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 new career singer who can read the future RAW novel - Chapter (38)
미래를 읽는 경력직 신인가수-38화(38/225)
대형 방송 사고가 일어났다.
두 번째로 무대를 하게 된 33번 참가자 효섭의 무대 도중 조명이 떨어진 것.
조명은 아슬아슬하게 효섭의 얼굴을 스쳤고, 효섭은 부상당했다.
경연이 중간에 중단되었으며, 119가 출동했고 효섭은 병원으로 급하게 이동됐다.
제작진은 참가자들에게 죄송하다고 알렸으며, 경연은 다시 처음부터 진행하게 돼야 할 것 같다고 말했다.
참가자들이야 연습할 기회가 더 늘어나는 것에는 불만이 없었지만, 방송 사고가 자신에게도 일어날까 봐 걱정했다.
하지만 참가자보다 문제인 것은 경연을 보러 온 방청객들이었다.
경호원들에게 1차 항의를 했고, 밖으로 나가 달라는 경호원들의 말에도 제작진이 보이면 무조건 항의했다. 특히 효섭의 팬층이 두터운 만큼 자칫하다 생명을 잃을 뻔했는데 이런 식으로 진행되면 어떠냐고 클레임이 이어졌다.
제작진은 앞으로 이런 일이 발생하지 않도록 차주 경연에서는 확실한 준비를 하겠다고 했지만, 성난 관객들을 잠재울 수는 없는 법이었다.
관객들은 무대 상태 등을 사진과 동영상 등으로 기록을 남겼고, 온라인 매체에 제보했다.
* * *
[단독] ‘너첫사’ 생방송 경연 도중 조명 추락…… 33번, 부상으로 응급실‘너의 첫 번째 가수가 되고 싶어’ 생방송 경연 도중 조명이 추락하는 사고가 발생했다.
오늘(17일) 방송된 KBC ‘너의 첫 번째 가수가 되고 싶어’(이하 너첫사)는 실시간 생방송으로 진행됐다.
23번의 첫 번째 무대 이후 33번이 무대를 진행할 때 조명이 추락했다. 조명은 아슬아슬하게 33번의 얼굴을 스쳐 갔고, 33번은 부상으로 응급실로 가게 됐다.
제작진은 “두 번 다신 이런 일은 없을 것”이라고 관객들에게 말했으나, 신뢰를 잃은 바.
지금까지 잘 진행돼 오던 프로그램서 자칫 참가자의 목숨을 잃을 수도 있었던 사고가 일어나 ‘너첫사’ 홈페이지도 마비가 되고 있다.
한 팬은 “33번 참가자를 보러 갔다가 트라우마가 생길 듯하다”라고 본지에 직접 제보하며 입장을 남겼다. 그뿐만 아니라 33번 팬 연합은 단체로 행동해 KBC 측의 공식 사과를 받아 내겠다는 입장이다.
* * *
“어우, 내가 그 무대에 있었다는 걸 상상만 해도…….”
참가자 중 하나가 진저리를 쳤다.
다른 참가자들 역시 프로그램을 포기하긴 싫지만, 계속 있다가 안전사고가 일어날까 염려했다.
그건 도현도 마찬가지였다. 문득 전에 효섭의 타로 카드에서 [The tower] 카드가 나왔던 게 떠올랐다. 당시는 선화승 멘토의 피드백으로 훌륭하게 성장한 모습을 보이며, 팬들의 마음을 사로잡아 큰 ‘변화’를 가져올 것이라 내다봤었다.
하지만 왠지 지금 상황에서는 당시에 나왔던 카드인 [The tower]의 힘이 작용한 듯해 괜스레 마음에 걸렸다.
더불어 타인의 카드를 봐 주면 안 되겠단 생각을 하게 되었다.
‘내가…… 효섭이의 부정적인 미래의 변화를 봐 준 것이라면…….’
약간의 자책감이 들었다. 도현이 생각하던 것은 이런 미래가 아니었다.
도현 때문에 벌어진 일은 아녔으나, 해석을 달리했다면 효섭이 다치는 피할 수 있었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에 복잡하고도 미묘한 심경이었다.
게다가 효섭은 도현이 생각하는 가장 막강한 라이벌이기도 했으니, 도현은 한동안 그 죄책감에서 벗어나지 못할 듯했다.
관객이 모두 빠져나간 강당에 모인 참가자들 앞에 제작진이 섰다. 메인 연출을 맡은 PD가 참가자들을 바라보며 참담한 표정을 지었다.
“참가자 여러분, 죄송합니다.”
그 말에 대답하는 참가자는 없었다. 다들 불안해졌기 때문이었다.
