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 new career singer who can read the future RAW novel - Chapter (34)
미래를 읽는 경력직 신인가수-34화(34/225)
나는 감은 눈을 떴다.
그리고 내 눈에 보인 것은…….
물음표 띄워진 1위와 2위의 인물 사진이었다.
누가 1위이고, 2위인지 알 수 없었다.
“아, 우리 제작진. 정말 짓궂습니다. 1위와 2위를 최종 순간에도 공개를 안 하다니요.”
스태프의 카메라와 나와 17번에게 붙었다.
제작진, 정말 이제는 긴장하다 못해 손에 식은땀이 맺힐 정도다.
그러다 방심한 그 순간!
1위의 얼굴이 공개됐다!
“축하합니다! 23번 참가자! 이로써 2위는 17번 참가자가 되겠네요!”
지난번에도 엄청난 표 차이로 1위를 홈페이지 실시간 투표 1위를 차지했었는데, 이번에는 표 차가 줄어들긴 했어도 1위를 기록할 수 있었다!
“1위 한 소감이 어떻습니까?”
“감사합니다! 이 영광을 오늘 자리에 참석해 주셨던 모든 분께 돌리고 싶습니다!”
“2위를 한 17번 참가자, 어떻습니까?”
“아쉽게 2위가 되었지만, 노력해서 더 끌어올릴 수 있도록 하겠습니다! 제 무대를 즐겨 주신 모든 분께 감사의 말씀 전합니다!”
이렇게 소감까지 마무리가 된 후.
코스트는 큐시트를 한 장 넘기며 말했다.
“이번 주 경연 무대에 대한 이야기를 해야겠죠? 안 그렇습니까?”
“맞아요!”
“얼른 해 주세요! 졸려요!”
“졸릴 만도 하죠. 그렇게 며칠을 열심히 달리셨는데 말입니다. 그래서 발표는 일찍 하도록 하겠습니다. 이번 주 경연은 아주 쉽습니다!”
코스트가 쉽다고 말하자 나는 정말 쉬운 미션이 뭐가 있을까 생각했다.
버스킹에서 가장 반응 좋았던 곡을 경연에서 다시 한번 선보이기?
음, 이건 쉬워도 너무 쉬울 것 같고.
자신이 가장 자신 있어 하는─그러나 지금까지 선보이지 않은─무대를 선보이는 것?
왠지 이게 될 것만 같았다.
그렇다면 나는 어떤 곡을 골라야 할까?
“여러분의 머릿속이 다 들여다보이는 것 같네요. 어떤 무대를 해야 할지 고민 중이실 텐데요. 정답은 아주 가까이 있습니다. 우리 심사 위원의 곡 중 한 곡을 부르는 것입니다. 겹쳐도 상관없습니다!”
“……오.”
정말 쉬운 미션이었다.
특히 나처럼 오션의 ‘너를 사랑해’를 무대에서 부른 적 있다면 더더욱 그럴 터.
나는 이미 ‘너를 사랑해’를 무대 위에 올리겠다고 마음먹었다.
“이 중에는 버스킹 무대를 통해 심사 위원의 곡을 부른 분들도 있는 것으로 압니다. 그렇다면 그분들께는 꽤 쉬운 무대가 되겠죠?”
정답.
정말 쉬운 무대가 될 것이다.
더군다나 오션의 ‘너를 사랑해’는 오션의 히트곡이자, 내가 강남역 버스킹에서 가장 좋은 반응을 얻었던 무대이기도 하니까. 물론 버스킹 때 부른 그대로 부를 생각은 없다. 버스킹과 무대는 다르니까. 관객들 반응을 토대로 한 단계 더 수준 높은, 아니 완벽에 가까운 무대를 선보일 것이다. 그 정도가 아니면 같은 노래를 부르는 위험을 감수하면 안 되지.
“자, 그럼 오늘은 여기까지입니다. 모두 수고하셨습니다.”
* * *
휴일은 주어지지 않았지만, 나는 컨디션 회복을 위해 오전 10시까지 푹 잤다. 아침 식사는 건너뛰게 된 셈이지만, 상관없었다.
오히려 공복에 집중이 더 잘되는 편이었으니까.
대충 씻고 연습실로 이동한 나는 기타를 다시 들고 와선 오션의 ‘너를 사랑해’를 연습하기 시작했다.
원래 버스킹 뒤 순서에 있던 ‘너를 사랑해’를 앞 순서로 변경한 건 잘한 듯했다. 그 덕분에 버스킹에서 좋은 반응을 얻을 수 있었고, 실시간 투표 1위라는 자리를 견고히 다졌다.
“아, 아! 아에이오우……. 음, 음음음음음!”
허밍도 하면서 목을 풀었다.
‘너를 사랑해’는 눈을 감고도 부를 수 있었다.
