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 new career singer who can read the future RAW novel - Chapter (44)
미래를 읽는 경력직 신인가수-44화(44/225)
도현이 숙소에 도착했을 땐, 도착 예정 시간 30분 전이었다.
미리 강당에 가 있었고 다른 참가자들의 모습을 볼 수 있었다.
아무래도 트러블 메이커였던 17번 참가자가 빠지고 난 상황이니 다들 편안한 마음으로 있는 듯했다.
그렇지만 이 분위기가 부담스러웠던 건 도현이었다.
‘그 누구도 나와 효섭일 위해 나서지 않았지.’
개인이 살아남기 위해선 안 좋은 사건에 최대한 엮이지 않는 것이 좋다는 걸, 머리로는 인식하면서도 마음으로는 이해할 수 없었다.
‘그 간단한 것마저…… 해 주지 않았어.’
다들 한마디씩 떠들고 있을 때 도현만은 입을 굳게 닫고 있었다.
늘 밝게 웃던 도현이 무표정한 채 자신들을 쳐다보자 나머지 참가자들은 말을 걸지 않았다.
도현은 얼른 미션이 발표되길 기다렸다.
“23번 님, 괜찮으세요?”
41번이 다가오더니 슬쩍 물었다.
같은 멘토 밑에서 같이 연습을 한 적도 있는 참가자.
하지만 41번이 말을 걸어온 게 마냥 좋지만은 않았다.
“아, 뭐 괜찮습니다.”
“힘내요. 23번 님 그런 사람 아닌 거 다들 알아요.”
그 말에 흘깃 도현을 바라보는 참가자도 있었다.
도현은 그 시선이 부담스러웠다.
“아, 예.”
41번의 말에 대충 답하고는 도현은 정면을 바라봤다.
그리고 오후 2시가 되자, 메인 연출은 앞으로 나와 마이크를 잡았다.
“오늘 참가자 1명으로부터 복귀하지 못하겠다는 연락을 받았습니다.”
도현은 의아했다. 이제 미션이 얼마 남지 않았는데, 이 와중에 포기하는 사람이 있다고?
그만큼 절실하지 않은 것인가?
“그 참가자는 다름 아닌…… 3번 참가자입니다. 프로그램을 진행하며 스트레스를 많이 받았고, 자진해서 하차하겠다고 말을 해 주셨습니다. 안타까운 일입니다.”
이제 남은 건 8명.
“내일 음악 방송 무대에는 8명이 오르게 됩니다. 지난 한 주는 자신을 알리기 위한 PR도 모두 허락된 한 주였었죠? 어떠셨습니까?”
메인 연출의 말에 33번 효섭이는 청계 광장 라이브 무대가 좋은 기억으로 남았다고 말하기도 했다. 33번뿐만 아니라 다른 참가자들도 굉장히 좋은 한 주였다고 평가를 했다.
모두가 즐거운 한 주를 보냈지만, 나는 그러지 못했다.
아무래도 17번이 대놓고 나를 저격했기 때문이었다. 효섭이처럼 라이브 무대를 한 번이라도 했으면 덜 기분 나쁜 한 주였을 텐데.
아까 숙소에 들어오기 전 마지막으로 실시간 투표 결과를 확인했을 때 200표 정도 차이로 아슬아슬하게 효섭이를 앞서고 있었다. 사실이야 어떻든 왕따 논란으로 인해 라이트 팬들은 마음을 돌렸을 테니까.
“음악 방송에서는 생방송이기 때문에 빠르게 무대를 진행할 수밖에 없습니다. ‘너첫가’에서 진행하는 것처럼 무대 하나하나에 정성을 들일 수 없습니다. 어느 정도 포기하고 가야 하는 부분이 있다는 것 알아주시기 바랍니다.”
메인 연출의 눈이 도현을 향했다.
도현은 생방송에선 기타를 연주하는 척을 할 수밖에 없단 걸 잘 알고 있었다. 사전 녹화를 하지 않는 이상에야 기타를 제대로 연주할 기회가 주어지지 않는다는 것을.
한국의 음악 방송 시스템에서는 악기 연주가 사실상 핸드싱크밖에 안 된다는 것도 알고 있었기에 메인 연출의 눈빛이 무엇을 의미하는지는 잘 알았다.
‘핸드싱크 연습을 하거나, 아니면 악기 연주를 하지 말라는 말이군.”
마음 같아선 밴드 라이브를 초대하고 싶었지만 그게 허락될지는 모른다.
‘일단 물어보긴 해야겠지.’
“오늘 저녁 7시부터는 단 한 번! 음악 방송과 똑같은 환경으로 무대를 할 수 있는 기회가 주어집니다! 내일 무대를 위한 단 한 번의 리허설입니다! 내일은 그런 기회조차 주어지지 않습니다!”
메인 연출의 말에 도현을 제외한 나머지 7명은 수군덕거렸다.
