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 new career singer who can read the future RAW novel - Chapter (55)
미래를 읽는 경력직 신인가수-55화(55/225)
도현이 학교 폭력 주범이란 글은 다른 거대 온라인 커뮤니티로 퍼져 나갔다. 진실 여부도 확인되지 않은 채.
네티즌들은 항상 그렇다. 사건의 진위 여부가 다 파악된 후에 상대에 대해 욕을 해도 상관이 없다만, 제목만 보고서는 “저 애가 저랬대”라며 악플을 다는 것.
도현도 그 악플의 굴레에서 벗어날 수 없었다. 도현은 ‘너첫가’로 거대 팬덤을 형성한 대신 그만큼의 안티도 얻었다. 그동안 논란이 진실이라고 믿는 이들은 모두 등을 돌렸다. 특히 효섭의 팬들은 도현과 얽히는 걸 더더욱 싫어했다.
도현이 이 사실을 접하게 된 건, 간만에 늦잠을 자고 일어난 점심 무렵이었다.
부재중 전화가 꽤 많이 걸려 와 있었다. 휴엔터 홍보팀장, 휴엔터 홍보팀장, 휴엔터홍보팀장, 휴엔터홍보팀장, 휴엔터홍보팀장….
“…이 불길한 느낌은 뭐지?”
도현은 휴엔터 홍보팀장에게 전화를 걸었다.
홍보팀장은 전화를 기다리고 있었다는 듯 전화를 받았다.
[도현 씨, 지금 인터넷 보지 마.]“왜요? 무슨 일 났어요?”
[도현 씨 동창 중에 누가 도현 씨가 학교 폭력범이라고 글을 썼어.]“제가요?”
도현은 듣자마자 황당했다. 단 한 번도 그렇게 살아온 적이 없었다. 가수가 되느냐 마느냐를 두고 부모님과 다툰 적은 꽤 있었어도, 타인을 괴롭힌 적은 없었다.
거기다 할아버지가 살아 계실 적에는 타인을 괴롭힌 건 부메랑을 맞게 된다고 하셨기에 도현은 자신의 꿈을 위해 최선을 다했던 사람이었다.
[추가 증거도 있다고 하고…. 누구 생각나는 사람 없어?]“생각나는 사람이 있을 리가 없잖아요. 팀장님, 저 진짜 하늘에 맹세코 그랬던 적이 없어요. 이미 가수 준비를 하고 있을 때라 이미지 관리에도 엄청 신경 썼단 말이에요.”
[다들 이런 일 터지면 그래. 그러니까 궁금하다는 거야.]“저 진짜 아니에요. 이런 일이 있었다면 적어도 이전에 데뷔했을 때 소문이라도 돌지 않았을까요? 너무 뜬금없어서 누구일지도 짐작하기 어려워요.”
[일단 우리가 알아볼게요. 도현 씨는 SNS나 다른 연락도 받지 말고 있어요. 우리가 처리해야 할 일이니까.]전화가 끊기고 도현은 침대 위에 드러누워서 중얼거렸다.
“하, 가수 되기 어렵네.”
제아무리 생각을 해 봐도, 마땅한 인물이 없었다. 도현은 그 나잇대 아이들이 그러하듯 심한 장난도 주변에 친 적 없으며, 오히려 노래와 춤에 빠져 살았던 마니악한 아이였다.
“이게 뭐야. 인기가 올라가니까 별일 다 생기네. 내가 꿈꾸던 가수의 길이 이런 것인가?”
곰곰이 생각하던 중 도현은 제힘으로 이번 일을 해결해야겠다는 결심을 했다.
소속사에서 공식 입장을 낸다면 소속사의 뒤에 숨어 일을 벌인다고 악플이 즐비할 것이며, 2차 글이 올라올 수도 있었다.
행동으로 바로 옮기기 전에 도현은 소속사 홍보팀장에게 전화했다.
[응, 도현 씨. 왜? 우리가 알아보는 중이야.]“아닙니다. 제가 회사로 가서 찾아뵙고 확실하게 SNS에 글을 올리는 게 좋을 듯합니다!”
[흐음, 정말 무고한 거 맞지? 이번 글이 조작된 거 맞고?]“네. 아무리 기억을 뒤져봐도 전 그랬던 적이 없어요. 제가 그렇게 막살았다면 가수에 목을 매며 살진 않았을 거예요.”
[그래요. 그럼 일단 회사로 와서 어떤 입장문 낼 건지 우리랑 정리해 보자고. 마침 회사 변호사도 와 있으니. 그거 말고 정해진 일도 알려 줄 게 있고.]“예. 금방 가겠습니다.”
* * *
도현은 오늘만은 팬들과 얼굴을 마주치더라도 밝은 모습으로 있을 수 없겠다는 생각에 후드를 뒤집어쓰고 얼굴을 가린 채 휴엔터 안으로 들어갔다.