노래를 한 번 부르고 난 다음, 누군가 내 연습실에 들어왔다.
다름 아닌 선화승 멘토였다.
선화승 멘토가 나를 찾아온 것은 처음이었다.
멘토와 멘티의 듀엣 대결에서도 마주한 바도 없었고, 그간 나의 연습실에 방문도 하지 않았기에 꽤 서먹서먹한 사이다.
그런데 왜 방문한 것이지?
“23번 님, 이렇게 방문하는 것은 처음이네요.”
“예, 반갑습니다!”
“굳이 반가워할 이유는 없고. 선곡은 했나요?”
역시 냉랭하다. 시베리아의 찬바람이 부는 듯했다.
효섭이가 선화승 멘토 때문에 투덜거렸던 게 기억을 스쳤다.
“선곡은 오션 선배님의 ‘너를 사랑해’로 정했습니다.”
내 말을 듣고 선화승은 뭔가를 고민하듯 소리를 냈다.
“흐음…….”
그 소리에 나는 정신이 순간 사나워지는 것을 느꼈다.
나 말고도 히트곡인 ‘너를 사랑해’를 부르는 참가자가 더 존재하는 것일까?
“그 곡 말고 다른 곡으로 하죠.”
“경연이 얼마 남지 않았는데 갑자기요?”
“23번 외에도 그 노래를 부르는 참가자가 3명이나 더 있습니다.”
잠깐, 무려 3명이나 더 있다고?
그렇다면 10명 중 4명이 ‘너를 사랑해’를 부르게 된다는 소리인데…….
묻히게 될 가능성이 매우 높다.
“혹시 누구누구인지 알 수 있을까요?”
“그건 비밀입니다. 제가 이렇게 찾아온 건 한 가지 이유 때문입니다.”
설마 선화승의 노래를 불러 달란 건 아니겠지.
하지만 느낌은 그렇다고 말을 하고 있었다.
“제 곡을 부르는 참가자는 아무도 없습니다.”
그거야 선화승이 노래를 ‘그냥’ 잘하는 것도 아니고 ‘엄청나게’ 잘하는 데다, 완벽주의적인 성향 때문에 선화승의 노래를 잘못 불렀다간 점수가 깎일까 봐 그럴 테지.
이유야 뻔했다.
오션은 상대적으로 자신의 히트곡을 어떻게 불러도 후한 점수를 줄 것 같고.
“저에게 멘토님의 노래를 부르라고 권유하시는 건가요?”
선화승은 나의 질문에 부정을 하지 않았다.
“맞습니다. 제 노래를 불러 달라고 요청하러 왔습니다. 다양한 보이스 컬러를 가진 23번이 제 노래를 불러 줬으면 좋겠습니다.”
“하지만 제 스타일대로 부를 것이기 때문에 잘못 불렀다간 점수 차감이 이루어질 테고, 저는 순위가 뒤바뀔 수도 있을 텐데요. 그리고…….”
나는 스태프의 눈치를 살핀 다음 말을 보탰다.
“이렇게 직접 권유를 하셔도 되는 건가요? 오디션 프로그램 출연 두 번째이지만, 처음 겪어 보는 일이라서요.”
스태프는 잠시 카메라를 내려놓고는 말했다.
“어제 코스트 멘토가 말하지 않은 것 중 하나가 바로 자신의 노래 권유하기입니다. 5명의 멘토는 각 참가자에게 자신의 노래를 불러 달라고 부탁할 수 있습니다. 그걸 수락하느냐 마느냐 하는 것은 참가자의 몫이죠.”
스태프의 설명에 나는 이해를 완벽하게 마쳤다.
왠지 노래에 있어선 자존심이 무척이나 센 듯한 선화승이 부탁을 하는 이유도 알겠다.
“보이스 컬러가 다양하다고 해 주셔서 멘토님께 새삼 감사의 말씀을 드립니다. 하지만 제가 선화승 멘토님의 노래는 다 알아도, 그걸 지금부터 준비하기엔 시간이 너무…….”
거기까지 말하고는 숨을 한 번 쉬었다가 말을 이었다.
“거기다가 멘토는 노래를 권유할 수 있다지만, 이번 주 경연부터는 멘토의 도움을 받지 않고 노래를 부르는 것 아닌가요?”
선화승의 표정은 미묘했다.
“흐음…….”
고민하는 듯한 소리를 내더니 선화승은 말을 이어갔다.
“어디까지나 권유일 뿐입니다. 제 노래를 선택하지 않는다고 해서 점수를 깎거나 하진 않습니다.”
“그렇군요……. 그렇게 되면 오히려 불공정한 싸움이 될 테니까요.”
“23번 참가자를 마지막으로 만나러 온 것이라, 더더욱 신경이 쓰이네요. 제 노래 중 ‘능소화 아래서’라는 곡이 있습니다. 아시나요?”