이 이야기를 듣고 나니 하루 만에 밴드 라이브를 하기란 어렵겠다는 판단이 들었다.
제작진 측에서도 수용하지 않을 듯했다.
도현은 결국 AR을 요청해야겠단 생각을 하며 연습실로 갔다.
* * *
오후 7시.
강당에 모두가 모였다.
모인 인원들은 스태프들과 함께 버스에 올라탔다.
버스는 KBC 본관으로 향했다.
오늘 리허설이 있다는 걸 들었는지 KBC 음악 방송 출입구 앞에는 ‘너의 첫 번째 가수가 되고 싶어’의 팬들이 모여 있었다.
찰칵찰칵찰칵─
스트로보가 터지는 소리와 함께 팬들의 함성이 들렸다.
그중에는 도현을 부르는 사람도 있었고, 다른 이들을 부르는 소리도 있었다.
그 와중에 경호원들을 제치고 선물을 건네려는 사람도 있었다.
“밀치지 마세요! 붙지 마세요!”
경호원들과 스태프들이 최대한 소리쳤지만, 이미 난장판이 돼 있었다.
도현은 이리 밀쳐지고 저리 밀쳐진 끝에 손에는 쇼핑백을 몇 개나 쥐게 되었지만, 이런 환경이 익숙하지는 않았다.
이런 팬들에게 감사하다고 해야 할지, 아니면 다음엔 조심해 달라고 직접 언급해야 할지 난감했다.
지금까지 세 번의 데뷔를 했었지만, 한 번도 겪어 보지 못한 상황 때문에 도현은 난처했다.
“오빠! 이것도 가져가세요!”
“이것도요!”
출입증이 있어야 하는 출입구까지 쫓아온 팬들이 도현에게 선물을 내밀었다.
그 사이를 경호원이 막아섰다. 도현은 죄송하다며 인사를 하곤 안으로 들어왔다.
“와, 진짜 무섭네.”
한 참가자가 말했다.
“그러니까. 다들 정신이 어디가 어떻게 된 것처럼 구네.”
또다른 참가자의 말에 도현은 미간이 찌푸려질 뻔했다.
“23번님이랑 33번님은 좋으시겠어요. 그렇게 팬이 많아서.”
비꼬는 뉘앙스가 가득한 말에 도현은 짜증이 났지만, 웃었다.
어차피 자신보다 실시간 득표율이 엄청난 차이가 나는 참가자들이었고, 탈락할 게 뻔했기 때문에 쓸데없는 감정 소비는 하지 않으려 했다.
“제 팬들이 오늘따라 많이 와 줬네요. 고맙네요, 정말. 든든한 힘이 되었어요.”
그 말에 다른 참가자 몇몇은 인상을 찌푸렸다.
하지만 실시간 투표 1, 2위를 오가는 도현이었기에 아무런 말도 못 했다.
더군다나 17번처럼 내부 분란 문제를 일으켜서 얼마 남지 않은 경연에서 퇴출당하기에도 싫은 모양이었다.
도현은 조금 난처했지만, 팬들이 정성스럽게 싸 온 선물들을 자신의 자리에 꽉 차게 두었다. 확실히 다른 참가자들과 차이가 났다.
효섭만이 도현과 비슷한 정도였다.
휴대폰을 반납하는 날이 아니었더라면 사진을 찍어서 감사하단 인사를 SNS에 올리며 투표율을 더 올릴 수도 있었겠지만, 아쉽게도 토요일이 아니었다.
그때, FD가 안으로 들어왔다.
“여러분, 이제 순서를 정하러 갈 시간입니다.”
FD의 안내를 받으며 8명이 이동했다.
오랜만에 보는 음악 방송 무대에 도현은 심장의 두근거림을 느꼈다.
그동안 경연을 펼쳐 왔던 것보다도 더 두근거렸다.
이 음악 방송 무대가 얼마나 간절했던가!
도현이 지난 데뷔의 무대를 하나씩 되새겨 보는 시간을 가질 때 메인 연출이 나섰다.
“순서는 쪽지 뽑기로 정하겠습니다. 오늘 스태프들 퇴근 시간도 얼마 안 남았기에 무대 리허설 기회는 단 한 번입니다. 모니터링 시간은 오늘 밤에 드리겠습니다.”
참가자들이 우르르 메인 연출 앞에 모여들었다.
뽑는 순서는 없었다. 도현은 자신이 뽑은 번호를 봤다.
행운의 넘버, 7.
순간 타로 카드 중에서 [Seven Of Pentacles]가 떠올랐다.
해당 카드에는 금동전 일곱 개 중에서 어떤 것을 캐야 할지 고민하는 그림이 그려져 있다.
무엇을 고르더라도 노력의 결과였기에, 좋은 보상을 받을 수 있다고 말하는 카드였다.
