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 new career singer who can read the future RAW novel - Chapter (225)
미래를 읽는 경력직 신인가수-225화 (완결)(225/225)
도현이 준비한 만큼, 팬들 역시도 많은 것을 준비해 왔다.
도현이 준비한 본 무대의 마지막 곡 ‘The World’의 무대에서 팬들은 “너에게 세상을 줄게 / 너는 그곳에 있어 줘”라는 문구가 적힌 슬로건을 들었다.
그 문구를 본 도현은 자신이 이런 사랑을 받을 자격이 있나 싶기도 하고, 팬들의 세상이 자신으로 이루어져 있다는 생각에 감동이 차올라 눈물이 흘렀다.
결국에는 노래를 하지 못하고 자리에 주저앉았다.
팬들은 우는 도현을 향해 “울지 마!”를 외쳤지만, 도현은 그 소리를 듣지 못했다.
“너에게 세상을 줄게 / 너는 그곳에 있어 줘”
그 어느 말보다도 로맨틱했다.
자신은 이미 세상을 가진 사람이었다.
팬들을 가진 사람이었고, 부와 성공과 명예를 거머쥐었고, 사랑하는 이의 마음도 얻은 사람이었다. 그런 자신에게 더 줄 것이 남아 있다니. 자신의 갑작스러운 결혼 소식에 당황하고 등을 돌렸을 법한 이들도 있을 텐데… 그렇게 곁에 남아서 자신의 든든한 사람이 되어 준다니… 그저 감격에 찰 뿐이었다.
“여러분… 감사합니다… 감사합니다….”
세션의 연주가 일순간에 멈췄다.
도현의 멘트 때문이었다.
“원래 이 곡을 불러야 했는데… 제가 어디서부터 무엇을 말해야 할지 모르겠어요. 타로 카드에서 월드 카드는 어떤 것의 완성을 말하거든요. 저는 저라는 사람의 완성을 이번 앨범을 통해 보여 주겠다는 각오로 타이틀곡을 이 곡으로 썼어요.”
도현이 눈물을 닦으며 말을 이어갔다.
“타로 카드에서 월드 카드는 메이저 아르카나의 마지막 번호이기도 하고요… 그렇기에… 아무튼… 그래서 이 곡을 쓰면서 여러분에게 나도현이라는 가수가 가진… 그런 최종 진화 단계? 이렇게 설명하면 너무 웃긴가? 아무튼 그런 모습을 보여 주겠다는 각오로 곡을 썼는데… 여러분이 이렇게 아름다운 글귀로 저를 반겨 주셔서 너무 감사합니다. 사랑해요. 사랑하고 또 사랑합니다. 사랑한다는 말이 분에 차고 넘칠 만큼 사랑합니다. 세션 형들, 그럼 곡 처음부터 다시 시작할게요.”
* * *
그렇게 첫날 공연은 눈물바다 속에 끝이 났다.
하지만 첫날 공연뿐만 아니라 마지막 날까지 도현은 눈물을 흘려야 했다.
매일 색다르게 준비된 공연 슬로건 문구는 도현을 감동에 젖게 했다.
더 드리머 레이블의 기획 팀 측과 사전에 협의된 슬로건 타이밍에서 드는 슬로건에 적힌 문구는, 도현이 가수 생활을 하며 적어 온 가사보다 더 아름다웠다.
그랬기에 더욱더 감동적이었다.
도현은 결국 마지막 날 앙코르곡을 끝내고 무대에서 내려오면서 정신을 잃고야 말았다.
지나친 오열로 인해 실신을 하고야 만 것.
도현은 급하게 병원으로 옮겨졌다.
이에 온갖 추측 기사가 난무했다. 이혼을 한 게 아니냐는 너튜브 렉카들의 말도 안 되는 주장까지 있었다.
그러나, 그 곁을 지키는 하나의 모습이 영상으로 짤막하게 공개가 되면서 렉카들은 고소장을 받게 되었다.
그뿐만 아니라, 더 드리머 레이블에서도 “더 드리머의 대표이자 가수인 나도현은 공연 후 피로감을 느끼며 실신, 링거를 맞은 후 퇴원했다”라는 짤막한 공식 입장을 발표함으로써 이혼설을 잠재웠다.
도현은 공연이 끝난 뒤에도 며칠 간은 공연의 후유증에서 헤어나 오질 못했다.
귓가에는 연신 팬들이 환호를 내지르는 소리가 들리는 듯했고, 눈앞에는 응원 봉의 물결이 이어지는 듯했다. 머리 위에는 조명이 자신을 비추고 있을 듯했고, 드론쇼가 펼쳐져 있을 것 같았다.
“도현아… 괜찮아?”
도현은 까무룩 하고 잠들었다가 깼다가를 반복했다.
