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 new career singer who can read the future RAW novel - Chapter (61)
미래를 읽는 경력직 신인가수-61화(61/225)
드디어 ‘하얀집’ 콘셉트 포토 촬영 날이 왔다.
폭행 사건으로 인해 자칫 하차할 뻔했던 도현이지만, 배 감독이 양해를 해 준 덕분에 ‘하얀집’에 무사히 출연할 수 있게 됐다.
아직은 모두가 어색한 사이였다.
“오늘은 개인 컷, 유닛 컷, 단체 컷 등으로 사진을 촬영할 겁니다. 개인 컷 촬영 시에는 영상 인터뷰도 딸 거예요.”
출연진은 다들 메이크업과 스타일링을 마친 상태로 도착했다.
수월하게 진행할 수 있을 듯했다.
“자, 우선 연예계 쪽에 종사하는 분들부터 촬영 가도록 하죠. 아무래도 카메라가 익숙할 테니까요. 비종사자분들은 대기하셨다가 이름 순서대로 촬영을 하시면 되겠습니다.”
첫 번째로 이름이 불린 건 도현이었다.
“오, 요즘 가장 핫하다는 도현 씨. 네 번째 데뷔의 순간을 몸으로 표현해 보시겠어요?”
도현은 어떤 포즈를 취할까 고민하다, 양팔을 벌린 채 세상의 기쁨을 만끽하는 포즈를 취했다.
“아니, 그런 포즈 말고…. 좀 더 프로 같은, 그런 포즈를 취해 보는 거죠.”
“알겠습니다! 그렇다면 그런 포즈를 취해 보도록 하겠습니다.”
도현은 여러 가지 포즈를 취했고, 그중에서 단 두 개의 포즈만이 통과했다.
도현은 다른 참가자들은 어떤 포즈를 취하는지 궁금해하며 지켜봤다.
다른 참가자들도 평소에 접하던 카메라가 아니라서 그런지 어색해했지만, 아나운서 두 명은 포즈를 잘 잡았다. 확실히 카메라 앞에 선 경험이 많다 보니 남다른 듯했다.
도현은 감탄사를 내뱉었다. 앞으로 화보 촬영할 일도 많이 있을 텐데, 잃었던 감각을 되살리는 노력을 해야 할 듯했다.
멍하니 바라보고 있던 도현에게 스태프 한 명이 다가와서 말을 걸었다.
“도현 씨, 인터뷰 가죠.”
“벌써요?”
“중간중간 시간 날 때 해 두는 게 좋으니까요. 이쪽으로 오시죠.”
도현은 한쪽 구석으로 안내를 받았다. 간이 테이블과 의자가 있었다.
“도현 씨, ‘너첫가’ 다음 행보로 ‘하얀집’을 선택하셨는데 특별한 이유라도 있나요?”
“우선은… 앨범은 준비 중이고, 앨범이 나오는 데까진 시간이 오래 걸리잖아요.”
사실 이 부분을 말할 땐 살짝 소심해지기도 했다.
휴엔터에서 계획을 세워서 진행할 것이란 걸 알고는 있지만, 확실치 않다고 느꼈기 때문이었다.
“그렇죠. 더군다나 소문에 의하면 정규 앨범으로 나온다고 하던데.”
‘…정규?’
자신도 처음 듣는 이야기였다.
정규 앨범이라니.
이건 회사 측에서 흘린 이야기가 분명했다.
프로그램을 촬영한다 하더라도, 편성 후 방송되는 시점이 있을 것이다. 그 시점에 도현의 정규 앨범이 발매된다는 소리로도 들렸다.
하지만 도현은 자신의 스케줄을 모르는 척하지 않았다.
“아, 그렇죠! 제 정규 앨범이 나올 때쯤이면 ‘하얀집’이 방송될 테니까요. 그 타이밍을 기다리며 출연한 것도 있습니다.”
도현은 사람 좋게 웃었다.
“감사합니다. 자, 그럼 이야기를 이어갈게요. 특별히 자신 있다거나 하는 점이 있으세요?”
“아무래도 눈치는 잘 본다는 것? 두뇌 싸움은 해 봐야 알겠지만…. 게임 룰이 방 최대 인원이 2명이라는 점을 고려해 본다면, 눈치 싸움에는 자신이 있다는 것을 말씀드리고 싶네요.”
“만약 1등으로 탈출하게 되어서 상금 3억 원을 받게 된다면 어디에 쓰고 싶나요?”
“일단 금액 중 얼마는 기부를 하고 싶어요.”
이건 솔직한 도현의 마음이었다.
“그리고 남은 돈으로는 지금까지 저를 돌봐 주시고 기다려 주신 팬분들께도 보답하는 기회를 만들고 싶고, 부모님께도 잘해 드리고 싶어요.”
스태프가 팬들 이야기에 기다렸다는 듯 질문했다.
