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 new career singer who can read the future RAW novel - Chapter (46)
미래를 읽는 경력직 신인가수-46화(46/225)
ㄴㄷㅎ 관련해서 영상 뜬 거 봄?
└영상 봤는데 17번 31번이 애초에 잘못한 거 아님?
└나도현 이번 논란 애초에 왜 논란인질 모르겠음
└프로그램도 안 보는 사람들이 프로그램에 이래라저래라 하는 거 싫음
└나도현만 이상한 애 들러붙어서 고생함……
└나도현 팬들이 투표 독려하는 글에 욕 달리더라
└솔직히 나도현 인성이 좋은 듯한데 말이지
└└나도현이 여지를 주긴 해서 참 바보 같다는 생각이 듦
└└└나도현이 무슨 여지를 줬다고 생각함? 난 전혀 이해가 안 가서 물어봄
└└└└나도현이 어찌 되었든 걔랑 엮인 게 여지를 준 거지
└└└└└적어도 네가 나도현 편 아니라는 건 잘 알겠다 니 돌이 망하길 기다할게 억울함 속에서
└└오죽하면 전에 그룹 같이했던 애들이 나도현 실드 글을 SNS에 올리겠음?
└└└다른 참가자들도 올렸으면 좋았을 건데 방송국에서 막은 듯
* * *
KBS 예능국 회의실, 새벽 2시.
“하…… 이거 누가 처리할 수 있어?”
예능국장의 지친 듯한 목소리가 회의실에 울려 퍼졌다.
긴급 호출을 당한 CP와 제작진 피디들은 어떻게 할 수 있다고 자신 있게 말할 수 없었다.
“그냥 왜 탈락하게 되었는지 이미 영상으로 내보냈는데, 다시 한번 내보내면 되지 않을까요? 당시 상황 앞뒤를 공개한다면 그들도 가만히 있을 듯한데.”
막내 피디의 말에 선배 피디들은 한숨을 내쉬었다.
“아무리 그래도 그게 한 번에 잡히겠냐고. 지금 너튜브 사이버 렉카들 봐. 23번 관련해서 온갖 추측 억측 다 내뱉고. 휴엔터에서 고소 들어가려고 준비 중인데. 어떻게 될 것 같냐.”
예능국장의 말에 다들 다시 입을 다물었다.
17번이 31번과 컨택해서 이런 영상을 찍어 또다시 파문을 일으킬 줄이야.
짐작하지 못했다. 짐작한 사람이 있다면 당장 돗자리라도 깔아야 할 것이다.
“제 책임입니다.”
‘너의 첫 번째 가수가 되고 싶어’ 메인 피디가 처참한 목소리로 말했다.
“룰을 너무 세게 만든 게 아니었나 싶었는데, 정말 이런 일이 벌어질 줄은 몰랐습니다…….”
“야, 김 피디. 뭐가 세게 만들어. 그 정도 룰은 다른 프로그램에도 있어. 지들 탈락 사유를 납득하지 않고 있는 그놈들이 이상한 거지.”
예능국장의 말에 다른 피디들도 고개를 끄덕였다.
하지만 이들의 의견이 이렇다고 해서 달리 방도가 있는 게 아니었다.
“사건 터지고 얼마 지나지 않아서 해결 안 하냐고 대판 쪼이고 왔더니, 기분이 뭐 같네.”
예능국장은 한숨을 푹푹 내쉬었다. 피디에서 CP로, CP에서 국장까지 달게 되었건만, 그의 앞날은 어두웠다. 임기는 마치고 내려오고 싶었는데, 그마저도 못 하게 될 상황까지 도달하고야 만 것이다.
“너네들, 아이디어 진짜 없냐, 어? 뭐라도 내 봐. 영상 공개만은 절대로 피하자고. 고소 공지도 우습게 아는 놈들, 대가리에 피 마른 놈들을 어떻게 해야 할지 말이라도 해 봐.”
“선배, 저런 인간들 보통 너튜브에서 몇 번 깔짝이다가 말잖아요. 2주 결방이라고 해서 오히려 더 열띤 반응 보이는 거 아닐까요? 자신들이 무엇이라도 되는 것처럼 말입니다.”
“그럴 가능성 있지. 아니, 대놓고 관심 주니까 더 저러잖아. 쟤네가 원하는 게 뭐겠어? 지들보다 실력 잘나고 성격 좋고 외모 다 되는 23번 탈락시키자, 이거잖아. 그런데 우리가 그러겠어? 그러니까 하…… 두야. 머리 아프다.”
예능국장이 관자놀이를 꾹꾹 눌렀다.
그 모습을 바라보는 다른 피디들도 할 말이 없고 속은 답답했기에 앞에 준비된 커피만 들이마실 뿐이었다.
