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 new career singer who can read the future RAW novel - Chapter (56)
미래를 읽는 경력직 신인가수-56화(56/225)
SNS에 글을 올리고 도현은 한숨을 길게 내쉬었다. 아마 곧 기사화될 터. 또 얼마나 악플에 시달리게 될지, 가짜 피해자들이 얼마나 등장하게 될지 상상조차 하기 싫었다.
“아, 그리고 도현 씨.”
홍보팀장이 한숨을 연신 내쉬기만 하는 도현에게 말을 걸었다.
“네, 팀장님.”
“도현 씨 이제 정식 데뷔하게 되었으니까 소개시킬 사람이 있어요.”
“어떤….”
“잠시만요. 데리고 올게요. 오늘부터 출근이거든요.”
오늘부터 출근?
도현은 대충 흐름을 알 수 있었다.
도현에게 매니저를 붙여 주려는 생각이겠지.
몇 분 뒤 어려 보이는 얼굴을 한, 순진해 보이는 한 남자와 홍보팀장이 들어왔다.
“인사해요, 도현 씨. 여기는 오늘부터 도현 씨의 매니저가 될 류도하 씨예요. 동안 때문에 오해할지 모르겠지만, 매니저 경력만 5년 정도 돼요. 그럼 도하 씨, 인사하시겠어요?”
“안녕하세요! 도현 가수님. 저는 27살 류도하라고 합니다! 20살 때부터 매니저 5년, 군대 1년 반 다녀오고 했습니다. 앞으로 잘 부탁드립니다!”
“아니, 굳이 가수님이라고 할 것까진 없어요! 편하게 형이라고 불러요, 도하 씨. 그러고 보니 이름도 도현 도하라서 형제 같고 좋네요.”
그 말에 도하가 함박웃음을 지었다.
“사실 이번 ‘너첫가’ 보고 형님 팬 되었는데…. 이렇게 형님 매니저를 할 수 있어서 너무나도 감사할 뿐입니다!”
“아, 그러세요? 감사합니다.”
도현은 조금 전까지만 해도 축 가라앉아 있던 상태라 그런지, 매니저가 된 도하에게 큰 반응을 보이지 못했다. 기분이 우울하기도 했고, 누군가를 환대할 상황이 아니었다.
“형님! 저만 믿으십쇼! 제가 일타 강사, 아니 일타 매니저가 돼 드리겠습니다!”
“어머, 도하 씨 의욕 넘치는 것 봐. 이러다 곧 실장 달겠어.”
홍보팀장이 환하게 웃으면서 말했다.
지금 이 자리에서 울상을 짓고 있는 건 도현뿐인 듯했다. 일단 겉으로는 그래 보였다.
“매니지먼트 실장님도 곧 오실 거예요, 도현 씨. 오시면 그때 향후 일정에 관련해서 이야기를 한번 나눠 보자고요.”
몇 분 뒤 매니지먼트 실장이 도착했다. 실장은 자신의 이름을 김병수라고 소개했다.
“도현 씨, 잘 부탁해. 우리 막내 류도하 말이야. 이 친구가 이 피비린내 나는 바닥에서 무려 5년이나 버텨 온 녀석이니 엄연히 잘하겠지만 말이야.”
“예, 알겠습니다.”
“자자, 그럼 차후 일정을 조율해 보자고요. 대표님께서 모든 권한을 나에게 일임했으니 오늘은 내가 대표님이다! 음하하!”
김 실장은 신이 난 듯 말했다.
“그래서… 제 첫 활동은 무엇이 될까요?”
도현은 조심스럽게 물었다. 그가 그렇게 행동한 이유는, 이전 세 번째 데뷔까지 불명확한 활동을 했기 때문이기도 했다.
휴엔터라는 대형 엔터사에 들어온 만큼 활동에 대한 기대감도 컸다. 그동안 보인 일처리도 꽤 마음에 들었고.
“흐음, 원래 계획대로라면 KBC와 함께 앨범을 준비하는 게 먼저였을 거야.”
실장이 그 말을 한 순간 도현은 느꼈다. 앨범 발매가 뒤로 미뤄지게 됐구나.
“그런데 알다시피 도현 씨 요즘 인기 가도를 달리면서 여러 복잡한 문제들에 휩싸였잖아. 우리 측으로선 소비자들의 마음을 알아야 돼. 지금 바로 활동에 들어간다고 하면 적어도 두세 달 내에는 나오겠지만, 그러지 않을 생각이야. 대중의 피로도를 낮춘 뒤에 활동을 할 생각이거든.”
“대중의 피로도요? 지금 프로그램이 막 끝난 상태라, 오히려 이 시기가 더 좋지 않나요?”
