겠어요. 뭐, 그까짓 거 셀카 몇십만 장 찍는 거. 금방이겠죠. 지금부터 시작하면?”
“…무모하다, 무모해.”
“에이, 형. 무모하긴요. 아무튼 기획 팀에 연락해 놓을게요.”
* * *
“선배. 진짜 연애 썰 안 풀 거예요?”
도현의 콘서트 날.
윤민혜 기자는 유하나 기자와 함께 카페에 와 있었다.
이날은 취재가 없는 날이었지만, 둘은 공연을 보러 온 것.
윤 기자는 하나와 도현의 결혼설이 사실화되던 날에는 불같이 화를 냈었지만, 이내 현실을 받아들였다.
그 후로 도현과의 연애 썰을 풀어 달라고 조르고 졸랐지만, 하나는 입을 열지 않았다.
“응. 안 풀 거야.”
“선배… 진짜 다른 사람도 아니고… 저인데… 안 풀 거예요? 아니, 둘이 도대체 언제부터? 인터뷰 때부터? 아님, 그 전부터?”
“시점은 인터뷰하고도 한참 이후부터. 더 드리머 레이블 설립 이후. 이쯤만 할게. 듣는 귀가 많다. 가뜩이나 내 얼굴도 털렸는데.”
“와… 그럼 진짜 오래 알고 지내다가 사이가 발전됐단 소리잖아요… 와, 뭔가 배신감 들어! 나도 결혼할 거야! 나 좋다는…! 나도현이랑!”
“…누가 우리 도현이 내어 준대?”
“크흡… 진짜 유사 연애로 좋아했던 건 아니고 인생 응원이었지만… 그때 제가 느꼈을 심정, 선배는 모를 거예요. 머릿속에 벼락이 쿠쿠쿵 치는 그 느낌. 이루 말할 수 없어요.”
“언젠가… 시간이 지나고 이때다 싶을 때. 그때가 되면 모든 것을 이야기할게. 아직 이른 것 같아서 그래.”
하나는 도현과 관련해서는 조심스러운 게 많았다. 특히, 도현과 연애를 시작하고 결혼하게 된 뒤로는 더욱더 그러했다. 회사에서도 도현과 관련한 이야기가 나오면 입 벙긋하지도 않았다. 모든 것을 휴엔터나 더 드리머 레이블에 물어보라고 떠넘겼으니까. 자신이 무언가를 알고 있음에도 정정한다거나 하지 않았다.
“진짜… 입 무겁다. 전 솔직히 도현이 여친이라면 관종이라서 여기저기 떠들고 다녀서 모두가 다 알 것이라고 생각했거든요? 그런데 내 옆에 있었네? 어휴… 세상 무섭고… 오싹하고….”
“이 정도 가지고 뭘… 아무튼. 조용히 잘 지켜봐 줘. 조용히 예쁘게 잘 살게. 오래오래. 백년해로할 거야. 이렇게 된 거.”
“그렇게 말하니까 두 사람 연애 썰 더 궁금해지잖아요! 분명 선배 성격에 선배가 사귀자고는 안 했을 거 같고. 그러자니, 도현이가 먼저 사귀자고 했다고? 인지부조화 오는 거 알아요?”
민혜는 더욱더 발끈했다. 목소리가 커진 것을 느낀 하나가 목소리를 낮추라며 그녀를 진정시켰다. 민혜는 죄송하다며 목소리를 낮췄다.
“오늘같이 좋은 날… 제가 잠시 흥분을 했네요. 아무튼… 축하해요. 어때요? 우상과 같이 사는 느낌?”
“그것도 노코멘트. 오늘은 콘서트 보러 온 팬 모드야. 부부 모드 아니야. 그러니까 신나게 즐기고 갈 거야. 누가 뭐래도 신나게 즐기고 갈 거야.”
“아, 그럼 이거 질문 하나만. 도현이, 오늘 세트 리스트 알죠?”
민혜가 예리한 눈빛으로 질문을 던졌다. 그 말에 하나는 아쉽다는 듯 고개를 저었다.