비정상적인 수면 패턴을 반복하는 그를 걱정하며 연차까지 쓴 하나였다.
“…나 공연 후유증 이렇게 심하게 처음 겪어 봐.”
“그런 것 같아 보여. 괜찮아?”
“아니, 안 괜찮아… 콘서트 다시 하고 싶어… 안 되면 버스킹이라도 하고 싶어… 안 되겠다. 오늘 버스킹이라도 하러 나갈래.”
“이 추위에? 늦가을이지만 많이 추운걸.”
하나의 걱정 어린 목소리에 도현은 열감기를 앓으면서도 어떻게든 해 보겠다는 의지를 내비쳤다.
“나 공연이 너무 하고 싶어, 누나. 진짜 무대 체질인가 봐. 나 가끔 생각한다? 할아버지 말대로, 엄마 아빠 말대로 가수가 되고 싶은 걸 참았다면. 그냥 잊고 살았더라면… 이런 감정 못 느꼈겠지?”
“…응. 그랬겠지. 네가 가수여서 느낄 수 있는 감정, 나는 잘 모르지만… 팬으로서 네가 무대에서 보고 느끼는 걸 같이 공유하는 기분이 들 때가 있거든. 그럴 때마다 생각을 하곤 해. 네가 가수여서 다행이라고.”
“고마워. 그렇게 말해 줘서. 나, 감기 나으면 버스킹하러 나가도 돼?”
“…버스킹 안 하러 나가도 되잖아. 더 드리머 레이블 콘서트도 있으면서.”
“그냥… 그냥 자유롭게 사람들 앞에서 자유롭게 노래 부르고 싶어서 그래. 더 드리머 레이블 콘서트가 있기도 하지만, 더 자유롭고 싶어서.”
“음… 그럼 감기 나으면 가자. 알았지? 약속.”
두 사람은 새끼손가락을 걸고 약속했다.
그렇게 도현은 일주일을 꼬박 더 앓았다.
도현은 다 낫고 난 뒤, 하나의 신신당부대로 옷을 꼭 껴입고 버스킹을 하러 연남동으로 갔다.
비록 위치는 변했고, 가진 것도 변했지만, 마음만은 KBC ‘너첫가’ 시즌1에 출연하던 때 그대로였다. 가수라는 직업에서 더 성공하고 싶었던 그때 그 마음. 성공뿐만이 아니라, 관객들 앞에서 편하게 노래 부르고 싶은 마음도 변함이 없었다.
도현은 엠프 같은 장비도 자신이 스스로 챙겨서 가지고 왔다.
연남동 구석에서 도현을 발견한 이들은 “어? 나도현이다!”를 외치며 도현을 졸졸 쫓아다녔다.
“오늘 버스킹하시는 거예요?”
“네! 버스킹합니다! 조금 있다가 장비 세팅 다 하고 나서부터요!”
“와! 대박! 이 추운 날씨에도요?”
“해야죠! 가수 나도현은 추운 날씨에도 하니까요!”
도현이 사람들의 말해 웃으며 답했다.
그렇게 장비를 나르고 도현은 장비를 하나하나 세팅했다.
그사이 사람들이 몰려들었다.
“대박. 나도현 버스킹한대. SNS에 올려야겠다.”
“와… 나도현… 나이가 몇인데 점점 더 잘생겨지누….”
“진짜 나도현 나이 거꾸로 먹네… 나 혼자 나이 먹는 듯.”
“도현이 진짜 외모 쩐다잉… 우리 도현이… 흑흑… 누나가 많이 사랑했다….”
사람들의 속닥거림 속에서도 도현은 꿋꿋하게 장비를 설치했다.
그렇게 설치를 마치고 난 후, 도현은 의자에 앉아 마이크 테스트를 했다.
“아, 아아… 제 목소리 잘 들려요?”
네에에에에에?!
우렁찬 관객들의 목소리에 도현은 푸스스 하고 웃었다.
이 느낌은, 언제라도 지워지지 않을 듯했다.
“전 무대 하는 게 너무 좋아요. 그래서 제 공연 끝나고 열병 앓다가 낫자마자 이렇게 왔거든요. 무대 위 나도현의 모습, 많이 즐겨 주시길 바랍니다. 이런 추운 날에도 모여 주셔서 감사합니다! 그럼 노래 시작할게요.”
그렇게 도현이 노래를 부르고 있는 사이.
“선배! 빨리 가요. 대박적이야. 오늘 도현이 나가는 거 알았잖아요?”
윤민혜는 유하나를 재촉하며 말했다.
모자를 푹 눌러쓰고 마스크로 얼굴을 가린 하나는, 양어깨에 장비를 짊어지고 있었다.
그렇다.
오늘은 아주 오랜만에 팬으로서, 도현을 찍으러 온 것이었다.