실장의 말에 도현은 대답했다.
이러니저러니 해도 도현을 둘러싼 논란은 다 거짓으로 판명 난 상태고, 도현을 향한 대중의 피로도도 있겠지만 무엇보다 이 순간에 도현을 기다리는 팬들도 많았다.
그러나 휴엔터 생각하는 건 다른 모양이었다.
“전 음악 활동을 당연히 먼저 하고 싶고, 이렇게 1등 해서 화제성도 높을 때 앨범이 나오는 게 좋지 않나 싶어요.”
도현은 자신의 의견을 피력했다.
이에 김 실장은 도현을 설득하기 시작했다.
“원래 스케줄을 잡을 때나 1년 치 플랜을 짤 때는 당연히 아티스트와 함께하거든. 도현 씨도 마찬가지야. 그런데 이번은 좀 예외인 상황이잖아? KBC에서는 예능이든, 음악 방송이든 도현 씨가 활약해 줬음 하는 상태야. 지금 예능 쪽으로 초청이 더 많이 들어왔어.”
“한 가지 여쭤볼 게 있는데, 이런 일정 조율은 매니지먼트 팀뿐만 아니라 타 팀과도 다 공유가 된 사실인가요?”
도현은 최대한 공손하게 말하려고 애를 쓰며 물었다. 이에 김 실장은 고개를 끄덕였다.
“당연하지. 한 아티스트의 개인 활동에, 더군다나 오디션 프로그램 1위를 하고 돌아왔는데 협의가 없으면 안 되겠지? 우리 측에서는 도현 씨를 진짜 제대로 된 솔로 가수로 키울 계획이야. 그리고 예능과 가수 생활, 두 가지를 모두 잡을 생각이고.”
예능과 가수 생활을 모두 잡는다라…. 도현은 잠시 고민에 빠졌다. 소속사에서도 나름대로 푸시를 해 줄 모양인데, 그런 걸 제대로 받아 본 적이 없었기에 지금 상황이 당황스러운 것도 있었다.
“혹시 예능 쪽으로 제안 온 게 있나요?”
“당연하지! 우리가 고르고 골라서 심리 예능이 어떤가 하고 도현 씨에게 물으려던 참이었거든.”
“심리… 예능요?”
“도현 씨 연예계 짬바가 있고, 상황 판단 능력이 좋다고 생각했거든. 그래서 심리 예능에 나가는 거야. KBC에서도 기대작으로 홍보를 시작했어. 일단 이 기획안 좀 읽어 볼래?”
* * *
예능 프로그램 <하얀집> 기획안
의도: 하얀집에서 15일 안에 가장 먼저 벗어나라! 상금 3억 원의 기회가 주어진다!
모든 구역이 하얗게 칠해진 하얀집. 그 안에는 경찰 혹은 군인 출신 등의 무시무시한 경비들이 검거할 준비를 하고 있다! 그들을 피해서 도망가야만 한다.
방은 총 30개. 참가자 10인은 모두 1번째 방에서 시작한다. 하루에 최대 3칸 이동할 수 있다!
하, 지, 만! 같은 방 수용 인원은 단 2명뿐! 3명이 넘는다면 랜덤으로 주어지는 퀴즈를 먼저 풀어서 제출하는 순서대로 2명만 방에 남게 된다.
방의 인원이 2명 이하여도 편안히 지낼 수 있는 건 아니다. 주어진 시간 3시간 내에 각 방에 있는 퀴즈를 풀어야 한다.
퀴즈를 풀지 못한다면 경비가 들이닥치게 된다. 그렇게 되면 감옥 안에서 하루를 보내고 1번째 방으로 되돌려 보내진다!
누가 어떤 방에서 무사히 24시간을 머물다 갈 수 있을 것인가?
방을 이동하다 경비에게 걸리거나 문제를 풀지 못하면, 경비에게 끌려가 감옥 안에서 하루를 보내고 1번째 방으로 되돌려 보내진다.
퀴즈를 풀 자, 경비의 눈을 피해 방을 이동할 자는 누구인가! 그 진실의 방으로 들어가 본다!
* * *
와, 이거 제대로 된 리얼리티 쇼잖아?
나는 그렇게 생각했다.
이런 프로그램에 한 번쯤은 나가 보고 싶었는데, 기회가 때마침 찾아왔다.
하지만 마음에 걸리는 것이 있었으니…. 내가 ‘너의 첫 번째 가수가 되고 싶어’에 출연하게 된 건 예능 프로그램 출연이 목적이 아니라, 가수로서 새로운 모습을 보여 주기 위함이었다.