“우선 33번 참가자의 현 상태를 말씀드리자면…… 머리를 10바늘 정도 꿰맸고, 의식은 명료합니다. 프로그램 하차 권유를 하였으나, 이번 기회에 꼭 데뷔를 하겠다며 참가 의지를 보여 병원서 내일 퇴원하고 재합류 예정입니다.”
‘……다행이다. 생각보다 부상 정도가 적은 듯하네. 내가 예상했던 것보다 덜 다쳐서 다행이다, 정말.’
도현은 그런 생각을 하며 계속해서 PD의 말을 들었다.
“조명 추락 사고에 대해선 할 말이 없습니다. 무대 준비를 하는 팀의 실수였고, 고의가 아니었습니다. 변명하려는 게 아니라, 사실이 그렇습니다. 이번 경연은 다음 주로 미뤄졌으며, 자유롭게 연습할 시간이 다시 일주일 주어지게 됩니다.”
누구나 예상했던 바. PD는 차분한 목소리로, 그러나 표정은 참담하단 느낌으로 말을 이어갔다.
“앞으로 이런 일이 다시 발생하지 않도록 하겠습니다. 현재 메인 연출을 교체하라는 여론의 반응이 있지만, 해당 사건에 대한 징계는 프로그램 끝난 후 있을 예정입니다. 다시 한번 참가자 여러분께 심려 끼쳐 죄송하단 말씀을 드립니다.”
사과는 생각 이상으로 깔끔했다. 휴대폰을 만질 수는 없었지만, 바깥 반응은 안 봐도 상상이 됐다. 가끔 무대가 무너지거나 조명이 추락하는 등의 사고가 발생한다. ‘너의 첫 번째 가수가 되고 싶어’도 그런 악운에 휩싸이게 됐을 뿐이었다.
“그럼 오늘과 내일은 휴일로 지정해 드리겠습니다. 휴대폰 사용도 자유롭게 해 주시면 됩니다.”
다른 때 같았으면 이틀이나 휴가가 주어진다는 점 때문에 다들 웃었을 텐데, 지금은 웃을 상황이 아니었다.
게다가 도현은 여러모로 심경이 복잡했기에 더욱 뭐라 말할 수 없었다.
* * *
PD가 말했던 것처럼 효섭은 다음 날인 일요일에 퇴원해 숙소에 입소했다.
나는 효섭을 제대로 쳐다보지 못했다.
“형님! 오늘까지 휴일이라면서요? 저랑 같이 마실이나 나가실래요? 어우, 머리에 붕대 감고 있으니 답답하기도 하고 너무 심심해서…….”
카메라가 다 꺼진 상태였기에 말도 편하게 할 수 있었다.
“아냐. 오늘은 내가 좀 쉬고 싶어.”
효섭이에게 죄책감이 드는 것을 막을 수 없었다.
타로 카드를 너무나 좋게만 해석했다. 타인의 불행을 알아맞힐 때부터 조심스러워야 했던 것인데 그것을 이제야 깨닫다니. 효섭이의 10바늘 꿰맨 상처 자국이 나의 안일함의 결과처럼 느껴졌다.
“아, 그럼 전 휴대폰이나 만지고 놀아야겠어요.”
“머리 많이 아프진 않고?”
“진짜 다행인 게, 머리를 정통으로 맞았으면 기절하고 사망했을 텐데, 아슬아슬하게 비켜 간 거예요. 피는 좀 났지만 외상 말고는 두개골에 별다른 이상도 없다고 하더라고요. 운이 기가 막히게 따라 준 거래요. 그 말 들으니까 전에 형님이 타로 봐 줬던 게 생각나기도 했어요. 그때 운이 좋게 풀린다고 했잖아요. 더 크게 벌어졌을 일을 형님의 타로 카드가 막아 준 느낌?”
“미안하다. 괜히 타로를 봐 줘선…….”
“엥? 형님이 죄송할 게 뭐 있어요. 형님 때문에 사고가 난 것도 아닌데요.”
“내가 타로 카드를 제대로 못 봐 줘서 네가 다친 것 같아서…….”
“형님, 설마 죄송해하는 거예요? 그럴 필요 없어요! 전 정말 괜찮습니다!”
효섭이는 꽤 긍정적으로 생각하고 있었다.
당사자가 저리 긍정적으로 말을 해 주니 내 마음이 조금 놓였다.
나는 살짝 말을 돌렸다.
“무대 하다가 조명 맞은 건데, 앞으로 무대엔 잘 오를 수 있겠어?”
“무대 하다가 그런 일 생기니까 트라우마 생길 줄 알았는데, 오히려 오기가 생기더라고요. 10바늘 꿰맸으니까 10바늘만큼 더 잘해야겠단 생각?”
“그렇게 생각한다면 다행이네. 흉 안 지면 좋겠다.”