선화승은 다양한 장르를 시도하는 것으로도 유명했다.
그중에서도 사극 분위기의 곡을 띄엄띄엄 내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나 역시도 한 가지 감정선에만 몰두할 수 없기에 ‘능소화 아래서’가 수록된 앨범 전체를 들어 본 적 있다.
물론 감정선 때문이기도 하지만, 가수는 다른 가수의 앨범을 꾸준히 들어야 한다는 생각도 포함돼 있었다. 나의 노래만 듣다 보면 나의 특색이 무엇인지 잃어버릴 수 있다. 나만의 세계에 갇힐 수도 있는 법.
“노래는 잘 알고 있습니다. 하지만 저에게 어울릴까요?”
“다른 참가자들에게는 아주 쉬운 곡들만 권했습니다. 조금 더 대중적으로요. 하지만 ‘능소화 아래서’는 23번에게만 권하는 곡입니다.”
“제가 이 곡을 소화할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해서 권유하시는 거죠?”
“그렇습니다. 기타 연주에 걸맞게 편곡을 해도 좋을 듯하고, 타인이 부르지 않는 곡을 부른다면 오히려 색다르게 느껴져서 더 좋은 점수를 받을 수도 있기 때문이죠.”
“그러다가 오히려 점수를 낮게 받으면요? 저에겐 네 번째 데뷔가 무척 중요합니다. 이번에 다가오는 경연까지 딱 3번의 공개 경연이 남았어요. 지금까진 실시간 투표 1위까지 하면서 순위를 지키고 있다지만, 만약 제가 무대를 잘하고도 낯선 곡이라 좋은 점수를 받지 못한다면…….”
나의 걱정은 하나였다.
낯선 곡을 부름으로써, 나의 대중성이 마이너스가 되는 것. 그렇게 되면 내가 이 프로그램에 출연해서 네 번째 데뷔를 하겠다는 것이 무너질 수도 있었다.
“그건 걱정하지 마세요. 제가 직접적인 도움은 줄 수 없어도, 이 노래를 편곡해서 부른다면 23번 참가자가 이번 경연 우승을 차지할 수 있을 것이라고 확신합니다.”
그 말을 듣고 걱정을 들었다.
내가 걱정하든지 말든지 선화승은 자신이 부른 기타 편곡 버전이라며 곡을 들려줬다.
아, 여기까진 프로그램 진행상 수용되는가 보구나.
내 님 오시려나
내 님 기다리다
능소화 아래서
그만 울고야 말았다네
내 님 떠나간 발자국만 남고
님 그리다 계절은 흘러가고
……
완곡을 들어 본 결과 뜻밖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굉장히 좋았기 때문이었다.
사극풍의 이 노래가 기타 아르페지오를 넣음으로써 완성되는 느낌이 들었다.
내가 기타 연주 중에서 자신 있는 건 록킹한 사운드뿐만 아니라, 부드러운 아르페지오를 완성할 때였다. 선화승은 짧은 시간 내에 그걸 파악한 듯했다.
“어떻습니까? 부를 만도 하죠?”
“……제 생각보다 훨씬 더 괜찮다고 느껴져요.”
“‘너를 사랑해’보다는 ‘능소화 아래서’가 특색 있게 느껴질 겁니다. 어차피 1위를 하지 못한다 하더라도, 휴엔터와 계약이 돼 있고…… 가수로서의 폭이 더 넓어질 수 있는 기회라고 생각하시는 게 좋지 않겠습니까?”
솔직히 말하자면 안전빵이긴 하다. 휴엔터와 ‘너의 첫 번째 가수가 되고 싶어’ 출연 때문에 1억 계약금으로 계약을 했고, 만약 2위나 3위로 떨어진다 하더라도, 엔터사와 계약돼 있기에 앨범을 내놓을 순 있다.
그렇지만…… 내가 정녕 1위를 원하는 건 바로 ‘나무명’이란 이름 때문이기도 했고, 네 번째 데뷔를 성공적으로 보여 주고 싶어서이기도 했다.
가수 나도현의 진가를 알리고 싶어서, 이젠 무명 탈출을 하고 싶어서였다.
나는 잠시 고민했다.
선화승은 내게 고민할 시간을 줬다.
그렇게 고민한 뒤 나는 답을 들려줬다.
“마음의 결정을 내렸습니다.”
“어떻게 하실 건가요? 이 노래를 부르기로? 아니면 그냥 원래 하려던 오션 선배님의 노래를 하기로?”
그 말에 나는 자신감 있게 답했다.
“아뇨. ‘너를 사랑해’는 부르지 않기로 결정했습니다. ‘능소화 아래서’를 기타 아르페지오가 섞인 버전으로 불러 보고 싶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