“놀랍게도 내 대답은 노. 세트 리스트는 공연장에 와서 확인해 달라면서 아무리 물어봐도 안 알려 주더라. 솔직히 자기 아내한테도 세트 리스트 안 알려 주는 게 어디 있어… 이건 좀 서운했….”
“와… 이건 칼 같네. 나도현… 새삼 치인다… 아내한테도 세트 리스트 스포일러 안 하는 차가운 도시 남자… 하지만 내 여자에게도….”
“워어. 거기까지. 아무튼 슬슬 입장 시작할 때니까 가자. 굿즈야 진작에 수령했으니까.”
“네, 얼른 가요, 선배.”
* * *
객석은 가득 차 있었다. 도현의 지인들을 위한 초대석도 사람이 가득했다. 도현의 부모와 그의 장인과 장모도 와 있었다.
도현의 부모는 하나가 모습을 보이지 않는 데 대해 의문을 품었다.
이에 도현의 장인은 허허 웃으며 말했다.
“아시겠지만… 우리 딸이 사위 팬이라서 더 좋은 좌석을 구했다고 합디다. 그래서 오늘 이 자리엔 안 오겠다고 했다네요.”
“…아! 참. 그걸 잊고 있었네요. 하도 피의 전쟁 티케팅이란 소리를 들어서 더 좋은 자리로 갔을 것이란 생각을 하지 못했는데.”
“그 녀석이 오랜 시간 사위를 좋아하면서 그 티케팅인지 하는 실력만 는 것 같더라고요. 허허… 사돈댁에서 양해를 해 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장인의 말에 도현의 아버지는 아니라며 손사래를 쳤다.
“아닙니다. 우리 아들 이렇게 사랑해 주는 귀한 따님을 주셔서 감사할 뿐입니다. 초대석으로 와도 될 터인데… 힘들게 티케팅까지 해 가면서 공연을 보는 정성이라니… 제가 새삼스럽게 다 감탄이네요. 도현이 녀석이 왜 반했는지 알 것 같습니다.”
“허허… 아닙니다.”
두 집안에서 훈훈한 대화가 오가고 있을 무렵.
조명이 모두 꺼졌다.
그리고 첫 번째 VCR이 나왔다.
두 집안 어른들의 시선은 정면을 향했다.
초대석에서 잡담을 나누던 다른 이들 역시 마찬가지였다.
팬들의 함성 소리가 잠실 주경기장에 울려 퍼졌다.
늦가을이라 다소 추운 날씨에도 불구하고, 팬들의 함성은 뜨거웠다.
나도현! 나도현! 나도현!
도현의 이름을 연호하는 소리가 들렸고….
돌출 무대에서 도현이 리프트 위로 뛰어올랐다.
첫 무대는 간만에 보여 주는 아이돌 시절, 안무가 있는 섹시한 무대였다.
꺄아아아아아?!
함성이 잠실 주경기장을 가득 채웠다.
도현은 현역 아이돌 시절을 지나쳤지만, 현역 아이돌 시절과 변함없는 외모와 꾸준한 관리를 통한 모습을 선보였다. 그렇게 5곡을 부른 도현.
“하아… 여러분, 안녕하세요! 나도현입니다!”
“도현아! 사랑해!”
“도현아아아아아! 섹시하드아!”
“나도현! 진짜 오늘 오졌다!”
“오지는 나도혀어어어어언!”
“하하하… 여러분, 첫 스테이지부터 격하게 반겨 주셔서 감사합니다. 뛸 준비되셨습니까?”
네에에에에에?!
대답을 들으며 도현은 씨익 웃었다.
잠실 주경기장을 가득 채운 응원 봉의 화려한 불빛.
이 무대를 얼마나 그리워했던가.
더 드리머 레이블의 수장으로서도 발자취를 남기고 있었지만, 가수 나도현으로서도 무대에 서고 싶었기에 이런 무대가 그리웠다.
지금 이 순간.
도현은 더 바랄 것이 없었다.
“여러분, 여러분 덕분에 제가 살아 숨 쉬는 것 같아요. 너무 행복합니다! 사랑합니다! 그럼, 두 번째 스테이지로 찾아뵙겠습니다!”
그렇게 두 번째 VCR이 재생되기 시작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