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 new career singer who can read the future RAW novel - Chapter (62)
미래를 읽는 경력직 신인가수-62화(62/225)
* * *
“그러니까 지금… 연합을 제안하시는 거죠?”
‘하얀집’ 녹화에 참여한 도현은 시작부터 연합을 제안하는 개그맨 진욱제를 보며 말했다.
개인전에서 연합의 결성이라.
이런 프로그램을 많이 봐 왔지만, 좋은 결과가 나는 걸 본 적 없었다.
“맞아요. 이런 개인전일수록 오히려 뒤통수를 칠 수 없게 연합을 결성해야….”
“전 반대합니다.”
“예? 저기 망고즙 님도 그렇고, 한지은 님도 그렇고, 차재현 피디님도 그렇고 다 그러기로 했는데? 이제 도현 님만 참여하면 절반의 개인전과 절반의 연합을 볼 수 있는데요? 이런 상황에선 연합이 유리….”
도현의 생각은 절대 아니었다.
하루에 최대 3칸을 이동하고, 서로 눈치를 보며 움직일지 말지를 결정해야 하기 때문에 오히려 연합은 유리하지 않다는 게 그의 판단이었다.
“제안은 주셔서 감사합니다만…. 전 참여할 생각이 없습니다.”
도현의 단호한 모습은 사방에 널린 카메라 속에 담길 터.
그는 그런 모습까지도 고려하며 결정을 내렸다.
“후회하게 되실 거예요. 좀 더 생각한 후에도 늦지 않았으니 말씀해 주세요.”
“예, 알겠습니다.”
왠지 느낌이 좋지 않았다. 진욱제라는 사람, 자신이 승리를 하고 싶어서 연합을 조직한 것만 같았다.
진욱제를 더 생각하기엔 시간이 아까웠다.
도현은 눈치를 살폈다. 가장 먼저 이동하게 될 사람은 누구인가.
‘흠, 한 번에 3칸을 이동한다면 좋지 않을까?’
문제는 경비와 마주치느냐 아니냐다. 경비는 10인이었고, 오늘이 첫날인 만큼 1층에 모여 있을 확률이 높았다.
도현은 자신이 첫 번째로 나가기로 결심했다.
다들 눈치를 보고 있는 가운데, 도현의 발이 먼저 떨어졌다.
위이잉─!
비상벨이 울리고 도현은 바로 옆방으로 뛰었다. 누군가가 쫓아오는 소리가 들렸기에, 도현은 1칸밖에 이동할 수 없었다. 문이 닫히고 쾅쾅 두들기는 소리는 도현의 심장을 쿵 내려놓게 했다.
“…휴우, 두 번째 방의 퀴즈는 뭐지?”
도현은 안정을 취하기 위해 심호흡을 먼저 했다.
그러자 이 방도 모두 하얗게 칠해져 있다는 게 눈에 들어왔다.
“하얀집이라 그런지, 여기도 하얗네.”
도현은 혼잣말을 중얼거렸다.
그러면서 도현은 눈앞에 보이는 책상으로 다가갔다. 실링 왁스로 밀봉된 편지지 안에 문제지가 있는 듯했다.
그는 조심스럽게 왁스 실링을 떼어 냈다.
과연 안에 들어 있는 문제는 무엇일까?
봉투가 약간 두툼한 게 느껴졌다. 왠지 문제가 길 듯했다.
도현은 문제를 읽어 내려갔다.
[축하드립니다. 이 방은 보너스 방입니다. 여러분은 이곳에서 열쇠를 찾으실 수 있습니다. 열쇠로 무엇을 열 수 있을까요? 그 안엔 무엇이 있을까요? 열쇠를 찾지 않고 다른 방으로 이동하셔도 좋습니다. 단, 3시간 안에 열쇠를 찾지 못하시면 감옥에 가게 됩니다.]종이만 두툼할 뿐, 적힌 내용은 아주 간단했다.
그리고 도현은 잠시 고민했다.
다음에 올 참가자를 위해서라면, 이 종이를 남겨 두는 게 좋을 것인가. 아니면 참가자가 문제 확인을 하지 못하게 숨겨 둘 것인가.
이성이 흔들리고 있었다.
‘만약 이 종이를 숨겨 둔다면, 승리에 한발 더 가까워질 순 있겠지만, 그동안 쌓아 온 이미지와는 정반대되는 행보를 걷게 된다. 그러니… 그냥 놔두는 게 낫겠어.’
그렇게 종이를 놔두고 도현은 방 안 곳곳을 뒤적이기 시작했다. 처음 들어올 때엔 하얀 방이라고만 생각했는데 자세히 보니 가구마저 새하얗게 칠해져 배치돼 있었다.
도현은 차분하게 생각하려 했다. 제작진은 생각보다 쉬운 곳에 열쇠를 뒀을 것이다.
대부분의 참가자는 찾기 어려운 곳에 열쇠를 뒀겠다고 생각하겠지만, 도현은 그와 반대되는 생각을 했다.
그렇게 막 뒤적이려는 찰나.
위이잉! 하는 소리가 들려오고, 누군가 방 안으로 진입했다.