“연락 취해 봤어?”
예능국장이 물었다.
모든 피디가 고개를 끄덕였다.
한 피디가 자신이 받은 문자를 보여 줬다.
[내 마음~ 연락하지 마세요~ 23번 탈락할 때까지 폭로 영상 올릴 거임]“하…… 이거 완전 초등학생, 아니 초등학생도 이렇게는 안 해. 이게 도대체 뭐야?”
예능국장은 속에서 화가 더 올라온다는 듯, 말했다.
“나 담배 좀 피우고 온다.”
“저도요.”
피디들이 줄줄이 나갔다.
회의실에 남은 조연출 등을 맡은 피디들은 이 새벽에, 이 자리에서 이런 고생을 하고 있다는 게 꽤 억울했다.
“그냥 선배님들 모르게 너튜브에 저희도 폭로 영상 올릴까요? 스태프가 유출했다, 이런 식으로 스토리 짜면 되잖아요.”
“그렇게 되겠냐. 선배들은 그게 개싸움이 될 거 같아서 안 하려고 하는 건데. 그게 걔네가 원 하는 거야. 그렇게 개싸움 일으키고, 문제의 주인공이 된 23번 투표율 떨어뜨리고, 그렇게 탈락시키기.”
“아, 그렇긴 하네요.”
“나도현 씨에 대한 억측은 휴엔터에서 처리할 일이고. 우리는 지금 이 프로그램에 심호흡기를 달고 살려 내야 해. 프로그램 시청률 얼마나 좋았어? 20%가 코앞인 상황에서. 타사 오디션 프로그램 망할 때 우리는 20%까지 끌어올렸는데, 이게 추락한다고 생각을 해 봐.”
피디들의 한탄이 이어졌다. 17번을 담당했던 스태프는 더욱더 할 말이 많았다.
“17번 걔도 참 싸가지가 없었는데. 이런 식으로 굴 줄은 몰랐네요. 저런 식으로 나오면 가요계 소속사 어디에서도 데리고 가려고 하지 않을 텐데. 어린애가 자충수를 두고 있다는 말밖엔 나오지 않아요.”
“어리니까 치기지. 감히 실력 좋은 나를 탈락시켜? 이런 마음일 거다. 그런데 그걸 왜 우리 프로그램에서…….”
회의실 문이 열리고 담배 냄새가 훅 끼쳤다.
예능국장부터 몇몇 피디들이 들어왔기 때문이었다.
“어떻게 할지 생각은 좀 해 봤나?”
예능국장의 물음에 다들 고개를 저었다.
“그럼 이건 어떠냐?”
* * *
“으아아아악! 살려 줘! 살려 줘! 뱀이 나를 물어뜯는다!”
도현은 가위에 눌린 채 악몽을 꾸는 중이었다.
최근 며칠 받은 스트레스가 큰 영향을 준 듯했다.
손가락 발가락을 움직여 가며 한참을 가위와 싸운 끝에 풀려날 수 있었다.
도현은 헉헉거리며 몸을 일으켜 세웠다.
“하아, 이게 다 그 망할 놈의…….”
욕이 절로 나오는 상황이었다.
예상대로라면 어제 음악 방송 무대를 했어야 했는데, 지금은 다시 백수로 돌아간 것과 다를 바 없었다.
방송국 측에서 세게 대처하길 바라며, 금요일 하루를 보냈는데 방송국에서는 기자들의 연락도 다 무시한 채 묵묵부답이었다. 그나마 친한 기자에게는 “이미 영상으로 확인하셨을 것”이라고 말했을 뿐이었다.
이러니 [도둑이 제 발 저린다? 방송국+휴엔터 ‘묵묵부답’] 같은 기사가 나오는 게 아니겠는가!
도현은 회사에 연락해서 어떻게 할 것이냐고 물어봤지만, 일단 대기하고 있으라는 지시가 내려왔다.
방송국 스태프에게도 연락을 취해 봤지만, 기다려 달라는 답변만 올 뿐이었다. 어떤 행동을 취해야 할진 가르쳐 주지 않았다.
그때 불현듯 도현의 머릿속에 아이디어가 스쳐 갔다.
“남의 손만 믿고 있다간 나만 손해지. 내 이미지를 깎아 먹을 순 없어. 어떻게 쌓은 대국민적 호감도인데.”
결심한 직후 도현은 회사와 방송국에 연락해 자신의 아이디어를 전달했다.
만류하는 반응을 예상했다. 스스로 책임지겠다 말하고 밀고 나갈 생각이었다.