“의사 쌤도 약 잘 바르고 하면 흉 안 진다고 하셨어요. 흉 남으면 또 뭐 어때요. 메이크업으로 가릴 수도 있고. 가수가 되기 위해 노력한 영광의 흔적이라고 생각하면 되죠!”
모든 것을 긍정적으로 생각하는 효섭이의 모습에 나는 안도했다.
“정말 크게 다치지 않아서 다행이야. 내가 얼마나 걱정했는지 모른다고.”
이제야 나의 속도 좀 풀려서 편하게 말했다.
효섭이는 어깨를 으쓱해하며 말을 이었다.
“괜찮아요, 진짜! 형님 신경 쓰지 마십쇼! 다친 나보다 형님이 절 더 신경 쓰는 거 같아요.”
“신경 쓰이니까 그렇지.”
“형님은 은근히 정에 약한 거 같다니까.”
정 때문에 그런다기보다 타로 때문이었지만, 효섭이는 개의치 않아 보였다.
“난 연습 좀 하러 가야겠다.”
“아, 맞다. 형님 어제 첫 번째 무대 완벽했는데 그거 다시 해야 되죠? 다시 하면 그때의 그 감정이 차오르지 않을 텐데 어떡해요.”
내 마음에도 여운을 남기며 눈물까지 흘린 ‘능소화 아래서’의 무대.
관객들이 이전과 같이 ‘능소화 아래서’를 들을 때에 폭발적인 반응을 보일지 걱정이 되었다.
“……그래서 조금 다른 시도를 해 볼까 해. 편곡을 조금 더 바꿔야겠지?”
“괜찮으시겠어요?”
“어쩔 수 없지. 관객들은 그 무대를 다시 보는 것보다 색다른 무대를 기대할 것이란 생각이 들어서.”
“하긴, 그럴 수도 있겠네요.”
“그런 김에 오늘은 회사 좀 다녀와야겠다.”
나는 옷을 갈아입고는 휴엔터로 갈 채비를 마쳤다.
* * *
이준혁 피디님께는 미리 연락을 하고 휴엔터에 도착했다.
내 팬들은 오늘 내가 올 것이라고 예상을 못 했는지 회사 앞은 고요했다.
사원증을 찍고 이 피디님의 작업실로 올라갔다.
정중히 벨을 누르고 기다렸다.
문이 열리고 이 피디님이 모습을 드러냈다.
“피디님, 안녕하세요.”
“도현 씨, 오랜만입니다. 그래 봤자 일주일 조금 넘었나…….”
“예. 한 열흘 정도 된 것 같네요.”
“어제 무대 정말 잘했습니다. 그래서 더 아쉽기도 했지만요.”
“그래서 더 아쉬웠다고? 왜?
내가 느끼기엔 완벽 그 자체인 무대였는데…….
“어떤 점이 아쉬우셨습니까?”
직설적인 이 피디님을 대할 땐 직설적으로 물어보는 게 좋다.
그러면 솔직한 대답을 들을 수 있으니 말이다.
“다시 한번 그 무대를 하면 그때의 그 감성을, 감정이입을 끌어내지 못하잖습니까. 관객들은 이미 한번 맛본 무대를 다시 한다는 게……. 첫 공개의 짜릿함을 이끌어 내지 못한다는 게 아쉽습니다.”
“아, 그건 저도 공감합니다. 그래서 피디님을 찾아왔습니다. 편곡을 더 해야 하는데 어디에 어떤 식으로 편곡이 들어가야 할지 여쭤보려고요.”
“안 그래도 미리 준비해 놓긴 했습니다. 한번 들어 보시죠.”
이준혁 피디님은 미리 준비한 음원을 재생했다.
구슬픈 기타 소리가 베이스로 깔린 채 마이너한 음계를 왔다 갔다 하면서 분위기를 최대한 서글프게 이끌고 있었다.
그다음으로 시작은 노랫말이 아닌, 허밍이었다.
왜 이 생각을 못 했지?
도입부만 바꾸더라도 느낌이 달라질 수 있는데.
“여기까지가 1차 편곡입니다. 할 수 있겠어요?”
“네! 할 수 있습니다. 단조 연주에 허밍이 더해지니 쓸쓸한 느낌이 더해져서 정말 좋습니다.”
“좋아요. 그럼 이번엔 중간 아르페지오 부분 편곡을 들어 봅시다.”
그렇게 이준혁 피디님의 버전을 계속해서 들었다.
분명 같은 듯하면서도 미묘한 차이가 있었다.
관객들은 기시감을 느끼면서도 다른 무대를 맛보게 될 터.
그 모습을 상상만 해도 좋았다. 이렇게 간단히 해결할 수 있는 것을…….
좋았어. 이번엔 이 무대로 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