최연소 한국과대 교수 박지훈이었다.
뭔가 찾기도 전에 제일가는 두뇌의 등장이라니.
도현은 하던 행동을 멈추고 뻔뻔하게 소파에 앉았다.
“교수님, 일찍 오셨네요. 여기까지 오신 걸 보니… 경비에게 잘 걸리지 않고 도망치셨군요.”
“네. 그럼 잠시만.”
박 교수는 책상에 도현이 펼쳐 놓은 종이를 읽더니 방 곳곳을 뒤적이기 시작했다.
“도현 님도 편하게 찾으세요. 지금 어색하게 앉아 있는 거 상당히 티가 납니다.”
“아….”
1명이 더 들어오게 되면 3명이 된다. 그 인원을 채우기 전에 열쇠를 찾고, 힌트를 얻어서 이 방을 나가야 했다.
도현은 무심코 소파 사이에 손을 넣어서 휘휘 저었다.
‘…이 느낌은?’
손에 와 닿는 차가운 금속의 촉감이 있었다.
도현은 슬쩍 꺼내서 살폈다.
열쇠였다!
열쇠를 찾았다고 해서 마냥 좋아할 일은 아니었다.
열쇠를 어떻게 쓰느냐도 이 방에 달려 있다고 적혀 있던 터.
도현은 주머니에 열쇠를 넣고는 열쇠 구멍이 들어갈 곳을 찾아다니기 시작했다.
박 교수는 그런 도현을 눈치채지 못했는지 열쇠를 찾아서 헤매고 있었다.
3명이 되기 전에 얼른 이 방을 탈출해야 한다!
그것이 도현의 목표였다.
여러 가구를 살펴보던 중 열쇠 구멍이 있는 장을 발견한 도현은 열쇠를 조심스럽게 꺼냈다. 그런 후에 장에 열쇠를 꽂았다. 딸칵.
딱 맞아떨어지는 소리가 났다.
그 소리에 박 교수가 뒤를 돌았다.
“열쇠를 찾으셨….”
“안녕히 계십쇼.”
도현은 장 안에 든 것을 들고 무조건 달렸다.
위이이이이잉!
1층을 가득 채우는 소리.
도현은 단번에 2칸을 건너뛰어 오늘의 최종 목표치인 4번째 방에 도달했다.
“허억… 허억….”
도현은 가쁜 숨을 내쉬었다. 경비가 양쪽에서 달려오고 있었기에 순간적으로 바로 옆방으로 들어갈까도 고민했지만, 간발의 차로 목표했던 방에 들어올 수 있었다.
“한번, 풀어 볼까?”
장 안에 있는 상자에 장의 열쇠 구멍과 똑같이 생긴 열쇠 구멍이 있는 것을 본 도현은, 장을 연 열쇠와 같은 열쇠로 열 수 있을 것이라는 직감을 느꼈다.
도현은 보석함같이 생긴 것에 열쇠를 끼워 넣었다.
딸칵.
역시나 열리는 소리가 났고, 조심스럽게 뚜껑을 열었다.
[축하합니다! 당신은 위급한 상황에서 3칸 전진할 수 있습니다.]“뭐? 앞으로 3칸 전진할 수 있는 특별한 보상이라고?”
제작진이 그 방에 열쇠로 열 수 있는 걸 한 개만 두진 않았을 터. 그중엔 썩 좋지 않은 것들도 있었을 텐데, 운 좋게도 좋은 쪽을 뽑은 것이다.
“위급한 상황이라…. 감옥에 갈 상황을 말하는 거겠지?”
이동 중에 경비에게 잡히거나 퀴즈를 풀지 못했을 경우에 감옥에 가는 대신 3칸 전진할 수 있는 기회인 것이다.
“우선 이건 킵해 두기로 하고, 잠시 쉬었다가 이 방의 문제를 풀어 볼까.”
초반부라서 그런지 문제는 쉬웠다. 찾는 것도 쉬웠고.
하지만 점점 난이도는 올라갈 것이다.
난이도가 높아져 고난도일 때에 해당 보상을 적용하는 것도 꽤 괜찮아 보였다. 특히 탈출이 눈앞에 있을 때 사용한다면, 꽤 빠르게 탈출할 수 있을 것이다.
“좋았어. 그렇게 하도록 하고. 어디 한번 4번 방의 문제를 볼까.”
* * *
도현이 4번 방에 있는 동안, 1번 방에서는 도현, 박 교수 다음으로 누가 밖으로 나갈 것인가에 대한 심도 깊은 토론이 이어지고 있었다.
특히 개그맨 진욱제를 중심으로 한 연합이 누굴 먼저 내보낼 것이냐에 고민 중이었다.
연합에 속하지 않은 사람들은 오히려 태연하게 “내일 출발하면 되죠”라는 대답을 한 상태.
“도현 님, 지훈 님이 나가자마자 비상벨이 울리더라구요. 처음 방 밖으로 나선 거라 경비들의 속도를 모르니 안전하게 1칸씩만 이동했을 거라고 생각합니다. 그럼 제 추측으로는 2번 방에 두 분이 있을 거예요. 그럼 이번에 2번 방으로 가게 되면 3번째 사람이 되니까 랜덤 퀴즈가 주어지게 될 것이거든요.”
