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 new career singer who can read the future RAW novel - Chapter (54)
미래를 읽는 경력직 신인가수-54화(54/225)
올림픽공원은 KBC ‘너의 첫 번째 가수가 되고 싶어’를 보기 위한 관객들로 붐볐다. 그중에는 암표상들도 있었다. 경호원들에게 표를 뺏기고 쫓겨나는 암표상도 있었다. 흔히 볼 수 있는 공연장 분위기였다.
“와, 오늘 분위기 어떨까. 진짜 너무 떨리네….”
“진짜 엄청날 거예요. 1만 명 앞에서 하는 무대라니.”
“1만 명이라는 숫자가 이렇게 거대하게 느껴진 건 처음이에요.”
“정말이지, 태어나서 한 번은 체조경기장서 무대를 해 보고 싶었는데…. 이런 기회가 찾아올 줄은 몰랐어요.”
다른 참가자들은 긴장에 휩싸여 이야기 중이었다.
도현은 그 대화에 참여할까 잠시 고민했지만, 머릿속에는 어떤 퍼포먼스를 펼쳐야 관객들을 매료시킬지 여러 가지 방법이 떠올랐다.
‘돌출 무대도 있어. 내 무대는 돌출 무대부터 본 무대까지 활용할 수 있는 게 장점이지. 돌출에서 시작해 본 무대에서 마무리한다면 꽤 좋을 거야.’
멤버들 모두가 인이어를 착용하고 본 경연에 앞서 무대 위로 올라갔다.
1만 명이 야광봉을 들고 체조경기장을 꽉 채운 모습은 감동적이었다.
도현은 이전 데뷔에서 꼭 한 번은 체조경기장에서 가수로서 무대를 장식하고 싶다는 생각을 했다. 첫 번째, 두 번째, 세 번째 아이돌 때도 체조경기장 콘서트를 꿈꿨지만 그 정도로 인기가 있진 않았던 터.
체조경기장에서 공연할 정도라면 어느 정도 팬덤이 있는 규모 있는 그룹이라는 소리가 된다. 그 정도로 어려운 무대인데, 솔로 가수로 체조경기장을 채운다? 이건 환상이었다. 도현은 그 환상을 체험하러 온 것이었다.
관객석 위아래를 바라보던 도현은 눈물을 훔칠 수밖에 없었다.
감격적이었다. 도현에게 사랑을 말하는 수많은 슬로건도 눈에 들어왔고, “도현아 사랑해!”라고 하는 개인 멘트도 들렸다. 도현은 연신 미소를 지었다.
MC 하연호가 등장했다.
“여러분, 오늘 여기에 계신 인원은 정확히 몇 명인 줄 아시나요?”
“1만 명요!”
한 관객이 아주 우렁찬 목소리로 외쳤다.
“그렇습니다. 1만 명입니다! 오늘 8명의 참가자는 각기 다른 무대를 통해 1만 명의 표심을 얻어야 합니다. 참가자 투표는 매 참가자 무대가 끝난 후 주어진 버튼을 누르면 됩니다. 혹시 지금 예시로 눌러 볼까요? 하연호를 좋아하는 사람 버튼 눌러엇!”
그러자 전광판에 실시간으로 눌린 버튼 수가 공개됐다.
“버튼이 이상하다 싶으면 구역에 배치된 스태프에게 변경 요청하시면 됩니다! 자, 긴말하지 않겠습니다. KBC ‘너의 첫 번째 가수가 되고 싶어’! 우여곡절도 많았지만, 드디어 종착역에 도착했습니다. 마지막 역의 주인은 누가 될 것인지 한번 봅시다! 다들 대기해 주세요!”
도현의 무대는 세 번째 순서였다. 도현은 무대를 하기 전 대기실에서 목을 한 번 더 풀었다.
오늘은 저음과 고음을 오가야 하는 데다, 스캣을 사용해서 목소리를 절묘하게 사용하여 위험한 아름다움을 가진 타락천사 같은 느낌을 자아내야 했다. 지난번에도 도현의 무대에 매료되었던 이들을 다시 한번 끌어들이기 위함이었다.
대기실에서는 실시간 무대 상황이 나와 있었다. 대기실 TV엔 어느 후보가 몇 표를 얻었는지는 공개되지 않았다. 그러다 보니 긴장이 슬슬 밀려왔다.
자기 순서가 다가오자 도현은 돌출 무대 아래로 가서 대기했다. 리프트를 타고 올라와 무대를 꾸밀 예정이었다.
3.
2.
1.
어둠 속에서 빛나는 새빨간 스포트라이트. 눈가는 레이스로 가려져 있었으며, 시스루 셔츠와 큰 키에 어울리는 슈트 핏.