“도현아! 너를 응원해!”
“악플 보지 마! 우리가 응원하는 것만 봐!”
“도현아! 사랑해!”
응원의 소리가 들렸지만, 지금만은 하나도 위로가 되지 않았다.
도현은 홍보 팀이 있는 층으로 올라갔다.
“어? 도현 씨, 이쪽 회의실로 와요.”
홍보팀원이 도현을 발견하고는 회의실로 이끌었다.
그 안에 들어간 도현은 그제야 후드를 젖히고, 마스크도 벗고 앉았다.
홍보팀장은 도현이 오는 동안 상대가 누군지 알아냈다고 밝혔다. 소속사에서 직접 연락을 했지만 돌아오는 대답은 도현의 은퇴와 소속사를 거치지 않은 공식 사과뿐이라고 했다고 한다.
“…그래서, 그게 누군데요?”
“곧 올 거야. 오늘 삼자대면하자고 했어. 그쪽 말대로 우리 도현 씨가 잘못한 게 있으면 그 말대로 하겠다니까 당장에 온다고 하더라고. 그 전에 도현 씨에게 우리도 확인할 게 있고. 아무래도 전화로 확인하고 ‘우린 잘못 없어요’ 하는 것보다 면대면이 나으니까.”
“그렇죠. 그런데 저 진짜 잘못한 게 없어요. 너무 평범해서 중학교 때 일이 기억도 안 날 지경이에요.”
“그러다가 쫓겨난 애 있잖아. 혹시 알려나? 윤현승이라고.”
“아, 걔….”
“응, 아는가 보네요. 걔가 아무튼 우리 회사에서 쫓겨났고…. 뭐, 우리는 학교 폭력이 사실이라면 얼마든지 계약 해지 할 수 있어요. 그건 잘 알 것이라고 생각해요.”
홍보팀장의 말에도 도현의 눈빛은 흔들리지 않았다. 자신은 잘못을 한 게 없으니까 당당할 수 있었다.
그렇게 약 1시간 동안 도현은 자신의 학교생활에 대해 진솔하게 말하고….
그사이 도현에게 괴롭힘을 당했다는 사람이 등장했다.
문이 열리는 순간, 도현은 경악을 금치 못했다.
“…준석? 너 이준석 맞지?”
도현이 중학교 때 집까지 놀러 가며 친하게 지냈던 무리의 일부였다. 도현은 충격을 받을 수밖에 없었다. 특히, 이준석은 한때 가수를 꿈꾸며 도현과 함께 오디션 연습을 하기도 했다.
각각 다른 반으로 갈라지고, 도현이 본격적으로 연습생 생활을 하게 되며 기억에서 멀어졌던 인물이었다.
“너 도대체 나한테 무슨 억하심정으로 그러는 거야? 나의 은퇴? 나의 공식적인 사과? 내가 너를 괴롭힌 기억이 없는데? 난 너랑 같이 회사 오디션 연습 준비한 것밖에 없잖아. 너희 어머니께서도 나 반겨 주셨고.”
그러자 준석의 얼굴에 비열하기 짝이 없는 미소가 걸쳐졌다. 물론 도현이 보기에 그렇다는 것이었지만.
“정말 기억 안 나? 네가 맨날 나 괴롭혔던 거.”
“내가 언제 너를 괴롭혀? 준석아, 말은 바로 하자. 응?”
“자, 이준석 씨와 나도현 씨. 두 분 일단 앉아 주시고요. 이준석 씨. 학교 폭력으로 매우 힘들었다고 하셨는데, 나도현 씨의 과거사는 아주 깨끗합니다. 그 흔한 술, 담배 사진조차도 발견된 게 없어요.”
변호사의 말에 준석이 흥분을 감추지 못하고 말했다.
“당연하죠. 쟤가 얼마나 비겁하게 저를 괴롭혔는데요! 다들 쟤가 멀쩡한 애인 줄 알고 있잖아요!”
“흥분은 가라앉히시고요, 억울한 게 있다면 풀어야 하고 마땅한 시시비비를 가려야 하는 자리입니다. 아무튼… 학교 측에 연락을 해서 받은 것에도 학교 폭력으로 처분을 받았다는 내용도 없고요. 일단 이준석 씨가 이의를 제기했으니 먼저 말을 들어볼게요.”
“저희 엄마가 안 보는 사이에 괴롭혔고, 엄마는 쟤가 TV에 나올 때마다 아직도 좋은 사람인 줄 알아요! 당연하죠! 안 볼 때 괴롭혔으니까!”
“준석아….”
도현은 허탈함을 느꼈다. 단 한 차례도 준석을 괴롭힌 적 없었다.
한때는 같은 방향을 향해 나아가던 친구였다. 그러나 지금 눈앞에 있는 건 도현의 앞길을 망치려는 생각뿐인 사람이었다.