“도현 씨의 팬 사랑이 유독 남다른 것으로도 많이 알려져 있거든요. 무명 때부터 도현 씨를 좋아해 줬던 팬들에게 커피를 사 주거나 포옹을 해 주거나 하는 식의 보답을 해 줬던 미담은 인터넷에서 회자되곤 하는데요. 팬 사랑이 얼마나 큰 것일까요?”
“팬 사랑이라….”
도현은 자신의 팬들이 얼마나 소중한지 잘 알고 있었다. 그들의 존재 하나하나를 다 기억하고 싶을 정도였다.
“한 분 한 분 기억에 담고 싶을 정도예요. 그래서 그분들에게 평생 행복한 기억만 드리고 싶어요. 최근까지도 마음고생 심하게 하셨을 텐데, 그런 것에 대한 보답을 해 드리고 싶기도 하고요.”
“그렇군요. 또 하실 말씀은 없으세요?”
“제 팬분들은 늘 행복한 생각만 하면서 지냈으면 좋겠어요. 사람들은 가끔 찾아오는 행운을 행복이라 생각하지만, 늘 제 곁에서 함께하며 행복이란 것을 누리게끔 해 드리고 싶어요.”
도현의 진심이 가득 우러나는 말이었다. 그 말에 스태프 역시도 감동을 받은 건지 조심스럽게 한마디 건넸다.
“저 사실 도현 씨 팬이거든요. 허니예요. 허니가 무슨 뜻인 줄은 아시죠?”
“도혀니라고 부르다가, 혀니라고 부르다가, 허니로 된 것으로 알고 있어요. 허니시라니 오늘 하루가 행복으로 남았으면 좋겠어요!”
도현의 말에 스태프의 눈에는 눈물이 고일 듯 말 듯했다.
스태프가 질문을 더 던지려는 순간이었다.
“도현 씨! 유닛 촬영 시작하겠습니다!”
어느새 다른 참가자들의 솔로 컷 촬영이 끝났나 보다.
도현은 스태프에게 악수를 건네며 반가움의 인사를 하고는 스튜디오 한가운데로 자리를 옮겼다.
그렇게 단체 컷까지 마친 후에야 도현은 비로소 쉴 수 있는 시간을 가질 수 있었다.
* * *
콘셉트 포토 촬영이 끝난 후 도현은 밴에 올라탔다.
도하는 기다리고 있었다는 듯 할 말을 내뱉었다.
“형님, 회사에서 오라고 하네요. 이 피디님이 볼일 보신다고 하셔서요.”
“어, 이준혁 피디님이?”
“네. 이준혁 피디님이 찾으시네요.”
“회사로 가자.”
온종일 콘셉트 포토 촬영에 시간을 쏟아부어 피곤한 도현이었지만, 자신의 곡 작업에 관련한 열정은 대단했다.
회사에 도착하자마자 도현은 도하에게 볼일을 보라며, 3층으로 올라갔다.
이준혁 피디의 작업실 벨을 누르자, 이윽고 문이 열렸다.
“피디님, 안녕하세요!”
“오랜만입니다.”
쌀쌀맞기 짝이 없는 목소리는 여전했다.
“한 가지 미션을 주려고 이렇게 불렀습니다.”
“혹시 어떤 미션일까요?”
도현이 말하자, 이준혁 피디가 답했다.
“절대음감, 그거 아무나 있는 거 아닌 거 알죠?”
“네, 피디님.”
“그 음감을 살려서 멜로디를 몇 개 만들어 오세요. 예능 프로그램 들어가서도 시간은 주어지기 마련일 테니까. 그때그때 떠오르는 멜로디 작업을 해 와요.”
정말 열심히 해야겠다고 도현은 생각했다.
“간단하게 허밍 정도로만 따서, 세트장에서 퇴소하면 연주해서 가져오겠습니다.”
“그렇게 하세요.”
프로그램 출연 중에 멜로디 작업까지 하려면 말이다.
‘너의 첫 번째 가수가 되고 싶어’ 출연 이후 하려던 게 음악 작업이었던 만큼, 도현은 한껏 기대에 부풀어 올랐다.
‘꼭 좋은 곡과 멜로디로 승부를 보겠어.’
“보름이 지난 다음에는 본격적으로 내가 만든 곡들과 콘셉트에 걸맞은 곡들을 고르기 시작할 거예요. 도현 씨가 ‘너첫가’에 출연하는 동안 골라 놓은 곡들이 제법 돼서, 그에 알맞은 곡들을 고를 거예요.”
“벌써 곡 작업까지 들어가신 거예요?”
“그럼요. 인기가도를 달릴 때 얼른 앨범을 내서 팬들을 섭섭하지 않게 해 주는 것. 그것이 중요하니까요. 설마 우리가 곡 준비를 안 하고 예능부터 내보낸다고 실망하고 있던 건 아니죠?”