‘흠, 어떤 노래를 고르더라도 좋은 결과를 얻을 수 있을 것만 같다. 7이라는 숫자, 좋으니까. 순서도 8명 중 일곱 번째면 나의 실력을 잘 드러낼 수 있을 듯하고.’
“자, 순서 다 정해졌죠? 순서대로 준비하실게요!”
메인 연출의 말에 첫 번째 순서인 참가자부터 무대 위로 올라갔다.
인이어를 착용하고, 마이크를 든 채로 말이다.
그동안 경연 무대에서도 똑같이 해 왔지만, 이번은 다르다.
음악 방송을 주로 보는 연령대의 마음을 사로잡는 것이 중요했다.
음악 방송 시청률은 대개 0%에서 1%대를 벗어나진 못했지만, 신인 발굴의 장이 되기도 한다. 우승하지 못하더라도 좋은 소속사의 눈에 들면 좋은 법. 그러니 최선을 다해야 했다.
“나머지 참가자들은 인이어 착용하고 각자 준비하겠습니다!”
도현은 일곱 번째 순서였기에 천천히 인이어를 착용하고 난 후에 두 번째 참가자의 무대부터 관람했다.
참가자들은 지금까지 경연과는 다른 무대라 그런지 음 이탈부터 음정과 박자가 흔들리는 사태가 일어나고 있었다. 안쓰러워질 지경이었다.
네 번째 무대는 효섭이었다. 효섭은 그나마 상태가 좋았다. 두 번째 데뷔에 도전하는지라, 그나마 경험이 조금 있다는 이유만으로 그럭저럭 괜찮은 무대를 완성했다.
도현은 이들 사이에서 1위를 할 자신이 있었다. 자신을 괴롭혔던 왕따 논란 때문에라도 더 좋은 점수를 받아서 효섭과의 격차를 벌려야 했다.
“자, 일곱 번째 참가자 23번 올라갑시다. 빨리빨리!”
도현은 점프를 해서 무대 위에 올라가다 그만 발목을 접질렸다.
“……아.”
그러면서 나뒹군 탓에 스태프들의 시선이 몰렸다.
막내 스태프가 다가와 도현에게 괜찮냐고 물었다.
“아뇨, 걷기가 조금 힘든데요.”
“그럼 조금 있다가 병원에 다녀오시고……. 일단 리허설 먼저 할게요.”
오른쪽 발목에서 찌릿함이 계속해서 올라왔지만, 도현은 참가자 중 가장 프로였다.
AR이 재생되고 도현은 자신의 매력 포인트를 살려서 노래를 불렀다.
무대는 2분가량이었다. 모든 참가자에겐 2분 정도의 시간밖에 주어지지 않았다. 그 말인즉슨, 3분이 넘는 곡을 다 편곡했다는 소리. 도현도 마찬가지였다.
무대에서 내려온 도현은 절뚝거렸다.
막내 스태프가 그런 도현에게 캠코더를 들이밀면서 인터뷰를 진행했다.
“23번 님, 무대 올라가다가 다치셨는데, 괜찮으세요?”
“이 정돈 괜찮은 거 같습니다. 그냥 살짝 삔 것 같습니다.”
도현은 의연한 척했지만, 사실 오른쪽 발목이 점점 부어오르며 고통이 심해지고 있었다.
“저 죄송하지만…… 병원에 지금 가도 될까요?”
“어차피 저랑 같이 가셔야 해서요. 인터뷰 조금만 더 진행하고요.”
막내 스태프의 끈질긴 인터뷰 요청에 도현은 고통을 참으며 인터뷰를 진행했다.
다리 부상에도 좋은 무대를 완성할 수 있겠냔 질문까지 끝낸 후에야 도현은 병원으로 이동해도 된다는 허락을 받았다.
문제는 출입구 근처에서 대기하고 있을 팬들이었다.
팬들의 눈에 절뚝거리는 게 눈에 띈다면 안 좋은 소문이 날 것이라 예상한 제작진은, 본관에서 별관으로 이동해 도현을 차에 태웠다. 도현은 오른쪽 발목 통증에도 10여 분을 걸었다.
도현이 별관으로 나올 것이라 팬들은 예측하지 못했기에 아무도 없었다.
“인근 병원 응급실로 이동할게요.”
도현은 스태프의 SUV 차를 타고 이동했다.
응급실에 도착하자 발목을 접질린 것뿐이고 인대가 놀란 것이니 반깁스 정도만 해도 될 듯하다는 의료진의 진찰을 받았다. 도현으로선 다행이었다.
응급 처치를 받고 숙소로 돌아가려는 그때.
“아, X발!”
막내 스태프가 뭔가를 보고 욕을 지껄였다.
도현은 의아해하며 스태프가 보던 화면을 봤다.
[네 번때 데뷔, 그 뒤에 가려진 진실의 민낯!드디어 폭로한다, 나도현! 너의 진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