“야, 나무명. 사람들이 너 좋아해 주니까 좋겠다? 착한 척해서 인기 얻어 내니까 좋디? 어?”
“난 착한 척한 적 없어. 그때도 너에게 진심으로 대했고 말이야. 법적 공방으로 간다 하더라도 난 아무런 문제가 없음을 증명해 보일 수 있어.”
“하아, 너 미쳤냐? 그냥 돈 몇 푼 쥐여 주면 입 다물어 줄 수도 있는 일을 법적 공방? 시간 남아돌아?”
“응. 진실을 밝히기 위해서라면 난 그렇게 할 수 있어. 네가 말하는 걸 보니 돈을 원하는 거로구나.”
그러자 준석이 당황한 티를 팍팍 냈다.
“내 말은 돈이 아니라!”
그 틈을 변호사가 파고들었다.
“금전이 문제였군요. 금전 때문에 조작하는 경운 아주 많죠. 흔히 이 업계에서 벌어지는 일들입니다. 언론화되는 경우가 적은 수긴 하지만 말입니다. 나도현 씨의 네 번의 데뷔 중 학교 폭력범이라는 이야기가 나온 건 이번이 처음입니다.”
냉정한 그 말에 준석은 자리를 박차고 일어나 욕설을 지껄였다.
“나도현 너 이 X새끼! 떴다고 내가 만만해 보여?”
“아니. 애초에 살면서 너를 떠올린 적조차 없어.”
냉정하기 짝이 없는 말이었다.
1차 협상을 결렬. 도현은 씩씩거리며 회의실을 나가는 준석의 모습을 보며 헛웃음을 지었다.
“자, 도현 씨, 이제 어느 정도 틀은 잡을 수 있겠죠?”
SNS에 남길 글에 대한 가이드라인을 변호사와 홍보팀장이 제시해 줬지만 도현은 이를 거절했다. 자신의 진솔한 느낌을 담아 내고 싶었기에.
* * *
안녕하세요. 나도현입니다.
이번 학교 폭력 건 일과 관련해서 진실한 입장을 밝히기 위해 이 글을 작성하게 되었습니다.
글을 작성한 이가 누군지 알아봤더니, 제 중학교 시절을 함께했던, 저와 한때 같은 꿈을 꿨던 친구였습니다. 같은 곳을 바라보던 친구는 꿈을 포기했다는 걸 이제야 알게 되었습니다.
물론, 이런 사실은 학교 폭력 이야기와는 무관합니다. 저희는 반이 갈라지고, 제가 연습생 생활을 하게 되면서 차차 멀어지게 되었습니다. 그렇기에 이 친구의 근황을 알게 된 것도 이번 일 때문입니다.
전 과거의 기억을 떠올려 봤습니다. 왜 이렇게 늦게 입장을 올리냐고 하신다면, 제 과거의 기억을 모두 떠올려 혹시라도 내가 무심코 한 언행이 타인에겐 상처가 되지 않았을까 고민했기 때문입니다.
이번 일로 소속사에서 제 주변 인물들과 당시를 함께 보낸 동창들에게 저에 대해 물어봤더니, 돌아오는 대답은 모두 똑같았다고 합니다. “나도현? 걔 무당 할아버지에 가수 지망생인데 이름이 무명이잖아”라는 것이었습니다. 그 정도로 반에서 기억될 만한 존재였다는 뜻이었겠지요.
전 어렸을 때부터 튀는 존재였습니다. 만신이었던 할아버지와 할아버지께서 오래 살라고 지어 주신 이름 무명, 거기에 노래와 춤에 빠져 사는 가수 지망생이라는 특이점 때문입니다.
그만큼 행동을 조심해야 했습니다. 가수가 되려거든 실력이 중요하지만, 인성 역시도 중요하단 걸 미리부터 알고 있었기 때문입니다.
엄한 할아버지와 부모님 밑에서 남에게 피해를 주면 다 되돌아온다는 가르침을 받으며 자랐습니다. 그런 제가 타인에게 피해를 줄 리 없습니다. 오늘 만난 친구는 제 은퇴와 SNS 사과를 바랐지만, 그 친구의 주장은 사실이 아니기에 사과를 할 수 없습니다.
감정에 호소하고자 올리는 글이 아닙니다. 다만, 제가 누군가를 괴롭힌 것만은 아니라고 말씀드리고 싶었습니다. 내가 지금 저지른 잘못은 언젠가 돌아오게 됨을 잘 알고 있습니다. 지금처럼 솔직하게, 그러나 피해는 주지 않는 삶을 살아가도록 노력하겠습니다.
제 이야기를 들어 주셔서 감사합니다.
나도현 드림.
글을 업로드하고 난 후, 도현은 휴대폰을 껐다. 왕관을 쓴 자, 왕관의 무게를 견뎌야 한다지만 도현은 조금은 버거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