진욱제가 진지한 목소리로 말했다.
“그러니까 단번에 3번 방까지 뛰어가실 수 있는 분이 필요해요. 누구 먼저 지원해 볼 사람 없어요?”
그러자 웹소설 작가 망고즙과 피디 차재현이 손을 들었다.
“저요!”
도현 앞에선 수줍어하던 망고즙이 당찬 목소리로 의사를 밝혔다.
차재현 피디는 그저 손을 들 뿐이었다.
“좋습니다, 두 분. 일단 망고즙 님 먼저 출발하고, 그다음으로 차 피디님 출발하시죠.”
망고즙은 알겠다며 고개를 끄덕였다.
망고즙은 문 앞에 가서 심호흡을 한 뒤 문을 열었다.
위이잉!
경보가 울려 퍼지고 경비들이 뛰어왔다. 망고즙은 3번 방까지 가려고 했지만, 애석하게도 경비에게 잡히고 말았다.
“범인 검거했습니다.”
망고즙은 감옥에서 24시간을 보내게 됐다.
경비의 단호한 목소리는 방에서도 들을 수 있었다.
진욱제는 “저런….” 하고 혀를 차며 말했다.
“차 피디님, 괜찮으시겠어요? 아직 1층인데도 저렇게 경비가 심한데.”
“해 보겠습니다. 안 되면 천천히 가 봐야죠.”
차 피디는 문 앞에 섰다.
1번 방에 있는 출연진의 눈길이 차 피디에게로 쏠렸다.
차 피디는 바깥에서 돌아다니는 경비의 발걸음 소리를 듣다, 소리가 멀어진 순간 냅다 문을 열고 뛰었다.
위이잉! 하는 경보와 함께 멀어졌던 경비가 차 피디를 잡으러 왔지만, 차 피디의 두 발은 이미 3번 방에 안착한 상태였다.
“운이 좋은 줄 아십쇼.”
경찰은 역할에 심취한 듯 보였다.
차 피디는 3번 방에 아무도 없는 것을 보고 안심했다.
“휴우, 연합은 이제 파투 났다고 보면 되겠고. 어디 한번 문제를 풀어 볼까?”
차 피디가 연합에 속했던 건 초반부 눈치 싸움을 위해서였다. 진심으로 연합에 충성을 다해서 움직일 생각은 없었다.
차 피디는 책상으로 다가갔다. 양피지가 돌돌 말려 있었다.
[다음 문제를 읽고 답하시오.병든 시아버지와 아들 부부가 함께 살고 있었다.
시아버지는 처음에는 건강했으나, 점점 병들어 가고 있었다.
그러나 아들 부부의 효심은 지극해서, 날마다 갖가지 건강에 좋다는 것을 챙겨 주곤 했었다. 시아버지가 특히 좋아하는 것은 살구였다.
시아버지는 살구씨까지 빼놓지 않고 먹었다. 처음에는 살구를 꺼리던 시아버지에게 살구를 씨까지 먹으면 건강에 좋다며 하루 5개씩 권한 건 아들이었다.
무척이나 건강해질 줄 알았건만, 다른 음식을 먹어도 시아버지는 입맛이 없다며 숟가락을 내려놓는 일이 허다했다.
시아버지는 며느리에게 말했다.
“얘, 민구 엄마야. 내가 죽을 날이 다가오니 유언장을 써야겠다.”
시아버지는 자수성가한 어마어마한 자산가였다. 자신을 위해 헌신한 아들 부부에게 전 재산을 물려줄 것이라고 확언했다.
시아버지의 부름대로 변호사를 불러왔고, 시아버지는 변호사와 단 둘이 유언장을 작성했다. 아들 부부는 자신들의 이름이 유언장에 적혀 있으리라고 당연히 생각했다.
그리고 얼마 뒤 시아버지는 돌아가셨다.
아들 부부는 유언장에 적혀 있을 자신들의 이름에 기대했다. 장례식을 모두 치른 뒤 담당 변호사가 와서 유언장을 공개했다.
“내 모든 재산을 사회에 환원하겠다.”
“예? 아버지가 재산을 사회에 환원하기로 하셨다고요?”
아들 부부는 믿을 수 없었다.
도대체 무슨 일이 있었기에 아버지는 재산을 사회에 환원하기로 한 것일까?]
“정답.”
문제를 읽자마자 차 피디는 제작진을 향해 빙긋 웃어 보였다.
“살구씨 때문입니다. 시사 교양 피디를 너무 쉽게 생각하신 건 아닌지.”
그 말에 제작진은 질문을 던졌다.
“왜 그렇게 생각하시는 거죠?”
“살구씨에는 독이 들어 있습니다. 덜 익은 살구씨의 치사량은 하루 5개에서 7개 정도입니다. 그런데 살구씨를 매일 먹였다는 것은, 죽으라고 고사를 지내는 것과 같죠. 그런 아들 부부에게 전 재산을 물려주고 싶었을까요?”
“크으… 정답입니다!”
차 피디는 으쓱해하며 자리를 잡았다.