“기획안은 괜찮은데요, 흐음.”
내가 말을 주저하자 김 실장이 고민하는 나를 쳐다봤다.
“왜, 뭐가 마음에 들지 않아? 이 정도 규모의 예능 프로그램이면 그 짜디짠 공영 방송서 돈 투자를 상당히 했다는 건데. 거기다가 화제성도 슬슬 올라가고 있고.”
“출연하면 저야 좋겠죠. 인지도도 더 상승하고, 시청자들이 저에 대한 피로도를 낮춘 다음이니까 앨범 발매에도 수월하겠고요.”
김 실장은 그럼 뭐가 걸려서 그러냐는 듯 물었다.
“다 좋은데 뭐가 마음에 안 들어서 그래?”
“아… 전 가수 활동을 먼저 하고 싶었거든요. 이왕 프로그램에서 1위를 했으니 팬들께 음악 활동으로 보답을 하는 게 먼저라고 생각이 돼서요.”
“그것도 맞는 말이긴 한데, 우리는 대중이 도현 씨에 대해서 어떻게 생각해야 할지 고려하기도 해야 해. 지금 대중은 프로그램 때부터 연이어 터진 사건 사고에 도현 씨에 대해서 화제성은 높지만, 호감도가 조금 낮은 편이라고 분석했거든. 그렇죠, 팀장님?”
김 실장은 홍보팀장에게 말을 걸었다. 그 말에 홍보팀장은 고개를 끄덕였다. 그러면서 자신의 고충을 토로했다.
“사실 도현 씨 정도면 훌륭한 인재이기도 하고, 앨범을 내는 게 좋겠죠. 하지만 김 실장님께서도 설명한 것처럼 대중은 지금 피로도가 높은 상황이에요. 이런 상태에서 도현 씨가 앨범을 낸다면 오히려 역효과를 불러일으킬 수 있다고 우리는 판단했어요. 예능을 통해 영민한 머리를 보여 주고, 바로 이어지는 앨범 발표로 대중 호감도를 높이는 거죠.”
틀린 말이 아니라서 고개를 끄덕일 수밖에 없었다.
31번, 17번, 효섭, 1위 후 학교 폭력 문제까지. 사실은 나로 인해 비롯된 문제가 아니건만, 일부 대중은 내가 잘못을 일으켰기에 그런 논란이 일었다고 착각할 수도 있었다.
나는 깊게 고민을 해야만 했다.
예능 촬영은 단 15일이다. 방송 편성을 받고 편집 과정을 거치며 방송이 되려면 몇 달 후겠지. 그러는 동안 첫 번째 앨범을 미니 앨범이 아니라 정규 앨범으로 발매를 하게 된다면 시너지 효과가 나지 않을까?
“그렇다면 한 가지 제안드릴 게 있습니다.”
“뭔가요?”
“보통은 데뷔 앨범을 미니 앨범이나 디지털 싱글로 많이 내는 편인데, 전 정규 앨범으로 내고 싶습니다. 예능 촬영은 15일간 이루어지는 데다, 방송 편성까지 시간이 꽤 걸리잖아요. 그러는 동안 정규 앨범을 준비하면 충분히 나올 수 있을 거라고 생각하거든요.”
나는 주장을 굽히지 않았다. 내가 자기 주장을 확실히 하자, 이번에는 김 실장과 홍보팀장의 얼굴에 그늘이 드리워졌다. 아마도 내가 이런 방법을 생각해 낼 것이라고는 예측하지 못했겠지.
“도하야, 네 생각은 어떠냐.”
김 실장은 갑작스럽게 도하를 부르며 무언가를 이야기해 줄 것을 요청했다.
도하의 반응도 궁금하긴 했다. 이 바닥에서 구른 지가 5년, 햇수로 따지면 6년 차라는데 나름대로 감이 좋으니 살아남은 것일 터.
“제 생각은요, 도현 형님 말대로 가는 게 좋은 듯해요. 프로그램이 끝나자마자 앨범 프로모션 들어가고 쇼케이스 개최하고 음악방송 도는 거요. 그게 훨씬 더 유리해 보이거든요.”
“흐음…. 그럼 도현 씨, ‘하얀집’은 ‘너첫가’를 맡았던 피디님이 조연출로 들어간 프로그램이거든. 그래서 우리 쪽에서 기획안을 받아 볼 수 있는 거였고. 그 방송사 오디션 프로그램 출연자들은 원래 그 방송사에서 하는 프로그램에 출연하기 마련이잖아. 그렇지?”
“그럼요. 어떤 상황인지는 충분히 이해하고 있습니다.”
“그렇다면 이건 어때. 피디님, 한번 만나 볼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