민혜가 캠코더를, 하나가 DSLR가 망원 렌즈로 사진을 담당하게 된 것.
“알긴 알았는데… 내가 그만 잠이 확 들어서….”
“어쩐지… 제가 전화를 해도 안 받으시더라니… 선배 진짜 잠이 너무 많아진 거 아니에요?”
“안 그래도 요즘 겨울이라 그런지 자도 자도 졸리더라.”
“선배, 설마….”
“그건 아니니 이상한 생각 말고.”
“크흠. 그냥 한번 던져봤어요.”
“됐거든? 아무튼 도현이 찍어야 하니까 얼른 가자. 간만에 사다리 들려니까 왜 이렇게 무겁냐.”
2단 사다리를 들고 뛰면서 투덜거리는 하나였다.
그런 하나를 보면서 민혜는 피식 웃었다.
‘선배도 참… 간만에 한다고 투덜거리면서도 누구보다 신나 보이는데….’
“벌써 다른 홈마들은 와 있다고 하는데요? 아, 진짜 우리 자리 없으면 어떡해요. 자리 맡아 준 애가 지금 자리 뺏길지도 모른다고… 관객들 점점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나고 있다고….”
실시간으로 현장 상황을 전해 받는 민혜가 말했다.
그 말에 하나는 발걸음을 빨리했다.
그렇게 몇 분 뒤.
현장에 도착한 민혜와 하나는 손발이 척척 맞았다. 사다리를 양어깨에 짊어지고 있던 하나는 사다리 두 개를 착착 펼쳤다. 그리고 민혜와 하나는 삼각대와 모노포드를 각각 들고 사다리 위로 올라가서 섰다. 도현이 아주 잘 보이는 위치였다.
도현은 열창 중이었다.
하나는 도현이 아무리 자신을 잘 알아본다고 하더라도, 지금 같은 상황에선 못 알아보겠지 싶어서 마음 놓고 셔터를 갈기기 시작했다.
그렇게 한참 셔터를 갈기는데, 도현의 두 눈이 크게 떠졌다. 그러더니 시선이 하나를 향했다. 하나는 설마… 하는 생각으로 도현을 찍었다.
도현은 카메라를 보며 씨익 웃었다.
그제야 하나는 알았다.
도현이 자신을 알아봤다는 것을.
‘하긴… 한집에 사는 나를 못 알아본다는 게 더 웃기지… 하루 이틀도 아니고 몇 년을 연애하고 부딪히고 살았던 사람인데… 내가 바보였지….’
“대애박. 나도현 부인 왔다는데?”
그 말에 뜨끔한 하나는 후드까지 눌러 썼다.
그런 채로 도현을 더 열심히 찍었다.
팬들은 주변을 둘러보며 하나를 찾으려고 했다.
하지만 단순히 ‘나도현 부인’이라는 키워드만으로는 하나를 찾을 수 없었다.
그만큼 일반인 코스프레에 능한 하나였다.
도현과 민혜만이 알아볼 수 있었다.
민혜는 혹시 하나가 들킬까 봐 자신이 두르고 있던 담요를 하나에게 둘러 주기도 했다.
그 덕분에 도현의 버스킹이 끝날 때까지 하나는 들키지 않을 수 있었다.
“오늘 이렇게 간만에 버스킹을 하니까 정말 기분이 좋네요. 팬 여러분 얼굴을 가까이서 보기도 하니까 좋고요. 종종 이렇게 깜짝 버스킹으로 찾아오도록 하겠습니다. 여러분.”
도현의 말에 팬들이 가지 말라고 소리쳤다.
“저도 안 가고 싶은데… 그러기엔 정해진 시간이 있으니까요. 자주 찾아올게요, 여러분.”
도현은 기타를 등에 멘 채로 정중하게 일어나 인사했다.
팬들은 애원하는 목소리로 가지 말라고 외치고, 또 외쳤다.
도현은 몸을 숙여 정성껏 인사하며 말했다.
“여러분, 감사합니다. 늘, 감사했고, 또 감사합니다. 여러분이 주시는 사랑. 잊지 않고 있습니다.”
“도현아아아! 가지 마아아아!”
“하하하… 감사합니다. 오늘 무대도 이렇게 봐 주셔서 감사하고요. 여러분을 위한 가수 나도현이 되겠습니다. 자리가 어디든, 항상 여러분을 위해 노래하는 가수 나도현이 되겠습니다!”
“도현아!”
하나는 자신도 모르게 도현의 이름을 외치고 말았다.
도현을 위한 팬심이 튀어나와 버린 것.
그 말에 돌아서던 도현이 다시 정면을 바라봤다.
그러곤 마지막 인사를 전했다.
“지금까지 경력직 신인 가수 나도현이었습니다. 이제는 경력직 가수 나도현으로 인사드리겠습니다! 감사합니다!”
<완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