이 피디의 말에 도현은 뜨끔하는 기분이었다. 그 말이 맞았으니까. 약간의 실망감 등을 느끼긴 했었다. 팬들의 반응 역시도 봤었고.
“…사실은 그랬습니다. 그런데 이렇게 바로 준비 중이실 줄은 몰랐어요.”
도현은 자신이 느낀 대로 솔직하게 이야기했다.
그 말을 들은 이준혁 피디가 피식 웃더니 이야기를 이어갔다.
“데뷔조는 데뷔가 미뤄졌잖아요. 휴엔터는 1년 치 연간 계획을 미리 짜는 곳이에요. 가수 한 사람 한 사람의 활동 계획을 미리 짠다는 소리죠. 도현 씨가 우승할 것을 예측하고, 미리 앨범 계획까지 세워 놓은 곳이고요.”
“…아.”
“대형 엔터랑은 처음 일해 보는 것일 테니, 적응하기가 어려운 것도 있겠죠. 비꼬는 건 절대 아니고요. 유야무야 넘어가는 일은 생기지 않을 겁니다.”
도현은 약간의 실망감을 느꼈던 자신이 생각을 너무 얕게만 했다는 것을 느꼈다. 대형 엔터사의 일처리 방식에 이제야 적응이 되기 시작한 것이다.
“아마 바로 앨범이 나왔다면, 라이트한 팬층도 못 잡았을 것이란 판단이 있었어요. 왜냐하면 각종 논란의 중심에 도현 씨가 있었고, 그 뒷이야기는 안 해도 알죠? 대중의 피로도. 우리는 그걸 살피고 계획을 수정한 거예요. 데뷔 조는 도현 씨 때문에 밀린 게 아니라, 윤현승 때문에 밀린 거고. 혹여 괜한 미안함 때문이라면 넣어 두는 게 좋습니다.”
이준혁 피디가 맞는 말만 골라서 하자 도현은 고개를 끄덕이며 납득할 수밖에 없었다.
“그런 김에 이번 타이틀곡 후보를 들려주려는데 어떻습니까?”
도현은 감격이 느껴졌다. 네 번째 데뷔를 위한 타이틀곡 후보를 듣는 상황이라니!
“저야 좋습니다! 얼른 들어 보고 싶습니다!”
도현이 다급하게 말을 하자, 이 피디는 잠시만 기다리라며 폴더에서 도현의 타이틀곡 후보 3개를 플레이리스트에 넣었다.
“지금 더블 타이틀로 가서 활동을 할지, 아니면 원 타이틀로 갈지 고민 중입니다. 도현 씨가 일단 들어 보고 말해 봐요.”
첫 번째 타이틀곡 후보가 흘러나왔다. 미디엄 템포로 진행되다가, 점점 빨라지는 가운데 록킹한 사운드가 섞여서 인상 깊은 곡이었다. 전반적으로 마음에 들긴 했지만, 묘하게 도현의 마음에서 어긋나는 구석이 있었다.
도현의 얼굴에 드러난 감정을 읽기라도 한 건지, 이 피디는 도현을 한 번 힐끔 보고는 다음 곡을 재생했다. 이번 곡은 청량함이 가득한 댄스곡이었다. 도현은 계절감을 살리려면 이 곡도 꽤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이 곡 마음에 듭니다.”
“그럴 줄 알았어요. 조금 전 곡이랑 표정이 완전히 달랐거든요.”
“마지막 곡도 기대됩니다!”
“들려줄게요.”
이준혁 피디는 다른 폴더에 들어가더니 세 번째 곡을 재생했다.
이윽고 작업실에 울려 퍼지는 사운드. 브리티시 록을 정석대로 구현한 곡이었다.
브리티시 록을 사랑하는 도현으로서는 이 곡이 마음에 들지 않을 리가 없었다.
“이 곡이요! 느낌이 딱 와요! 이 곡을 타이틀곡으로 삼았음 싶습니다!”
“그럴 줄 알았습니다. 그렇다면 미션을 한 가지 더 추가해 주죠.”
“무엇인가요?”
“이 곡의 가사, 직접 써 오세요.”
“…! 해 보겠습니다! 콘셉트는 어떻게 하면 될까요?”
그 말에 이준혁 피디는 답했다.
“도현 씨가 이 곡을 듣고 쓰고 싶은 대로 쓰세요. 어떻게 쓰든 말리지 않겠습니다. 도현 씨의 곡이니 만큼 도현 씨의 작업이 중요하다고 생각하거든요. 우리는 도현 씨를 싱어송라이터 콘셉트로 밀고 나갈 거예요. 실제로 그만한 재능도 있다고 미래를 점치고 있습니다.”
“…해 보겠습니다!”
도현은 설레는 마음으로 굳건하게 답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