하지만 뜻밖에도 회사와 방송국 양쪽에서 그럭저럭 긍정적인 반응이 나왔다. 대놓고 밀어주지는 못하지만, 가능한 선에서 도움을 주겠다고 한 것이다. 아마 도현의 아이디어보다 좋은 생각을 해내지 못했으리라.
그렇게 실행된 도현의 아이디어는…….
* * *
“아, 형. 나도현 얘 미쳤나 봐요.”
31번이 무슨 일이냐고 물었다.
“방송국 스태프한테 문자 왔는데, 나도현이 합방을 원한다네? 서로 하고 싶은 얘기도 하고 방송이 잘못됐다고 생각하면 편집 없이 제대로 대결해 보자고. 솔직히 형하고 제 실력 합치면 나도현 하나 바르는 거 우습지 않아요?”
“그렇지. 나야 무대를 못 해서 실력을 못 보여 줬을 뿐이니까.”
“할까요, 합방?”
“나도현이 미친 것 같은데. 한번 해 보자, 합방.”
그 즉시 17번과 31번은 영상을 촬영했다.
영상에는 다음과 같은 메시지가 담겼다.
“23번이 자기 주제를 모르고 기어오르려고 하더라고요. 무슨 자신감인지는 모르겠는데. 솔직히 기존 팬들 덕분에 그 자리에 오른 거 아님? 얼굴 때문에 그 자리에 오른 거 아님? 하는 말이 너무나도 웃겨서 기절할 거 같은데. 도전장 기꺼이 받아들입니다. 우리 스튜디오에서 하죠? 오늘 오후 8시, 오케이? 스튜디오는 내가 공개할게.”
17번은 본문에 스튜디오의 주소를 적었다.
얼마 지나지 않아 도현은 그 영상을 확인했다. 방송국 스태프가 전달해 왔기 때문이었다.
스튜디오는 집에서 가까운 편에 속했다.
오후 8시.
차라리 이런 식으로 하면 판가름이 날 것이라는 게 도현의 생각이었다.
스트레스로 눌리지도 않던 가위까지 눌린 마당에, 앞날을 방해하는 요소는 다 제거하고 갈 생각이었다.
* * *
오후 8시. 성수동의 한 스튜디오 앞.
17번이 주소를 공개했기에, 스튜디오 앞은 도현의 팬들과 이 싸움을 구경하러 온 다양한 사람들이 섞여 있었다.
17번과 31번이 들어갈 땐 야유가 퍼부어졌다.
그럼에도 17번과 31번은 손가락 욕을 하며 약을 올렸다.
이어지는 욕설에도 17번과 31번은 자기만의 길을 걸었다.
“도현이 오면 잘해 줘야겠다.”
“도현이 오면 다 같이 큰 소리 한번 질러 주세요!”
팬들은 응원의 뜻에서 한자리에 모여 도현의 이름이 적힌 슬로건을 들고 서 있었다.
10여 분쯤 지났을까.
택시에서 키가 크고 날렵하게 생긴 한 남자가 내렸다.
누가 봐도 알아볼 수 있었다.
바로 도현이었다.
도현은 예상보다 많은 사람이 스튜디오 앞에서 대기 중인 것을 보고 살짝 당황했지만, 티를 내진 않았다.
“나도현 씨! 여기 인터뷰 좀 해 주세요!”
“여기요, 여기!”
“사진 좀 찍고 가죠, 사진기자입니다!”
너튜버들과 사진기자들이 혼재해 있어 소란스럽기 짝이 없었다.
도현은 사진기자들 중 익숙한 얼굴을 발견했다.
그제야 사진기자들 앞에서 사진을 촬영했다.
너튜버들은 스튜디오로 들어가려는 도현 앞으로 덤벼들었다.
어떻게든 인터뷰 영상을 따겠다는 의도가 보였다.
하지만 도현은 그렇게 하지 않았다. 죄송하단 말만 하고 스튜디오로 들어갔다.
“오, 쫄보 아니네?”
17번이 도현을 바라보며 비웃는 어조로 말했다.
“이걸 원하는 거 아니었나? 원하는 대로 해 주겠다는데, 왜.”
도현의 덤덤한 태도에 17번과 31번의 표정은 구겨졌다.
“지금부터 생방 켤 테니까. 네 실력 똑바로 보여라, 알겠냐?”
17번이 계속 반말을 지껄였다.
도현은 기도 차지 않았지만, 그에 대해 언급도 하지 않았다.
어차피 이 게임의 승리는 정해져 있다는 걸 도현은 잘 알고 있었다. 그렇기에 낸 아이디어였으니까!
“하. 진짜 말하는 거 기분 더럽게 만드네?”
17번이 이죽였다.
하지만 도현은 신경 쓰지 않았다.
“됐고, 가자. 그 잘난 너희들 실력, 한번 보자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