관객들은 도현의 섹시함에 입을 틀어막았다. 함성을 지를 새도 없었다.
“와, 나도현….”
이 자리에 온 도현의 오래된 팬들은 알 수 있었다.
도현이 가수 생활에 대해 얼마나 애착을 가졌는지. 얼마나 가수가 되고 싶어 했는지.
내게 손 내밀어 줘
넌 나의 유일한 구원
내게 손 내밀어 줘
넌 나의 유일한 우주
넌 넌 넌 넌 넌 넌
내 세상을 지배해 줘
너 없는 우주는 상상할 수 없어
그러니 나를 너의 아래에 둬
나라는 이야기를 만들어 줘
가사 역시도 끈적였다. 다른 이가 잘못 불렀으면 느끼하단 소리도 들었을 수 있겠으나, 도현은 무대를 완벽히 소화해 냈다.
“네! 도현 씨 무대 아주 잘 봤습니다.”
도현은 프롬프터 옆에 마련된 수건으로 얼굴 땀을 닦았다. 생수도 조금 마셨다.
“도현 씨, 오늘 굉장히 압도적인 무대를 보여 주셨는데요, 소감이 어떤가요?”
“정말… ‘너첫가’의 마지막 무대라고 생각하니 이전 무대들보다 더 뼈를 갈아서 하게 된 것 같아요. 감사합니다. 여러분.”
하연호가 씨익 웃더니 도현에게 말했다.
“그렇다면 1만 명의 선택을 받았는지 바로! 바로! 바로오! 확인해 보겠습니다! 도현 씨는 뒤를 돌아주세요!”
뒤를 돌자마자 눈을 꾹 감았다. 무대를 할 땐 여유롭게 체조경기장을 휘젓는 듯했지만, 막상 결과를 확인하는 순간이 되자 많은 선택을 못 받았을까 봐 걱정되는 터였다.
“이야! 역시 23번 나도현! 나도현! 나도현!”
하연호가 나도현의 이름을 외치도록 했다. 관객들 모두가 도현의 이름을 외치고 있었다.
도현은 수많은 사람이 자신의 이름을 불러 주는 게 처음이었기에 속에서 욱하는 감정이 올라왔다.
그리고 이윽고….
“23번 나도현 씨, 앞을 봐 주세요. 점수가 공개되었습니다!”
“꺄악!”
“와아! 나도현! 데뷔 축하해!”
도현은 조심스럽게 눈을 떴다.
9,887/10,000.
1만 명 중 9,887명의 선택을 받았다!
여러 가지 일들이 있어서 좋은 점수를 못 받을지 모른다는 생각이 있었으나, 그 생각은 무너져 내렸다!
도현은 그 자리에서 다리가 풀려 주저앉았다.
어린아이처럼 엉엉 우는 도현에게 하연호가 다가가 인터뷰를 시도했지만, 울음과 말이 뒤섞여 제대로 이해를 할 수 없었다.
“자자, 도현 씨는 진정시키기 위해 무대 아래로 보내 드리겠고, 다른 분들의 무대 역시도 만나 보겠습니다!”
그렇게 마지막 순번의 무대까지 완성된 다음!
드디어 전체 순위 공개가 있었다.
8명이 모두 무대에 올라와 있었지만, 1위는 이미 낙점됐다고 봐도 무방하다.
8위부터 발표를 하면서 하연호는 연신 싱글벙글이었다.
마지막 톱3를 놓고는 화면이 3분할 됐다.
잔인한 방송국 놈들!
톱3는 선아 누나, 효섭, 그리고 도현이었다.
예상에서 벗어나지 않은 순위였다!
“자, 과연 누가 3위를 차지했을까요?”
3분할 화면에서 끊임없이 3위 화살표가 돌아갔다.
가장 떨리는 순간 중 하나였다. 몇 초 뒤 화살표는 멈췄다!
“축하합니다! 홍대의 신 41번 참가자님! 이로써 홍대를 휘어잡던 밴드는 재결합을 하게 되었겠군요!”
“감사합니다! 우리 멤버들 보고 있나! 난 약속 지켰다! 재결합할 준비나 해라!”
힘찬 그 말에 관객석이 웃음으로 물들여졌다.
“이제 두 명이 남았습니다. 두 사람은 앞으로 나와 주시길 바랍니다.”
도현과 효섭.
공식적인 라이벌인 두 사람의 마지막 승부를 결정 내는 순간이었다.
사실 1위는 이미 정해졌다고 봐도 되지만.
“여러분께서는 그동안 ‘너첫가’를 보면서 이 친구, 참 실력 좋은데, 하셨을 겁니다. 데뷔에 도전하는 모습이 참 아름답다고 느꼈을지 모르겠습니다.”
도현과 효섭 두 사람 모두에게 해당하는 말이었다.
“1만 명의 선택, 실시간 홈페이지 투표, 심사위원 점수까지 합산한 결과. 1등…을 먼저 발표할까요? 아니면 2등을 발표할까요?”
밀고 당기는 맛이 쫀쫀한 하연호의 진행에 관객석에서는 야유가 터져 나왔다.
“아우, 여러분. 알겠습니다. 이제 발표하겠습니다. 합산 결과 2위는 바로! 바로! 바아로오!”
전광판 화살표가 도현과 효섭을 오가고 있었다.
이윽고 화살표 속도는 느릿해지며 도현 쪽에서 머무르는 시간이 길어졌다.
‘아, 안 돼! 제발!’
“2등은…! 축하드립니다! 33번 참가자! 두 번째 데뷔에 가까이 왔군요! 머지않아 좋은 무대를 보길 바랍니다!”
“감사합니다! 여기까지 올 수 있도록 저를 다독여 주시고 가까이에서 있던 모든 분께 감사드립니다. 특히 1위를 하게 된 나도현 형님, 정말 축하드립니다!”
“이야, 훈훈한 순간이네요! 1위는 무려 네 번째 데뷔를 하게 된 23번 참가자, 한마디 해 주시죠?”
“정말, 사랑하고 감사합니다. 그 이상의 말은 무용지물인 듯합니다. 여러분의 사랑에 보답하고, 음악으로 여러분을 설득할 수 있는 가수, 나도현이 되겠습니다!”
퍼엉!
콘페티가 사방에서 쏟아져 내렸다.
도현의 눈에서 눈물도 흘러내렸다.
그야말로 환상적인 밤이었다.
* * *
우승의 기쁨을 거머쥔 지 일주일도 안 됐을 때였다.
도현이 아무것도 모르는 사이 온라인은 시끌벅적해졌다.
바로 온라인 커뮤니티에 올라온 글 때문.
[‘너첫가’ 나도현의 학교 폭력을 고백합니다.나는 피해자입니다.]한국중학교 출신 나도현은 어릴 때부터 가수를 꿈꿔 온다고는 했었습니다. 하지만 이미지 관리 같은 건 전혀 없었고요. 툭 하면 저를 샌드백 삼아 치면서 괴롭혔습니다. 그 나이라면 그러고 놀 수 있지 않느냐고요? 누가 급소를 때리면서 놀아요? 이뿐만이 아닙니다. 돈도 없고 가난했던 저에게 뭐를 사 오라고 잔뜩 시키기도 했었어요. 진짜 이러는 게 말이나 되나요? 어떻게 그럴 수 있는 거죠? 돈 없다고 해도 돈 나오면 팬다면서 협박식으로 해서 돈 꾸고 다닌 적이 한두 번이 아닙니다.
솔직히 이전까지는 무명 생활을 오래 했던 터라 눈에서도, 귀에서도 보이지도 들리지 않아 그냥 넘어가려고 했지만, 이제는 다릅니다. 나도현이 ‘너첫가’라는 프로그램을 통해서 유명세를 얻고 데뷔하게 된 것이 굉장히 싫습니다. 중학교 때의 기억이 되살아 나는 것 같아요.
진짜 이런 애가 높은 자리에 서서 가수 생활을 한다는 게 마음에 안 들고요. 사과해 달라고 말 안 해 봤냐고 하신다면… 사과해 달라고 했어요. 그런데 사과해 달라고 했지만, 사과하지도 않았습니다.
ㄴㅇㅈㄱㅆ 이라고 하실까 봐 인증합니다. 한국중학교 졸업장 인증합니다.
└졸업장만으로 누가 주작을 못 해
└졸업장 인증 말고 다른 걸 증거로 내미셈
└사진 같은 거 없음? 나도현이 학폭했다는 사진
└글쓴이: 아쉽게도 증거가 남아 있지 않습니다
└나도현 나이면 사진 증거 충분히 남고도 남을 세대인데 뭔 증거가 없어. 진실을 가리려거든 확실한 증거를 내밀어야 하는 거 아니야?
└글쓴이: 다른 증거는 가지고 있지만, 나도현과 연락이 닿으면 공개할 생각입니다.
└ㅎㄷㄷ 뭔가 있긴 있는갑네
└소속사에서 연락 안 옴? 쓰니야
└글쓴이: 글쎄요 제가 누군지도 모를 것 같은데요 나도현이 기억을 하고 있을는지도요
└너 혼자만의 착각 아님? 내용도 부실하고… 거짓말 같은데 일단 나는 가마니 모드 하겠음 학폭이랬다가 아닌 적도 많아서 가마니 가마니 가마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